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Chapter 1571 - Chapter 1580

1586 Chapters

제1571화

“꺼져.”장성훈은 이를 악물고 그 한마디를 짜냈다. 차갑고 잔혹하며 단 한 톨의 감정도 없는 목소리였다.민채영은 전신이 풀려버린 듯 휘청거리며 그대로 쓰러질 뻔했고 더 이상 한 발자국도 다가가지 못했다.구급차와 의사는 가장 빠른 속도로 도착했다.응급 구조대가 방 안으로 들이닥치자마자 강지안에게 즉시 응급처치가 시작됐다.심전도 모니터, 산소 공급, 심폐소생술...가능한 모든 처치가 동시에 진행됐다.“환자 자발 호흡 없음, 심장 박동 없음, 동공 확대... 영양 상태 극도로 악화, 장기간 음식 섭취 없음, 장기 기능 부전, 급성 중독 의심... 즉시 중환자실로 이송해! 빨리!”날카로운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강지안은 들것에 실려 급히 구급차로 옮겨졌고 사이렌을 울리며 병원으로 질주했다.장성훈은 온몸이 얼어붙은 듯한 상태로 뒤따라 올라탔다.강지안의 차가운 손을 꽉 붙잡아봤으나 아무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제가 잘못했어요... 보내줄게요... 제발 깨어나요... 살아 있기만 해요...”그는 계속해서 낮게 중얼거렸지만 목소리는 계속 떨리고 있었다.구급차는 귀를 찢을 듯한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도로를 질주했다.강지안은 그의 옆에 누운 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고 숨은 거의 끊어져 있었다.모니터에 잡힌 미약한 곡선 하나하나가 장성훈의 신경을 찢어 놓았다.처음으로 알 것 같았다. 자기가 그녀를 잃고 있다는 것을, 그것도 자신의 손으로 직접 밀어버린 것이다.병원 조명은 새하얗게 눈부셨다.중환자실 문이 천천히 닫히며 강지안을 생사의 경계로 밀어 넣었다.그리고 그는 그 바깥에 갇혔다.모든 희망이 그 순간 끊어졌다.민채영은 별장 거실 바닥에 주저앉아 온몸을 떨었다.분명 통쾌할 줄 알았고 해방감을 느낄 줄 알았는데 실제로 강지안이 실려 나가고 죽음 직전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바로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말이다.민채영은 사람을 죽일 뻔했다. 그리고 장성훈은 절대 그녀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었다....병원.장성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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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2화

장성훈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피가 한순간에 식어버린 것 같았다.단순한 단식으로 인한 쇠약이 아니고 몸이 버티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누군가가 독을 탄 것이었다.그것도 그의 눈앞에서, 대놓고, 강지안의 목숨을 노린 것이다.가슴 속에서 거대한 살기가 폭발하듯 치밀어 올라 그대로 몸 전체를 찢어버릴 것만 같았다.장성훈은 주먹을 꽉 쥐었다.“누가 한 거죠?”이는 질문이 아닌 선고였다.“현재 추가 검사를 진행 중이지만 독성 물질은 최근에 섭취된 것으로 확인됩니다.”의사가 말했다.“이미 위세척과 해독제를 투여했고 생명 징후는 일단 안정됐습니다. 하지만 아직 위험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어요. 즉시 중환자실로 옮겨 24시간 집중 관찰이 필요합니다.”“들여보내 주세요.”장성훈의 목소리는 거칠게 갈라져 있었다.“아가씨를 봐야겠습니다”“장 대표님, 지금은 아직...”“직접 보겠다니까요.”그의 눈빛은 사람을 얼어붙게 만들 만큼 차가웠다. 통제 직전, 언제라도 모든 걸 박살 낼 것 같은 살기였다.결국 의사는 더 이상 막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간단한 정리를 마친 뒤 장성훈을 안으로 들였다.응급실 안은 새하얗게 비어 있었고 기계음만이 차갑게 울리고 있었다.침대 위에 누워 있는 강지안의 온몸에는 각종 관이 연결되어 있었고 호흡기는 그녀의 숨을 대신하고 있었다.얼굴은 여전히 창백해서 거의 투명했고 입술에는 핏기 하나 없었다.그녀는 눈을 감은 채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있었다. 마치 아직도 고통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듯했다.그 오만하고 강하던 강지안이, 지금은 건드리기만 해도 산산이 부서질 것처럼 위태로웠다.장성훈은 침대 곁으로 다가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링거가 꽂히지 않은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차갑고, 얇고, 아무 힘도 없는 손이었다.“찾을게요.”그의 목소리가 극도로 떨리고 있었다.“누가 한 건지 알아낼게요. 반드시... 백 배로 갚게 만들 겁니다. 그러니까 버텨요. 살아 있기만 하면... 뭐든지 다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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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3화

