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Bab 71 - Bab 80

100 Bab

제71화

주시후는 즉시 주성철의 무릎에서 뛰어내리고 말했다.“증조할아버지, 오늘 제가 할아버지의 생신을 축하하는 의미로 재롱을 준비했어요.”“그래?”주성철은 흡족한 눈빛으로 주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좋아. 우리 증손자가 어떤 재주를 보여줄지 한번 보자꾸나.”주시후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시 낭송을 준비했어요. 증조할아버지의 앞날이 시처럼 아름답고 행복하시길 바라면서요.”어린아이의 몇 마디 말에 주성철은 입이 귀에 달라붙을 정도로 기뻐했다.주시후는 연회장의 큰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감정을 담아 시를 낭송했다.무대 아래,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고 모두 주씨 가문의 후계자가 훌륭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감사합니다.”칭찬을 받은 주시후의 얼굴에는 자만심이 가득했다.“우리 증손자 참 뛰어나구나. 주씨 가문의 핏줄답네!”주성철은 박하린을 바라보며 칭찬했다.“역시 하린이가 아이를 잘 키우는구나. 주시후가 너와 함께한 후로 많이 발전했어.”그의 말에는 최수빈을 향한 비난이 담겨 있었다.성심성의껏 마음을 다해 키웠지만 결국에는 부족함으로 돌아왔다.“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정말 차이가 크다니까.”진서령은 최수빈을 흘끗 보며 말했다.“시후가 이렇게 훌륭한데 예린이는 뭘 준비라도 했으려나 모르겠네?”주예린은 주씨 가문에서 원래부터 환영받지 못했고 사랑받지도 못했다.주시후의 화려한 무대가 펼쳐지자, 모두 그가 뛰어나다고 생각했고 이에 비해 주예린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다.참다못한 주예린이 일어서며 말했다.“저도 증조할아버지를 위해 재롱을 준비했어요.”최수빈은 멈칫하며 주예린을 바라보았다. 전생에서 주예린은 재롱 같은 걸 준비한 적이 없었다.‘아니면, 전생에서 준비는 했지만 말하지 않았던 건가?’최수빈은 미간을 찌푸렸다. 전생에서 그녀는 딸에게 너무 무관심했다.진서령은 웃으며 주예린을 담담히 바라보고 말했다.“오빠가 한 걸 따라 하려는 거니?”이어 그녀는 최수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같은 거라면 시후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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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주예린이 주시후를 노려보자, 주시후는 혀를 내밀며 비웃었다.“따라쟁이!”주시후의 도발에도 주예린은 전혀 흔들림 없이 그를 무시한 채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당당하게 무대에 올랐다.주예린은 컴퓨터를 이용해 최근 최수빈한테서 배운 간단한 프로그래밍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그림을 완성하는 재주를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녀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증조할아버지의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작업이 진행될수록 인물은 점점 선명해졌다.하객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주예린을 바라보았다.이렇게 어린 나이에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이렇게 정교한 그림을 그리다니 실로 놀라웠다.심지어 주성철의 눈에도 흡족한 빛이 떠올랐다.반면, 진서령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언제 저런 걸 배운 거야?’박하린도 눈살을 찌푸리며 주예린의 동작을 예리하게 지켜보았다.그녀는 이 작품이 진짜 주예린의 실력이라는 것을 직감했지만, 이렇게 어린 나이에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들었다.진서령은 차가운 표정으로 도우미를 부르더니 몇 마디 귓속말했다.대형 스크린을 바라보던 최수빈은 주예린의 학습 능력에 새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최수빈은 최근 주예린이 그림에 소질이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간단히 프로그램 사용법을 한두 번 가르친 적이 있었다.그런데 주예린은 그걸 한 번에 익혔고 지금 정도의 수준에 이른 거였다.동작이 서툴고 느리긴 해도 확실히 잘하고 있었다.주예린의 재롱에 주시후는 박하린을 향해 떼를 썼다.“엄마, 저거 뭐예요? 나도 배우고 싶어요!”모든 면에서 반드시 주예린보다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던 주시후는 주예린이 자신이 못하는 걸 하자 질투가 났다.박하린은 주시후를 바라보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 말했다.“그래. 오늘 밤 집에 가서 가르쳐줄게.”주시후는 자기 가슴을 탁탁 치며 말했다.“난 분명 주예린보다 훨씬 더 잘할 거예요. 아빠, 맞죠?”주민혁은 무표정으로 무대를 응시하고 있었다.