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Kabanata 181 - Kabanata 190

604 Kabanata

제181화

룸으로 돌아왔을 때, 최수빈의 온몸은 싸늘했다.“왜 그래? 과일 접시 가지러 간 거 아니었어? 기분이 별로야?”송미연이 물었다.최수빈이 앉으며 말했다.“밖에서 재수 없는 사람을 마주쳤어.”그 말에 다들 곧장 그녀가 누구를 봤는지 짐작했다.송미연은 손사래를 쳤다.“재수 없긴! 술이나 마셔서 기분 풀자.”그날 술자리는 일찍 끝났다.집에 돌아오니 겨우 아홉 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최수빈은 노트북을 켜서 일을 조금 더 하려 했다.지금 그녀 손에는 두 개의 주도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하나는 정부와 연계된 사업이고 또 하나는 최전선의 연구 과제였다.그런데 막 노트북을 켜려는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주민혁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그녀는 손을 뻗어 바로 끊어버렸다.하지만 상대는 끈질겼다.끊자마자 다시 걸려온 것이다.최수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하필 이런 때에.’게다가 당장 차단할 수도 없었다.30일의 이혼 숙려기간이 끝나야 동사무소에 가서 이혼 절차를 진행할 수 있기에 연락은 불가피했다.하여 그녀는 휴대폰을 집어 들어 아예 전원을 꺼버렸다....다음 날.최수빈은 이른 아침 일찍 천공으로 출근했다.오늘은 현장에 나가 기술 점검을 하는 날이었다.최수빈이 맡은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고,한재준 역시 큰 관심을 두며 종종 진척 상황을 살펴보고 있었다.요즘 그녀의 마음은 온통 일에 쏠려 있었다.그날, 최수빈은 육민성과 함께 다른 회사의 기술 점검을 끝내고 나오는 길이었다.그때 육민성의 전화가 울렸다.그는 걸음을 멈추고 화면을 보더니 얼굴을 찌푸렸다.“누구예요 왜 갑자기 얼굴이 굳어지는 건데요?”“남이준이야.”최수빈은 피식 웃었다.“이 시점에 무슨 일로요?”육민성은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아마 어디서 최신 정보를 입수했겠지. 협력 얘기를 하고 싶어서일 거야.”이미 천공은 플라잉 테크와 계약을 맺어 협력을 성사시켰고 정부 쪽 프로젝트도 곧 완성될 단계였다.남이준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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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입만 살았지, 뭐가 그리 잘났어?”한재준이 투덜거리며 몇 가지 음식을 아무렇게나 시켰다. 원래 그는 이런 데 크게 까다롭지 않았다.그는 최수빈을 바라보며 물었다.“최근 프로젝트 진행은 순조롭지? 이달 중순쯤이면 본격적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긴장되지 않아?”“괜찮아요.”최수빈은 담담했다.“2, 3월에 한 일은 8, 9월이 되면 결과가 나옵니다.”게다가 그녀는 이번 프로젝트들에 대한 확신이 충분했다.그들은 프로젝트를 두고 여러 얘기를 나눴다.한재준은 연구소 쪽에서 막혀 있는 난제 몇 가지를 꺼냈다.“너희 둘 중에 누가 해결할 수 있겠어?”최수빈이 곧바로 말했다.“제가 해보겠습니다.”한재준은 콧소리를 내며 그녀를 흘끗 보고는 20분을 주었다.그러자 최수빈은 20분도 채 되지 않아 해결 방안을 내놓았다.“뒤처진 건 별로 없구나.”“네.”최수빈은 담담히 받아들였다.“이 업계는 조금이라도 허투루 하면 살아남을 수가 없잖아요.”잠시 망설이다가 최수빈이 입을 열었다.“선생님, 이 업계는 늘 앞을 향해 달려갑니다. 저도 학력을 더 올리고 싶어요. 대학원에 진학해 연구를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입술을 꾹 다문 채 더 물었다.“선생님께서 보시기에 지금도 기회가 있을까요?”사실 최근 그녀는 이미 눈에 띄는 성과들을 내왔다.능력만 따지자면 석사나 박사 과정 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하지만 학계에서는 여전히 ‘학력’을 중시했고 학문이란 함부로 대충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었다.한재준은 바로 답하지 않고 묘한 미소를 띄운 채 그녀를 지켜보기만 했다.최수빈은 속으로 알았다. 