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나연은 그 자리에 서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얼굴은 잿빛으로 굳어 있었고 최수빈 뒤에 숨은 주시후를 노려보는 눈에는 노골적인 증오가 번들거렸다.그런데 그때, 최수빈의 뒤에 웅크리고 있던 주시후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하얗게 질린 입술을 꽉 물고 눈가는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 두려움과 애원하는 기색이 가득 담긴 얼굴로 진서령을 똑바로 바라봤다.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할머니, 저... 정말 잘못했어요...”콧소리가 잔뜩 섞인, 작지만 또렷한 한마디였다.그 ‘할머니’라는 부름이, 마치 깃털처럼 가벼우면서도 무겁게 진서령의 가슴을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아이를 바라봤다.앙상하게 말라버린 몸, 눈물로 가득 찬 커다란 눈,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표정...어릴 적, 그녀의 품에 파고들어 투정을 부리던 모습과 서서히 겹쳐졌다.그동안 입 밖으로는 한 번도 내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분명 아껴왔던 아이였다.최수빈이 손수 키운 아이인데 어떻게 완전히 모른 척할 수 있겠는가.끝내 진서령은 표정이 조금 누그러지며 굳게 다물고 있던 입술을 살짝 풀었다.그러고는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잘못한 줄 알았으면 됐어.”여전히 건조한 말투였지만 아까와는 분명 다른 온도가 섞여 있었다.최수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조용히 주시후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옆에서는 주민혁이 여전히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그런데 그 와중에도 주나연만은 이 광경을 보며 비웃음을 터뜨렸다.그녀는 최수빈과 주시후를 번갈아 훑어보더니 진서령을 향해 비아냥거렸다.“그렇게 감싸고 돌면 애 망치는 거 몰라요? 두고 보세요. 키워봤자 결국 배은망덕한 놈 될 거니까. 사람은 안 바뀌어요. 저 애 피에 뭐가 흐르는지 잊었어요? 바로 박하린의 피라고요.”그 말은 칼처럼 날카롭게 주시후의 가슴을 깊숙이 파고들었다.아이의 몸이 움찔 크게 떨렸다. 고개는 더 깊이 숙여졌고 어깨가 작게 들썩였다.최수빈의 표정도 단숨에 굳어졌다.반박하기 위해 입을 열려고 했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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