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Chapter 621 - Chapter 630

816 Chapters

제621화

최수빈의 심장이 턱 하고 솟구쳐 가슴에 걸렸다.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주예린은 밖으로 밀려나 있는 상태였다.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주예린을 잡으려 했지만 너무 늦었고 모든 건 순식간에 벌어졌다. 설마 주시후가 그렇게 망설임 없이 주예린을 밀어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주예린이 무슨 반응을 할 틈도 없이 온몸은 거세게 밀려 나갔고 지나가던 오토바이가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으며 날카로운 마찰음이 들렸다.오토바이가 바로 눈앞까지 들이닥친 순간, 한 남자의 커다란 팔이 주예린을 단단히 끌어안아 안쪽으로 낚아챘다.겁에 질려 어찌할 바를 모르던 주예린은 자신을 껴안은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려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마주한 얼굴은 차갑고도 무표정한 아빠의 얼굴이었다.“...아빠.”그 말은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온 것이었다.밤마다 꿈에서 보던 아빠는 언제나 자신에게 잘해주고 다정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꿈에서 깨어나고 나면 아빠는 늘 차가운 사람으로 돌아와 있었다.주민혁이 딸을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을 본 순간, 최수빈의 가슴에 걸려 있던 돌덩이가 서서히 내려앉았다.그가 왜 이곳에 나타났는지, 왜 하필 이 순간에 주예린을 구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가 나타나 줘서 정말 다행이었다.충격을 받아 입술이 새하얗게 질린 그녀는 곧장 주예린 곁으로 다가가 위아래로 아이의 몸을 살피며 다친 곳이 없는지 확인했다.“나 괜찮아요, 엄마.”주예린은 어깨를 움츠리며 속삭였다. 지금 엄마가 가장 걱정하는 건 분명 자신의 몸 상태일 거라는 걸 알았기에 괜찮다고 먼저 말해 엄마를 안심시키려 했다.최수빈은 고개를 들어 주민혁을 바라봤다.“고마워요.”주시후는 멀리서 주민혁의 모습이 다가오는 걸 보자 얼굴빛이 확 변했다.‘아빠가 왜 여기 있지? 증조할머니 생신 연회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아이는 완전히 얼어붙은 듯 제자리에 멈춰 섰다.지금으로서 주시후는 그저 조금 전의 장면을 주민혁이 보지 못했기를 바랄 뿐이었다.최수빈은 굳은 얼굴로 주시
Read more

제622화

혹은 누구도 택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택했을지도 몰랐다.더더욱 주민혁을 이해할 수 없었던 최수빈은 조윤미를 바라보며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애가 아직 어리니 아무런 잘못이 없다면... 아이의 보호자인 사람이 책임을 져야죠.”이 말에 조윤미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아까도 말했잖아요. 아이들끼리 장난치다 일어난 일이라고. 뭘 그렇게 심각하게 굴어요? 그리고 예린이도 아무 일 없잖아요. 설마 이런 일로 나한테 손해배상이라도 청구하려는 겁니까? 수빈 씨가 지금 얼마나 잘나가는 사람인데 돈 몇 푼 때문에 이러는 거예요?”조윤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지금 나도 우리 딸도 우리 손자도 이 지경까지 됐는데... 정말 우리를 이쯤에서 놔주지도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질 겁니까?”이 말에 최수빈은 헛웃음이 나왔다.‘웬 피해자 코스프레지? 막말로 상황을 이 지경까지 만든 게 누군데? 일부러 시후 데리고 단지 앞까지 나 막으러 온 건 또 누구고?’조윤미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 주민혁을 바라봤다.“너랑 우리 하린이 오랜 시간 알고 지냈잖아. 결국은 각자의 길을 가게 됐다 쳐도 그래도 과거의 정이라는 게 있지 않나? 너도 우리 하린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잖아. 그리고 네가 몇 년이고 길러온 아들, 그 아이의 성격은 너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을 텐데... 네가 직접 말해봐. 시후가 정말 고의로 그런 짓을 한 것 같아?”조윤미는 설사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이일지라도 최소한의 정은 남았을 거라고,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오랜 시간 함께했던 애정이 완전히 사라질 순 없을 거라고, 주시후를 향한 그 따뜻했던 시선이 전부 거짓이었을 리 없다고 믿고 싶었다.주시후가 주예린을 밀어낸 순간, 조윤미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 일었던 감정은 기쁨이었다.그 아이가 만약 그대로 오토바이에 치였더라면 죽든 다치든 간에, 조윤미의 입장에서는 그게 더 나을 뻔했다.지금 주씨 가문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후계자라고는 주예린 하나뿐이니 만약 그 애
Read more

