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의 뒤에는 분명 주민혁의 의중이 있었다.하지만 최수빈은 이런 사소한 문제로 그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이 없었다.어차피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면 신경 쓸 가치도 없었으니 말이다.그즈음, 그녀에게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새로 발표한 논문이 SCI에 등재된 것이었다.그 소식을 들은 구정우와 한재준은 곧바로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를 전했다.최수빈의 새로운 여정이, 이렇게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이번 논문은 이전 연구의 연속이자 후속편으로 내용이 훨씬 더 세밀하고 혁신적이라학계에서도 이미 많은 이들이 읽고 토론을 벌이기 시작했다.그 소식을 접한 최수빈은 긴장이 풀리며 살짝 숨을 내쉬었다.창밖으로 눈을 돌리자 짙푸른 나무 그늘 아래 새들이 날고 벌레가 울며 한여름의 뜨거운 생기가 가득했다.모든 게 새출발을 알리는 듯했다....주상 그룹 창립기념일 당일, 각계각층의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이 행사는 그야말로 최고의 사교 무대였는데 대기업 회장부터 여러 재계 원로들까지 모두 참석했다.출장을 떠나 있던 주기훈 역시 이날 귀국했다.그날 아침, 최수빈은 ‘당일배송’ 택배를 받았다.고급적으로 포장된 상자였는데 자신이 주문한 물건이 아니라 잠시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그때, 주민혁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창립기념식에 입을 옷하고 장신구, 내가 준비해 뒀어.”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한 시간 안에 단장해. 운전기사가 곧 데리러 갈 거야.”여느 때처럼, 주민혁은 최수빈의 의사를 묻지 않았고 단 한마디의 질문도 없이 모든 걸 결정해 버렸다.그답게 냉정하고 강압적이었다.최수빈은 시선을 떨군 채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연푸른빛 비단 드레스와 정교하게 세공된 청옥 비녀가 들어 있었다.“알겠어요.”그녀는 짧게 대답했다....곧 주민혁의 차량이 도착하자 최수빈은 차를 타고 행사장으로 향했다.그곳에는 이미 박하린이 와 있었고 남이준과 진승우도 도착해 있었다.뜻밖인 것은 심종연, 지규원, 권우진까지 모두 자리해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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