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Chapter 611 - Chapter 620

816 Chapters

제611화

이때, 주시후가 안에서 사람들에게 이끌려 나왔다.아이의 얼굴에는 놀람과 당혹감이 가득했다.“무슨 말이에요... 아빠, 나 버리는 거예요?”주시후는 주민혁을 애절하게 바라보며 울먹였다.“아빠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아빠잖아요. 그러니까 나 버리면 안 돼요. 난 주씨 가문 사람이잖아요. 다른 데는 절대 안 갈 거예요.”주민혁은 잠시 시선을 내리깔더니 아이를 바라봤다.“이미 예전부터 네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다 알고 있어.”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시후는 와르르 무너지듯 울음을 터뜨렸다.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아이는 소리 내어 울며 말했다.“아니에요! 난 그런 선택 한 적 없어요! 엄마가 말했단 말이에요. 나중에 내가 주씨 가문의 후계자가 될 거라고, 엄청난 부자가 되어서 잘살게 될 거라고... 난 여기서 나가기 싫어요!”진서령의 얼굴은 금세 싸늘하게 굳어졌다.“어린 게 벌써부터 헛된 꿈만 꾸고 있구나. 그동안 우리가 너를 후계자랍시고 어떻게 키워줬는데 이제 와서 네 친엄마 편에 서겠다고? 넌 우리랑 피 한 방울 안 섞였어. 그런 주제에 후계자 자리를 꿈꿔?”그녀의 말투는 냉정했고 날카로웠다.“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야.”주시후는 찢어질 듯한 울음을 토해내며 절규했다.“할머니... 할머니가 제일 저 좋아했잖아요. 절 제일 사랑했잖아요... 정말 할머니까지 저 버릴 거예요? 제가 진짜 잘할게요. 공부도 열심히 하고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두 분 다 모실게요... 제발...”아이는 온몸을 떨며 엉엉 울었고 목소리는 점점 흐트러졌다.주예린은 최수빈 옆에 조용히 서서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다.주씨 가문에서 제일 귀하게 자란 오빠가 이렇게 무너지는 모습은 감히 상상도 못 한 것이었다.그리고 그 순간, 주예린은 문득 생각했다.자신은 원래부터 아빠의 사랑 같은 건 받을 수 없었으나 최수빈과 같이 떠나던 날에도 주민혁이 이렇게까지 잔혹하지는 않았었다는 것을.주예린은 눈썹을 바짝 찌푸렸다.아직 많이 어려 세상의 모든 이치를 다 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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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주시후는 훌쩍이며 고개를 숙이고 연신 잘못을 빌었다.최수빈은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주시후를 내려다보며 아이가 입에 담는 말 하나하나를 다 들었다.그제야 그녀는 알게 됐다.예전 박하린이 늘 주씨 가문의 신혼집에 드나들 수 있었던 건 주민혁의 뜻이 아니라 주시후가 매번 그녀에게 문을 열어줬기 때문이었다는 걸.콧물에 눈물까지 흘리며 엉망이 된 그 아이를 주민혁은 단 한 번도 똑바로 보지 않았다.그렇게 주시후는 조윤미에게 이끌려 자리를 떴고 둘은 어깨가 축 처진 채 연회장을 빠져나갔다.조윤미는 억울하고 분했으나 마지못해 이 상황을 받아들이며 애써 침착한 얼굴을 했다.주민혁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옆에 서 있던 려운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따라붙어. 해외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려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연회장을 빠져나갔다.그제야 주민혁은 침착한 표정으로 가볍게 웃으며 주변에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예기치 못한 일이 생겨 여러모로 심려를 끼쳤습니다. 너그러이 이해해주셔서 감사드리며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생신 연회는 예정대로 계속 진행할 거예요.”이 한마디로 난장판 같았던 사건은 조용히 끝맺어졌다.연회장은 다시 차분히 원래 준비했던 흐름대로 생일 연회를 이어가기 시작했다.육민성과 송미연은 얼굴을 찌푸렸다.