제623화

남자의 눈매는 차갑고 단호했다.그 모습을 본 최수빈은 목이 콱 막힌 듯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무언가 말해야 할 것 같았지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꺼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주예린은 아빠의 품 안에 안겨 멍하니 올려다보았다.하지만 그의 눈빛이 여전히 싸늘하고 무표정해 주예린은 입술을 꾹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프니?”어릴 때부터 유난히 강한 아이였던 주예린은 그 말에 갑자기 코끝이 찡해졌다.눈물은 의지와 상관없이 주르륵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이제는 어느 정도 부끄러움을 아는 나이인지라 자신이 울고 있다는 걸 자각한 순간, 주예린은 곧장 아빠의 품에 머리를 파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아빠에게 이렇게 따뜻하게 안긴 게 도대체 얼마 만이었을까.예고 없이 다가온 온기에 마음이 무너져내렸고 억눌렀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터졌다.“왜... 왜 아빠는 나랑 엄마를 버렸어요? 왜, 또... 또 그렇게 버려놓고... 다시 구하러 온 거예요...”서툰 말이지만 아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참을 수 없는 억울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자 최수빈의 마음도 저려오는 것 같았다.딸이 단 한 번도 아빠를 잊은 적이 없다는 것을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어린 주예린은 아빠의 사랑을 분명히 경험했던 아이였다.그리고 그 사랑이 갑자기 사라졌을 때, 아이가 얼마나 큰 상실감을 느꼈을지 감히 가늠할 수가 없었다.어느새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은 주민혁이 커다란 손으로 딸의 등을 천천히 두드리며 가볍게 안아 올렸다.“일단 위로 올라가자. 곧 의사 불러줄게.”남자의 눈길이 최수빈에게도 잠시 머물렀으나 최수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이 순간, 주예린에게 가장 필요한 건 안정을 되찾는 것이었다.이 상태로 병원에 데려가는 건 오히려 아이에게 또 다른 불안감을 안겨줄 뿐이기에 집으로 돌아가 익숙한 공간에서 치료받는 게 훨씬 나았다.그렇게 세 사람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갔다.주예린은
Read more

제624화

최수빈은 그 알 수 없는 여자들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남자의 곁에 있는 여자들은 최수빈처럼 무심하지 않았고 언제든지 몰래 뒤에서 발을 걸 수 있었다. 박하린처럼 말이다.최수빈은 한 번도 먼저 말을 건 적도 없고 신경 써본 적도 없는데 박하린은 혼자 신나서 온갖 경쟁심을 불태우며 그녀를 라이벌로 삼았다. 여자는 본디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나면 그 남자 주위의 모든 여자들을 적으로 삼는 법이다.그런 식의 뼈아픈 경험을 최수빈은 이미 한 번 겪었기에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다.그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의 공기가 순간 묘하게 정적에 잠겼다.몇 초가 흐른 뒤, 주민혁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괜한 걱정하지 마. 그럴 일 없을 테니까.”웬일로 주민혁이 정면 돌파식 대답을 한 것이었다.최수빈은 그를 한 번 흘겨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네 말대로라면 박하린은 벌써 타깃이 돼서 끝장났어야지. 그런데 아니잖아?”“...”“예린이 진찰 다 끝내면 바로 나갈게. 의사는 내가 부른 사람이니까 내가 빠지면 곤란하잖아.”최수빈은 결국 그를 들여보냈다.주민혁은 방 안 인테리어를 한 번 둘러보고 딸을 조심스레 소파에 눕히더니 고개를 숙이고 어디 더 다친 데는 없는지 찬찬히 확인했다.“몇 년이 지났는데도 네 취향은 하나도 안 바뀌었네.”와중에 주민혁이 마치 옛 시절을 회상이라도 하는 듯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최수빈은 고개를 숙이고 그를 바라봤다.‘내 취향을 자기가 언제 알기나 했다고?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이해한 적이나 있나?’그가 그런 말을 하는 게 참 우스워서, 기가 막혀서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최수빈은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고 주예린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디 다친 데 없어? 아픈 데는 없고?”주예린은 고개를 저었다.“아까 아빠가 감싸줬던 데만 아파요.”“그럼 엄마랑 가서 몸 깨끗이 닦자. 이따가 의사 선생님 오면 진찰받아야 하니까, 알겠지?”주예린은 살짝 고개를 끄덕
Read more