선생님이 그렇게 쉽게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라는 걸.지난번 대회에 나간 것도 지금 여러 프로젝트를 해내고 있는 것도 모두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성과로 보여주며 말하고 싶었다. 이건 단순한 충동이 아니라는 걸.자신은 이 업계에서 계속 배우고 나아가고 싶다는 결심을.그러려면 좋은 스승이 필요했다.이때 육민성이 거들었다.“수빈이 정말 열심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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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최수빈은 거절이 분명했다.계약서에는 결혼 및 이혼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내용만 있을 뿐, 신혼집에 반드시 돌아가 협조하라는 조항은 없었다.주민혁은 눈매가 담담했고 아무 말 없이 천천히 자동차 키를 거두어들였다.“민혁 오빠, 먼저 수빈 씨가 나 집에 데려다주게 해줘. 나 급한 일 있거든.”바로 그때 박하린이 안에서 나왔다.둘은 이미 이혼 신고를 마쳤고 박하린은 이제 당당하게 그녀를 ‘수빈 씨’라고 불렀지 더 이상 ‘언니’이라 부르지 않았다.최수빈은 남자 쪽을 한 번 냉정하게 바라보고 비웃음을 흘렸다.박하린은 태연하게 다가와 자길 데려가 달라 부탁하는 모양이었다.‘아마 안에서 이미 다 상의가 끝났나 보네. 완전히 날 기사 취급하는 거잖아?’“수빈 씨, 부탁드려요.”표면상으로는 예의 있게 말했지만 그 경멸 어린 눈빛은 숨길 수 없었다.최수빈은 냉정한 얼굴로 박하린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급하게 환생하고 싶으면 내가 태워다줄게요.”그 말에 박하린의 웃음은 순간 굳어졌다.말을 잇기도 전에 앞에 한 대의 승용차가 섰다.차창이 내려가며 육민성의 얼굴이 보였다.“수빈아, 타.”조금 전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끌고 나왔을 때, 육민성이 마침 그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본 것이다. 분명 다시 최수빈에게 트집을 잡으려 한 장면이었다.최수빈은 거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빨리 그 자리를 떠나고 싶어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진승우는 나오자마자 마침 그 장면을 목격했다. 그 순간 그는 차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보았다.한재준!511 연구소의 한재준이었다!하지만 그가 다가가 말도 건네기 전에 차는 바로 출발해 버렸다.박하린은 크게 실망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성격도 참 모났다니까.”박하린이 주민혁을 힐끗 보며 웃었다.“민혁 오빠, 오빠는 참 착한 것 같아요.”그렇게 오랜 시간 같은 집에서 같이 지내며 참아온 걸 보면 대단하다고 여긴 모양이었다.남자는 박하린을 한 번 담담히 쳐다보더니 웃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진승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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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최수빈의 학력으로 보나, 사회와는 접점조차 거의 없이 늘 전업주부로 지내왔다는 점으로 보나 아무리 좋은 자원을 쏟아부어도 결국은 허비라는 식으로 그들은 평가했다.“저런 모습으로 업계에서 뿌리내려 올라가겠다니... 정말 터무니없는 망상이죠.”그녀는 하늘 높고 땅 두터운 줄도 모른 채, 이 업계의 문턱이 얼마나 높은지, 한 편의 논문이 얼마나 값어치가 있는지조차 모를 것 같았다.최수빈은 논문 내용을 봐도 이해 못 할 거라는 게 그들의 공통된 판단이었다.박하린이 미소를 지으며 거들었다.“그렇게 단정 짓지 마세요. 어쩌면 수빈 씨는 업계에 들어올 생각이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을 수도 있죠.”의미심장하게 덧붙였다.“물론 그냥 단순히 밥 한 끼 먹으러 갔을 수도 있고요.”진승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비웃었다.“누가 알겠어요?”박하린은 입술을 다물고 주민혁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업계 관련해서 말씀드리자면... 