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Kabanata 411 - Kabanata 420

604 Kabanata

제411화

바람을 계속 쐬면 감기에 걸릴 수도 있었다.최수빈은 짧게 대답하며 고개를 들었다가 문득 주민혁의 시선과 마주쳤다.그의 눈빛은 깊고 어두워 어떤 감정인지 도무지 읽히지 않았다.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차갑게 식은 무관심이었다.‘또 내가 자신이 아끼는 박하린을 괜히 억울하게 만든다고 생각하겠지...’그렇게 걸음을 옮기던 최수빈은 박하린 옆을 스쳐 지나가면서 어깨로 그녀를 세게 밀쳤다.예상치 못한 충돌에 깜짝 놀란 박하린은 비틀거리며 몸이 옆으로 쏠렸다.주민혁이 바로 옆에 서 있었는지라 그녀는 본능적으로 그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민혁 오빠, 나 좀 도와줘!”남자는 이마를 찌푸리며 박하린의 팔을 움켜쥐고 재빨리 끌어당겨 그녀가 분수대에 빠지지 않게 막았다.겨우 균형을 되찾은 박하린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한 채 숨을 몰아쉬었다.최수빈은 그런 둘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정말 다정하네, 두 사람.’“수빈 씨...”박하린의 심장은 아직도 쿵쾅거렸다.“이게 뭐예요, 복수라도 하는 거예요?”“복수요?”최수빈이 되물었다.“아까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미처 못 봐서 그런 거라면서요? 그런데 내가 무슨 복수를 해요?”박하린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평소 말로는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던 그녀였지만 이상하게도 최수빈 앞에서는 늘 밀렸다.“수빈 씨가 아까 나 오해했잖아요. 나한테 편견이 있으니까 당연히 일부러 그런 거죠. 정말 수빈 씨가 이렇게 사악한 사람일 줄은 몰랐어요.”최수빈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이마를 짚었다.온몸이 물에 젖은 채라 매 하나의 행동에 힘이 빠져 보이고 불쌍해 보였다.“아까 넘어져서 좀 어지럽거든요. 길이 잘 안 보여서 그런 거지... 고의는 아니에요.”“...”그 말투에는 미안해하는 기색까지 비쳤다.박하린은 잠시 말을 잃었다. 쫄딱 적은 생쥐 꼴인 사람에게 뭐라 하기도 애매했다.“수빈 씨...”게다가 지금 상황에서는 설령 CCTV를 확인한다 해도 고의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어려웠다.다행히 자기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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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사람 실루엣을 본 그 순간, 최수빈은 완전히 깨어났다.뒤이어 눈을 번쩍 뜨고 바라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불이 꺼진 어두운 방 안, 최수빈은 손으로 침대를 짚으며 경계심에 온몸을 긴장시킨 채 일어났다.하지만 방 안은 텅 비어 있었고 아무 흔적도 없었다.정말로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는 걸 확인한 뒤에야, 그녀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그제야 이마에 송골송골 식은땀이 맺혔다는 게 느껴졌다.분수대에 빠진 이후로 약간 감기 기운이 있었고 몸 전체가 으슬으슬했다.이 리조트에 머무는 동안, 최수빈은 영 편히 잠을 자지 못했다.한 번 깬 이후로는 끝내 다시 잠들지 못한 채, 눈을 뜬 그대로 아침을 맞이했다.다음 날 아침, 심종연은 제원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그들은 각자 다른 길을 가야 했다.“같이 공항까지 가죠.”짐을 챙기던 심종연이 최수빈의 얼굴빛이 좋지 않은 걸 보고 물었다.“어젯밤에 잠을 못 잔 거예요?”최수빈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비행기에서 조금 잘 거예요.”심종연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이 호텔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여기서 이틀 자는데 두 번 다 악몽을 꿨거든요. 도무지 숙면을 취할 수가 없어요.”그녀 역시 어젯밤 내내 뒤척였는지라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밤중에 봤던 그 사람 실루엣도 그냥 내가 착각한 거겠지?’눈을 뜨자마자 불을 켰을 때, 사람 실루엣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으니 말이다.그녀는 현장에서 모든 탐측 데이터를 정리해 511연구원으로 전송했다.그리고 돌아오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주예린을 다시 데려오는 것이었다.주예린은 엄마를 보자마자 이틀 만에 본 반가움에 꼭 매달렸다.“엄마, 보고 싶었어요.”“예린이 이제 곧 여름방학이에요. 다음 학기에는 초등학교 1학년이라서 엄마 매일 아침저녁으로 데려다주느라 고생 안 해도 되겠어요.”주예린은 알고 있었다.매일 아침 자신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기 위해 엄마가 일찍 일어나 아침 식사를 만들고 일 준비를 한다는 걸.