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훈은 민채영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증거가 없었다.아니, 정확히 말하면 직접적으로 민채영이 했다는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모든 단서, 모든 진술, 모든 정황은 김이수를 향해 완벽하게 모여 있었다.민채영은 처음부터 끝까지 흠잡을 데 없었다. 다정하고 분별력 있었고 당당했으며 무엇보다 결백해 보였다.그런데도 그는 믿을 수가 없었다.수많은 풍파를 겪으며 생긴 본능적인 경계심, 그리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무엇보다 민채영에 대해 아주 오래전부터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미묘한 의심이 계속 속삭이고 있었다.아니라고, 김이수가 아니라 바로 눈앞의 이 여자라고.눈물까지 흘리며 애처로운 얼굴로 누구보다 연약하고 무고해 보이던, 장성훈이 직접 선택하고 곁에 두고 약혼녀라는 이름과 지위를 준 여자가 말이다.“...나 피곤해.”결국 장성훈은 담담하게 한마디를 남긴 채 시선을 돌렸다.“병원에 가야겠어.”“집안일은, 일단 여기까지 하지.”그는 등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갔다. 망설임도, 미련도 없는 단호한 뒷모습이었다.민채영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렸고 온몸이 얼어붙는 듯 차가웠다.장성훈은 그녀를 의심하고 있었다. 분명 의심하면서도, 확신하지 않았고, 따지지도 않았고, 들추지도 않았다.하지만 묻지 않는 것, 확인하지 않는 것, 믿지 않는 것, 그 모든 것은 직접적인 비난이나 질책보다 훨씬 더 민채영을 숨 막히게 만들었다.그건 곧 장성훈이 더 이상 그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다.그리고 그녀를 이미 ‘위험한 범주’로 분류해 버렸다는 것이었다....병원, 중환자실 앞.장성훈은 유리창 앞에 서 있었다.안쪽에는 여전히 의식을 잃은 강지안이 누워 있었다. 이윽고 그는 휴대폰을 꺼내 한 번호를 눌렀다.“계속 조사해. 김이수의 계좌 전부, 최근 연락한 사람 전부, 돈이 오간 흔적 전부, 누가 압박했는지도 다 확인해. 그리고 민채영 것도 전부 다시 봐. 통화 기록, 송금 내역, 접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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