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Kabanata 631 - Kabanata 640

816 Kabanata

제631화

‘하지만 박하린은 지금 국가 기관에서 조사를 받고 있을 텐데... 어떻게 연락이 오는 거지?’최수빈은 잠시 생각해 보긴 했지만 더 깊이 파고들지는 않았다.어찌 됐든 이것은 그들의 일이었다.주민혁이 박하린을 도와주든 말든 최수빈이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하지만 이 사건에서 최수빈은 추호도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이번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박하린을 용서할 수 없었다.휴대폰 벨소리가 계속해서 울렸지만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마침내 쉴 틈 없이 울려대던 휴대폰 벨소리가 멈췄다. 화면에는 그동안 무시해 온 몇 통의 부재중 전화가 떴다.최수빈은 무심코 휴대폰 화면에 떠 있는 ‘자기’라는 이름 밑에 찍힌 번호를 힐끗 바라보았다.그 숫자들을 확인하는 순간, 최수빈의 몸은 미세하게 굳어 버렸다.화면에 찍힌 그 번호는 다름 아닌 그들의 신혼집 유선 전화 번호였다....진서령이 보냈던 사람들은 의사까지 대동하고 빠르게 현장에 도착했다.주민혁은 정말 심한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자 최수빈도 신경 쓰고 싶지 않았지만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만약 최수빈의 집에서 주민혁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주씨 가문의 사람들이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둘 리가 없었다. 어떤 것이 우선인지 최수빈은 명확히 알고 있었다.주민혁을 따로 돌봐주고 싶지 않았던 최수빈은 곧장 주씨 가문 사람들에게 연락해 그를 데려가라고 통보했다....주민혁이 사람들에게 인계되어 자리를 뜨자 집 안은 순식간에 평화를 되찾았다.하지만 최수빈의 마음속은 조금도 평화롭지 못했다. 최근 들어 딸의 안전 문제를 제외하고도 이런저런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난 탓이었다.주민혁의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변덕스러운 태도 때문에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최수빈의 눈빛은 꽤 진지했지만 더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그녀는 몸을 일으켜 딸을 보러 갔다.주예린은 방 안에서 단잠에 빠져 있었다.곤히 잘 자는 딸의 모습에 최수빈도 마음을 놓고 자기도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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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2화

“괜히 소란 피우지 말고 얌전히 굴어. 한마디라도 더 떠들었다가는 혀를 잘라버릴 거고, 계속 떼쓰면 손발을 잘라버릴 거니까!”조윤미의 얼굴은 유난히 음산하고 차가워 보였다.주시후는 순식간에 늑대 소굴로 버려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이 외할머니가 아닌 인신매매범처럼 느껴졌다.아직 어렸던 아이는 엄청난 두려움에 휩싸여 더 큰 소리로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시끄러운 주시후의 울음소리에 더욱 짜증이 치밀어오른 조윤미는 다른 한 손까지 들어 다시 한번 아이의 뺨을 힘껏 후려쳤다.“소란 피우지 말라고 했지! 내 말 안 들려? 한 번만 더 시끄럽게 굴었다간 가만히 안 둘 거야.”이번 손찌검은 첫 번째 손찌검보다 힘이 더 실려 있었다. 주시후는 순간적으로 귀가 먹먹해졌다.귓가에 이명이 들리면서 한참 동안 조윤미가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똑바로 들리지 않았다.아이는 조윤미의 힘에 몇 미터 밖으로 밀려나며 힘없이 고꾸라졌다.바닥에 주저앉아 버린 주시후는 조용히 입을 꾹 다문 채, 감히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손에서는 피가 배어 나왔다. 아이는 고개를 들어 한껏 기죽은 눈빛으로 눈앞의 여자를 바라보았지만 아프다는 말조차 내뱉을 수 없었다.주시후는 그제야 비로소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깨달은 듯했다.아빠에게도 버림받았고 주씨 가문 사람들도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 할머니도 주시후를 외면했으니 엄마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그들은 아이를 마귀 같은 여자에게 넘겨 버렸고, 여자는 주시후를 해외로 데려가려 하고 있었다.이렇게 해외로 끌려가면 거기에서 또 어떤 고생을 하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주시후는 문득 예전에 유치원 친구들끼리 하던 말을 떠올려 보았다. 그들과 다른 세상에 사는 일반 서민들에게는 식비로 2만 원을 쓰는 것조차 힘든 일이라고 했다.드디어 소란을 멈추고 조용해진 주시후의 모습을 보던 조윤미는 곧장 연락 중이던 사람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통화를 마친 후, 그녀는 주시후를 데리고 허허벌판으로 나가 차가 오기만을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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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3화