오늘의 일은 모두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고 그것은 최수빈도 마찬가지였다.사실 주민혁의 마음속에 아직 박하린이 있다고 최수빈은 믿고 있었다.하지만 이는 결국 전부 그녀의 착각이었다.주민혁은 박하린, 최수빈 그 누구도 좋아하지 않았다.그리고 그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전부 직접 처리해왔다.송미연이 고개를 돌려 최수빈을 바라보며 말했다.“가끔은 네가 그 남자랑 빨리 이혼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저런 무서운 남자랑 같이 자려면 진짜 베개 밑에 칼이라도 숨겨놔야 했을 거야.”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최수빈을 꼭 안았다.“그 사람 옆에서 그렇게 오랜 세월 함께 지내놓고 아직도 살아 있는 거 보면... 넌 정말 운이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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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그는 수년간 늘 족쇄에 묶인 채 살아야 했다.언제 박씨 가문이 뒤통수를 칠지 몰라 늘 불안했고 그게 자신의 관직 길에 흠집이라도 낼까 봐 조심 또 조심했다.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건 명성이었다. 때문에 주기훈의 명성은 흠잡을 데 없이 깔끔했고 청렴하다는 평판이 자자했다.물론 실제로도 그랬다.스스로에게도, 남에게도 매우 엄격했고 주씨 가문 식구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그 바람에 어릴 적부터 주민혁은 철저한 훈육 아래 자랐다.주기훈은 싸늘한 눈빛을 내리깔고는 손에 쥐고 있던 담배를 거칠게 비벼 끄며 소리 없이 이를 갈았다.“나랑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 벌인 거, 내 평생 쌓아온 기반을 네 손으로 날려버리겠다는 거랑 뭐가 달라? 만에 하나라도 그 여자한테 또 다른 수가 있었다면? 오늘 일이 네 뜻대로 안 풀렸다면? 그 뒷일은 생각이나 해봤어? 만약 그 여자가 최수빈이랑 손잡고 움직였다면, 그건 곧 주씨 가문을 파멸로 이끌 수도 있다는 거 몰랐어?”주기훈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굳어 있었다.다행히도 상황이 아슬아슬하게 수습되었지만 그의 눈에는 오늘 벌어진 일들이 너무도 위험천만해 보였다.주민혁은 그의 질책을 표정 하나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들었다. 검은 눈동자에는 차가운 고요함만이 감돌았다.“세상의 일은 아버지처럼 늘 흑백으로만 나뉘지 않습니다. 모든 게 뜻대로만 흘러간다면야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오늘 일은 이미 끝났고 끝난 일에 굳이 매달릴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짝!”말이 끝나자마자 주기훈은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그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고개가 순간적으로 옆으로 살짝 꺾인 주민혁은 이를 꽉 다물고 턱을 밀어 올리듯 살짝 움직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아버지를 똑바로 응시했다.눈빛은 차디차고 날카로웠다.“아직도 말대꾸할 거냐? 네가 한 짓은 전부 잘못된 거다. 왜 나한테 한 마디 상의도 안 했어?! 지금 당장은 일이 수습된 것처럼 보이겠지.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그 여자가 지금은 물러섰다 해도 뒤에 또 다른 수를 숨기고 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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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주선웅은 이미 해외에서 오랜 시간 유학과 실무를 마쳤다.주기훈은 신분상의 이유로 해외에 나갈 수 없었고 주선웅은 집과 연락을 끊었다고 해도 아버지인 주기훈과의 연락까지 끊은 건 아니었다.주민혁은 잘 알고 있었다.자신이란 존재는 주기훈이라는 아버지가 주씨 가문의 정치판에 내놓은 하나의 ‘말’일 뿐이며 실상은 해외에 있는 큰형 주선웅을 위해 주씨 가문의 기반을 지키고 있는 ‘대리인’일 뿐이라는 걸.