귀국하고 나서 논문 지도를 받을 필요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몇 번 한재준 원장님을 뵈었지만 그다지 이상적이지는 않았어요.”“괜찮아.”주민혁은 담담히 대꾸하며 담배를 붙였다.잿가루를 털어내는 손길은 태연했고 목소리에는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진짜 금은 불 속에서도 빛나지.”그가 박하린을 바라보며 말했다.“다음 주 정부 주관 업계 정상회담에 너도 같이 가자.”박하린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역시 난 여전히 민혁 오빠 눈에 가장 중요한 존재야.’“하린 씨의 실력이라면 국내에서 지도 교수님 찾는 건 어렵지 않을 거예요.”진승우가 맞장구를 쳤다.공대 여학생 중 우수한 인재는 드물고 그중에서도 박하린은 업계 최고라 할 만했다.그녀는 이미 육민성을 능가하는 기세를 보이고 있었고 주민혁의 추천까지 받는다면 앞으로의 길은 탄탄대로일 터였다.박하린은 웃으며 말했다.“그만 하세요, 괜히 아부는.”주민혁은 손에 쥔 담배를 꺼트리며 눈매를 좁혔다.“요즘 천공의 프로젝트가 잦아. 정부 프로젝트와도 연계되고 있지. 이런 시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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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최수빈은 주예린을 위해 문구점에 들러 문구류를 잔뜩 사 왔다.주예린은 얼마 전 암벽등반을 하다 물에 빠져 놀란 뒤로 집에서 요양 중이었지만 학업만큼은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집에 돌아와 보니 주예린의 상태가 많이 회복된 듯했다.최수빈은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내일이면 어린이집 갈 수 있겠다.”그러나 ‘어린이집’이라는 말에 주예린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그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짧게 대답할 뿐이었다.최수빈은 요즘 딸의 기분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걸 느끼고 있었다.아마도 주민혁과 앞으로는 아무런 관계도 없을 거라고 말해준 탓일 것이다.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늘 아빠를 기대하고 있었을 딸에게 이제는 완전히 끊겼다고 말해버렸으니 당연히 마음이 가라앉을 수밖에...물론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었다.최수빈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아가, 무슨 속상한 일 있으면 엄마한테 꼭 말해야 해.”주예린은 고개를 숙인 채 새로 사 온 문구류를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없어요.”최수빈은 딸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아빠 일... 네가 부족해서 그렇다고 생각하지 마. 아빠가 널 좋아하지 않는 것도 엄마가 아빠와 이혼한 것도 모두 감정이 다 해서지, 절대 예린이 때문은 아니야.”주예린은 고개를 들어 엄마를 보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알아요, 엄마.”“나도 안 속상해요. 아빠가 날 안 좋아하는 거, 난 진작에 알았어요. 아빠는 오빠만 좋아하잖아요.”예전에는 울먹이며 말하던 것을 이제는 담담하게 내뱉는 아이였다.그 말을 할 수 있기까지 마음속에서 얼마나 많은 상처를 겪었을지 알 수 없었다.딸은 여전히 착하고 어른스러웠다.최수빈은 가슴이 저려 말을 꺼내려다 차마 이어가지 못했다.주예린이 더 이상 속내를 털어놓지 않으려 하니 최수빈도 그저 무력감만 느낄 뿐이었다....다음 날.최수빈은 아침 일찍 일어나 주예린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었다.오후가 되자, 려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수빈 씨, 오늘 오후에 시간 괜찮으시면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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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그냥 체면 차리는 척, 잘난 체하는 거지! 