조윤미는 주시후의 말을 듣는 순간, 그저 귀찮게만 느껴졌다. 이래서 어린아이들이 번거로웠다. 툭하면 배고프다고 하는 게 일상이었다.“외국 나가면 안 먹고 싶어도 먹을 게 생길 거야. 네가 먹고 싶은 게 뭐든 다 먹게 해줄 테니까 지금은 잠시만 참아.”조윤미는 자신이 이미 감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주시후를 데리고 뭔가를 먹으러 가기라도 한다면 분명 붙잡히고 말 것이다.조윤미가 직접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건 없었지만 박하린의 일로 괜히 연루될 위험이 있었으니, 하루라도 빨리 떠나야 했다.주시후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밥을 먹지 못해 배가 고팠지만 그렇다고 소란을 피울 엄두는 내지 못했다.아이는 그저 이런 마귀 같은 여자에게 끌려간다면 나중에 분명 온갖 고생을 다 겪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 주시후는 무의식적으로 최수빈을 떠올렸다.비록 그녀도 이것저것 규칙을 만들며 함부로 놀거나 먹지 못하게 했지만 적어도 조윤미처럼 학대하거나 방임하지는 않았다.주시후는 눈썹을 살짝 내리깐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스쳐 지나가는 풍경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어느덧 트랙터가 항구에 도착했다.항구의 바람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했다. 바람 속에서는 끊임없이 비릿한 생선 냄새가 풍겨왔다.주시후는 역겹다는 듯한 표정으로 미간을 구겼지만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한 채, 그저 애처로운 눈빛으로 조윤미를 바라보았다.그때, 조윤미의 휴대폰이 울렸다.박하린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지금 어디예요? 지금 검찰 기관에 증명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데, 그거 좀 가져다줄래요?”조윤미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지금은 통화할 상황이 아니야. 나중에 화장실 가서 다시 전화해.”예상치 못한 답변에 어딘가 이상함을 느낀 박하린은 휴대폰을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엄마,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예요? 이틀 동안 찾아오지도 않고,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도 안 물어보고.”박하린은 상황이 잘못되고 있는 듯한 느낌에 마음속으로 불안해졌다.“네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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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4화

조윤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너 정말 머리가 안 돌아가는 거니? 널 버리는 게 아니라고 분명히 얘기했잖아.”그녀는 박하린과 통화를 이어 나가며 주시후를 끌고 항구에 있는 배 쪽으로 걸어갔다.“이건 다 네가 저지른 짓이지, 내가 억지로 시킨 일도 아니잖아.”박하린은 그 말에 숨이 턱 막혔다. 휴대폰을 쥔 손에는 무심코 힘이 들어갔다.조윤미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나는 그냥 너한테 위로 올라가라고만 했지, 불법적이거나 비정상적인 수단가지 쓰라고 한 적은 없어. 민혁이랑 사이가 애매해진 것도 다 네가 자초한 일이잖아. 내가 언제 너한테 불륜녀 짓하라고 했어?”그 말에 박하린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그녀는 입술을 살짝 달싹이며 조윤미의 말에 대답했다.“엄마는 불륜녀 짓 안 한 줄 알아요?”조윤미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말했다.“적어도 나는 너처럼 이렇게 멍청하게 군 적은 없어.”“배은망덕한 짓할 생각은 집어치워.”“불륜녀를 자처한 건 너였고, 일 터진 지금 사람들이 너한테만 손가락질할 것 같아? 네 엄마인 나도 같이 끌려 나와서 욕받이 해야 해. 그런데도 나는 너 안 버렸잖아. 계속 널 내 딸로 인정하고 받아들였잖아.”박하린은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가슴이 너무 답답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마치 미로 속에 갇혀 갈 곳을 모르는 파리가 된 기분이었다.조윤미는 휴대폰 너머의 침묵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우린 각자 살길을 찾을 게 아니라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해. 네 능력이 부족한 건 나도 이해하지. 하지만 너무 평범한 방식만으로는 안 돼.”“그리고 주민혁도 그래. 너랑 민혁이는 어릴 때부터 같이 자라온 소꿉친구잖아. 계속 친구로라도 사이좋게 지냈으면 네 앞길이 막힐 걱정은 없었을 거야. 그런데도 너는 그 욕심을 못 이기고 주씨 가문 안주인이 되려고 했잖아. 어떻게 민혁이를 그렇게 철석같이 믿어? 걔가 정말 너를 사랑했을까? 최수빈을 위해서 따로 판을 짠 거일 수도 있잖아.”“일이 이렇게까지 됐는데도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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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5화