장면 하나하나가 민채영의 머릿속에서 미친 듯이 반복 재생됐다.숨이 막힐 것 같았다.처음에는 모든 게 완벽할 거라고 생각했다.강지안은 이미 며칠째 단식으로 몸이 극도로 약해져 있었으니 설령 갑자기 죽는다 해도,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그냥 장기 부전, 스스로 몸을 망쳐 죽은 것이라고 생각할 줄 알았다. 누가 그 ‘다정하고 이해심 많은 약혼녀’가 독을 탔다고 의심하겠는가.하지만 예상치도 못하게 강지안이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온 것이었다.그리고 더 끔찍한 사실은 ‘독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사실이었다.그 네 글자는 민채영의 심장을 칼처럼 꿰뚫었다.이대로 수사가 이어지면 음식, 제비집, 접촉했던 사람들까지 전부 거슬러 올라가게 될 것이고, 가장 먼저 의심받는 건 그녀였다.그 제비집은 민채영이 직접 들고 갔다. 그 약도 그녀가 직접 먹였다.게다가 마지막까지 강지안과 가장 가까이 있었던 사람도 그녀였다.증거는 너무 명확했고 변명조차 불가능했다.무엇보다 그녀는 장성훈의 방식이 어떤지 잘 알고 있었다.겉보기엔 차분하고 냉정한 사람이지만, 선을 넘는 순간 완전히 미쳐버리는 사람이었다. 그는 누가 자신이 아끼는 사람을 건드렸다고 판단되면 자기 자신까지 망가뜨릴 정도로 잔혹해졌다.‘만약 성훈 씨가 이 일이 나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생각만 해도 숨이 막혔다.“안 돼... 들키면 안 돼...”민채영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얼굴은 창백했고 눈물은 제멋대로 흘러내렸다.감옥도, 몰락도, 모든 걸 잃는 것도, 그리고 무엇보다 장성훈에게 미움받는 것도 견딜 수 없었다.반드시 방법을 찾아야 했다.그러다 문득 그녀의 머릿속에 하나의 위험한 생각이 빠르게 자리 잡았다.‘희생양을 만들자.’누군가를 대신 범인으로 세우는 것이었다.그 사람은 반드시 강지안에게 접근할 수 있고, 범행 가능성이 있으며, 신분이 낮고, 문제가 생겨도 크게 의심받지 않을 인물이어야 했다.민채영이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2층 손님방 청소와 강지안의 식사, 물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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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4화