그는 조용히 담뱃갑을 꺼내 들고 한 개비를 물더니 라이터를 켜 불을 붙인 다음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비웃듯 말했다.“지금 이 판을 제가 무리해서 끊으려 드는 걸까요, 아니면... 아버지가 오래전부터 따로 준비해둔 게 있는 걸까요? 이제 형도 돌아왔겠다... 인수인계는 언제 하죠?”주기훈의 시선이 매서워졌다.“그 말 무슨 뜻이냐?”“아버지도 잘 아시잖아요.”그 대답에 주기훈은 눈빛을 더더욱 어둡게 가라앉혔다.“난 오늘 모두의 앞에서 네가 주씨 가문을 이끌 거라고 선언했어. 미래의 후계자도 너라고 못 박았고. 그런데 지금 와서 날 향해 이런 삐딱한 소릴 하겠다는 거냐? 내 속이 어떤지는 네가 더 잘 알잖아.”사실 주기훈은 이 둘째 아들을 조금 얕봤었다.언제 이렇게 컸는지도 모르게 자라 있었고 이제는 마주 서 있어도 주민혁의 얼굴에서 어떠한 감정을 읽어낼 수가 없었다.조금 전 손을 들고 두 번째 따귀를 때리려던 순간, 그 깊고 어두운 눈동자와 마주해 순간 가슴 한복판이 서늘해졌다.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두려움이 치밀었다.주기훈은 늘 바깥일로 출장을 다니며 자신의 권력과 지위를 좇아 바쁘게 살아왔다.그러면서도 집안일은 뒤로 미뤘고 눈앞에 있는 이 아들 또한 서서히 놓쳐왔다.때문에 이토록 낯선 존재가 되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지금도 주기훈은 주민혁이 어디까지 올라와 있는지 알 수 없었고 다만 이제는 조용히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주민혁은 입에 담배를 문 채 퍼져나오는 연기 속에 시야가 희뿌예졌고 그 속에서 눈빛도 감춰졌다.그러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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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주민혁은 시선을 떨군 채 그녀가 보여준 사진을 아무렇지 않게 삭제해버렸다.얼굴에는 일말의 감정도 없었다.그러고는 사진이 지워진 화면을 다시 그녀에게 건네며 담담히 말했다.“그 사람이 아니어도 다른 누군가는 있었겠지. 안 그래?”최수빈은 핸드폰을 받아들고 사진이 사라진 걸 확인하고는 피식 비웃었다.그가 방금 뱉은 말에는 이미 모든 의미가 담겨 있었다.박하린이 그 상대는 아니라는 것, 하지만 그 자리를 대신할 다른 누군가는 분명 존재했다는 것.결국 박하린은 그 미지의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 내세운 하나의 방패막이였던 셈이었다.최수빈의 얼굴에는 전혀 놀라워하는 기색이 없었고 오히려 조금은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그렇게 하린 씨를 챙기는데... 그 여자는 질투 안 해요?”주민혁은 그녀를 스쳐보며 짧게 대답했다.“응. 꽤 관대하더라고.”최수빈은 그의 이런 대놓고 뻔뻔한 태도에 조금 놀랐다.굳이 숨기지도 않았고 사진 속 피임 기구도, 그 존재에 대해서도 인정할 건 다 인정했다.그러고는 아주 태연하게 아무 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우리 사이에 괜한 감정 소비할 이유도 없겠네요. 그냥 게임일 뿐이잖아요,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자고요.”최수빈은 천천히 주민혁을 바라보며 말했다.“지금껏 예린이를 딸로 인정하지 않은 이유도 결국 그 여자 때문이죠?”주민혁은 위에서 그녀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렇게 이해해도 좋아.”최수빈은 더 이상 그 여자에 대해 궁금하지 않았다. 어차피 주민혁은 원래 그런 남자였으니 말이다.만약 정말 누군가를 지키고 싶은 거라면 아무도 그 존재에 대해 눈치채지 못하게 할 것이고 그 어떤 빈틈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박하린처럼 모든 주목을 한 몸에 받으며 떠받들려 있는 여자는 진짜일 리가 없었다.진짜라면 주민혁에게서 그런 대접은 절대 받지 못했을 것이다.박하린이 어떤 사람인지는 주민혁도 모를 리 없었다.그녀를 그렇게 전면에 내세운 순간부터, 무슨 일이 생기면 박하린이 곧장 세상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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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그녀는 눈을 살짝 감았다가 주시후를 데리고 차에 올랐다.