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Chapter 601 - Chapter 610

1014 Chapters

제601화

아직도 배후의 공범을 찾지 못했다는 생각에 최수빈의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았다.하지만 이런 일은 조급하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걸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다음 날.오늘은 원금영의 생신 연회가 열리는 날이라 주선웅이 저택에서 차를 끌고 직접 내려와 최수빈을 데리러 왔다.그가 다가오는 걸 본 최수빈은 곧장 물었다.“오빠, 몸은 다 나은 거예요? 어떻게 직접 운전을... 병원은 언제 퇴원했어요?”주선웅은 두 손을 핸들에 걸친 채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웃음을 지었다.“질문이 한두 개가 아니네. 어느 것부터 대답해야 할까?”말을 마치고 안전벨트를 푼 그는 차에서 내려 주예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예린아, 큰아빠 기억나?”주예린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넸다.“큰아빠 안녕하세요.”눈앞의 남자가 아빠와 닮은 구석이 있어서였을까, 주예린은 주선웅을 유독 잘 따랐고 그 애착은 육민성보다도 더했다.주선웅은 주예린을 만날 때마다 이것저것 학용품부터 생활용품, 장난감까지 빠짐없이 챙겨줬다.“이런 건 다 집에 있고 예린이 부족한 거 없어요. 그러니까 이럴 필요 없어요, 오빠.”“아냐. 내가 예린이 곁에 없던 시간이 몇 년인데 이제 그만큼 더 채워줘야지.”그는 웃으며 물었다.“다 챙겼지? 이제 저택으로 돌아가자.”최수빈은 주선웅과 함께 저택으로 향했다.오늘 원금영의 생신 연회날이라 그런지 손님들이 꽤 많았다.대부분 주씨 가문과 오래 인연을 맺어온 집안 사람들이거나 사업상 왕래가 있는 사람들이었고 거기에 주기훈의 지인들도 몇몇 자리하고 있었다.주선웅은 주예린과 최수빈을 데리고 연회장 안으로 들어섰고 그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들을 향했다.최수빈이 주민혁과 이혼했다는 건 이미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그런 그녀가 이혼 후에도 여전히 주민혁의 형과 함께, 그것도 딸까지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온 모습은 누가 봐도 입에 오르내릴 만한 상황이었다.최수빈은 자신이 어떤 시선에 노출될지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오
Read more

제602화

함께 들어가는 그 모습 하나만으로도 마치 어떤 관계를 암시하는 것처럼 느껴졌는지 사람들 사이에서 말도 안 되는 소문이 삽시간에 번져나가기 시작했다.어떤 이들은 최수빈이 이혼한 뒤 다시 주씨 가문에 들어가려 한다며 수군거렸고 어떤 이들은 그녀가 주씨 가문 차기 후계자에 대한 내막을 미리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 인물을 자신의 남편으로 만들려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주씨 가문이 곧 세대교체를 앞두고 있기에 그녀가 주선웅에게 다시 시집가려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소문들은 점점 더 자극적이고 황당하게 변해갔다.그리고 그 소문은 결국 주민혁의 귀에도 들어갔다.“어이없네.”단 네 글자였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난 그의 위압감은 그 네 글자만으로도 주변을 조용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한편 최수빈이 생신 선물을 건네자 원금영은 웃음을 멈추지 못할 정도로 기뻐했다.“비록 너랑 민혁이는 이혼했지만 난 여전히 널 내 친손녀처럼 여겨. 주씨 가문은 여전히 네 집이야. 그놈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어.”“알고 있어요, 할머니.”최수빈은 딸과 함께 원금영 곁에 머무르며 잠시 담소를 나눴다.곧이어 또 다른 하객들이 인사를 드리기 위해 몰려들었고 그녀는 분위기를 방해하지 않으려 조용히 주예린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저택의 정원에서 주예린은 신나게 뛰어놀고 있었다.어릴 때부터 아이는 이 정원을 무척 좋아했고 자유롭게 달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건 주예린에게 특별한 일이었다.그런 주예린을 바라보던 주시후의 눈빛은 왠지 모르게 굳어 있었다.한편, 최수빈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던 길에 화장실 문 앞에서 주민혁과 마주쳤다.그를 보자마자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또 따라온 거예요?”이것은 과거 주민혁의 주변 사람들이 늘 그녀에게 하던 말이었다.어딜 가든 꼭 마주쳐 도대체 누가 누구를 따라다니는 건지 모르겠을 정도였다.주민혁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눈빛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지금 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알기나 해?”뜬금없는 말에 최수빈은 고개를 살짝 젖히
Read more

