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그렇게 말하며 잠시 시선을 최수빈에게 스쳤다가 곧 주민혁을 향했다.“하린이한테 주는 거야?”주민혁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느긋하게 대답했다.“응.”그러고는 고개를 살짝 돌려 박하린을 보았다.“갖고 싶은 건 다 사.”박하린을 위해서라면 어떤 대가도 개의치 않았다.그녀의 것이든, 그녀의 것이 아니든 주민혁은 다 빼앗아줄 수 있었다.남이준이 허영희의 이름을 분명히 언급했음에도, 주민혁은 이것이 최수빈 외할머니의 작품이라는 걸 알면서도, 유품임을 알면서도 끝내 빼앗아갔다.최수빈의 감정 따위는 공기 취급이었다.“고마워, 민혁 오빠.”박하린이 살짝 미소 지으며 얼굴 가득 달콤한 빛을 띠었다. 누가 봐도 사랑을 듬뿍 받는 모습이었다.곧이어 그녀가 최수빈을 향해 말했다.“미안하네요, 남의 걸 빼앗아버려서. 하지만 원래 이런 건 돈 많이 주는 사람이 가져가는 거잖아요.”남이준도 무심한 눈길로 최수빈을 스쳤다.“미안해요, 수빈 씨.”이 말은 곧 결정이 내려졌다는 뜻이었다.꽃병은 주민혁에게 넘어간다는 의미였다.진승우가 비웃듯 말했다.“무슨 능력이 있다고 하린 씨랑 다툴 수 있겠어요? 애초에 급이 다른데.”조금 전까지 박하린과 최수빈이 누가 먼저 봤네 하고 얘기한 건, 그저 헛수고일 뿐이라는 태도였다.“수빈 씨, 비열한 수단으로 기어 올라간 사람은 결국 아무 가치 없어요. 부엌에서 하루 종일 불 앞에 서 있어도 남자 마음 하나 못 잡는다고요.”“민혁이 형은 그런 쉬운 남자가 아니에요. 수빈 씨가 어떤 부류인지, 스스로도 잘 알지 않나요?”말끝마다 최수빈을 비꼬았다.그는 그녀가 더러운 수법으로 침대에 올라 주민혁과 박하린의 결혼과 인연을 망가뜨렸다 생각했다.이제 본처가 돌아왔는데도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며 이혼조차 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반면 박하린은 유학파에 두 개의 전공에서 박사 학위를 따낸 신세대 독립 여성, 잔꾀로 살아가는 최수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그러니 어떻게 감히 경쟁을 하나 싶었다.오히려 주민혁이 더 미워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