최수빈은 침대 머리에 기대앉은 채 침대 시트를 움켜쥔 손에 점점 힘을 주고 있었다.손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그대로 서서 움직이지 않는 주민혁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그녀는 문득 낮게 웃음을 흘렸다.그 웃음에는 조롱과 자기연민이 뒤섞여 있었다.“지금 이게 뭐 하는 거예요? 내가 불쌍해 보여서, 동정이라도 베풀고 싶은 거예요?”술기운에 젖은 목소리였지만 전하는 말뜻은 분명했다.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얼음송곳처럼 날카로워 공기를 가르며 꽂히는 느낌이었다.“민혁 씨, 나 그런 거 필요 없으니까 당장 가요. 여기서 더는 눈에 거슬리게 하지 말고.”주민혁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소나무처럼 곧은 자세, 표정은 담담했지만 떠날 기미도 없었다.그는 그저 최수빈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빛에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뒤엉켜 있었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런 모습이 최수빈은 오히려 더 속이 뒤틀리는 기분이라 뭐라도 더 쏘아붙이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지며 휘청거렸다. 술기운이 다시 한번 거세게 밀려온 것이다.몸이 흔들리더니 시야가 흐려졌고 의식은 파도에 잠기듯 천천히 가라앉았다.마지막으로 본 것은 주민혁이 급히 다가오며 손을 뻗는 모습이었다.그다음 순간, 그녀의 의식은 완전히 끊어졌다....다시 눈을 떴을 때, 창밖은 이미 밝아 있었다.최수빈은 몸을 조금 움직여 보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온몸이 쑤셨고 특히 머리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 욱신거렸다.어젯밤의 기억들이 조각조각 떠올랐다.레스토랑에서 하영훈이 집요하게 들이대던 모습, 연달아 비워낸 양주잔들, 갑자기 나타난 주민혁, 차 안에서 이유 없이 치솟던 열기, 그에게 던졌던 가시 돋친 말들, 그리고 어젯밤에 일어난 일까지도.최수빈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심장이 누군가에게 꽉 움켜쥐어진 것처럼 답답했다.이불을 젖히고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방은 말끔히 정리돼 있었고 침대 옆 탁자 위에는 이미 식어버린 물 한 컵이 놓여 있었다.그 옆에는 메모 한 장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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