제603화

“무슨 바람이요?”그때, 주선웅이 반대쪽에서 천천히 걸어오며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무슨 이야기 중이야?”최수빈은 순간 당황했다. 지금 이 타이밍에 그가 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주민혁은 그가 다가오는 걸 보며 싸늘하게 시선을 보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주선웅은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고개를 돌려 최수빈을 바라보며 약간 웃는 얼굴로 말했다.“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저렇게 가버린 거야? 화나게 한 거야?”“화요?”최수빈은 주민혁이 그 정도 말에 화를 낼 인물이라 생각하지 않았다.주선웅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방금 내가 결혼이라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혹시 둘이 재혼이라도 하려고 하는 거야?”최수빈은 고개를 저었다.“그런 일 없어요.”“그럼 다행이네.”주선웅은 무거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민혁이 능력 있고 재능도 있지만 남편으로서는 결코 좋은 상대가 아니야. 민혁이의 형으로서 너희 결혼에 대해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도 내 책임이라고 할 수 있지. 그때는 민혁이가 아내한테 그렇게 냉정한 사람일 줄 몰랐거든.”“그 박하린이라는 여자랑 엮여 있다는 말이 들리던데... 지금은 박하린 일도 일절 나서지 않더라.”주선웅은 이미 모든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하지만 정작 그 이면에 숨은 주민혁의 의도는 최수빈조차도 알 수 없었다.“시간을 내서 따로 이야기해볼 생각이야. 좋아하는 여자를 그렇게 대하면 안 되지.”그는 최수빈을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일단 가자. 할머니 생신 연회 곧 시작할 거야.”주선웅 앞에 선 최수빈은 마음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그에게는 익숙함이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건 낯섦이었다.익숙함은 과거, 어린 시절 주선웅에게 의지하던 기억에 머물러 있었고 지금의 그는 전보다 훨씬 성숙하고 깊어진 사람이 되어 있었다.사람이 성장하면 감정이란 것도 더 이상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그렇기에 최수빈도 가끔은 주선웅을 잘 모르겠다고
Read more