주시후는 차에 타자마자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이 차 너무 작아요. 전 이런 좁은 공간은 싫다고요. 아빠가 해주는 차는 항상 럭셔리한 거였단 말이에요.”조윤미는 속이 쿵 내려앉았다.“지금은 그때랑 달라. 넌 이제 주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야. 지금도 앞으로도 넌 날 따라야 해. 내가 뭐라고 하면 그냥 들어.”주시후는 억울하고 화난 얼굴로 눈가에 눈물 자국을 남긴 채 말대꾸를 했다.아직도 아이는 아빠가 자신을 버릴 리 없다고 여겼고 단지 아빠가 화가 나 그런 것일 거라 생각했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요! 아빠한테 가서 사과하면 되는 일이에요. 아빠는 늘 저를 아껴줬어요. 제가 실수했을 때도 사과하면 용서해줬단 말이에요. 외할머니가 저를 주씨 가문에서 억지로 끌고 나온 거잖아요!”아빠는 자신을 예린이보다 더 사랑한다고 믿었다.절대 자신을 버릴 리가 없다고, 오늘은 그냥 아빠가 너무 화가 나 있었던 것뿐이라고.“지금 저 데리고 나간다 해도 아빠가 언젠가 꼭 데리러 올 거예요. 그러니까 외할머니도 저한테 잘해요. 안 그러면 아빠한테 다 일러바칠 거니까. 그러면 아빠가 외할머니 절대 용서 안 해줄걸요?”주시후는 이를 악물고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조윤미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주시후는 주씨 가문에서 황태자처럼 귀하게 자라왔다.온갖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했고 주변 사람 전부가 아이를 떠받들었기에 어느새 버릇없이 자라버렸다.“네 아빠가 직접 말했잖아. 넌 자기 친아들이 아니라고. 그런 너를 왜 받아줘야 하는데? 아직도 현실을 못 받아들이겠니?”그녀가 던진 이 말들을 어린아이가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안 믿어요! 아빠는 내 아빠라고요!”주시후는 얼굴을 굳힌 채 외쳤다.“외할머니가 일부러 우리 증조할머니 생신 연회 망쳐놨잖아요! 그래서 아빠가 나한테 화풀이한 거라고요! 이럴 줄 알았으면 외할머니한테 그렇게 친한 척하지 말았어야 했는데...”아이는 어리숙하고 단순했기에 아직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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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주민혁은 최수빈 맞은편 자리에 앉아 그녀가 딸을 데리고 주선웅 옆에 앉는 모습을 무표정하게 바라봤다.식사 중, 주선웅은 정성스레 그녀에게 음식을 덜어주며 말했다.“네가 좋아하는 것들이야. 많이 먹어. 요즘 계속 바쁜지 얼굴이 많이 수척해졌네. 일 때문에 힘든 거 아니야?”“고마워요, 오빠. 괜찮아요.”최수빈이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지만 둘 사이에는 미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최수빈에게 주선웅은 단지 오빠일 뿐이었지만 주선웅에게는 그것만은 아닌 듯했다.주민혁은 식사 내내 말 한마디 없이 차가운 얼굴을 유지했다.그 시각, 원금영은 상석에 앉아 있었고 모두가 함께 가서 그녀의 생일을 축하했다.식사 후, 주예린은 살짝 졸리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기도 했고 평소 낮잠을 자는 습관도 있어서인지 금세 눈꺼풀이 무거워졌다.원래 아이들은 밥을 빨리 먹기 마련이지 않은가.그때, 주선웅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다정한 눈빛으로 최수빈에게 말했다.“내가 예린이 데리고 올라가서 재울게.”최수빈은 잠시 머뭇거렸다.“제가 안고 있으면 돼요.”그러자 주선웅은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힘들잖아. 이미 주씨 가문에 왔으면서 나한테 그렇게까지 거리 둘 필요 있어?”결국 최수빈은 더 이상 고집부리지 못한 채 주예린을 주선웅에게 맡겼다.주예린은 주선웅에게 유난히 잘 안겼고 그의 품에 폭 안기며 얼굴을 비비는 모습이 몹시 사랑스러웠다.주선웅은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주예린을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그 사이, 최수빈은 아래층에서 사람들에게 술을 권해 받고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지금의 그녀는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재였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일하길 원했다.