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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1화

발걸음을 옮겨 문 앞에 다다른 여자는 그곳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모습을 발견했다.강지안은 주민혁 옆에 서 있는 최수빈을 바라보며 담담한 눈빛을 보였다. 감정이라곤 묻어나지 않는 평온한 시선이었다.뒤이어는 고개를 살짝 돌려 주민혁을 보며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전처?”최수빈의 동작이 잠시 멈췄다.강지안은 보기에도 단정하고 고운 인상이었고 그녀 주위의 공기는 차분하고 온화했다. 심지어 지나치게 평온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이 여자는 송미연이 사진으로 보여줬던 그 여자였다.‘이 사람이 바로 민혁 씨가 몰래 감춰두고 지키고 싶어 했던 여자였나?’최수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여기서 이 사람을 마주치게 될 줄은 전혀 상상도 못 했네...’완전히 낯선 사람이었다.주민혁은 얼굴에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이 그녀의 질문에 그저 고개를 살짝 끄덕일 뿐이었다.“응.”이에 강지안은 미소를 지었다. 눈빛은 맑고 솔직했으며 어디에도 경쟁심이나 불안감은 없었다.그녀는 옆으로 비켜서며 말했다.“그럼, 안에 들어가서 잠깐 앉아요.”최수빈은 그녀를 바라보았다.이상하리만치 차분한 표정에 화가 난 기색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남자친구가 전처를 데려왔는데 보통 사람이라면 화를 내거나 얼굴빛이라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겉으로는 참더라도 그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지 않을 수는 없다.하지만 이 여자에게는 그런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사랑받는 사람은 여유롭다더니, 딱 그랬다.그녀는 박하린처럼 서둘러 주인의식을 드러내려 하지 않았고 ‘이 남자는 내 남자다’라는 티를 내지도 않았다.주민혁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믿고 있는지 그저 자신만만했다.그래서 굳이 증명하려 들지도, 남에게 알릴 필요도 없는 것이다.최수빈은 ‘전처’라는 신분에 충실하며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전 그냥 이 사람 따라 물건 가지러 온 거라서요.”강지안은 주민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주민혁은 담담한 얼굴로 최수빈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들어가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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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최수빈은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챙긴 채 곧장 발걸음을 돌려 떠났다.굳이 두 사람의 관계를 억지로 헤아리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집주인이 없는 상황에서도, 그 집 안에 혼자 남아 조용히 기다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설명이 되었다.더구나 주민혁은 그 여자에게 훨씬 더 순종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전 박하린에게 보였던 태도와는 확실히 다르게 말이다.겉으로 보기에는 늘 박하린을 도와주는 듯했지만 감정적으로는 분명히 차갑고 거리를 둔 상태였다.하지만 그 여자에게는 전혀 달랐다.그렇게 최수빈이 시선을 내리깔고 문 앞에서 휴대폰으로 택시 호출 앱을 확인하던 중이었다.“내가 데려다줄게.”귀에 익은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와 뒤돌아본 최수빈은 이내 주민혁의 짙은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그는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여기 단독주택 단지잖아. 택시 잘 안 잡힐걸?”최수빈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이럴 시간 있으면 그냥 민혁 씨가 선웅 오빠한테 문서 가져다주지 그랬어요?”“형이 너보고 갖고 오랬잖아. 너도 시키는 대로 다 하는데 내가 무슨 이견을 제출해?”“...”최수빈은 눈앞의 이 남자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안에 있던 여자가 그더러 전처를 데려다주라 했다니 기대 이상이었다. 박하린처럼 유치한 질투를 부리는 스타일은 아니었다.그녀는 대범했고 최수빈 역시 그 선을 넘으며 남의 관계를 망칠 생각은 없었다.“그 사람이 질투할까 봐 걱정되지는 않아요?”그러자 주민혁은 비웃듯 입꼬리를 씩 올렸다.