자신이 일어날 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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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이 일의 뒤에는 분명 주민혁의 의중이 있었다.하지만 최수빈은 이런 사소한 문제로 그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이 없었다.어차피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면 신경 쓸 가치도 없었으니 말이다.그즈음, 그녀에게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새로 발표한 논문이 SCI에 등재된 것이었다.그 소식을 들은 구정우와 한재준은 곧바로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를 전했다.최수빈의 새로운 여정이, 이렇게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이번 논문은 이전 연구의 연속이자 후속편으로 내용이 훨씬 더 세밀하고 혁신적이라학계에서도 이미 많은 이들이 읽고 토론을 벌이기 시작했다.그 소식을 접한 최수빈은 긴장이 풀리며 살짝 숨을 내쉬었다.창밖으로 눈을 돌리자 짙푸른 나무 그늘 아래 새들이 날고 벌레가 울며 한여름의 뜨거운 생기가 가득했다.모든 게 새출발을 알리는 듯했다....주상 그룹 창립기념일 당일, 각계각층의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이 행사는 그야말로 최고의 사교 무대였는데 대기업 회장부터 여러 재계 원로들까지 모두 참석했다.출장을 떠나 있던 주기훈 역시 이날 귀국했다.그날 아침, 최수빈은 ‘당일배송’ 택배를 받았다.고급적으로 포장된 상자였는데 자신이 주문한 물건이 아니라 잠시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그때, 주민혁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창립기념식에 입을 옷하고 장신구, 내가 준비해 뒀어.”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한 시간 안에 단장해. 운전기사가 곧 데리러 갈 거야.”여느 때처럼, 주민혁은 최수빈의 의사를 묻지 않았고 단 한마디의 질문도 없이 모든 걸 결정해 버렸다.그답게 냉정하고 강압적이었다.최수빈은 시선을 떨군 채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연푸른빛 비단 드레스와 정교하게 세공된 청옥 비녀가 들어 있었다.“알겠어요.”그녀는 짧게 대답했다....곧 주민혁의 차량이 도착하자 최수빈은 차를 타고 행사장으로 향했다.그곳에는 이미 박하린이 와 있었고 남이준과 진승우도 도착해 있었다.뜻밖인 것은 심종연, 지규원, 권우진까지 모두 자리해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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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주나연은 그런 행동들을 보며 속으로 비웃었다.재벌가 세계에서 아무리 예쁘면 뭐 하나, 결국 중요한 건 체면이었다.최수빈이 입은 옷차림은 이 자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런 차림으로 감히 주상 그룹 창립기념 행사에 온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하지만 원금영은 그녀를 보자 반갑게 맞이했다.“예린이는 같이 안 왔니?”이런 자리에는 주예린을 데려오고 싶지 않았다. 이제 주씨 가문과 주예린 사이는 아무런 연이 없으니 말이다.“오늘은 수업이 있어서요.”최수빈이 짧게 변명을 둘러댔고 원금영은 더 묻지 않았다.행사장에 들어서자 재계에서 그녀를 아는 사람들이 하나둘 인사를 건넸다.천공의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묻는 사람도 많았다.지금 천공은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라 모두가 이 기회를 잡고 싶어 했다.아이보리색 수트를 입고 등장한 박하린은 깔끔하고 능숙한 이미지를 풍기며 줄곧 주민혁 옆에 서 있었다.최수빈은 입장한 뒤 줄곧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문을 들었다.사람들은 박하린을 ‘주민혁의 아내’라 불렀고 오늘 행사는 그녀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때문에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쪽으로 쏠렸고 박하린과 주민혁은 그런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부정하지 않는 건 곧 인정과 다를 바 없었다.하지만 최수빈은 이미 그와 이혼한 몸이었기에 그런 얘기들에 일일이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잠시 후, 그녀는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천공과 협업하려는 이들이 몰려들어 프로젝트와 미래 비전을 논하며 손을 내민 것이었다.멀리서 그 광경을 본 박하린의 이마에 미세한 주름이 잡혔다.진승우가 낮게 말했다.“천공은 우리 넥스트 테크랑 손잡은 뒤에야 이름이 알려졌죠. 그런데 지금 보니까 그 공은 죄다 자기 혼자 세운 것처럼 구네요? 참 뻔뻔하기도 하지. 하린 씨, 가서 좀 보시죠. 기술적인 질문이라도 나와서 제대로 답 못 하면 우리 이미지 망칠 수도 있잖아요.”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박하린도 고개를 끄덕였다.