제625화

남자는 왼손을 들어 정확하게 쿠션을 받아냈다.차가운 눈동자가 그대로 떠졌고 그 안에는 싸늘하고 살벌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최수빈을 보자 주민혁의 눈빛은 점점 무표정하고 냉담하게 되돌아갔다.그 눈빛에 놀란 최수빈은 순간 제자리에 얼어붙었다.“참 무정하네. 잠깐 눈 좀 붙였다고 쿠션을 던지는 거야?”“자는 척한 거였어요?”안 자고 있었다면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게 쿠션을 받아낼 수 있겠냐는 말이었다.주민혁은 그녀를 똑바로 보며 물었다.“예린이는 잠들었어?”“네. 의사는 왔어요?”말투는 담담했지만 최수빈이 묻고자 하는 요지는 분명했다.‘빨리 의사더러 오라고 해요. 진찰 끝나면 얼른 다 나가고요.’주민혁은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더니 말했다.“이제 겨우 얼마 지났다고... 내가 여기 있는 게 그렇게 보기 싫어?”최수빈은 그를 바라보며 깊게 숨을 들이켰다.그의 말 하나, 행동 하나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었기에 하고 싶은 말도, 묻고 싶은 것도 많았다.그런데 전혀 정리가 안 됐고 생각도 뒤죽박죽이었다.주민혁과 대화를 하다 보면 중심을 잡기가 어려웠는데 말을 꺼냈다가도 어느 순간 흐름이 그의 손에 넘어가 있었다.그는 화제를 바꾸는 데 능했고 순식간에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었다.최수빈은 지금 주민혁이 하는 말과 행동들이 너무 앞뒤가 안 맞는다고 느끼고 있었다.너무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터져 머릿속이 복잡했다.이 남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정리가 안 되는 상황 자체가 그녀를 더 피곤하게 만들었다.분명 둘은 이혼한 사이였지만 주민혁이 더 이상 그녀의 앞에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거리를 두려 애쓰고 있지만 알 수 없는 인연의 끈들이 자꾸만 둘 사이를 엮고 있는 것 같았다.수많은 생각이 엉켜 있는 와중에 최수빈은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해 보이는 질문을 꺼냈다.“오늘 왜 우리 집 앞에 있었던 거예요?”마치 그 일이 일어날 걸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이날 주민혁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주예린을 구해냈다.“조윤미 씨가
Read more

제626화

목적만 달성하면 주민혁은 금세 떠날 사람이었다.“그래서, 대체 뭘 원하는 건데요?”주민혁은 한참을 말없이 있다가 천천히 목젖을 움직이며 낮게 말했다.“예린이의 양육권.”최수빈은 마치 엄청난 농담이라도 들은 듯 비웃음을 터뜨리더니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단번에 잘라 말했다.“그건 절대 불가능해요. 민혁 씨가 가지고 있는 그 증거가 없더라도 박하린 씨는 결국 감옥에 갈 거예요.”최수빈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박하린 씨를 미워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난 그 사람 증오하지 않아요. 나한테 그 사람은 그냥 낯선 사람이니까. 내 앞길에 매번 방해물을 놓는 그런 사람 정도로?”최수빈은 박하린을 단 한 번도 경쟁자로 생각한 적 없었다. 그저 박하린이 일방적으로 경쟁심을 품고 끊임없이 시비를 걸어왔을 뿐이다.주민혁이 어떤 이유로 이 시점에 갑자기 주예린의 양육권을 원하든 최수빈은 절대 동의할 생각이 없었다.딸의 양육권을 가지고 있었을 때는 그렇게 냉담하던 사람이 이제 와서 왜?이건 분명히 뭔가 숨겨진 속셈이 있다는 뜻이다.그 순간, 주민혁의 눈썹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그는 몸을 뒤로 젖혀 소파 등받이에 기대더니 타고난 권위자의 냉기 어린 기운을 온몸으로 내뿜었다.“조건은 뭐든 들어줄 수 있어.”이에 최수빈은 갑자기 주먹을 꽉 쥐었다.“그래서, 딸마저 협상의 카드로 쓰겠다는 거예요?”주민혁은 그 말을 들으며 조용히 최수빈은 바라봤다. 그 눈빛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했다.‘안 그럼?’이내 주민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사람은 다 그만한 가치가 있어서 존재하는 거야.”‘가치? 민혁 씨한테 사람은 다 가치로 평가되는 건가?’최수빈은 가슴 속이 꽉 막힌 듯 화가 치밀었다.“내가 예린이를 협상의 수단으로 쓰게 내버려 둘 것 같아요? 민혁 씨 눈에는 내가 뭐든 거래하는 사람으로 보이냐고요.”주민혁은 비웃듯 웃으며 말했다.“그럼 아닌가?”이 반문에 최수빈은 그대로 얼어붙었다.그리고 그 한마디는 이렇게 말하
Read more