그 모습을 본 육민성과 송미연이 다가와 물었다.“저 사람 진짜 괜찮은 사람이야? 예린이를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맡겨도 돼?”최수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예린이한테 해가 될 행동은 절대 하지 않을 사람이야. 오빠는 예전부터 늘 그래왔거든.”육민성은 본론으로 돌아갔다.“며칠 뒤에 해외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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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주선웅은 주예린을 바라보며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그 눈빛에는 아낌없는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고 입가에도 내내 따뜻한 웃음이 감돌았다.그는 몸을 숙여 예린이를 안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자, 안아줄게.”“일어났어?”바로 그때, 문가에서 낮고 느긋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형, 언제부터 남의 애 아빠 노릇하는 취미가 생긴 거야?”그 말이 들리는 순간, 주예린은 품 안에서 화들짝 놀라 눈을 떴고 자신을 안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차리자 눈빛에 경계심이 스쳤다.주선웅은 담담하게 말했다.“아직 애들이라 잠결에 착각할 수도 있지.”얼굴에 아무런 감정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아 주민혁은 이 장면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형이 좋다면야.”그는 말없이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그 순간, 주선웅은 주예린을 안은 채 조용히 물었다.“아빠한테 안길래?”그러자 주예린은 그의 목을 꼭 끌어안은 채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저었다.“싫어요... 그냥 큰아빠가 안아줬으면 좋겠어요.”주민혁은 마치 아무 말도 듣지 못한 사람처럼 조용히 방을 나갔다.그를 바라보던 주선웅이 다시 아이에게 물었다.“예린아, 아빠가 싫어?”예린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아빠가 예린이를 싫어하잖아요. 그래서 이제 예린이도 아빠 안 좋아요.”이에 안쓰러움이 가득 담긴 눈빛을 한 채 주선웅이 조심스레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괜찮아. 큰아빠는 항상 널 좋아할 거니까.”주예린은 비로소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주선웅은 그대로 주예린을 안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사람들 앞에 그렇게 함께 내려오는 모습은 유난히 따뜻하고 보기 좋은 장면이었다.특히 둘의 이목구비가 제법 닮아 보여서 모르는 이가 보면 진짜 부녀 사이로 착각할 정도였다.“둘이 진짜 닮았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친딸이라고 하겠네.”사람들 속 누군가가 수군거리며 말했다.“진짜 딸일 수도 있잖아. 어차피 주민혁은 저 애를 쭉 외면해왔으니까.”그 순간, 원금영이 날카로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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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그녀는 어두운 눈빛으로 최수빈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네가 내 생신 연회에 와준 것만으로도 내게는 큰 선물이다. 앞으로 주씨 가문에 오기 싫으면 안 와도 돼. 나도 더 이상 강요하지 않을 거다. 할머니의 바람은 단 하나야. 그저 네가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구나. 만약 나와의 왕래조차 네게 부담이 된다면 굳이 오지 않아도 괜찮다.”“할머니는 할머니고 주씨 가문은 주씨 가문이에요.”최수빈은 차분히 말을 이었다.