어쨌든 그들은 여전히 협력 관계였고 한 배를 탄 이상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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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그녀는 분명히 오늘 이 자리에 온 이유가 주민혁 때문이 아니라고 밝혔다.그렇다면 왜 그가 준비한 옷을 입어야 한단 말인가?주민혁의 낡은 고정관념 속에서 최수빈은 고전적인, 얌전한 차림을 좋아하는 여자로 인식이 박혀 있었다.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그건 단지 그녀가 주씨 가문의 취향에 자신을 억지로 끼워맞췄던 시절의 잔상일 뿐이었다.그의 얼굴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다만 깊게 가라앉은 눈빛이 그녀에게서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았으며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최수빈 역시 더 이상 주민혁을 신경 쓰지 않았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주민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행사 끝나고 저녁 식사 미친 다음, 기사가 데려다줄 거야.”최수빈은 휴대폰 화면을 잠깐 보고는 짧게 말했다.“전 조금 있다가 갈 거예요.”잠시 후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었기에 하루 종일 이런 자리에서 시간을 낭비할 여유는 없었다.이곳에 온 건 오로지 원금영의 체면을 위해서였지 주씨 가문 따위에는 더 이상 신경쓸 가치가 없었다.물론 이런 자리를 통해 몇몇 인사들과 관계를 쌓는 건 나쁘지 않았다.하지만 주민혁이 그녀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하든 그건 그의 몫이었다.“민혁 오빠, 잠깐만.”멀리서 박하린이 손짓했다.주민혁은 이마를 찌푸리며 그녀를 흘끗 본 뒤, 아무 말 없이 걸음을 옮겼다.그가 떠난 뒤, 최수빈의 귀에 여러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스쳐 지나갔다.“주 대표님 부인, 참 단정하고 기품 있지? 두 사람 참 잘 어울려.”“글쎄, 난 오히려 저기 빨간 드레스 입은 여자랑 더 어울린다고 보는데?”“에이, 그런 소리 하지 마. 주 대표님 눈빛 보면 알잖아. 저 여자한테는 아무 감정도 없어. 그냥 남처럼 대하잖아.”최수빈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진승우가 지나가며 비아냥거렸다.“이런 자리에 얼굴을 들이밀다니 참 뻔뻔하네요. 이미 이혼도 한 마당에 무슨 낯으로 온 거예요?”최수빈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더니 입가에 서늘한 미소를 띄웠다.“그쪽 같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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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현장에 있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은 주기훈이 부른 사람이 박하린이라고 여겼다.박하린 역시 그 한마디를 들은 순간, 무의식적으로 주민혁을 바라봤다.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냉담한 기색만이 감돌 뿐, 감정을 읽기 힘든 어둡고 침착한 표정이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지만 주민혁의 눈빛에는 어떤 변화도 없었다.박하린은 속으로 판단했다. 그 눈빛이 변하지 않았다는 건, 자신을 인정한다는 뜻이라고.그리고 그건 주기훈과 이미 사전에 이야기가 오갔다는 의미일 수도 있었다.이런 중요한 자리에서 박하린이 직접 차를 내놓게 했다는 건, 곧 자신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니 말이다.순식간에 모든 시선이 박하린에게 쏠렸다.다만 주씨 가문과 몇몇 내막을 아는 사람들만이 최수빈을 바라보고 있었다.최수빈은 그 말에 잠깐 멈칫했다.주기훈은 평소 어떤 것도 강요한 적이 없었기에 솔직히 그녀도 조금은 의외였다.차를 내오길 바라거나 물 한 잔 부탁하는 일조차 어디까지나 최수빈이 원해서였지 강제로 시킨 적은 없었다.그런 사람이 오늘 같은 자리에, 그것도 사람들 앞에서 며느리에게 대놓고 차를 내오라 지시했다?분명 뭔가 의도가 있어 보였다.최수빈은 자리에 앉은 채 미동도 없이 조용히 이 상황을 지켜봤다.그런데 박하린이 먼저 움직이며 차를 든 것이다.주기훈은 그곳에 눈길을 한 번 주었지만 곧바로 스치듯 시선을 넘겼다.“수빈아, 이리 와라.”그는 직접 최수빈을 부르더니 박하린이 들고 있던 차는 받아 들지 않았다.이에 박하린은 그대로 굳어버렸다.손을 거두자니 민망하고 계속 내밀자니 받아줄 사람이 없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철저히 무시당한 꼴이었다.마치 혼자 착각에 빠져 설치기라도 한 듯한 모습이었다.박하린은 곁에 있는 주민혁에게 간절한 눈빛으로 도움을 청했다.그러나 그는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을 보고 있을 뿐, 이 상황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다.“주 대표님 아내가 아닌 것 같은데? 주기훈 선생님이 저렇게 무심한 걸 보면...”“그러게, 아무리 아니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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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평소와 다름없습니다.”