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때? 내려가서 얘기 좀 할래? 아래에서 벌써 한참 서 있었어.”최수빈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시선을 거뒀다.“먼저 나랑 얘기할 생각도 없이, 그냥 아래에서 말없이 보고만 있으려는 거라면... 난 내려가지 않을래.”주민혁에게는 주민혁만의 페이스가 있고 주민혁만의 생각이 있다. 어쩌면 죄책감 때문일 수도, 망설임 때문일 수도 있다.최수빈은 그걸 굳이 들춰내고 싶지도, 억지로 몰아붙이고 싶지도 않았다. 어떤 일은 결국 본인이 스스로 납득해야만 하는 법이니 말이다.송미연은 복도로 걸어가며 최수빈의 말을 듣더니 피식 웃었다.“두 사람 진짜 웃긴다. 서로 마음에 담아두고 있으면서 꼭 이렇게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 그렇게 서로 괴롭히는 게 뭐가 좋다고?”“나도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야.”최수빈은 눈을 내리깔았다. 그녀는 상황을 똑바로 보고 있었다.“그건 그 사람이 자기 마음의 문턱을 못 넘는 거야. 나한테 미안하다고 생각하잖아. 그리고... 사실 실제로도 그렇고. 우리가 서로 얘기를 터놓고 한 뒤로, 그 사람은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깨달았어. 그 잘못은 되돌릴 수도 없고 내 용서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고. 그러니까 내가 아무리 그쪽으로 다가가도 민혁 씨가 안 된다고 생각하면 그건 안 되는 거야. 그 한 발을 내딛으려면 결국 본인이 스스로 풀어야 해. 옆에서 아무리 도와주려 해도 소용없어.”송미연은 집 문을 열며 못마땅하다는 듯 입술을 삐죽였다.“그렇게 다 꿰뚫어 보고 있으면서, 왜 네가 그 한 발을 같이 못 내딛게 해줘? 네가 한마디만 해도 그 사람이 가진 걱정 다 내려놓을 수도 있잖아.”최수빈은 다시 한번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미연아, 인생에는 사랑만 있는 게 아니야. 내가 그 사람이랑 결혼한 것부터... 어쩌면 처음부터 잘못이었어. 타이밍이 틀렸거든. 하늘이 꼭 우리랑 장난치는 것 같아. 그래서 서로 엇갈리고 서로를 괴롭게 만들다가... 결국 여기까지 온 거야. 가끔은... 감정이 다 닳아버리면 남는 건 같이 일하는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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