최수빈은 고개를 숙인 채, 서류를 정리하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맞지. 일찍 사라져 줄수록 우리한테는 좋은 일이니까.”그 말을 꺼내는 최수빈의 눈빛은 유난히 차가웠다.주민혁이 이미 조건을 내걸었지만 최수빈은 그 제안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어젯밤에 금방 고열에 시달리다가 돌아간 주민혁 때문에 오늘 그들의 프로젝트 협력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지난번의 협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프로젝트는 이미 완성 단계를 거쳤다.실행 단계로 들어선 지금은 정부에 납품을 앞두고 있는 상태였다.오늘 최수빈은 주상 그룹으로 가서 계약서에 사인하고 도장도 찍어야 했다.육민성이 최수빈을 바라보며 물었다.“내가 같이 가줄까? 둘 사이가 요즘 들어서 심상치 않네. 예전보다 더 안 나빠진 느낌이야.”전까지만 해도 최수빈은 주민혁과의 협력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명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었다.예전에는 주상 그룹 본사에 찾아가도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늘 태연하게 굴었다. 공과 사를 분명하게 구분하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하지만 최근 들어 주민혁의 감정은 이미 통제가 불가능해진 듯 늘 폭발 직전까지 가 있었다.최수빈은 계약서를 꽉 쥐며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육민성은 오늘 511 연구소에 있을 회의에 참석해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했다.“괜찮아요. 혼자 다녀올게요.”송미연은 눈을 몇 번 깜빡이거나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육 대표님이랑 같이 안 가겠다 그러면 나랑 같이 가자.”그녀가 말을 이었다.“육 대표님은 네가 주상 그룹으로 가는 걸 꺼려한다던데, 무슨 일 있었어? 내가 모르는 일이라도 생긴 거야?”명의만 걸어둔 주주였던 송미연은 매년 정기적으로 회사에 투자하며 배당금을 받고 있었다.회사를 자주 나오지는 않았지만 친구로서 가끔 찾아와 놀고는 했다.그래서 육민성에 비해 모르는 일이 꽤 많았다.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최수빈은 송미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하나만 물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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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6화

육민성이 말했다.“그 머리로 매일 엉뚱한 생각만 하나 봐. 현실성이 없네... 방금 네가 말한 그건 범죄야.”“휴대폰에 있는 자료를 얻을 거라면 직접 찾아가서 얘기해 보는 게 좋을 거야.”“협상이 될지 안 될지는 둘째 치고, 주민혁 휴대폰 안에 있는 자료라면 쓸모없는 건 아닐 거야. 분명 어딘가 유용하게 쓰일 거란 말이지.”최수빈 역시 육민성처럼 이 점을 고려하고 있었다. 그녀는 절대로 딸의 양육권을 주민혁에게 넘겨줄 생각이 없었다.주민혁은 최수빈이 왜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거절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전생에 최수빈과 딸은 모두 목숨의 대가를 치렀다.그러니 최수빈은 주예린을 마음 놓고 주민혁에게 맡길 수 없었고, 그와 엮이고 싶지도 않았다.그렇다고 딸을 함께 키우기는 더더욱 싫었다.주민혁은 모든 것을 계산하고 계획하긴 했지만 최수빈이 거절할 거라는 점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최수빈은 다시 태어났다.하지만 마음속에 남은 상처는 영원히 치유될 수 없었다.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 없듯, 이미 트라우마로 남아버린 일을 다시 돌이킬 수는 없었다.최수빈은 눈을 감았다.“일단 일부터 하죠. 사적인 일은 퇴근하고 다시 얘기해 보자고요.”송미연이 말했다.“어쨌든 오늘 가서 주민혁이랑 잘 얘기해 봐. 협상이 안 되는 일이 있다고 해도 다른 방향으로 얘기해 볼 수 있잖아.”“지금 네 위치라면 주민혁이 원하는 뭔가를 갖고 있을 테니까.”최수빈이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알아서 해볼게.”육민성이 최수빈을 바라보며 물었다.“정말 혼자 가도 괜찮겠어? 우리가 같이 가 줘야 하는 거 아니야?”“내가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 그렇게 걱정 안 해도 돼요.”육민성이 말을 이었다.“그런데 정말 둘 사이가 요즘 이상하단 말이지. 무슨 일 있었어?”“무슨 일 있으면 꼭 우리한테 얘기해. 혼자서 끙끙 앓지만 말고.”최수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들어 육민성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내가 언제 선배랑 미연이한테 예의 차렸던 적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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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7화

