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빈은 이미 임하은이 이런 식으로 나올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다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이고, 이렇게 성급하게 밀어붙일 줄은 몰랐을 뿐이었다.주민혁이 임하은을 한 번 바라보며 짧게 물었다.“증거는요?”“증거요? 당연히 있죠.”임하은은 손에 쥔 USB를 들어 올리며 비웃듯 말했다.“여기에는 최수빈 씨가 당시 심사위원에게 돈을 건넨 은행 이체 기록, 박하린 씨에게 누명을 씌우려고 공모한 대화 내역, 그리고 대회 관계자의 증언까지 전부 들어 있습니다. 제 말이 사실이라는 걸 입증하기엔 충분한 자료들이에요.”임하은은 곧바로 USB를 직원에게 넘겨 대형 스크린에 띄우려 했다.그런데 그때, 최수빈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녀는 차분한 눈으로 임하은을 바라보며 살짝 비꼬는 듯한 기색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임하은 씨, 그 증거가... 진짜라고 확신하세요?”“당연히 진짜죠.”임하은이 냉소를 지으며 받아쳤다.“이건 다 확실한 증거예요. 변명할 여지는 없을 겁니다.”직원이 USB를 받아 내용을 회의장 대형 스크린에 띄웠다.조작된 이체 내역, 앞뒤가 잘려나간 대화 캡처, 허점이 가득한 증언들이 하나씩 화면에 떠오르자 회의장은 다시 한번 크게 술렁였다.정부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미간을 찌푸렸고 업계 인사들은 낮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모두가 일제히 최수빈에게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냈다.하지만 최수빈은 끝까지 흔들리지 않았다.화면의 자료가 모두 재생될 때까지 기다린 뒤,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차분했지만 단호하고 힘이 실린 목소리였다.“임하은 씨가 말한 확실한 증거들은 전부 허점투성이입니다.”그녀는 스크린에 띄워진 이체 내역을 가리켰다.“이 돈이 뇌물이라면, 이체 시점은 왜 심사 종료 사흘 뒤죠? 이미 결과가 나온 뒤인데 어떻게 미리 심사위원을 매수했다는 건가요? 그리고 이 돈을 받았다는 심사위원은 당시 해외 세미나에 참석 중이었습니다. 출입국 기록과 세미나 참석 기록도 다 남아 있고요. 그 사람이 동시에 여기서 돈을 받았다는 건, 무슨 분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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