“할머니께서 하신 모든 일은 저를 위한 것이었고 잘못된 게 없어요. 다 제가 그동안 할머니께 일부러 감춘 탓이죠. 저와 그 사람이 이혼한 것도 저 혼자 품고 있었고요. 예전에는 그 사람과 잘살아 보고 싶다는 제 욕심이 있었고 할머니는 그 바람을 들어주려고 애써주신 것뿐이에요.”이혼 뒤에도 원금영에게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기에 그녀는 변함없이 둘을 이어주려 애썼고 그 마음에는 어떠한 악의도 없었다.그저 오롯이 최수빈의 행복만을 바라는 진심뿐이었다.원금영은 잠시 눈을 감았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묵직한 슬픔이 차오르고 있었다.“수빈아... 이제 가렴.”‘이제는 너도, 네가 원하는 새 삶을 향해 가야 해.’...최수빈은 주예린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차 안에서, 주예린이 고개를 들어 최수빈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오빠는... 진짜 아빠의 친아들이 아닌 거예요?”최수빈은 딸의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으며 대답했다.“응.”오늘 벌어진 일들을 주예린도 모두 봤었기에 더는 숨길 필요가 없었다.어린 주예린에게도 이 사실은 꽤 충격이었다.‘아빠가 그토록 오빠를 아껴줬는데 친자식이 아니라니...’“비록 친자식은 아니더라도 그렇게 오랜 세월 함께 지냈으면 정이 들지 않았을까요? 우리 선생님도 그랬거든요.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 더 큰 법이라고. 피가 안 섞였다고 꼭 아빠와 아들이 못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아빠는 그렇게 오빠를 내쫓았을까요?”주예린의 머릿속에는 의문이 가득했고 최수빈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이런 문제를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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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최수빈은 뒷좌석에 앉아 있는 주예린을 힐끔 보며 말했다.“예린아, 너는 차 안에서 엄마 기다리고 있어. 함부로 문 열지 말고.”그녀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조윤미 쪽으로 걸어갔다.“일부러 길 막고 기다린 거 같은데, 무슨 일이시죠?”조윤미의 얼굴은 잿빛으로 질려 있었는데 아까보다 더 거칠고 광기가 배어 있었다.궁지에 몰린 사람은 때로는 아무것도 잃을 게 없는 듯 미친 짓을 하기도 한다.그때, 주시후가 갑자기 차 문을 열고 뛰어내렸다.그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최수빈 앞으로 달려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엄마...”겁먹은 아이처럼 눈가가 벌겋게 충혈돼 있었다.“외할머니가 나 안 데려가려고 했어요... 날 때리기도 하고...”아이가 떨리는 손으로 소매를 걷어 올리자 팔이며 몸 곳곳에 선명한 멍과 손자국이 가득한 것이 보였다.“엄마... 잘못했어요. 엄마가 예전부터 엄하게 가르친 게 다 나 잘되라고 그런 거라는 거 이제 알았어요. 엄마, 제발 나 버리지 마요... 네?”주시후는 울먹이며 최수빈의 다리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았다.“앞으로는 꼭 착하게 지낼게요. 말 잘 듣고 동생한테도 잘하고 뭐든 다 할게요. 다신 안 그럴게요... 그때는 철이 없어서... 정말 몰라서 그랬어요...”눈물이 끊임없이 흘러 얼굴을 타고 떨어졌다.최수빈은 아이의 팔과 목에 찍힌 붉은 자국들을 살펴보았는데 그건 누가 봐도 진짜였다.그때 조윤미가 냉정하게 끼어들었다.“도무지 통제가 안 되는 애네요. 내가 데리고 있어봤자 짐이에요. 우리 딸은 지금 조사받으러 끌려갔고 아마 빠져나올 수 없을 겁니다. 그러니 이 애, 최수빈 씨가 안 데려가면 그대로 보육원에 보낼 거예요.”그리고 날카로운 말이 이어졌다.“주민혁 그 인간은 냉혈한이에요. 5년을 직접 키운 애인데, 설마 최수빈 씨도 버릴 건가요?”주시후의 온몸은 멍투성이였고 눈은 새빨갛게 충혈돼 있었으며 목소리는 잔뜩 갈라져 있었다.아이는 진심으로 두려워하고 있었다.‘이 세상에서 나한테 진심으로 잘해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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