진짜 체면이 중요하다면 재산 다 내놓고 깨끗하게 나가야지, 무슨 재산 변동 서류에 서명을 해? 한마디로 말해서, 돈은 다 갖고 싶으면서도 잘난 척은 하고 싶은 거야.’“그럼 수빈 씨, 저랑 같이 사무실로 가 계십시다. 제가 주 대표님께 알려드릴게요.”그는 최수빈을 주민혁의 사무실로 안내했다.이곳은 예전부터 그녀가 꿈에 그리던 곳이었다.대표가 될 때 보조를 해줬음에도 주민혁은 최수빈이 이곳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었다.사무실 안은 차갑고 간결하게 꾸며져 있었다.그런데 이 냉랭한 공간에 여성의 물건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그것들은 대체로 중성적인 취향이었지만 그래도 분명히 여성의 물건임이 티가 났다.그리고 그런 중성적인 취향 덕분에 주인이 박하린이라는 사실이 단번에 드러났다.박하린이 늘 이 사무실에 드나들며 머무른다는 게 분명했다.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경계도, 사적인 선도 없다는 뜻이었다.최수빈은 아무 자리에나 앉으려 했다.그러자 려운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그 자리는 앉으시면 안 돼요. 하린 씨의 지정석입니다.”“...”순간 역겨움이 밀려왔다.“여기 앉으시죠.”려운은 다른 자리를 가리켰다.최수빈이 앉자 려운은 자리를 떴다.이번에는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주민혁이 곧 돌아온 것이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오며 검은 셔츠에 간단한 검은 슬랙스를 입고 차갑고 안정된 기운을 풍겼다.그가 최수빈을 보며 말했다.“오래 기다렸어?”“본론만 얘기하죠.”최수빈은 냉담하게 받아쳤다. 쓸데없는 인사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다.주민혁은 입꼬리를 살짝 당겼을 뿐, 더 말은 하지 않고 변호사를 불렀다.들어오자마자 변호사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 이미 준비된 계약서를 꺼내 최수빈 앞에 놓았다.최수빈은 고개를 숙이고 꼼꼼히 살펴봤다.문제없는 걸 확인한 뒤 서명을 했다.모든 절차가 끝나자 변호사는 나갔고 사무실에는 다시 두 사람만 남았다.최수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떠날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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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주민혁은 고개를 숙인 채 서류를 처리하면서 려운의 말을 듣고도 눈빛은 담담했다.“잘 모르겠네.”려운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가 끝내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그도 알았다.대표님의 관심은 애초에 최수빈에게 있지 않았다는 걸.그러니 그녀가 어떻게 변했든 당연히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천공 프로젝트는 요즘 뜨겁게 진행 중이었다.하지만 프로젝트를 완성하려면 자금 조달이 필요했다.여러 방면의 협력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많은 회사들이 앞다퉈 협력을 원했고 심지어 남이준까지 직접 전화를 걸어와 의사를 밝혔다.다만 자금 조달은 늘 위험이 따른다.자본을 끌어오면 자금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빠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지만 지나친 지분 투자 유치는 회사의 지배권을 잃게 하고 차입이 과도하면 부채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이에 대해 최수빈과 육민성은 신중했다.게다가 천공은 업계에서 갓 떠오른 신생 기업이라 산업 체인이 아직 미비했고 자체 생산 능력도 없었다.그래서 그들은 투자 유치로 생산 라인을 구축하거나 뛰어난 생산력을 가진 회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계획했다.마침 정부 주도로 열리는 업계 정상회의가 있었고 천공도 초청을 받았다.생산 라인을 갖춘 회사를 찾기 좋은 기회였다.