전화가 끊기자 민채영은 소파에 그대로 무너져 앉았다.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그녀는 자신이 악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잔인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한 사람의 무고한 인생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선택지가 없지 않는가.살아남기 위해서, 장성훈의 곁에 남기 위해서, 지금 가진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서, 그녀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이수 씨. 원망하려면... 이수 씨 운이 나빴다고 생각해.’...밤 11시.장성훈이 별장으로 돌아왔다.별장 안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정적에 잠겨 있었고 모든 도우미들은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그가 문을 들어서는 순간,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살기가 공간 전체를 짓눌렀다.“대표님.”집사가 다가와 목소리를 떨었다.“조사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CCTV를 확보 중이고 지안 아가씨와 접촉한 모든 사람들이 대기 중입니다.”장성훈은 그를 보는 대신 거실을 훑어보다가 소파에 앉아 눈가가 붉어진 채 불안한 얼굴을 하고 있는 민채영에게 시선이 멈췄다.잠시 걸음을 멈춘 그는 마음속에 의심이 스쳤지만 곧 억지로 눌러버렸다.“지안 씨 상태는 어때?”민채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을 머금은 얼굴로 다가왔다. 그 모습은 애처로울 정도로 연약해 보였다.“너무 걱정돼... 독성 물질이 왜 갑자기 검출돼? 누가 그렇게 잔인한 짓을...”그녀는 완벽했다. 걱정, 슬픔, 혼란, 두려움까지 전부 자연스러운 것이 평소의 온순하고 다정한 약혼녀 그대로였다.장성훈은 그런 민채영을 바라보다 낮게 말했다.“아직 중환자실이야.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어떡해...”민채영은 입을 틀어막고 눈물을 떨어뜨렸다.“오늘 오후에 내가 직접 제비집도 갖다 줬는데... 그때는 괜찮아 보였는데... 갑자기 왜...”그녀는 스스로 ‘제비집’ 얘기를 꺼냈다. 자신이 접촉했다는 사실까지 먼저 언급하며 오히려 더 당당하게 보이려는 것이었다.그러자 장성훈은 미간을 찌푸렸다.“그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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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5화

“다시 물을게.”장성훈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갑고 사람을 짓누르는 카리스마가 서려 있었다.“강지안에게 독을 탄 게 너야?”옆에서 조사 담당자가 낮게 보고했다.“대표님, 김이수 씨의 휴대폰을 확인했습니다. 최근에 빚이 있었고 경제적으로 많이 힘든 상태였어요. 그리고... 과거에 강씨 가문에서 해고된 적이 있어서 앙심을 품고 있던 기록도 있습니다.”동기, 기회, 시간, 정황, 모든 것이 갖춰졌다.민채영은 멀리 서 있었다. 손바닥은 땀으로 젖어 있었고 심장은 터질 듯 뛰고 있었지만, 얼굴만큼은 여전히 연약하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눈빛 깊은 곳에는 안도감이 스쳤다.‘됐어. 모든 게 내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어.’결국 절망한 김이수는 바닥에 엎드린 채 숨이 넘어갈 듯 울부짖었다.“맞아요... 제가 했어요... 제가 지안 아가씨에게 독을 탔습니다... 아가씨가 미웠거든요... 강씨 가문도 미웠어요... 빚 때문에 더는 살 수 없어서... 같이 죽이고 싶었어요... 다른 사람은 아무 상관 없어요... 전부 저 혼자 한 짓입니다...”그녀는 이미 외워둔 진술을 반복하며 울부짖었다. 목소리는 갈라지고 표정은 절망과 후회로 가득했다.그래서 집사도, 도우미들도, 조사팀도 모든 사람이 믿었다.그러나 오직 민채영만이 알고 있었다.저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녀의 가족을 볼모로 한 협박과 거액의 돈으로 만들어진 거짓이라는 것을...장성훈은 바닥에 무너져 우는 김이수를 내려다봤다. 눈빛에는 아무 감정도 없이 오직 차갑고 짙은 살기만 있을뿐이었다.곧 그가 망설임 없이 말했다.“끌고 가서 경찰에 넘겨. 법대로 처리해. 그리고 가족들은... 이 도시에서 전부 내쫓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해.”김이수의 몸이 크게 떨리더니 순간 울음이 뚝 끊겼다. 눈에는 절망이 스쳤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끌려갔다.거실은 다시 정적에 잠겼다.민채영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온몸의 힘이 풀리며 벽에 기대니 눈물이 흘렀다.“이수 씨가... 왜 그런 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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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6화

