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하은은 주민혁의 차가운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눈에 스친 미묘한 감정을 곧바로 거두었다. 대신 언제나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그의 팔을 살며시 끼었다.“이런 얘기는 그만하고 얼른 가서 밥 먹어요. 음식 식겠어요.”그러고는 문득 생각난 듯 덧붙였다.“아, 그리고 내일 약혼식 예복 맞추러 가는 거 어때요? 디자이너가 최신 디자인이 다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마침 내일 오후에 시간도 있고.”주민혁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한 번 바라봤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살짝 불러온 배 위에 멈췄다.“그래. 내일 오후에 같이 가자.”...한편, 최수빈은 택시 뒷좌석에 앉아 주예린의 학교로 향하고 있었다.그렇게 학교 정문에 도착하자마자 작은 책가방을 멘 주예린이 환하게 웃으며 달려와 그녀의 품에 안겼다.“엄마!”최수빈은 허리를 굽혀 아이를 번쩍 안아 올린 뒤, 볼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오늘 학교에서 재밌게 보냈어? 선생님 말씀 잘 들었고?”“네! 선생님이 내가 그림 잘 그린다고 칭찬해 주셨어요!”주예린은 자랑스럽게 턱을 들더니 최수빈의 목을 꼭 끌어안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엄마, 내일 학부모 상담 있잖아요. 아빠도 와요?”그 순간, 최수빈의 팔에 힘이 순간적으로 들어갔다. 가슴 한쪽에서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이전에 주민혁에게 학부모 상담 이야기를 꺼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그는 가능하면 시간을 내 보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아마 이미 잊고 있을 것이다.최수빈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최대한 밝은 목소리를 냈다.“아빠가 요즘 일이 많이 바빠서, 내일은 못 올 것 같아. 대신 엄마가 예린이랑 같이 갈까?”순식간에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주예린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그럼 엄마가 맨 앞자리에 앉아야 돼요? 그래야 선생님이 엄마 잘 보시잖아요.”“그래, 엄마가 꼭 맨 앞에 앉을게.”최수빈은 아이를 안은 채 마음이 저려왔다.주예린이 얼마나 아빠가 오기를 바랐는지, 다른 아이들처럼 아빠를 자랑하고 싶어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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