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체면 차리는 척, 잘난 체하는 거지! 진짜 체면이 중요하다면 재산 다 내놓고 깨끗하게 나가야지, 무슨 재산 변동 서류에 서명을 해? 한마디로 말해서, 돈은 다 갖고 싶으면서도 잘난 척은 하고 싶은 거야.’“그럼 수빈 씨, 저랑 같이 사무실로 가 계십시다. 제가 주 대표님께 알려드릴게요.”그는 최수빈을 주민혁의 사무실로 안내했다.이곳은 예전부터 그녀가 꿈에 그리던 곳이었다.대표가 될 때 보조를 해줬음에도 주민혁은 최수빈이 이곳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었다.사무실 안은 차갑고 간결하게 꾸며져 있었다.그런데 이 냉랭한 공간에 여성의 물건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그것들은 대체로 중성적인 취향이었지만 그래도 분명히 여성의 물건임이 티가 났다.그리고 그런 중성적인 취향 덕분에 주인이 박하린이라는 사실이 단번에 드러났다.박하린이 늘 이 사무실에 드나들며 머무른다는 게 분명했다.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경계도, 사적인 선도 없다는 뜻이었다.최수빈은 아무 자리에나 앉으려 했다.그러자 려운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그 자리는 앉으시면 안 돼요. 하린 씨의 지정석입니다.”“...”순간 역겨움이 밀려왔다.“여기 앉으시죠.”려운은 다른 자리를 가리켰다.최수빈이 앉자 려운은 자리를 떴다.이번에는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주민혁이 곧 돌아온 것이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오며 검은 셔츠에 간단한 검은 슬랙스를 입고 차갑고 안정된 기운을 풍겼다.그가 최수빈을 보며 말했다.“오래 기다렸어?”“본론만 얘기하죠.”최수빈은 냉담하게 받아쳤다. 쓸데없는 인사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다.주민혁은 입꼬리를 살짝 당겼을 뿐, 더 말은 하지 않고 변호사를 불렀다.들어오자마자 변호사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 이미 준비된 계약서를 꺼내 최수빈 앞에 놓았다.최수빈은 고개를 숙이고 꼼꼼히 살펴봤다.문제없는 걸 확인한 뒤 서명을 했다.모든 절차가 끝나자 변호사는 나갔고 사무실에는 다시 두 사람만 남았다.최수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떠날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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