제627화

최수빈은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이 남자의 말은 앞뒤가 전혀 안 맞아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도대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또 뭘 하려는 건데요?”“똑똑...”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주민혁이 불러놓은 의사가 도착한 것이다.그 한 번의 노크 소리에 남자의 손이 순식간에 느슨해졌다.최수빈은 그가 손에 힘을 푸는 걸 느끼자마자 곧바로 벌떡 일어나 몸을 떼어냈다.그녀가 자신 옆에 단 1초도 더 있고 싶지 않아 하는 태도에 주민혁은 비웃듯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곧이어 기본적인 검사 장비를 든 의사가 들어왔다.“아이는 어디 있죠?”최수빈은 주민혁을 한 번 쳐다보고는 미간을 좁히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사를 데리고 주예린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의사는 아주 꼼꼼하게 주예린의 상태를 살폈다.다행히 아이는 심각한 상태가 아니었다. 다만 외상 몇 군데가 확인되어 의사는 간단한 처치를 해주었다.최수빈은 잔뜩 긴장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우리 애, 정말 괜찮은 거죠?”의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단순 외상 정도라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다만 아이가 심리적으로 충격을 받은 것 같아요. 겁을 많이 먹은 것 같습니다.”주예린을 바라보자 최수빈은 마음이 찢어질 듯했다. 가슴이 뻐근할 만큼 온 마음이 딸에게 쏠려 있었다.의사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 뒤, 딸에게 정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의사를 배웅했다.그러고는 돌아서서 소파에 앉아 있는 주민혁을 바라봤다.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에 최수빈은 멀찍이 떨어진 자리에 서 있으며 가까이 가려 하지 않았다.그녀의 태도에 주민혁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왜 그렇게 멀리 있어? 내가 널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 무서워?”“의사 선생님이 예린이 괜찮다네요. 그러니 이제 나가주셨으면 좋겠어요. 여기 더 있을 필요 없잖아요.”더는 그와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최수빈은 차가운 말투로 쫓아내듯 말했다.심지어는 그가 있는 공간
Read more

제628화

최수빈의 말을 들은 주민혁은 가볍게 눈을 감았다.그리고 느릿하게 말했다.“잠깐만... 쉬고 싶어.”이 한마디를 남긴 뒤, 그녀가 뭐라고 하든 신경도 쓰지 않고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주민혁은 소파에서 잠이라도 잘 기세로 누워 있었는데 최수빈은 평생 이렇게 뻔뻔한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최수빈은 분노에 차 주먹을 꽉 움켜쥐고 그대로 발걸음을 옮겨 소파 앞으로 걸어갔다.“민혁 씨, 일어나요. 이제 그만 버티라고요.”하지만 그는 눈을 꾹 감은 채 그녀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는 듯, 아예 깊은 잠에 빠져든 것처럼 미동도 없었다.그가 여기 이렇게 뻗어 있는 걸 보자 최수빈은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답이 안 나왔다.이내 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주민혁의 팔을 붙잡아 끌어내려고 했다.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무거워 아무리 당겨도 끌리지 않았다.오늘 밤 주민혁이 기어코 이곳에 눌러앉으려 한다면 최수빈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는 경찰에 신고하거나 아니면 아래층 경비원을 불러 끌어내는 수밖에 없었다.최수빈은 이렇게 결심하며 손을 놓고 휴대폰을 집어 들려 했다.그 순간, 주민혁이 그녀를 확 끌어당겼다.“윽...”최수빈은 이를 악물고 그의 손을 뿌리치더니 반작용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곧 주민혁의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울려왔다.“만약 오늘 여기서 나가야 한다면, 나 앞으로는 매일 올 거야.”이는 분명한 협박이었다.그리고 주민혁이 왜 오늘 밤 꼭 이곳에 머물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건지 최수빈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하여 그녀는 싸늘한 눈빛으로 소파 위의 남자를 바라보았다.“정말 할 말이 있다면 내일 낮에 약속 잡고 얘기해요. 지금은 시간도 너무 늦었잖아요.”“난 그냥 여기 앉아 있을 거야. 너한테 아무것도 방해 안 되게. 날 밝으면 알아서 나갈게.”목소리는 갈라져 있었으며 눈빛은 깊고 어두웠다.한 손으로 머리를 괸 채 주민혁은 여전히 느긋한 태도로 말을 이어갔다.“만약 강제로 날 쫓아내려 한다
Read more