제604화

이제 주시후는 스스로도 자신의 지위가 얼마나 높은지 잘 알고 있었다.모두가 그를 작은 도련님이라 부르며 떠받들었으니 말이다.누구에게든 우쭐했고 그런 우쭐함은 어느새 타인을 깔보게 만들었으며 자신은 항상 남들보다 위에 있어야 한다고 믿게 된 것이다.“얘들아, 그만 싸우자. 아이들이 뭘 그렇게 심각하게...”누군가 말리려 했지만 주예린은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오빠가 내 케이크 망가뜨렸잖아. 사과해야지.”“네 케이크?”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건 우리 집 거야. 내가 주고 싶어서 준 거였지, 네가 먹을 자격은 없었거든? 지금은 내가 허락할 테니까 가서 케이크 다시 가져와도 돼.”눈앞에 있는 오빠가 너무 낯설게 느껴져 주예린은 굳은 표정으로 주시후를 바라봤다.예전에는 절대 이러지 않았는데 지금의 주시후는 점점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이해심도 없고 다정함도 사라진 채 점점 더 못되게 변해가고 있었다.그때, 두 아이가 다투는 걸 본 최수빈이 걸음을 재촉했다.“무슨 일이야?”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주시후는 최수빈을 거칠게 밀쳤다.“참견하지 마요! 또 끼어들면 둘 다 우리 집에서 내쫓을 거예요!”최근 들어 주시후의 성격이 점점 더 폭력적이고 거칠어지고 있어 최수빈은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약육강식의 세상, 아직 가치관이 자리 잡지 않은 아이들은 가르침 없이는 악함을 그대로 드러내기 마련이었다.그리고 인간의 본성은 원래 악하다고 했던가.“주시후.”그 순간, 등 뒤에서 낮고 단호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렸다.주시후는 화들짝 놀아 돌아보더니 곧장 주민혁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아빠! 저 사람들이 나 괴롭혔어요!”아이는 주예린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는 울먹이며 말했다.“아까 쟤가 내 케이크 망가뜨리고 내가 이 집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어요. 내가 자기 자리를 차지하려 한다면서 나보고 당장 나가라고 했단 말이에요!”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입술을 삐죽이며 온 얼굴에 억울함이 가득했다.주민혁은 고개를
Read more

제605화

결코 쉽게 넘길 일은 아닌 것 같았다.육민성과 송미연은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 안으로 들어서 처음 목격한 장면이 바로 조윤미가 거만하게 구는 모습이었다.“손님이면 대접받아야 하는데 그쪽이 무슨 주씨 가문을 대표하기라도 해요? 이런 말 하는 거 참 웃기네요.”송미연이 앞으로 나서서 조윤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되받아쳤다.“그쪽 따님은 상간녀 노릇하는 게 그렇게 좋았나 보죠? 이제는 정말로 자신이 주 대표님의 장모라도 된 줄 아는 거예요?”조윤미의 얼굴이 단숨에 굳어졌다.그때 누군가 메시지를 보내 최수빈의 휴대폰이 몇 번 울렸고 그녀는 화면을 두어 번 훑어보았다.조윤미가 최수빈을 향해 말했다.“원래부터 신분에 논란이 많은 사람이었잖아요. 내가 어른으로서 몇 마디 말한 게 뭐 그렇게 잘못됐다는 거죠? 나도 대충 농담처럼 한 소리였어요. 그렇게 과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 않나요?”입으로는 농담이라고 하면서도 그녀가 하는 말 하나하나가 사람의 가슴을 긁어내듯 싸늘했다.그러자 송미연이 나지막하게 웃으며 말했다.“수빈이가 오늘 여기에 온 건 당연히 어르신 초청 명단에 있으니까 온 거죠. 그런데 무슨 마치 그쪽이 주씨 가문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네요? 정말 자기 포장 하나는 끝내주네요. 아, 맞다. 주씨 가문 사람 중에도 인간말종이 꽤 많긴 하죠. 원래 명문가였는데 몇몇 인간들 때문에 확실히 격이 떨어지긴 했어요.”은산시의 금지옥엽으로 자란 송미연은 누굴 봐주는 법이 아예 없는 성격이었다.주변에서 그녀를 말릴 사람도 없었고 그녀 역시 그럴 마음이 없었다.주시후는 누군가 자기편을 들어주는 걸 보자 주예린을 향해 메롱 하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이에 주예린은 표정을 찌푸리며 시선을 피했다.조윤미가 코웃음 치듯 말했다.“내가 그쪽한테 말한 건 아니지 않나요?”그리고 최수빈을 향해 다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까도 그냥 농담한 건데... 상관없죠? 인사치레로 몇 마디 한 거예요.”최수빈은 한 손으로 주예린의 손을 잡고 다른 손에는 휴대폰
Read more