장성훈은 민채영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증거가 없었다.아니, 정확히 말하면 직접적으로 민채영이 했다는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모든 단서, 모든 진술, 모든 정황은 김이수를 향해 완벽하게 모여 있었다.민채영은 처음부터 끝까지 흠잡을 데 없었다. 다정하고 분별력 있었고 당당했으며 무엇보다 결백해 보였다.그런데도 그는 믿을 수가 없었다.수많은 풍파를 겪으며 생긴 본능적인 경계심, 그리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무엇보다 민채영에 대해 아주 오래전부터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미묘한 의심이 계속 속삭이고 있었다.아니라고, 김이수가 아니라 바로 눈앞의 이 여자라고.눈물까지 흘리며 애처로운 얼굴로 누구보다 연약하고 무고해 보이던, 장성훈이 직접 선택하고 곁에 두고 약혼녀라는 이름과 지위를 준 여자가 말이다.“...나 피곤해.”결국 장성훈은 담담하게 한마디를 남긴 채 시선을 돌렸다.“병원에 가야겠어.”“집안일은, 일단 여기까지 하지.”그는 등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갔다. 망설임도, 미련도 없는 단호한 뒷모습이었다.민채영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렸고 온몸이 얼어붙는 듯 차가웠다.장성훈은 그녀를 의심하고 있었다. 분명 의심하면서도, 확신하지 않았고, 따지지도 않았고, 들추지도 않았다.하지만 묻지 않는 것, 확인하지 않는 것, 믿지 않는 것, 그 모든 것은 직접적인 비난이나 질책보다 훨씬 더 민채영을 숨 막히게 만들었다.그건 곧 장성훈이 더 이상 그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다.그리고 그녀를 이미 ‘위험한 범주’로 분류해 버렸다는 것이었다....병원, 중환자실 앞.장성훈은 유리창 앞에 서 있었다.안쪽에는 여전히 의식을 잃은 강지안이 누워 있었다. 이윽고 그는 휴대폰을 꺼내 한 번호를 눌렀다.“계속 조사해. 김이수의 계좌 전부, 최근 연락한 사람 전부, 돈이 오간 흔적 전부, 누가 압박했는지도 다 확인해. 그리고 민채영 것도 전부 다시 봐. 통화 기록, 송금 내역, 접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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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7화

장성훈은 옆에 늘어뜨린 손을 아주 미세하게 움켜쥐었다. 변명은 하지 않았다.“알고 있습니다.”“알고 있다고요?”최수빈이 즉각 받아쳤다.“알고 있으면서도 이렇게까지 한 거예요? 장성훈 씨, 입만 열면 보호해 주겠다면서 지금 지안 씨가 어떻게 된 건지 안 보여요?”그녀는 중환자실 안쪽을 가리켰다. 그쪽에는 생기 하나 없는 강지안이 누워있었다.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지안 씨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어요. 자존심 세고 자기 미래가 뚜렷하고 해외로 나가서 국경없는의사회의 의사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그게 지안 씨의 인생이었다고요. 근데 성훈 씨가 무슨 권리로 지안 씨를 가둬요? 무슨 권리로 날개를 꺾어요? 무슨 권리로 성훈 씨가 말하는 안전한 새장에 가둬버리냐고요. 그 결과가 이거잖아요. 중독당해서 지금은 죽을 뻔해서 중환자실에 누워 있어요! 이게 안전하다는 거예요? 이게 성훈 씨가 전부를 걸고 지키려던 결과냐고요.”장성훈의 얼굴이 창백해졌지만 끝내 반박하지 않았다. 최수빈의 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전부, 그의 잘못이었다.“이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그의 목소리는 거칠게 갈라져 있었다.“저는 그냥, 아가씨가 아프리카에 가는 게 싫었습니다. 밖에서 죽을까 봐... 저는, 그게 무서웠습니다.”“죽을까 봐요? 그래서 살아있는 사람을 이렇게 망가뜨려도 된다는 거예요?”최수빈이 차갑게 딱 잘라 말했다. 장성훈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실망한 기색이 가득했다.예전에는 그녀도 믿었었다. 장성훈이 진심으로 강지안을 지키려 하는 거라고 말이다.십 년 동안 이어온 보호였고, 뼛속까지 박힌 집착 같은 애정이라고...적어도 장성훈의 기준은 단 하나, 강지안의 안전과 행복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알았다.그의 사랑은 너무 이기적이었다. 너무나 집착적이었고 사람을 망가뜨리는 방식이었다.그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뒀고, ‘보호’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성훈 씨, 저는 정말 성훈 씨에게 실망했어요. 오늘 이후로 지안 씨의 일은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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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8화

