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빈은 저택에도 갈아입을 옷을 갖춰두고 있었다.문을 닫자마자, 주나연이 마당 앞을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어머, 올케였구나.”주나연은 큰 우산을 들고 최수빈 쪽으로 걸어오며 말했다.“민혁이는? 같이 있는 거 아니었어?”최수빈은 주나연이 고의로 그녀를 도발한다는 걸 알아차리고는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찾을 일이 있으면 직접 전화를 하세요.”주나연은 최수빈의 태도가 예전과 달라진 것을 확실히 느꼈다.예전에는 주씨 가문 사람들에게 아첨하듯 잘해주던 그녀가, 이제는 고고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었다.주나연은 최수빈이 박하린의 뛰어난 모습에 위기감을 느꼈을 거로 생각했다.오늘 밤 연회에서 박하린이 체면을 세운 반면, 최수빈은 사모님이라는 호칭이 무색할 정도로 초라해 보였으니 말이다.“남편이 집에 안 오는데도 전혀 걱정하지 않네. 이혼당할까 두렵지도 않나 봐?”주나연은 지난번 최수빈이 이혼을 선언하며 큰소리쳤을 때, 그녀가 정말로 결단을 내릴 수 있을 거라 믿었다.그러나 최수빈은 결국 돌아왔고, 이 일로 화가 난 주나연은 지금이야말로 최수빈을 비웃을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최수빈은 주나연의 쓸데없는 질문에 대답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 채 침묵을 지켰다.이에 주나연은 더욱 흥미로운 듯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민혁이는 하린이를 집에 데려다주기 위해 나갔어. 비가 오는데도 하린이가 집에 일이 있다며 가야 한다고 하자, 직접 데려다주겠다고 나서더라. 너한테는 말도 안 해줬니?”최수빈은 잠시 멈칫했다.가슴이 따끔거렸고,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주민혁은 한 번도 그녀를 위해 직접 운전을 해준 적이 없었다.한번은 고열로 쓰러질 듯한 상태에서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지만, 주민혁은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그녀를 외면했었다.이제 박하린을 데려다주러 갔다는 걸 알고도 놀랍지는 않았지만, 그런 대비되는 행동에 자신의 지난 헌신이 얼마나 무가치했는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주민혁은 그녀를 진심으로 대해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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