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혁이 박하린과 그 가족을 챙기는 건 최수빈이 막을 수 없는 일이었다.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오직 자기 일을 묵묵히 해내는 것뿐이었다.이런 소식은 송미연과 육민성에게도 전해졌다.송미연은 최수빈의 얼굴을 살피며 물었다.“이런 뉴스 보고도 지금 이렇게 담담할 수 있어?”최수빈은 차분히 숨을 고르며 답했다.“예전처럼 휘둘릴 필요 없어. 이미 마음 정리했으니까.”그러나 송미연은 여전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진짜 저 두 사람, 너무 역겹다! 결혼 중에도 재산 챙겨주고 박하린은 ‘사모님’이라는 타이틀로 다니면서 뻔뻔하게 나타나고. 진짜 역겹지 않아?”최수빈은 박하린과 주민혁 사이를 이미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그러니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지난번처럼 또다시 상처를 받을 게 뻔했다.“시간은 소중해. 의미 없는 일에 낭비할 필요 없어.”송미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혹시 어느 날 화가 풀리지 않아 싸우고 싶으면, 나랑 같이 가자.”최수빈은 희미하게 웃었다.“넌 참 아직도 어린애 같네.”그날 오후,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최수빈은 오늘 도착한 주예린의 한정판 피규어를 받기 위해 신혼집으로 향했다.출근 후, 최수빈은 회사에서 택시를 타고 빠르게 이동했다.저녁 7시쯤, 신혼집에 도착했을 때는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졌다.그래서 그녀는 손으로 머리를 가리며 뛰었지만 금세 옷이 흠뻑 젖어버렸다.문 앞에서 벨을 눌렀지만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찬 바람과 비가 몸을 감싸 피부에 차갑게 스며들어 최수빈은 다른 문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자물쇠가 이미 교체되어 있었다.최수빈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씁쓸하게 웃으며 현실을 받아들였다.‘정말 냉정하게 다 바꿨구나. 왜 미리 알려주지 않은 거지?’그녀가 다시 돌아서려던 찰나, 휴대전화가 울렸다.주민혁이었다.최수빈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전화를 받았다.“운전해서 운교 별장으로 와. 나 좀 데리러 와줘.”말은 늘 그렇듯 짧았지만 명령처럼 단호했다.전에 그녀는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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