주민혁은 장성훈의 속 안에 있는 고통과 죄책감을 읽어낼 수 있었다.하지만 강지안이 입은 피해는 되돌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성훈 씨는 선택할 수 있었어요.”주민혁이 장성훈을 바라봤다.“그냥 선택하지 않은 것뿐이죠. 진실을 우리한테 말하고, 같이 방법을 찾고, 같이 지안이를 지키면 됐어요. 굳이 이런 식으로 가둬둘 필요까지는 없었다고요. 모든 걸 혼자 숨기고, 혼자 판단하고, 혼자 이게 지안이를 위한 길이다라고 결정해 버리니까 결국 둘 다 망가지는 거예요.”장성훈은 눈을 감더니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강지안은 더 위험해질 수 있었으니 말이다....최수빈은 더 이상 장성훈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한 번 더 보면, 한 번 더 들으면,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실망이 아니라 혐오에 가까운 감정이었다.그래서 그녀는 유리창 너머 중환자실 안의 강지안을 오래 바라봤다.“지안 씨, 제발 깨어나요. 깨어나면, 내가 데려가 줄게요. 다신 여기 돌아오지 맙시다. 다시는 이런 고통 받지 맙시다.”강지안의 상태가 일단 안정적인 것을 확인한 뒤, 최수빈은 주민혁의 팔을 잡았다.“가요.”주민혁은 고개를 끄덕였고 더는 머물지 않았다.그렇게 두 사람은 돌아서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최수빈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이미 그녀의 마음속에서 장성훈은 완전히 끝난 사람이었다....엘리베이터는 천천히 내려가 지하 주차장까지 도착했다.병원 지하 주차장주민혁은 최수빈의 손을 놓지 않은 채 꼭 잡고 있었다.그녀가 흔들리지 않게,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너무 화내지 마.”그가 낮게 말했다.“지안이는 깨어날 거야. 그러고 나면 우리가 데려가면 돼. 더 이상 성훈 씨가 손 못 대게 할 거야.”최수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은 여전히 붉었다.“그냥... 너무 화나요. 지안 씨가 얼마나 자존심 세고 자기 삶이 확실한 사람인데요... 왜 이런 걸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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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9화