제606화

조윤미의 말은 막 들어온 주기훈까지도 얼굴을 굳게 만들었다.그 말 한마디는 결국 주씨 가문 전체에 진흙을 뒤집어씌우는 것이나 다름없었고 만약 주민혁에게 단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주기훈 역시 연관을 피할 수 없었다.조윤미는 냉정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원래는 예전 그 은혜 같은 건 들먹일 생각도 없었어. 하지만 이건 너무 배은망덕한 거 아니니? 이런 얘기 밖에 나가면 누가 들어도 너희가 지나쳤다고 할 거야.”그녀는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내가 오늘 여기 온 건 단지 내 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야. 내가 뭐 주씨 가문더러 법을 어기라고 했어? 최소한 인간적으로라도 내 딸을 한번은 봐야 하는 거 아니니? 그 애를 저기 혼자 두면 안 되잖아.”조윤미의 시선은 곧장 주민혁에게 꽂혔다.“그 애에게 희망을 줬으면 끝까지 책임져야지. 모든 희망을 빼앗아가서 절망만 남기게 만들면 어쩌라는 거야.”최수빈은 가볍게 팔짱을 끼고 눈앞에서 벌어지는 사태를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지켜보고 있었다.육민성이 고개를 조금 기울여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와 낮게 속삭였다.“완전히 궁지에 몰렸나 보다. 그래서 별별 진흙탕을 다 뒤집어씌우는 거지. 어떻게든 한 사람 끌어내려야 살 수 있으니까. 그런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주민혁이 이걸 어떻게 빠져나올까?”현장은 벌써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며 난리가 났다.최수빈은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며 생각했다.주민혁은 아무 대비 없이 이런 자리에 나올 리 없는 사람이었고 철저하게 계산하고 움직이는 남자였다.스스로를 벼랑 끝에 몰아넣을 만한 허술함을 가진 사람이 절대 아니라는 소리다.그러니 오늘 무슨 일이 터질지 그 가능성도 분명 예상했을 것이다.조윤미가 이렇게 몰리면 틀림없이 극단적인 행동을 할 것이라는 것도 주민혁은 알고 있었을 터였다.그런데도 막지 않고 조윤미가 생신 연회에 오도록 놔뒀다는 건 그가 이미 뒤에 준비해둔 게 있다는 뜻이었다.그리고 지금 모든 시선은 원금영의 생신 연회보다도 이 하나의 사
Read more

제607화

주예린이 주민혁을 닮았다는 얘기는 너무 흔하게 들었다.하지만 주시후는 단 한 번도, 단 한 사람에게도 주민혁을 닮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예전 집안 식구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도 그랬다.모두가 주예린을 보며 ‘아빠랑 똑 닮았네’ 하면서도 주시후에게는 그런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그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저렸다.‘정말 난... 아빠의 친아들이 아닌 걸까?’주시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천천히 걸어가 주민혁 옆에 서더니 그의 손을 꽉 붙잡았다.“아빠, 나 아무 잘못도 안 했어요. 저 사람들 말은 다 거짓말이에요. 믿지 마요.”하지만 주민혁은 그 손을 천천히 거두어들였다.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오직 최수빈만 바라보며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미 판을 깠으니 카드를 꺼내야지.”모든 상황이 처음부터 그의 계산 속에 있었던 것처럼 주변의 공기가 싸늘하게 식어갔다.진서령이 다급하게 최수빈에게 다가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 말... 진짜야? 너 정말 친자 검사해본 거야?”그녀는 그 결과만큼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최수빈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도 충격인데 주민혁의 친자도 아니라니...그건 그야말로 가문 전체가 우스꽝스러워지는 일이었다.최수빈은 눈을 잠시 내리깔았다.그리고 문득 눈앞에서 죄다 무너져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이 상황의 비극성과 아이러니함을 더욱 또렷하게 보여주는 듯했다.명문가의 혈통도 백 년 가업도 결국은 허공에 떠 있는 환상이었다.그리고 주민혁은 지금 그 환상을 무자비하게 짓밟으려 하고 있었다.최수빈은 숨을 고르고 담담히 말했다.“친자 검사 결과는 이미 나왔어요. 두 사람은... 부자 관계가 아니랍니다.”이 말이 떨어지자 홀 안은 탄식과 수군거림으로 들끓었다.그리고 주시후는 그 순간 울음을 터뜨렸다.“아니에요! 거짓말이에요! 난 아빠의 친아들이라고요!”아이는 울부짖으며 바닥을 굴러다니더니 주민혁의 다리에 매달려 대성통곡했다.“아빠! 아빠 나 좋아하잖아요! 내가 친아들이 아니
Read more