최수빈은 핵심 기술 인력으로서 당연히 육민성과 함께 참석했다.그녀는 이번 회의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만약 생산 라인 업체를 찾을 수 있다면 천공에는 큰 호재였다.시스템을 점검하던 중,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낯선 번호였다.최수빈은 조용히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엄마, 진짜 집에 안 돌아올 거예요?”주시후의 목소리였다.최수빈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녀는 이미 주시후의 번호를 차단해두었는데 이번에는 새 번호로 걸어온 모양이었다.“잘못 거셨어요.”그녀는 차갑게 말하고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새 번호도 바로 차단했다.최근 주시후는 집에서 엄마가 해준 밥을 그리워하고 있었다.정말 오랜 시간 먹지 못했기 때문이다.전화가 끊기자 아이는 어리둥절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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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박하린은 주민혁의 팔에 손을 올리며 웃었다.“아침에 일어날 때... 조금 지체됐어요.”이 말은 지나치게 은근한 뜻을 내포하고 있었고 알아듣는 이들은 진작 다 알아들었다.주위를 둘러보던 이들의 눈빛이 묘하게 바뀌었다.주민혁이 나타나자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에게 쏠렸다.곧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말을 걸었다.주씨 가문의 위상과 주민혁의 지위는 그 자체로 무게가 있었다.“민혁아, 요즘 아버님 뵙기가 왜 이렇게 어려워?”정부 쪽 인사가 인사를 건넸다.“아저씨.”주민혁은 담담히 웃었다.“공무가 바빠서 집에 자주 못 계십니다.”도시의 최고위직이라 바쁠 수밖에 없었다.주씨 가문은 본래 정치와 재계를 모두 아우르는 집안이었고 그 위상은 막강했다.그래서 정부 관계자들도 앞다투어 와서 그와 인사를 나눴다.그때, 육민성과 최수빈이 조금 늦게 도착했다.오늘 최수빈은 단정하고 기품 있는 차림새였다.화려하지 않고 절제된 복장이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밝고 또렷한 기운이 도드라졌다.정부 행사에 알맞게 도도하면서도 눈에 띄게 빛나는 모습이었다.천공은 업계의 다크호스, 그들이 나타나자 역시 많은 시선이 따라왔다.육민성이 낮게 말했다.“잠시 뒤에 임 대표님이랑 얘기 좀 하자. 그쪽 공장 라인과 외주가 안정적이니 협력 성사되면 좋거든.”이번에 가져온 명단에 이미 목표가 있었다.최수빈은 고개를 끄덕였다.“저쪽 대표님과 함께 온 아가씨, 잘 어울리네. 기품도 있고 시크해.”“그러게요. 오늘 현장에는 정말 잘 어울리는 커플이 많네요.”“우리 업계가 이렇게 뛰어나고 또 잘생기고 예쁜 사람이 많은 편은 아닌데 말이죠.”남이준은 최수빈을 보며 어두운 눈빛을 드리웠다.여러 번 본 적이 있었지만 오늘은 확실히 눈길을 사로잡았다.진승우 역시 잠시 바라보다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녀의 외모만큼은 뛰어났다.그러나 그는 코웃음을 치며 시선을 거뒀다.“그래 봐야, 뭐.”옆에 있던 임경준이 그의 반응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왜요? 저 대표님 곁에 있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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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육민성은 줄곧 최수빈을 강조해 소개했다.최수빈 역시 기품 있고 단정했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능력을 어느 정도 인정하긴 했다.하지만 육민성이 떠받들 만큼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정말 그렇게 뛰어나다면 업계에서 무명으로 남아 있진 않았을 터였다.다들 마음속으로는 알았다.육민성이 자기 사람을 띄우기 위해 인맥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걸.게다가 최수빈은 학력도 그리 높지 않았다.그저 학사 출신일 뿐이었다.