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Chapter 141 - Chapter 143

143 Chapters

제141화

주민혁은 최수빈이 보는 앞에서도 박하린과 여러 번 대놓고 사람들 앞에 붙어 다녔다.이건 그녀를 사람 취급조차 안 하는 것이었고 본처의 체면을 진창에 짓밟는 일이었다.아무리 거만해도 그렇지 이 정도까지 할 수 있을까?육민성조차 최수빈이 아깝다고 느꼈다.하지만 최수빈은 이미 마음을 비워버린 지 오래였다.“소송까지 가서 결국 합의 이혼할 건데 굳이 지금 자극할 필요 없어요.”애초에 그들의 결혼은 숨겨진 관계였다.주민혁과 박하린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사이였고 어떤 사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최수빈과 결혼하게 된 거였다.뿌리를 따지고 올라가면 사정은 매우 복잡했다.게다가 최수빈이 이를 공개하는 건 곧바로 박하린에게 모욕이 되는 일이니 그러면 당연히 천공연구원과 이씨 가문을 겨냥당하게 될 터였다.최수빈은 불필요한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때로는 복수하지 않는 게 아니라 때가 오지 않았을 뿐이다.군자는 복수를 서두르지 않는다.아직 날개가 다 자라지 않았는데 함부로 덤빌 이유는 없었다.그들이 자리에 막 앉자 저쪽에서 박하린과 주민혁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다가왔다.최수빈 자리 앞에 이르자 주최 측 관계자가 순간 멈칫했다. 얼굴이 낯설었기 때문이다.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지만 아가씨, 여긴 VIP 구역인데 혹시...?”박하린은 그녀를 바라보며 비웃는 듯한 눈빛을 던졌다.이 업계에서 통하는 건 결국 ‘큰손’이었다.아무리 천공연구원에 몸담고 있는다 해도 최수빈에게는 명분이 없었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업계의 인재들이라 불릴 만한 사람이었는데 최수빈은 조회가 불가한 사람이었다.최수빈은 스스로 신분을 밝혔다.주최 측은 곧 육민성을 알아보고는 인사를 건넸다.그러고는 최수빈을 육민성의 조수나 비서 정도로 여겼다.보통 비서나 조수는 자리에 앉을 수 없지만 이미 그녀가 자리를 잡은 이상 억지로 내쫓기도 곤란했다.그들은 주민혁을 최수빈 옆자리에 앉혔고 박하린은 주민혁 옆에 앉았다.결국 그녀와 박하린이 주민혁의 양옆에 나란히 자리하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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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주민혁이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그는 무심히 그녀가 적고 있는 노트를 흘끗 봤다. 발표회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 적고 있었다.“알아듣고 적는 거야?”남자가 불쑥 물었다.최수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살짝 틀어 더 이상 보여주지 않았다.박하린이 옆에서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딱 봐도 육 대표님 자료 정리 도와주러 온 것 같네요.”학부생이 이런 걸 알아듣기는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그래서 모든 수치와 자료를 그대로 옮겨 적기만 하고 자기 의견은 전혀 담지 않았겠지.’최수빈이 몸을 피하자 주민혁은 입꼬리를 옅게 올려 웃었지만 더는 말하지 않았다.무대 위에서 남이준이 우연히 그 장면을 보았다.주민혁이 말을 걸자 최수빈이 대놓고 등을 돌려 무시하는 모습에 그의 눈빛이 한층 깊어졌다.‘여기까지 노골적으로 싫은 내색을 하다니...’자료 시연이 끝난 뒤, 최수빈은 주민혁 일행이 언제 빠져나갔는지도 몰랐다.발표회장은 인파로 북적거려 숨이 막힐 정도였다.그녀는 바람이라도 쐬려 복도로 나왔다.그런데 멀리서 난간에 기대 담배를 피우는 주민혁이 보였다.최수빈은 사실 그가 담배 피우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결혼 후 내내, 그녀 앞에서는 거의 피우지 않았으니 말이다.주민혁도 최수빈이 나오는 걸 보았다.시선은 여전히 차갑고 무심했고 곧 고개를 돌려 담배를 태우기만 했다. 인사할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최수빈은 숨을 고르며 다가갔다.어젯밤 신혼집에서 원래는 이혼 이야기를 꺼내려 했지만 분위기가 도무지 맞지 않아 입을 떼지 못했었다.그녀가 걸음을 옮기자 남자는 담배를 비벼 끄고는 느긋하게 옷매무새를 털었다.“무슨 일 있어?”“네.”최수빈이 입을 열었다.“우리 문제에 대해서 얘기 좀 해야 할 것 같아서요.”주민혁은 눈을 내리깔며 담담히 그녀를 보았다.“우리 문제라니?”최수빈은 그를 똑바로 보았다.법원에서 받은 소환장 날짜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하지만 재판으로 가면 시간만 오래 끌릴 터였다.차라리 그와 직접 합의를 보고 동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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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주민혁이 떠난 뒤, 최수빈도 곧장 복도를 벗어났다.육민성은 이미 남이준과 협력 논의를 약속해둔 상태였다.“어디 갔었어?”육민성이 그녀가 바깥에서 들어오는 걸 보고 물었다.“좀 바람 쐬고 왔어요.”“그럼 우리 먼저 가자.”육민성이 말했다.“남 대표님은 일에서는 전문성이 높으니 더 깊게 얘기할 수 있을 거야.”발표회장 안에는 귀빈용 접견실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성안에서 내놓은 신소재는 활용도가 높아 협력이 성사되면 앞으로 많은 일을 줄일 수 있을 터였다.그들은 접견실로 향했다.직접 차를 우려내고 있던 남이준은 그들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육 대표님, 수빈 씨. 앉으시죠.”자리에 앉자마자 형식적인 인사가 오갔다.“천공연구원이 정부 입찰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남이준은 차를 따라 권하며 말을 꺼냈다.“네.”육민성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최수빈을 소개했다.“이번 프로젝트 책임자는 최수빈 씨입니다.”남이준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차를 한 모금 마시며 최수빈을 살펴보더니 차분히 잔을 내려놓았다.“육 대표님, 혹시 눈이 가려진 건 아닙니까?”그는 사실 육민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새로운 세대의 선두주자, 업계의 이끄는 인물, 하지만 그가 최수빈의 외모에 끌린 듯 행동하는 건 도저히 동의할 수 없었다.자신이 아는 최수빈은 집에서 아이만 돌보던 학부 출신의 여인일 뿐이었다.그런 사람이 어떻게 천공연구원 프로젝트의 책임자가 될 수 있단 말인가.일을 이렇게 가볍게 여기는 건 받아들일 수 없었다.단순히 그녀를 곁에 두고 사적인 자리에 동행시키는 정도라면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방금 그녀를 ‘책임자’라고 소개한 건, 무책임하고 경솔하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육민성은 시선을 내려 차가 거의 넘칠 듯 찰랑거리는 걸 바라보았다.차가 가득 차면 곧 손님을 내보낸다는 뜻이었다.남이준은 가볍게 웃으며 스치듯 최수빈을 바라봤다.“육 대표님은 대단한 분이라고 존경했었는데... 결국 미인계에 무너져 철저히 타락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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