주민혁이 입을 열었다.“저희 부부 생활이 그렇게 궁금하시다면 저희 별장에 몰래 CCTV라도 설치하시죠. 하루 24시간 내내 감시할 수 있게요. 그게 아버지 성격에는 더 맞을 겁니다.”그 말을 들은 주기훈은 전혀 화가 난 기색이 없었다.진서령은 남편이 돌아온 걸 보자 눈치를 보며 한쪽에 조용히 물러섰다.주기훈이 없을 때는 기세등등했던 그녀도 그가 있을 때는 고양이 앞의 쥐처럼 얌전해졌다.그는 집안 규율에 엄격했고 가족 중 누구도 그 기준에서 벗어나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선생님.”누군가 다가와 물었다.“저기, 최수빈 씨가 혹시 주 대표님 아내분이 맞습니까?”주기훈은 말없이 담배를 꺼내 물었다.아무 말 없이 담배 연기를 내뿜는 그의 모든 행동에는 권력자 특유의 위엄이 서려 있었다.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사람을 얼어붙게 만들 수 있는 존재감이었다.그는 천천히 연기를 뿜으며 박하린을 바라봤다.“최수빈 양은 우리 주씨 가문이 정식으로 며느리로 맞이한 아이입니다. 그런데 요즘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얘기가 돌더군요.”이 말에 박하린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평소에는 또렷하던 머릿속이 하얘져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만약 지금 이 자리에서 그가 최수빈의 신분을 인정해 버린다면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박하린을 ‘주민혁 아내 자리를 탐내다 실패한 여자’로 여길 것이었다.그녀가 이번 주상 그룹 창립기념 행사를 위해 직접 흘려보낸 수많은 루머, 즉 주민혁의 아내가 바로 자신이라 했던 그 모든 게 다 거짓으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게다가 주민혁조차도 주기훈이 이 자리에 올 거라는 말은 단 한마디도 해주지 않았다.박하린은 이번 창립기념 행사야말로 자신의 전환점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조윤미와 최진식의 얼굴 또한 굳어 있었다.이제 곧 주씨 가문과 정식으로 연결될 거라 생각하고 들뜬 채 참석했던 이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한 셈이었으니 말이다.차라리 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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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최수빈은 알고 있었다. 주기훈은 철저하게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람이란 걸.하지만 동시에 주민혁이 어떤 사람인지도 뼈저리게 알고 있었고 주기훈이 언제까지나 자신을 지켜줄 순 없었다.주민혁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최수빈을 상대로 무언가를 저지를 수 있었다.그들 사이에는 이미 합의된 조건이 존재했고 이런 자리에서까지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없습니다.”최수빈은 고개를 들어 또박또박 대답했다.그녀가 이렇게 말했지만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모두 알 수 있었다.이건 명백히, 위협을 받은 사람이 하는 대답이었다.그리고 그에 반해 박하린은 분명한 ‘상간녀’, 남의 결혼 생활에 파고든 여자로 낙인찍혔다.주기훈이 직접 확인해 준 셈이니 더 이상 부정할 여지도 없었다.박하린의 얼굴은 내내 굳어 있었고 그 모습은 그야말로 광대 같았다.오늘만큼은 자신이 주인공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건만 오히려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하게 될 줄이야...게다가 이곳은 상류층 인사들이 모두 모인 자리였다.‘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눈에 난 이제 어떤 이미지로 각인될까?’바로 그때, 주민혁이 사람들 앞에서 조용히 걸음을 내딛더니 곧장 최수빈 쪽으로 향했고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아 올렸다.그의 손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에 최수빈은 본능적으로 소름이 끼쳤다.하지만 손을 뿌리칠 수는 없었다.주민혁은 얼굴에 따스한 미소를 띤 채 주기훈을 향해 말했다.“저와 수빈이는 잘 지내고 있어요. 아버지께서 신경 쓰실 일은 아닙니다.”한 마디 한 마디가 또렷한 말투로, 그들은 아무 문제 없는 부부라는 걸 굳이 강조하며 증명했다.박하린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그 행동이 마치 자신의 뺨을 세게 때린 것처럼 느껴졌으니 말이다.박하린은 차오르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민혁 오빠는 날 위해 저런 선택을 한 거야. 지금 이 상황에서 괜히 감정을 드러내면 내가 상간녀라는 오명을 벗지 못할 테니까. 우선 어떻게든 내 이미지를 수습해야 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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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주민혁의 눈빛은 깊고 어두웠다.