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숨긴 건 아니에요.”장성훈은 난처한 듯 두 손을 펼쳐 보였다.“퇴원하던 날, 아가씨가 아무한테나 연락하거나 갑자기 밖으로 나갈까 봐 제가 일단 맡아둔 거예요. 안에 있는 건 건드리지 않았어요. 아가씨의 사생활도 보지 않았고요.”“어디 있어요?”강지안의 목소리는 차갑기만 했다.곧 장성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쪽을 가리켰다. 가장 아래쪽, 자물쇠가 달린 서랍이었다.“저기 있어요. 열쇠는...”잠시 말을 멈춘 그는 침대 옆 협탁 구석을 바라보았다.“저기 위에 있고요.”강지안은 곧바로 몸을 돌려 열쇠를 집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책상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은 뒤, 열쇠를 자물쇠 구멍에 꽂았다.찰칵, 잠금이 풀렸다.서랍을 열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자신의 휴대폰이었다.휴대폰은 서랍 한가운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얌전히 놓여 있었다.그 순간, 강지안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마치 마지막 남은 생명줄을 붙잡은 것처럼, 그녀는 손을 뻗어 휴대폰을 꼭 움켜쥐었다.차가운 화면이 손바닥에 닿았다. 그 감촉이 이상하리만큼 선명하고 현실적으로 느껴졌다.마침내 자신의 것을 되찾은 것이었다.장성훈은 그녀의 뒤에 선 채 안도한 듯한 그녀의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휴대폰 돌려줄게요. 앞으로는 직접 가지고 있어요. 다시는 제가 보관하지 않을게요.”강지안은 휴대폰을 손에 쥔 채 뒤돌아보지도, 무슨 말을 하지도 않았다.손끝에 힘이 조금 더 들어가며 그녀는 까만 화면을 내려다봤다.이 작은 기계 안에는 그녀의 과거가, 잊어버린 기억이 들어 있었다.자신이 누구인지, 누구를 사랑했는지, 누구를 미워했는지, 그리고 어떤 일을 겪어왔는지가 모두 담겨 있었다.강지안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 뒤 전원 버튼을 눌렀다. 꺼져 있던 화면이 서서히 밝아졌다.그 모습을 바라보는 장성훈의 눈빛은 깊고 복잡했다.휴대폰이 켜지는 순간,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것들이 생길 거라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어쩌면 그녀는 모든 기억을 되찾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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