그러니 그녀를 앞세워 소개하는 건 눈이 멀어도 단단히 먼 짓이란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다들 장사밥 오래 먹은 사람들이라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다.박하린은 그쪽 상황을 바라보며 입가에 비꼬는 듯한 웃음을 띠었다.“수빈 씨는 천공에서 훨씬 잘 나가나 보네요. 신세계 그룹에서는 같은 비서였어도 대접이 이렇게까지 다르지는 않았거든요.”신세계 그룹에 있을 때, 최수빈은 아예 자리에 앉을 기회조차 없었다.주민혁은 여전히 담담했다.최수빈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박하린의 말에도 그저 가볍게 웃어넘겼다.그 사이 육민성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최수빈은 고개를 돌리다 멀리서 임경준을 발견했다.잔을 들고 다가가 정중히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임 대표님. 저는 천공 기술팀의 최수빈이라고 합니다.”그녀는 곧장 오늘의 협력 의도를 밝혔다.임경준은 시선을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눈빛에 노골적이진 않지만 분명히 평가하고 가늠하는 듯한 기색이 담겨 있었다.최수빈은 못 본 척 담담히 태연한 얼굴을 유지했다.하지만 임경준은 이미 진승우에게서 여러 이야기를 들은 뒤였다.육민성이 저 여자에게 홀려 있다는 말, 심지어 회사의 생산 라인까지 맡기려 한다는 소문까지 말이다.그에게 그것은 모욕이나 다름없었다.국가급 위상을 자랑하는 대기업 공장이 어떻게 이런 사람과 협력한단 말인가.임경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수빈 씨, 무슨 자격으로 나와 얘기하겠다는 거죠? 여자가 욕심이 과하면 좋은 일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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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남자의 시선은 냉담했다.최수빈을 단 한 번도 보지 않았다.임경준은 주민혁을 보자마자 얼굴에 아부성 웃음을 띠었다.“주 대표님, 안녕하세요.”주민혁은 옅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소개하죠. 이쪽은 박하린 씨라고 합니다. 항공우주 분야에서 수재로 꼽히는 인재이고 독자적으로 연구 개발을 진행하며 총설계까지 맡을 수 있습니다.”이 소개는 누가 봐도 박하린을 띄워 세우려는 것이었다.신세계 그룹은 이미 업계 정점에 오른 회사라 협력이나 투자 제안은 굳이 주민혁이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몰려들었다.그런데 굳이 직접 나서서 박하린에게 인맥을 이어주는 것이다.게다가 최수빈 앞에서 대놓고 사람을 빼앗듯 굴었다.그녀의 체면과 자존심 따윈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말이다.“임 대표님, 반갑습니다.”박하린은 최수빈을 힐끗 보더니 입꼬리를 당기며 시선을 거뒀다.“천공은 이제 막 고개를 내민 회사라 아직 1군 반열에 오르긴 무리죠. 협력은 위험 부담이 크다고 봅니다.”그녀는 이어서 비아냥거렸다.“천공이 더 올라가려면 최소한 인재 선발에서 뒷문 없는 공정성을 보여야죠. 그게 바로 발전의 신호일 테니까요.”천공이 자신을 제쳐두고 최수빈을 받아들인 건 회사를 망치려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박하린은 붉은 입꼬리를 씩 말아 올리며 임경준을 향해 말했다.“저는 지창을 대표해 나왔습니다. 구체적으로 협의할 사안이 있어서요.”지창은 최근 AI 업계에서 떠오른 신흥 강자이자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였다.임경준은 박하린을 보자 눈빛이 환해졌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미묘하던 태도가 순식간에 부드러워졌고 곧장 손을 내밀며 말했다.“물론이죠. 어떤 말씀을 하셔도 듣겠습니다. 주 대표님의 추천이 있다면 능력은 의심할 필요도 없겠지요.”이후 그는 고개를 돌려 미간을 찌푸린 채 서 있는 최수빈을 차갑게 흘겨봤다.“제 의향은 박하린 씨와만 논의하는 겁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주문이 꽉 차 협력할 수 없다’던 사람이 이내 자세를 바꾸며 세부 논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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