제608화

그들이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온 사이였고 분명 어느 정도의 정은 있었다.하지만 그런 정 따위는 주민혁에게서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버린 듯했다.조윤미는 차갑게 굳은 얼굴로 쏘아붙였다.“네 친아들이 아니라면... 우리 딸이 그런 일을 저질렀겠어?”주변인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두 집안 사이의 얽히고설킨 사정은 복잡했지만 몇몇은 그 속사정을 알고 있었다.“주씨 가문이 하는 짓이 좀... 의리 없는 건 사실이지. 예전에 은혜도 입었는데 지금 와서 싹 손 털어버리는 것 같기도 하고.”“박하린이 그런 일 때문에 들어가 있는데 적어도 위로라도 한마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지금 하는 걸 보면...”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가운데 주민혁은 가볍게 라이터를 손끝으로 굴리며 조윤미를 차갑게 바라보았다.“우리 주씨 가문이 배은망덕하다고 했죠?”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시후는 송지훈의 아이예요. 하린이는 아이를 낳자마자 버려두고 떠났고 지훈이가 죽자 아이는 제가 책임졌습니다. 제 아내는 아이를 가엾게 여겨 함께 키우자고 했고 우리는 아이의 심리에 영향이 갈까 봐 외부에 쌍둥이라 알렸던 거고요. 오랜 세월 동안 박하린은 단 한 번도 양육에 대해 도움을 준 적이 없어요. 그런데 제가 언제 불만이라도 토로한 적 있습니까?”조윤미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심장이 깊은 곳에서부터 뚝뚝 내려앉는 듯한 충격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주민혁은 눈빛을 더 차갑게 가라앉히며 말을 이어갔다.“그 애가 화국에 돌아온 뒤, 일이 꼬일 때마다 제가 길을 열어줬습니다. 그런데 뭐가 부족했다는 거죠? 하린이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장례에 관한 모든 일은 제가 도맡아 처리했어요. 바깥에서는 제가 박씨 가문의 사위라고도 말하더군요. 그렇게까지 한 제가 은혜를 모른다고요?”이 말은 객석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던졌다.주씨 가문, 그리고 주민혁이 박하린과 박씨 가문을 위해 해온 모든 배려와 희생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여러분 모두 똑바로 보고 계셨을
Read more