그 사람은 심종연이었다.‘저 사람이 왜 여기 있는 거지? 어떻게 이 병원 지하 주차장에 나타난 거지?나랑 민혁 씨를 따라온 걸까, 아니면... 지안 씨를 노리고 온 걸까?’최수빈의 마음속에서 끔찍한 의문이 폭발하듯 번져 나갔다.강지안은 약물 중독으로 죽을 뻔했다.그리고 장성훈은 분명 말했었다. 누군가 그녀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고.그런데 하필 이 시점에 심종연이 병원에 나타났다니, 이 모든 게 정말 우연일까?최수빈은 더 이상을 생각하는 것조차 두려웠다.‘만약 이번 중독 사건이 정말 심종연과 관련된 거라면...’이 일은 그들이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훨씬 더 끔찍한 사건일지도 몰랐다....주민혁의 얼굴도 완전히 굳었다.그가 아는 최수빈은 괜히 과장하거나 헛것을 볼 사람이 아니었다.그녀가 심종연을 봤다 했다면 그건 틀림없이 사실이었다.그리고 이 타이밍에 심종연이 이곳에 나타난 것 자체가 이미 이상했다. 우연이라고 보기엔 너무 정확했다.“일단 진정해.”주민혁이 그녀의 손을 더 꼭 잡으며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있잖아.”그는 주차장 전체를 경계하며 빠르게 훑어 보았다.“먼저 여기서 나가자. 괜히 건드리지 말고.”“그런데 지안 씨는...”최수빈이 걱정스레 말했다.“바로 사람 붙일게.”주민혁이 단호하게 말했다.“병원 보안 강화하고 중환자실도 24시간 통제할 거야. 아무도 못 들어가게 철저히 확인할게. 만약 진짜 심종연이라면 목표는 거의 확실히 지안이야.”그는 최수빈을 부축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일단 나가. 돌아가서 다시 정리하자. 이건 이제 성훈 씨 혼자 감당할 문제가 아니야.”최수빈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계속해서 뒤를 돌아봤다.주차장 가장 깊은 곳, 마치 어둠 속에 웅크린 짐승처럼 검은색 승합차는 조용히 서 있었다.움직임 하나 없는데도 본능적인 공포심을 자극했다.심지어 그녀는 차 안의 누군가도, 짙게 선팅된 창 너머로 자신들을 보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등골이 서늘해졌다.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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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0화

장성훈은 거의 중환자실 문 앞에 못 박힌 것처럼 서 있었다. 수염은 거칠게 올라와 있었고 눈 밑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구겨진 정장은 형태를 잃어버린 지 오래라 마치 마지막 남은 한 줄기 빛을 지키는 죄수 같았다.그는 갈 수도 잠들 수도 없었다. 의사가 어떤 나쁜 말이라도 할까 봐 들을 용기도 없었다.최수빈과 주민혁이 떠난 뒤, 긴장으로 인해 팽팽하게 굳어 있던 그의 신경은 단 한 번도 풀린 적이 없었다.한쪽에는 생사를 알 수 없는 강지안, 다른 한쪽에는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민채영의 약물 중독 사건이 있었다.게다가 지하 주차장에서 스쳐 지나간 그 그림자까지...그 순간, 장성훈은 누구보다 확실히 그게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바로 심종연일 것이었다.그가 등장한 순간, 모든 사건은 더 이상 단순한 감정싸움이나 질투, 혹은 독살 사건이 아니었다.이건 사람 목숨이 걸린 일이었다....같은 시각, 주씨 가문 별장 최상층 서재.스탠드 조명이 켜진 방 안은 납이 깔린 듯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소파에 앉아 있는 최수빈의 손끝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눈을 감으면 중환자실 침대 위의 강지안, 온몸에 연결된 각종 기계, 그리고 주차장에서 스쳐 지나간 그 섬뜩한 그림자가 계속 떠올랐다.“민혁 씨.”그녀가 아주 낮게 말했다.“내가 본 사람 진짜 심종연이 맞는 것 같아요.”창가에 서 있던 주민혁이 천천히 돌아섰다.그는 평소처럼 부드럽지 않았고 짙은 색의 셔츠를 입어 오히려 더 날카롭고 차가워 보였다.“알아.”그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우연히 나타난 게 아니야. 지안이의 독살 사건, 민채영 혼자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거든.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이 있어. 약도, 타이밍도, 용기도...”최수빈이 급히 고개를 들었다.“설마... 민채영 씨의 독약이 심종연 거라는 거예요?”“거의 확실해.”주민혁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심종연은 해외에서 몇 년 동안 비정상적인 것들을 다뤄왔어. 무색무취, 추적 어려운 독 같은 건 그쪽 방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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