제629화

그가 정말 떠나지 않은 걸 확인하자, 최수빈은 그 자리에서 몇 초 정도 멍하니 서 있었다.처음에는 그저 허세처럼 떠들어놓은 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말로 떠나지 않은 것이었다.최수빈은 입을 꼭 다물고 그를 자극하지 않으려 최대한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 물을 가지러 갔다.그렇게 스쳐 지나가려는 순간, 갑자기 손목이 무언가에 꽉 잡혔고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몸 전체가 그대로 주민혁의 품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남자의 냄새와 체온이 완전히 그녀를 감싸며 틈 하나 없이 밀착됐다.최수빈은 차갑게 말했다.“민혁 씨, 놔.”‘언제부터 이런 버릇이 생긴 거야?’주민혁의 목소리는 낮게 잠겨 있었다.“왜 아직도 안 자?”마치 방금 막 깨기라도 한 듯 나른하고 쉰 기운이 섞인 목소리였다.최수빈은 이를 악물었다.“민혁 씨, 이거 놓으라고요.”“왜 이렇게 사납게 굴어.”그는 고개를 조금 숙이며 이마가 맞닿을 만큼 가까이 파고들었다. 숨결도, 목소리도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오래 못 안아봤는데 좀 안아보면 안 돼? 왜 그렇게 나만 보면 내쫓으려고 해?”그러다 목소리가 더욱 무거워졌다.“네가 날 내쫓으면... 난 갈 데가 없어.”최수빈은 순간 멈칫했다.“...뭐라고요?”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지금 이 말은 마치 다른 여자를 향해 하는 말처럼 들렸다.분명 박하린이 아닌 다른 여자가 있다고 주민혁이 직접 말하지 않았는가.즉 지금 이 말은 또다시 그녀를 그 ‘다른 여자’와 착각한 것이었다.주민혁이 그토록 지키고, 그토록 감싸던 여자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어떤 여자길래 이 남자에게 이런 광적인 집착을 끌어낼 수 있는 걸까?최수빈이 주민혁을 밀어내려 몸부림쳤지만 그녀가 움직일수록 그의 팔 힘은 더 강하게, 더 단단하게 조여왔다.상황은 점점 더 그녀가 통제할 수 없이, 계속해서 위협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마치 뒤에서 누군가가 등을 떠밀어 억지로 위험한 곳으로 몰아가는 기분이었다.머릿속은 완전히 뒤엉켜 있었다. 여태까지 일어난 일들이
Read more

제630화

최수빈은 축 늘어진 손으로 주먹을 꾹 쥐었다.주민혁을 때린 건 본인인데 정작 아픈 쪽은 그녀의 손이었고 그는 아프지도 않은 모양이었다.마치 아무리 맞아도 끄떡없는, 지치지도 않는 미친 사람 같았다.그리고 미친 사람 앞에서는 그 어떠한 말도 통하지 않는다.게다가 남녀 간의 힘 차이는 분명했다.주민혁이 놓지 않겠다고 마음먹으면 최수빈은 어떻게 버둥거려도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최수빈은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며 그의 상태를 깊이 들여다봤다.오늘 밤의 그는 예전 그녀가 알던 주민혁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질릴 만큼 냉담하고 무표정하던 그 사람과는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던 것이다.‘우선... 침착해지자.’그의 뜨거운 체온이 전해졌고 말을 할 때마다 뿜어내는 숨결 또한 뜨거울 정도였다.최수빈은 무표정하게 손을 들어 주민혁의 이마에 살짝 대보았다.손끝이 뜨겁게 데일 만큼 뜨거운 것으로 보아 분명 고열이었다.조금 전 그가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고 했던 말은 핑계도 변명도 아닌 정말로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이었다.그런데 최수빈을 떠나면 갈 데가 없다는 그 말은 또 뭐란 말인가.다른 누구와 착각한 게 아니라며, 그토록 단호하게 말하던 이유는 뭘까.최수빈은 그의 얼굴을 차디찬 눈빛으로 바라봤다.“열이 펄펄 끓어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거예요? 민혁 씨, 말 좀 제대로 하지 그래요?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요. 그러니까 이거 놓고 얘기할 거면 좀 정상적일 때 합시다. 네?”그녀는 끝까지 이성적으로 해결해보려고 했다.하지만 고열에 정신까지 흐려진 사람에게 이성적인 대화란 존재할 수 없었다.“왜...”그는 그녀를 꽉 끌어안은 채 낮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못 해본 게 많잖아, 안 그래?”최수빈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완전 미쳐버렸나 보네.’오늘 밤 그가 한 말, 그가 한 행동, 그 속에 이성적인 면모라고는 단 하나도 없었다.흥분해서 해결될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최수빈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따귀를 몇 대 맞
Read more
PREV
1
...
6162636465
...
82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