제609화

조윤미의 말은 날을 세운 채 곧장 최수빈을 겨눴고 그 말에 연회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동시에 고개를 돌려 그녀를 주시했다.과연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두가 기대하고 있었다.송미연과 육민성은 속으로 이를 악물며 조용히 눈살을 찌푸렸다.지금 이 질문은 그야말로 함정이었으니 말이다.예전 최수빈이 주씨 가문에 시집갔다는 사실이 폭로됐을 때 행실이 불량한 여자라는 소문이 퍼져 그걸 주민혁이 직접 나서서 해명했던 적이 있었다.그런데 지금 조윤미의 말대로라면 만약 그때 불륜을 저지른 쪽이 주민혁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앞뒤 논리 자체가 무너져버리는 것이다.결국 이는 조윤미가 최수빈 입에서 스스로 무덤을 파도록 유도하는 꼴이었다.그때 주민혁의 시선이 천천히 최수빈을 향했다.아무 말도 없어 감정이 읽히지도 않았지만 그저 조용히, 느긋하게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연회장 전체가 숨을 죽인 가운데 모든 시선이 단 한 사람, 최수빈에게 쏠려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그러고는 마치 의도한 듯 시선을 천천히 주민혁에게 옮기며 입을 열었다.“그런 건... 저 사람한테 물어보셔야죠?”입가에 냉소가 떠올랐다.“그렇게 오랫동안 그 짓을 했으면서 그 불륜 대상이 이혼할 생각도 못 가지게 했다는 게 참 웃기지 않나요?”최수빈의 단도직입적인 말은 순식간에 화살의 방향을 돌려버렸다.그 말은 곧 박하린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존재라는 뉘앙스를 품고 있었다.상간녀라면서 남자 하나 제대로 흔들지도 못한 가치 없는 여자라는 뜻이었다.동시에 조윤미는 자신의 입으로 박하린이 실질적으로 ‘상간녀’였음을 인정한 꼴이 되어버렸다.다시 말해 자기 입으로 자기 딸에게 망신을 준 셈이었다.그 순간, 주민혁이 천천히 입꼬리를 당기며 말했다.“그래. 이혼할 생각은 없었어.”목소리는 담담했고 눈빛은 여전히 공허했다.조윤미의 얼굴은 파랗게 질렸다가 금세 하얗게 변했다.그녀는 주민혁을 끌어들여 같이 빠져나가려 했지만 상황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방
Read more

제610화

연회장 안에 있던 몇몇 사람들은 더는 이 어처구니없는 소동을 지켜볼 수 없었기에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딸이 남의 가정 깨려다 실패한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그 집안에까지 덤비시게요? 여기서 더 들러붙을 생각 하지 마세요. 정말 뻔뻔하기는...”“그러게 말입니다. 아무리 과거에 도와준 게 있다지만 그 정도면 갚을 만큼 다 갚았죠. 세상에 이렇게 피 빨아먹는 흡혈귀 같은 은인도 없어요.”사방에서 들려오는 비난의 소리가 점점 커져 조윤미의 얼굴은 점점 더 굳어졌다.주기훈 또한 표정이 한없이 무거워졌다.“저는 대부분 외지에서 출장을 다니느라 집을 비웠고 지금 주씨 가문의 실질적 결정권자는 민혁이에요. 민혁이가 말한 게 곧 내 뜻입니다.”더 설명할 것도 없었다. 지금부터 주민혁의 뜻이 곧 주씨 가문의 공식 입장이라는 선언이었다.주선웅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바라보았다.이제 주기훈마저도 주씨 가문 후계자로 주민혁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셈이었다.그것도 오늘, 주민혁이 가문에 뿌리 깊이 박혀 있던 독을 제거한 바로 이 자리에서 말이다.조윤미는 온몸을 떨며 주민혁을 올려다보았다.그녀의 앞에 선 남자는 더 이상 예전처럼 정중하게 예의를 차리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냉정하고 잔혹하리만치 침착한 주민혁의 눈빛 하나에 조윤미의 마음은 완전히 무너졌다.“설마... 너 정말 우리 하린이한테 한 번도 마음을 준 적이 없는 거야? 그렇게는 말 못 하겠지?”주민혁의 눈동자는 얼음처럼 싸늘했고 목소리는 칼날 같았다.“의무는 다했습니다. 그뿐이에요.”이 말은 마치 천둥이 뇌리를 내리치는 듯한 충격이었다.주민혁은 그 한마디로 조윤미의 모녀가 살아갈 길을 모조리 끊어버렸다.조윤미는 두 눈을 크게 뜬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분명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있을 거야. 안 그럼 이렇게까지 할 리가 없잖아!”‘그동안 우리한테 해준 일들, 그게 다 단순한 의무 때문이었다고? 그냥 우리 박씨 가문과 연을 끊기 위해 그런 거라고? 말도 안 돼...’
Read more
PREV
1
...
5960616263
...
102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