최수빈이 안으로 들어가 보자, 주민혁은 문에서 등을 돌린 채 통유리창 앞에 서 있었다.문이 열리는 소리에 주민혁은 뒤돌아 최수빈을 바라보았다.“10분 늦었네.”“시간까지 재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꽤 한가한가 봐요?”최수빈이 주민혁을 흘겨보았다.“그러고 보니 주민혁 씨는 예전부터 계산하는 걸 아주 좋아했죠. 시간 말고도 계산할 거리는 아주 많을 텐데.”주민혁은 눈썹을 치켜세운 채, 의자 앞으로 걸어가 앉았다.“그런 식으로만 얘기하니까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 예를 들자면?”그는 옆에 있는 의자를 턱으로 살짝 가리키며 말했다.“앉아.”최수빈은 곧장 주민혁의 앞으로 걸어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사무용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그녀는 고개를 숙여 옆에 있는 의자를 바라보았다. 그 위에는 여성용 핸드백 하나가 놓여 있었다.최수빈은 그 핸드백이 누구의 것인지 관심이 없었다. 주민혁은 박하린이 아니어도 데리고 놀 여자는 많다고 늘 얘기해 왔다.다른 여자가 아니라고 해도 주민혁에게 들러붙을 사람은 널리고 널렸다. 남자라고 해서 동성에게 욕구를 느끼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연락 중인 여자가 여럿인 것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주민혁은 욕구가 넘치는 사람이었다.그러니 박하린이 곁에 없는 지금, 당연히 다른 여자를 찾아뒀을 것이다.최수빈은 담담하게 시선을 거두고 주민혁의 반대편 소파에 앉았다.그녀는 주민혁과 시선을 마주하며 말했다.“주민혁 씨가 무슨 짓을 했는지 본인이 가장 잘 알지 않나요? 내가 굳이 예를 들면서까지 설명해 준다고 해도 온갖 변명을 갖다 붙이며 내 말에 반박하려 들겠죠.”주민혁은 다리를 꼬더니 팔걸이에 팔꿈치를 기댄 채, 최수빈을 바라보았다.“나를 꽤 잘 아네?”“오늘 내가 여기까지 온 건 딱 두 가지 부탁을 하기 위해서예요. 첫 번째는 공적인 사유예요. 계약서에 사인 좀 해줘요. 프로젝트도 슬슬 완성 단계니까 납품 시작해야 하거든요.”하지만 주민혁은 공적인 일에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그럼 사적인 일은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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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8화

만년필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유난히 둔탁했다.주민혁은 바닥에서 뒹구는 만년필을 보며 바라보며 말했다.“이거 2천만 원짜리야.”그 말에 최수빈이 대답했다.“계좌로 입금해줄게요.”“...”최수빈은 몸을 숙여 바닥에 떨어진 만년필을 주웠다. 손에 쥔 만년필의 무게가 꽤 묵직하게 느껴졌다.다시 몸을 일으키자 주민혁은 어느새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깜짝 놀란 최수빈은 순간적으로 몇 걸음 물러서다가 하마터면 바닥에 발을 접지르며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주민혁은 느긋하게 손을 뻗어 최수빈의 손목을 잡더니 그녀를 다시 끌어당겼다.두 사람의 거리는 유난히 가까웠다.너무 가까운 나머지 서로의 심장 소리와 숨소리가 들릴 정도였다.바로 이때, 문을 열고 들어오던 박하린이 이 장면을 똑바로 목격하고 말았다.그녀의 각도에서 보이는 두 사람은 마치 입을 맞추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두 사람...”박하린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최수빈은 차가운 얼굴로 매정하게 주민혁을 밀쳐내더니 서류를 챙겨 그 자리를 떠났다.박하린은 멍한 표정으로 사무실을 나서는 최수빈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그녀의 심장은 덜컥 내려앉았다. 그동안 박하린은 수많은 가능성들을 염두에 두었다.하지만 오직 한 가지 가능성만은 최대한 기피하고 싶었다.‘설마 이 부부가 같이 짜고 연극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일부러 나 귀국하게 한 다음에 내 명예를 실추시키기 위해서 이러는 건가? 이미 이혼까지 한 마당에, 어떻게 또 키스를 할 수 있는 거지?’갑자기 머릿속으로 밀고 들어오는 방대한 정보량에 사고회로가 정지되고 말았다.박하린이 안으로 들어오자 주민혁은 다시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서류를 처리하며 입을 열었다.“무슨 일로 왔어?”입술이 새하얗게 질려 버린 박하린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질문밖에 떠오르지 않았다.“혹시... 최수빈이랑 재결합한 거예요?”주민혁은 박하린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말했다.“무슨 일로 찾아왔는지나 말해.”그는 분명 박하린의 질문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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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9화

