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혁은 그 말을 조용히 들었다.하지만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비치지 않았다.눈을 낮추더니 손안의 라이터를 굴렸다.빛이 깜빡였다 사라지자 그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아직은 때가 아니야.”‘아직은 때가 아니야?’최수빈은 미묘하게 입꼬리를 비틀뿐, 대꾸하지 않았다.그녀는 그를 너무나 잘 알았다.이미 이혼 합의서에 서명했지만 ‘기한을 앞당기자’는 제안을 거절한 이상, 주민혁은 결코 마음을 바꾸지 않을 것이었다.끝까지 고집을 부리며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걸 어쩌면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잠시 후, 최수빈은 비웃듯 웃었다.그러나 그 웃음에는 온기가 없었다.“그렇게 내가 미워요?”그녀는 조용히 물었다.“그렇게까지 나를 못 놓겠어요?”‘이미 다 지나간 일인데 왜 여전히 과거에 발목이 잡혀 있는 걸까...’주민혁은 창밖에서 시선을 거두며 천천히 최수빈을 바라봤다.“무슨 뜻이야?”밤바람이 창문 사이로 스며들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흩날렸다.차 안의 공기는 차가웠고 최수빈의 웃음은 더욱 쓸쓸했다.그는 정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 같았다.그녀가 무슨 말을 해도 그 의미를 이해하려는 의지조차 없었다.이야기를 끝내고 서로 완전히 정리하자는 뜻조차 주민혁에게는 닿지 않는 것이다.아니, 최수빈의 말은 주민혁에게 언제나 통하지 않았다.잠시 후, 차는 최수빈의 월세방 앞에 도착했다.주민혁은 창밖을 힐끗 보고는 무심하게 물었다.“이사할 생각은 없어?”이혼 당시, 그녀에게 이미 여러 채의 아파트가 넘어간 상태였다.때문에 그녀가 이런 좁고 낡은 집에 남아 있는 이유를 주민혁은 이해하지 못했다.최수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조용히 차 문을 열고 내릴 뿐이었다.그와 한마디라도 더 주고받는 건 이제 낭비였기에 뒤돌아보지도 않고 곧장 계단을 올라갔다.운전석의 려운이 룸미러로 그 모습을 보고 조심스레 물었다.“대표님, 이제 어디로 모실까요?”주민혁은 짧게 대답했다.“회사로 가.”...집 안으로 올라온 최수빈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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