아들의 말에 그는 시선을 돌려 주시후를 바라보더니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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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주성철은 아들을 더 중시하고 주시후를 편애했지만, 주예린의 뛰어난 모습을 보자 여전히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연회장에 모인 손님들도 주예린의 재능을 칭찬하기 시작했다.박하린의 얼굴색은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주시후는 풀이 죽은 표정으로 주예린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이를 갈았다.그의 눈에 주예린은 절대 자신을 이길 수 없는 존재였는데, 지금 주예린한테 밀리게 생겼으니 분통이 터졌다.‘무조건 열심히 해서 주예린을 이길 거야. 어차피 나는 주예린보다 똑똑하니까 충분히 가능해!’주예린의 공연이 끝나고 생일 연회는 계속되었다.오늘 모인 손님 중에는 많은 사업 파트너들이 있었다.박하린이 연회에 참석한 것을 확인한 사람들은 하나둘씩 그녀에게 다가가 술을 권했다.그녀는 은산시 항공전에서 큰 주목을 받았고, 511연구소가 공개되었을 때도 주민혁과 함께 참석해 화제를 모았다.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박하린이 새롭게 떠오르는 인재라는 걸 알 수 있었고 주씨 가문과도 각별한 사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 그녀에게 아첨하는 사람들도 자연스레 많았다.박하린은 그런 사람들의 술을 거절하지 않은 채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으며 한 잔 한 잔 받아넘겼다.이런 자리에서도 그녀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박하린이 술을 조금 많이 마신다 싶었던 주민혁은 그녀의 술을 몇 잔 대신 받아 마시더니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린이는 술을 잘 못 마셔요. 다들 내 얼굴을 봐서라도 더 이상 권하지 말아 주세요.”“주 대표님은 참 다정하시네요.”주민혁이 박하린을 아낀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었던지라 아무리 아첨하고 싶어도 선은 지켜야 했다.최수빈은 박하린을 대신해 망설임 없이 술을 마셔주는 주민혁의 모습을 지켜보았다.박하린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한없이 다정했다.그런 눈빛을 최수빈은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고 주민혁이 그녀를 바라보는 눈은 언제나 차가웠다.비록 이미 마음을 정리했지만, 이런 그의 모습은 여전히 가슴을 찌르는 듯 아프게 다가왔다.최수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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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최수빈은 저택에도 갈아입을 옷을 갖춰두고 있었다.문을 닫자마자, 주나연이 마당 앞을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어머, 올케였구나.”주나연은 큰 우산을 들고 최수빈 쪽으로 걸어오며 말했다.“민혁이는? 같이 있는 거 아니었어?”최수빈은 주나연이 고의로 그녀를 도발한다는 걸 알아차리고는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찾을 일이 있으면 직접 전화를 하세요.”주나연은 최수빈의 태도가 예전과 달라진 것을 확실히 느꼈다.예전에는 주씨 가문 사람들에게 아첨하듯 잘해주던 그녀가, 이제는 고고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었다.주나연은 최수빈이 박하린의 뛰어난 모습에 위기감을 느꼈을 거로 생각했다.오늘 밤 연회에서 박하린이 체면을 세운 반면, 최수빈은 사모님이라는 호칭이 무색할 정도로 초라해 보였으니 말이다.“남편이 집에 안 오는데도 전혀 걱정하지 않네. 이혼당할까 두렵지도 않나 봐?”주나연은 지난번 최수빈이 이혼을 선언하며 큰소리쳤을 때, 그녀가 정말로 결단을 내릴 수 있을 거라 믿었다.그러나 최수빈은 결국 돌아왔고, 이 일로 화가 난 주나연은 지금이야말로 최수빈을 비웃을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최수빈은 주나연의 쓸데없는 질문에 대답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 채 침묵을 지켰다.이에 주나연은 더욱 흥미로운 듯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민혁이는 하린이를 집에 데려다주기 위해 나갔어. 비가 오는데도 하린이가 집에 일이 있다며 가야 한다고 하자, 직접 데려다주겠다고 나서더라. 너한테는 말도 안 해줬니?”최수빈은 잠시 멈칫했다.가슴이 따끔거렸고,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주민혁은 한 번도 그녀를 위해 직접 운전을 해준 적이 없었다.한번은 고열로 쓰러질 듯한 상태에서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지만, 주민혁은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그녀를 외면했었다.