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성훈 씨의 일이기도 하고 지안이의 일이기도 합니다.”주민혁이 서두르지 않고 말했다.“성훈 씨는 지안이를 보호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정작 그게 지안이가 원하는 것인지 물어본 적은 있습니까? 지안이는 해외로 나가서 국경 없는 의사회의 일원이 되고 싶어 했어요. 오랫동안 준비해 온 꿈이죠. 그런데 성훈 씨는 한마디로 그 모든 노력을 다 부숴버렸어요. 지안이를 이 화려한 새장에 가둬 두고 평생 성훈 씨의 통제 안에서 살게 만들었죠. 성훈 씨, 사랑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닙니다.”주민혁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날카롭게 박혔다.“성훈 씨가 지안이를 곁에 묶어둘수록, 지안이는 감사해하지도 않고 사랑하지도 않을 겁니다. 점점 더 성훈 씨를 미워하게 될 뿐이죠, 뼛속까지. 결국 이대로라면, 지안이는 성훈 씨의 이름만 떠올려도 두려움과 숨 막힘만 느끼게 될 겁니다.”서재 안은 완전히 정적에 잠겼다.장성훈은 고개를 숙인 채 긴 속눈썹 아래로 눈빛을 감췄다. 때문에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얼마나 지났을까,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알고 있습니다.”목소리가 낮고 미세하게 갈라져 있었다. 처음으로 장성훈은 타인의 앞에서 모든 가면을 내려놓고 있었다.“아가씨가 저를 미워하게 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하는 모든 행동이 절 더 싫어하게 만들고, 더 멀어지게 만들 거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제가 이러는 게 이기적이고, 과하고, 비합리적이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말을 할수록 장성훈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졌다.주민혁은 그런 그를 조용히 바라볼 뿐, 말을 끊지 않았다.알 수 있었다, 장성훈은 몰라서 이러는 게 아니라는 걸.알면서도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믿고 있는 것이었다.“그런데 왜 그러는 거예요?”주민혁이 낮게 물었다.“놓아주는 게 지안이를 위한 길이고, 성훈 씨에게도 더 좋은 선택 아닙니까? 지안이는 자신의 삶을 살 수 있고 성훈 씨는 민채영 씨와 성훈 씨의 삶을 살면 돼요. 서로 아무 빚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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