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왜 사과해야 하죠?”최수빈은 고개를 들어 주민혁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했다.“주민혁 씨, 당신이 뭔데 저한테 명령을 해요?”그녀는 날 선 시선을 곧장 조윤미에게로 돌렸다.“다음번엔 뺨 한 대로 끝나지 않을 거예요.”냉혹한 최수빈의 눈빛을 발견하는 순간 주변 공기마저 팽팽하게 얼어붙었다.그 말만 던진 최수빈은 곧장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민혁 오빠.”그러자 옆에 있던 박하린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언니가 너무...”조윤미는 아직 뺨을 감싼 채 머쓱한 듯 웃어 보였다.“최수빈 씨나 이혜정 씨나 정말... 휴, 됐다. 나도 애들하고 싸울 나이는 아니니까.”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아마 네 아내는 하린이한테 질투가 나서 나한테 손찌검한 거겠지. 난 순순히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려고 손 내민 건데 말이야.”조윤미는 의미심장하게 눈을 내리깔았다.“이쯤 되면 우리 사이가 애초에 인연이 아니었던 모양이네.”주민혁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표정한 얼굴이었다.그저 최수빈이 떠나는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거두고 아무 말 없이 발길을 돌렸다.“민혁 오빠, 너무 화내지 마. 언니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야.”박하린은 서둘러 다가가 그를 부축했다.“어제도 이혼 얘기를 꺼냈다면서. 지금 회사 상황도 안 좋으니 아마 많이 예민해진 거겠지.”그 옆에 있던 조윤미는 코웃음을 쳤다.“부부끼리야 무슨 일이든 대화로 풀면 되지. 아줌마야 상관없어.”그러면서도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이런 말을 덧붙였다.“다만 말하자면 여자가 집보다 다른 데에 마음을 두면 그 결혼은 차라리 끝내는 게 나아.”...병원을 나온 최수빈의 호흡은 거칠었다.어딜 가든 마주치는 사람들, 귀신처럼 따라붙는 그 그림자가 숨을 막았다.차에 오르려던 찰나, 휴대폰 벨이 울렸다.발신자는 병원 관계자였다.“최수빈 씨, 어머님의 병실이 VIP 병동으로 옮겼음을 알려 드립니다.”최수빈은 머리를 꾹꾹 누르며 낮게 물었다.“비용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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