이제 박하린을 데려다주러 갔다는 걸 알고도 놀랍지는 않았지만, 그런 대비되는 행동에 자신의 지난 헌신이 얼마나 무가치했는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주민혁은 그녀를 진심으로 대해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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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최수빈은 주민혁이 박하린을 집에 데려다준 후, 다시 저택으로 돌아오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그는 원래도 저택에서 자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최수빈은 잠을 설칠 것 같았지만, 최근 쉴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며 피로가 쌓인 데다 창밖의 빗소리가 겹쳐 금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잠결 중 익숙한 향기를 느꼈지만,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뒤척이며 다시 잠들었다.아침이 다되어 눈을 뜬 최수빈은 자신이 주민혁의 품 안에 누워있음을 알아챘다.그는 최수빈을 단단히 끌어안은 채 깊이 잠들어 있었다.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최수빈은 본능적으로 그를 밀어냈다.이에 주민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나지막이 속삭였다.“자기야, 움직이지 마.”귀에 똑똑히 들려오는 주민혁의 속삭임에 최수빈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얼어붙었다.결혼한 지 이렇게 오래되었건만, 그는 한 번도 이런 애칭으로 자신을 부른 적이 없었다.더구나 이렇게 가까이 안고 잔 적조차 없었다.그러니 주민혁은 지금 최수빈을 박하린으로 착각하고 있는 거였다.두 사람 사이가 이토록 가까웠다는 사실에 최수빈은 가슴이 따끔하게 아려왔다.‘두 사람, 항상 이런 분위기였나 보네.'사랑받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는 이렇게도 뚜렷했다.최수빈은 깊게 숨을 내쉬고 주민혁을 다시 한번 밀어내며 목소리를 높였다.“내가 누군지 똑똑히 봐요!”잠에서 깨어나 천천히 눈을 뜬 주민혁은 바로 앞에 있는 최수빈을 알아보고는 눈썹을 찌푸리며 팔을 거뒀다.주민혁의 태도를 봐서는 분명 사람을 헷갈린 거였다.불쾌함이 밀려온 최수빈은 역겨운 표정을 지으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그와 거리를 벌렸다.주민혁은 침대에 걸터앉은 채 무표정하게 최수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어젯밤 할머니께서 오라고 해서 온 거야.”최수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역시 그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원금영 뿐이었다.결혼 초기, 두 사람은 밤마다 잠자리를 함께했고 최수빈은 그 행위를 사랑으로 착각했다.그녀는 사랑이 있기에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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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담담한 표정으로 최수빈을 바라보던 주민혁의 눈에는 약간의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아마 그 역시 그녀 앞에서 연기하는 게 역겨웠을 터였다.그의 태도가 어떻든 최수빈은 상관없다는 듯 단호하게 일어나 주예린의 손을 잡고 저택을 나왔다.주민혁의 차에 함께 타기 싫었던 그녀는 미리 불렀던 택시를 타고 그곳을 떠났다.주시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떠나는 최수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물었다.“엄마 왜 저래요? 누가 심기를 건드렸어요?”주민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무표정하게 시선을 돌렸다.“아빠, 오늘 어린이집 끝나면 하린 엄마를 불러서 숙제 좀 가르쳐달라고 해도 돼요? 어제 주예린이 한 거 저도 배우고 싶어요.”주민혁은 천천히 냅킨을 내려놓으며 대답했다.“시간 있는지 네가 직접 전화해서 물어봐.”...최수빈은 주예린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준 후, 권성우에게 전화를 걸어 이혼 절차 진행 상황을 물었다.권성우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심사 중이에요. 사건이 접수되면 통지가 갈 거예요. 공식 홈페이지에서 절차 진행 상황을 확인하실 수 있어요.”그제야 최수빈은 마음의 짐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진 것 같았다.절차가 번거롭더라도 결과만 좋다면, 그녀는 두렵지 않았다.최수빈은 권성우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변호사 수임료를 확인했다.지난번에 만났을 때 최수빈은 수임료에 대해 잊고 있었고 권성우도 직접 꺼내지 않았다.그와 같은 변호사는 일반 변호사와 달리 많은 의뢰인이 앞다퉈 모시는 사람이라 수임료도 당연히 비쌌다.권성우는 친구 할인가로 이천만 원을 제시했고 사건이 종결되면 지급하기로 했다.최수빈은 이 금액을 듣고 깊게 숨을 내쉬었다.주씨 가문에서 나온 후 주민혁은 그녀에게 돈을 보내지 않았고, 보낸다 해도 최수빈은 쓸 생각이 없었다.그녀는 수중에 있던 돈을 대부분 이혜정한테 주었고 생활비와 집값을 천만 원 정도 남겨두었던 터라 예전보다 많이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이제 이런 거액의 변호사 비용은 그녀에게 또 하나의 고민거리가 되었다.