“차 불렀으니까 그 차로 돌아가.”이런 상황에서도 그의 말투에서는 어떠한 감정도 읽히지 않았다.박하린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주민혁을 바라보았다.가슴속은 뭔가 묵직한 돌덩이가 내려앉는 것처럼 무거웠다.이대로 이 자리를 떠난다면 자신의 명성은 끝장나는 거나 다름없었다.하지만 한 가지, 그녀에게는 아직 여지가 있었다.지금 사람들 눈에 보이는 건, 주민혁과 최수빈이 부부로서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것뿐이었고 누군가가 자신을 상간녀로 오해한 것이었다.그러니 아직 돌이킬 수 있는 가능성은 있었다.물론 이걸 수습하는 과정이 꽤나 번거롭긴 하겠지만 말이다.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박하린은 주씨 가문의 창립기념 행사에서 공개적으로 쫓겨난 셈이었다.이후 그녀가 넥스트 테크의 사장으로 사업을 계속해 나가야 할 텐데 이런 상황에서 누가 그녀를 신뢰할까.주민혁은 직접 데려다주지도 않았고 비서에게 조용히 지시를 내려 박하린 일가를 행사장에서 데리고 나가게 했다.박하린과 조윤미의 얼굴은 온통 굳어 있었고 주시후는 그 옆에서 단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그는 아빠보다도 할아버지를 더 무서워했기에 할아버지가 엄마를 꾸짖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말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무엇보다 할아버지의 말은 언제나 옳았다.그의 말이 곧 가문의 법이었기에 아이는 그저 가만히 있으며 결국 눈앞에서 엄마가 쫓겨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박하린은 무거운 시선으로 주시후를 바라보았다.그러고는 분노 어린 눈빛으로 최수빈을 노려봤다.‘모든 게 다 저 여자 때문이야.’최수빈, 그녀야말로 모든 일의 시작이자 끝이었다.그 독기 서린 눈빛을 최수빈은 고스란히 받아냈다.박하린은 자신의 실패를, 분노를, 치욕을 모두 최수빈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으나 결국 미련 가득한 눈빛을 남긴 채 돌아섰다.최수빈은 그런 박하린을 보며 그저 가여우면서도 한심하다는 생각뿐이었다.그녀는 충분히 능력 있는 여자였다.스스로의 힘으로도 얼마든지 위로 올라갈 수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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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최수빈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담담하고도 조용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오늘 하린 씨가 그런 결과를 맞은 게,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박하린이 떠나자 행사장에는 더 많은 수군거림이 퍼져나갔다.주기훈은 그녀를 쫓아냈고 주민혁은 말리지도 않았으며 그 누구 하나 박하린을 두둔하는 사람이 없었다.분명한 사실은 하나였다.박하린이 뻔뻔하게 보기 흉할 정도로 들이댔다는 것.주민혁은 지금껏 그녀와 함께하기 위해 그토록 치밀하게 판을 짜왔고 명분 있게 이어지기 위해 기회를 만들어왔다.그런데 박하린이 오늘 그 모든 걸 한순간에 망쳐버린 것이다.주민혁은 어두운 눈빛으로 최수빈을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최수빈은 그런 주민혁의 시선을 보며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훤히 느낄 수 있었다.‘속으로는 박하린이 얼마나 억울했을지, 안쓰럽게 생각하고 있겠지.’그녀는 차갑게 웃어 보였다.“그냥 어이가 없어요. 그동안 몰랐거든요, 주 대표님 취향이 그렇게... 멍청한 스타일일 줄은.”그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놀랍지도 않았다.그리고 최수빈 역시 이 결혼 생활을 붙잡고 싶지 않았다.문제는 주민혁 쪽이었다.그는 매번 세상에 박하린과 함께인 것을 티 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그건 정말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정말 친구로서의 우정일 뿐이었는데 정작 박하린이 착각하고 있었던 걸까?어느 쪽이든 이제 최수빈은 알고 싶지도 않았다.“그게 당신 해석이야?”주민혁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최수빈은 그게 무슨 의미인지도,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느꼈다.그의 생각도 감정도, 이제 자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그 순간, 주기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수빈아, 이리 좀 와보거라.”최수빈은 주민혁과의 대화를 끊고 곧장 주기훈이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아버님.”“응.”주기훈은 그녀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했다.“천공에서 일한다고 들었는데 이분은 우리나라 항공청의 하승현 이사님이시다.”최수빈은 순간 놀랐다.국가 항공청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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