“신경 쓰여? 그 사람은 여자인 네가 혼자 나가는 건 위험하다고 해서 나더러 데려다주라 한 거야.”“말 참 잘 듣네요.”최수빈은 휴대폰 화면을 다시 확인했다. 이미 택시가 배정된 상태라 그녀는 폰을 흔들어 보였다.“굳이 번거롭게 굴지 마세요, 주민혁 씨. 대낮인데 무슨 일이 생기겠어요.”주민혁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나랑 잠깐 있는 게 그렇게도 싫어?”최수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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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주선웅은 최수빈을 바라보며 말했다.“예전에 너 항상 바쁘게 살았잖아. 주씨 가문에 시집갔을 때도 온통 그 집안일로 정신없이 지냈고. 나는 주씨 가문 사람으로서 더는 너한테 무언가를 시키고 싶지 않아.”그의 눈빛에는 다정함이 묻어 있었고 목소리에는 애틋함이 스며 있었다.“나는 그냥 네가 어릴 때처럼 아무 걱정 없이 지내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야.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오빠한테 말해. 억울한 일 있어도 오빠한테 와.”그는 말을 잠시 멈추었다가 살짝 쓴웃음을 지으며 덧붙였다.“그런데 이제는 너무 커버렸는지... 무슨 일이 있어도 오빠한테 말을 안 하더라.”남자의 말투에는 어쩔 수 없는 서운함이 배어 있었다.“아마도 그동안 내가 네 곁에 없었던 탓이겠지. 우리 사이가 예전만큼 가깝지 않아서 그런 걸 거야.”최수빈은 그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다가 살짝 입을 열었다.“오빠가 어디에 있든 그 감정은 변하지 않아요.”주선웅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피곤하면 그냥 누워서 쉬어. 굳이 나 지켜보고 있지 않아도 돼. 며칠 전보다는 훨씬 나아졌거든.”최수빈은 그가 여전히 일에 몰두하는 모습이 걱정되어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래도 일하는 시간은 좀 줄여요. 너무 무리하지 말고.”주선웅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옆에 앉아 있던 최수빈은 조용히 과도를 들어 사과를 깎기 시작했다.그가 일에 집중하고 있는 동안, 그녀는 그저 사과를 깎아 주고 싶었다.일을 정리하는 틈에 주선웅이 문득 말을 꺼냈다.“넌 참 말수가 적어. 민혁이도 말이 별로 없는 성격이잖아. 너희 둘이 함께 있으면 대화가 별로 없었겠다.”이혼한 이유가 이해되었다.둘 다 말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툴렀고 문제가 있어도 대화로 풀 수 없었던 것이다.최수빈의 손끝이 살짝 멈추었으나 주선웅은 말을 이어갔다.“내 옆에 있을 때도 넌 말이 참 없어. 어릴 때는 어찌나 시끄럽게 떠들었는지 내 귀에 항상 네 목소리가 맴돌았었는데.”그러고는 최수빈을 바라보며 웃었다.“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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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최수빈은 정말로 마음을 내려놓은 상태였다.사랑이라는 건 애써 붙잡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기에 그녀는 더 이상 욕심내지 않았다.주민혁에 대해서도 이제는 가슴 속에 어떠한 파동조차 없었다.심지어 그의 집 안에 다른 여자가 있는 걸 보고도 그저 담담할 뿐이었다. 아무 감정도, 아무 특별함도 느껴지지 않았다.주선웅이 조용히 말했다.“네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이제야 마음이 좀 놓인다.”최수빈은 의아한 듯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사실 내가 플라잉 테크에 입사한 건 민혁이가 주상 그룹에 있는 거랑은 상황이 달라. 걔는 아버지가 등 뒤에 버티고 있고 아버지는 시의 핵심 정보들도 다 쥐고 계시지. 하지만 그 정보들, 나한테는 절대 공유되지 않아.”최수빈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며 경청했고 주선웅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이어갔다.“사실은 너도 궁금했을 거야. 내가 해외에 나간 이후로 뭘 하고 살았는지.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야. 때가 되면 그때는 하나도 숨기지 않고 다 말해줄게. 민혁이가 그러더라. 네가 가장 힘들 때 난 곁에 없었다고. 그런데 그건... 내가 널 외면해서가 아니야.”최수빈은 조용히 입술을 다물었다가 차분히 말했다.“오빠도 오빠 나름의 사정이 있었겠죠. 지금 말할 수 없다면 굳이 묻지 않을게요. 오빠도 제 얘기 중에서 제가 말하기 싫어하는 건 억지로 캐묻지 않았잖아요.”그녀는 어떤 비밀이라도 억지로 알려고 들지 않았다.모든 사람에게는 말 못 할 사정이 있고 감추고 싶은 순간이 있으니까.