천공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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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최수빈은 마음이 가라앉았다. 주민혁이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는 것도 흔한 일이었다.그녀가 다시 한번 전화를 걸자 이번에는 전화가 연결되었다.“여보세요?”수화기 너머로 박하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누구시죠?”박하린의 목소리를 알아차린 최수빈은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일도록 핸드폰을 꽉 움켜쥐었다.예전에 주민혁은 최수빈이 그의 핸드폰을 만지지도 못하게 했다. 하지만 박하린은 아주 편하게 그의 전화까지 대신 받고 있었다.‘얼마나 친밀한 관계면 이 정도까지 신뢰할 수 있는 걸까?’최수빈은 눈을 내리깔며 담담하게 말했다.“주민혁 씨 좀 바꿔줘요.”“언니?”박하린은 최수빈의 목소리를 알아챈 듯 이내 말을 이었다.“죄송해요. 민혁 오빠 핸드폰에 번호가 저장 안 되어 있어서 스팸 전화인 줄 알고 끊었어요. 오빠 지금 바쁜데 무슨 일 있어요? 저한테 말하면 제가 전해드릴게요.”최수빈은 브로치가 박하린의 손에 있다는 사실이 불쾌했지만, 이건 그녀와 주민혁 사이의 문제였으니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최수빈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말했다.“바쁘면 일이 끝나고 다시 전화해 달라고 전해줘요.”그녀의 목소리는 차갑고 담담했다.박하린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알겠어요. 꼭 전해드릴게요.”전화를 끊은 후 최수빈은 하루 종일 핸드폰만 들여다보았지만, 주민혁의 연락은 끝내 오지 않았다.퇴근 시간이 가까워져 올쯤 육민성이 서류 한 부를 들고 다가왔다.“이건 너의 입사 계약서야. 월급은 최고 기준으로 월 이천만 원이고 분배되는 이익도 계좌로 들어갈 거야.”최수빈은 잠시 멈칫하더니 하고 있던 일을 멈추고 일어나 육민성을 바라보며 말했다.“월급이 너무 높아요. 게다가 아직 회사에 크게 이바지하지도 못했는데, 분배금을 받는 건 아닌 것 같아요.”육민성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수빈아, 나는 네 능력을 잘 알아. 넌 충분히 이 정도의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야. 게다가 네가 돌아왔을 때 말했잖아. 네 기술로 지분에 참여하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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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이미 비밀번호가 바뀌었다는 걸 알고 있었던 최수빈은 조용히 냉소를 지었다.그녀가 스스로 이 집에 발을 들였다는 건 그만큼의 모욕을 감내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이혼도 하기 전에 그녀는 이미 손님 취급을 받고 있었다.“그래요.”방문 목적이 따로 있었던 최수빈은 장수미한테 길게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주민혁 씨는 아직 안 돌아온 거예요?”“대표님은 아직 안 오셨습니다. 오늘은 야근하신다고 하셔서, 돌아오실지 안 오실지 모르겠네요.”“엄마 왔어요?”이때, 주시후가 위층에서 내려오며 인사를 했다.최수빈이 돌아오자, 그는 진심으로 기쁜 마음이 들었다.최수빈이 오랫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았던 터라 그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정말로 그녀가 그리웠다.특히 최수빈이 해주는 음식을 먹고 싶었다.주시후는 예전처럼 최수빈의 품에 안기며 말했다.“엄마, 내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세요. 그리고 내일 아침에 엄마가 해주는 새우를 먹고 싶어요.”다른 사람이 해준 새우는 먹으면 알레르기가 났지만, 최수빈이 해준 것은 괜찮았고 또 맛있었다.자신의 품에서 애교를 부리는 주시후의 모습에 최수빈은 마치 전생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에 잠시 멍해졌다.전생에 주시후는 지금과 달리 주예린처럼 말도 잘 들었고 애교도 많았다.가끔 나쁜 습관이 있기는 했지만, 교육만 잘하면 이내 고치곤 했다.정성을 다해 5년 동안 키운 아이한테 감정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다.하지만 주시후는 결국 박하린과 더 가까워질 테고, 박하린이 그의 친엄마라는 사실을 몰랐음에도 그녀를 위해 최수빈한테 악담을 퍼부었으며 점점 그녀가 알지 못하는 모습으로 변해갔다.최수빈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주시후를 밀어내며 담담하게 말했다.“새엄마한테 해달라고 해.”주시후는 멈칫하더니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최수빈을 바라보며 말했다.“엄마, 아직도 나한테 화가 난 거예요?”그는 순진한 눈으로 최수빈을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아빠가 그분을 엄마라고 부르라고 하셨단 말이에요. 아빠는 내게 엄마가 두 명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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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멈칫하던 박하린이 고개를 돌리자, 최수빈이 거실에 서 있었다.