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식이 문을 쾅 닫고 나간 소리가 룸 안에 아직도 울렸다. 공기가 그대로 얼어붙은 듯, 방 안은 정적에 휩싸였다.식기가 부딪히던 작은 소리도 멎었고 아이들마저 숨소리를 죽인 채 얼굴이 잿빛으로 굳은 이혜정을 겁먹은 눈으로 바라봤다.송미연이 입술을 달싹이며 분위기를 풀어 보려는 순간, 룸 문이 또다시 열렸다. 주민혁이 검은 코트를 걸친 채 문가에 서 있는 것이었다.곧게 뻗은 자세, 온몸에 늦가을 밤의 찬 기운이 아직 남아 있었고 손에는 소박한 포장의 선물 상자가 들려 있었다. 그의 시선은 내부를 훑다가 끝내 최수빈에게 멈췄다.“어머님, 생신 축하드립니다.”낮고 차분한 목소리, 감정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오늘이 생신이라... 인사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원래도 얼굴이 굳어 있던 이혜정은 주민혁을 보는 순간, 더 차갑게 식었다. 최진식이라는 재앙을 겨우 내보냈는데 이제 또 속을 뒤집는 사람이 들이닥친 셈이었다.그래서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른 채, 딱딱하게 말했다.“네가 환영받을 자리 아니니까, 나가.”완전히 얼어붙은 최수빈은 젓가락을 공중에서 멈춘 채 내리지 못했다.주민혁이 이렇게, 아무 말도 없이 찾아올 거라곤 상상도 못 한 것이었다. 그들 사이의 약속은 어디까지나 율이를 지키기 위한 협조뿐이었지, 사적인 일은 절대 섞지 말자고 했었기에 이혜정의 생일 축하 자리에 나타나는 건 더더욱 아니었다.그때, 옆에 있던 주시후가 주민혁을 보자마자 눈빛이 반짝였다. 칠흑 같은 밤에 갑자기 작은 별빛이 켜진 것처럼 말이다.본능적으로 한 발 내딛으며 아이는 하마터면 ‘아빠’라고 부를 뻔했다.하지만 말이 나오기 직전에 주시후는 급히 삼켰다.아빠는 이미 엄마와 헤어졌고 다른 사람과 약혼까지 한다고 했으며 자신을 더는 원하지 않는다고, 아이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작은 몸이 움찔 뒤로 물러났고 고개가 축 처졌다. 억울함이 고스란히 내려앉은 표정이었다.심종연은 찻잔을 든 손을 잠깐 멈칫하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의미심장한 웃음을 입가에 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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