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시간이 멈춰 버린 것만 같았다.최수빈은 자기 앞에 무릎 꿇고 있는 남자를 내려다보았다.지금 주민혁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긴장과 기대, 그리고 불안이 뒤섞인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자신의 모든 자존심도, 강압적인 태도도, 숨겨 두었던 패도 전부 내려놓은 채 말이다.그 모든 것을 최수빈을 앞에 펼쳐 보이고는 단 하나만 묻고 있었다.‘나와 결혼해 줄래?’더는 버틸 수 없었는지라 최수빈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눈물이 계속 흘러내리는 것도, 체면도, 자존심도, 그 어떠한 망설임도 전부 상관없었다.그녀는 허리를 숙여 두 팔을 뻗어 주민혁을 세게 끌어안더니 자신의 얼굴을 그의 목덜미에 묻었다. 그러자 따뜻한 눈물이 주민혁의 옷깃을 흠뻑 적셨다.“할게요.”주민혁의 몸이 굳었다.다음 순간, 그는 최수빈을 힘껏 끌어안았다. 마치 제 몸속에 새겨 넣으려는 듯, 팔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오랫동안 허공에 매달려 있던 마음이 이 순간 비로소 완전히 내려앉았다.긴장도, 불안도, 망설임도...그 모든 것이 최수빈의 ‘할게요’ 한마디에 눈 녹듯 사라졌다.주민혁은 자신의 얼굴을 그녀의 어깨에 묻고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잃어버렸던 사람을 다시 품에 안아 안도와 다정한 기색이 가득했다.“고마워, 최수빈. 나와 결혼해 주겠다고 해 줘서. 앞으로는, 다시는 널 울리지 않을게. 절대.”최수빈은 주민혁을 끌어안은 채 더 서럽게 울었다.하지만 슬퍼서가 아니었다. 너무 오랫동안 눌러 왔던 감정이 이 순간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뿐이었다.그녀는 한때 엇갈렸던 두 사람의 시간을 위해 울었다.함께 지나온 모진 시간들을 위해 울었다.마침내 여기까지 오게 된 지금을 위해 울었다.그리고 주민혁이, 너무 오래 늦어 버린 ‘나와 결혼해 줘’라는 말을 결국 꺼내 준 것이 너무 벅차서 울었다.그렇게 얼마나 오래 끌어안고 있었을까, 최수빈의 감정은 서서히 가라앉았다. 다만 눈가는 여전히 붉어 마치 억울한 일을 겪은 뒤 제대로 안겨 달래진 토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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