남편이라는 사람이 다른 여자와 친밀하게 스킨십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최수빈은 자신의 심정을 정확히 정의할 수 없었다.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같았고 마치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목구멍에 솜이라도 막힌 듯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최수빈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든 이제 그녀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최수빈을 봤음에도 박하린은 주민혁을 부축하던 손을 떼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 언니가 와 있었네요? 그러면 언니가 목욕물 좀 받아줄래요? 오빠가 편히 잘 수 있게 몸을 좀 닦아줘야겠어요.”박하린의 말에 최수빈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지금 나더러 목욕물을 받으라 하고 자기가 주민혁의 몸을 닦아주겠다고 한 거야?’그녀는 이제야 사랑을 받는 여자는 대담해진다는 말이 어떤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지 알 것 같았다.아내인 자신의 앞에서 이런 말을 서슴없이 할 수 있다는 건 결국 주민혁이 준 권리였다.최수빈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런 일이 얼마나 빈번했을까 생각하자, 입가에 싸늘한 웃음이 맺혔다.“방해 안 할 테니 편하게 볼일 봐요.”최수빈의 말이 끝나자마자, 박하린의 전화가 울렸다.발신자 번호를 확인한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최수빈을 향해 말했다.“언니, 오빠 좀 봐줘요.”말을 마친 박하린은 전화를 받으러 밖으로 나갔다.지금 주민혁은 술 취한 상태라 뭔가를 물어봐도 제대로 대답도 못 할 것 같았고, 무엇보다 두 사람의 좋은 시간을 방해할 생각이 없었던 최수빈은 박하린의 말을 무시한 채 몸을 돌렸다.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주민혁이 비틀거리며 그녀한테 다가오더니 무거운 몸이 홱 쓰러지듯 그녀를 향해 덮쳐왔다.코안 가득히 주민혁의 독한 술 냄새와 박하린의 향수 향이 섞인 기분 나쁜 향기가 퍼졌다.최수빈은 눈썹을 찌푸리며 그를 밀어냈지만, 무거운 남자의 몸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주민혁은 최수빈을 꽉 붙잡으며 흐릿하고 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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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주민혁은 관자놀이를 살짝 문지르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목욕물 좀 받아놓고 해장국 준비해.”최수빈은 조롱 가득한 눈빛으로 주민혁을 바라보았다.‘당신은 나를 도대체 뭐로 보는 거야? 무료 가정부? 아니면 당신의 아이를 낳아주고 집안일을 돌보는 값싼 노동력?’예전 같았으면 주민혁이 말하기도 전에 알아서 그를 돌봐줬을 거고, 그가 조금이라도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을 그녀였다.하지만 지금의 최수빈은 그저 웃음만 나왔다.그녀는 취해 정신이 흐려진 상태에서조차 자신을 가정부로 대하는 주민혁의 태도에 오랜 세월 그를 사랑했던 자신이 미련스러웠다.최수빈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주민혁 씨가 아끼는 박하린한테 시키세요.”별장을 나서던 최수빈은 마침 전화를 마치고 돌아오는 박하린을 마주쳤다.박하린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언니, 목욕물 다 준비하셨나요?”최수빈은 비꼬는 듯 입꼬리를 올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박하린은 그녀의 뒷모습을 몇 초 동안 바라보다가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다.별장 단지를 벗어난 최수빈은 밖의 신선한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방금까지 답답했던 몸과 마음이 한결 나아진 것 같았다.만약 내일까지 브로치를 돌려받지 못한다면 그녀는 다른 방법을 택할 작정이었다.다음 날 최수빈은 소송 접수 안내 문자를 받았다.상소 신청이 접수되어 관련 서류와 절차가 발송되었다는 내용이었다.같은 도시에서 배송되는 거라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주민혁은 오늘 중으로 서류를 받을 수 있었다.그제야 최수빈은 마음을 누르고 있던 돌덩이가 조금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주민혁은 전날의 숙취로 머리가 욱신거렸다.계단을 내려오던 그는 습관처럼 최수빈을 불러 우유 한 잔을 달라고 했다.장수미가 주민혁의 소리를 듣고 부엌에서 달려 나오며 말했다.“대표님, 사모님은 오늘도 안 계십니다. 제가 우유 데워 드릴까요?”주민혁은 그제야 그녀가 돌아오지 않았음을 떠올렸다.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옷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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