박하린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그 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조윤미는 그녀에게 단 한 번도 이 일을 얘기해준 적이 없었다. 조사를 받고 국가 기관에 협조하는 동안 밖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박하린은 도저히 알 수 있는 게 없었다.“아니야... 아니라고.”박하린은 주민혁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빠, 분명 우리 사이에 뭔가 오해가 있는 거야. 우리 엄마 말 듣지 마. 시후는 오빠가 오랫동안 애지중지 키운 아들이잖아. 그런 애를 왜 내쫓으려는 거야?”“아이한테 무슨 죄가 있다고 그래. 그냥 어린애일 뿐이잖아.”박하린의 눈빛에는 극도의 혼란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온몸이 순간적으로 완전히 얼어붙어 버릴 듯한 한기를 느꼈다.박하린은 이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주시후는 그녀의 마지막 버팀목이자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마지막 동앗줄이었다. 그랬던 주시후마저 주씨 가문에서 쫓겨날 거라고는 미처 상상도 못 했다.“시후, 지훈 오빠 아들이야. 오빠가 나를 미워한다고 해도... 어떤 일로 나를 혐오하게 된다고 해도 그 화가 아이한테까지 가서는 안 되잖아. 애한테 무슨 잘못이 있다고.”주민혁은 냉정하고 평온한 눈빛으로 박하린을 바라보며 말했다.“네 말이 맞아. 애한테는 잘못이 없지.”박하린이 멍하니 물었다.“그런데 왜...”그녀는 입술을 살짝 벌린 채, 나지막이 속삭이듯 중얼거렸다.주민혁은 서랍을 열어 서류 뭉치를 꺼내더니 그것들을 박하린에게 던졌다. 서류들이 순식간에 허공에 흩날렸다.“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잘 반성해 봐.”박하린은 멍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떨어진 서류를 주워들었다.그 서류에는 박하린이 주시후 납치를 계획하고 지시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담겨 있었다.박하린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더니 표정이 심각하게 일그러졌다. 온몸의 힘도 순식간에 풀려 버렸다.“민혁 오빠...”박하린은 주민혁을 바라보며 무슨 말이라도 해 보고 싶었지만 지금 이 순간, 그 어떤 말을 해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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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0화

박하린은 의자에 태연하게 앉아 있는 주민혁을 바라보았다. 그는 영원히 냉담하고 매정했다. 박하린은 단 한 번도 그에게 가까이 다가선 적이 없었다.“박씨 가문의 일은 전부 은혜를 갚기 위해서였어.”즉, 박하린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는 뜻이었다.“지훈이는 너를 사랑했고, 마지막 유언으로 너를 돌봐달라고 했지. 하지만 이 모든 게 다 내 바람이 아니었어.”주민혁의 말에 박하린은 점점 온몸이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살얼음판 위에 홀로 서 있는 듯한 기분에 몸이 뻣뻣하게 굳어 함부로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어떻게 이래...”박하린은 흐느껴 울며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민혁 오빠, 내가 그 말을 어떻게 믿어. 오빠가 정말 나한테 일말의 감정도 없다고? 우리가 그동안 함께 보내왔던 시간들이 다 가짜일 리 없잖아.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랐고 여태껏 계속 함께였잖아.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오빠가 제일 잘 아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나는 그냥 순간적인 판단으로 잘못된 길을 선택했을 뿐이고 그마저도 나 자신을 위한 거였어...”주민혁을 차갑고 냉혹한 눈빛으로 박하린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서는 어떠한 감정의 색채도 보이지 않았다.“그럼 너를 위해서 다른 사람한테 상처를 입혀도 된다는 거야? 그런 건 누가 가르쳤지?”박하린은 지금 막다른 길에 이르렀다. 어떻게든 주민혁에게 매달려 보는 것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주민혁이 그녀와 가장 깊은 사이였다.“이제 오빠도 내 모든 비밀을 다 알게 됐잖아. 그러니까 우리 사이에는 더 이상 숨길 게 없어. 서로의 뿌리를 아는 사이가 된 거야. 그러니까 제발 나 한 번만 도와줘. 나중에 오빠가 시키는 게 뭐든 다 할게. 뭐든지 말만 하면 다 할 수 있어.”주민혁은 평온한 눈빛으로 박하린을 바라보았다.“너는 이제 나한테 아무런 효용가치가 없어.”“아니야...”박하린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머릿속에서 뭔가가 번뜩이는 것을 느꼈다.“오빠가 그동안 나한테 잘해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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