하지만 그녀는 대체 왜 지금, 주선웅이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건지 알 수 없었다.“응.”주선웅은 더는 말하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았으며 노트북도 덮었다.조용히 최수빈을 바라보는 짙고 깊은 눈동자에는 확고한 진심이 담겨 있었다.“너와 민혁이의 관계가 끝났다는 걸 이제야 확신했어. 그래서... 나도 이제 말하고 싶은 게 있어.”단호하고 조심스러운 태도에 최수빈도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가 하려는 말이 결코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하여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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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5화

주선웅의 돌직구가 전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날아들어 최수빈의 가슴이 한순간 조여들었다.끝까지 막아보려 했으나 결국 주선웅은 그 말을 꺼내고야 만 것이다.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고 아주 명확하게 드러냈다.최수빈은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오빠도 잘 알겠지만 우리 사이에는... 그럴 가능성이 없어요.”주선웅은 조용히 되물었다.“남들이 하는 말 때문에 그러는 거야? 아니면, 우리 둘 사이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알잖아요. 민혁 씨랑 이혼한 지 얼마나 됐는데... 다시 그 사람 형이랑 결혼한다면 사람들이 뭐라 하겠어요?”최수빈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오빠, 저는 오빠한테... 그런 감정 없어요.”주선웅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마음이라는 건 강요할 수 없는 거니까. 나도 억지로 강요하지는 않을 거야.”그 순간, 최수빈은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다.“오빠가 그 마음을 접지 않겠다면... 우리는 앞으로 만나지 않는 게 맞는 것 같아요.”주선웅은 작게 웃었다.“거절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나와의 인연을 끊어내겠다는 거야?”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조용히 다시 입을 열었다.“감정이란 게 억지로 되지 않는다는 건 나도 알아. 그러니까 기다릴게.”그는 진지한 눈빛으로 최수빈을 바라보며 덧붙였다.“그냥... 내 마음을 오해하지 말라고 말해두고 싶었어. 내가 너에게 보여준 모든 건 단순한 오빠로서의 마음은 아니니까.”최수빈은 다시 한번 숨을 크게 내쉬었다.그 말은 결국 그녀를 한 발짝 밀어내는 선언이기도 했다.지금껏 주선웅이 보여준 다정함이 어떤 특별한 이유 때문이었다는 걸 안 이상, 이제는 그의 친절 하나하나를 받아들이는 일도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주선웅은 조용히 최수빈을 바라보며 말했다.“지금 네 마음속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알아. 앞으로는 내 호의도 부담되겠지.”그는 고개를 숙여 눈을 감은 뒤,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사실 나도 여러 번 고민했어. 하지만 결국... 난 네가 계속 나를 오빠라고 부르는 게 받아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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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6화

최수빈은 잔잔히 웃으며 말했다.“두 분 계속 얘기하세요.”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말했다.“오빠, 전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주선웅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최수빈은 자리를 떠났다.차서림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비웃듯 말했다.“동생 아내였던 여자를 좋아하는 거야?”“둘은 이미 이혼했어.”주선웅의 말투는 끝까지 차분했다.“이혼했대도 저 사람은 선웅 씨 동생의 전처고 엄연히 제수씨였어. 그 집 딸은 선웅 씨를 큰아빠라 불러야 하는데... 그런 여자를 아내로 맞겠다고?”차서림은 쏘아붙이듯 말을 이었다.“그 여자한테 고백이라도 한 거야? 놀라서 도망치지는 않았어? 자기한테 그런 더러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면 선웅 씨를 어떻게 보겠어? 꽤 오래전부터 저 사람을 탐내고 있었던 것 같은데...”그러자 주선웅의 눈빛이 한층 싸늘해졌다.“나랑 수빈이 사이 일은 네가 함부로 판단할 일이 아니야.”차서림은 코웃음을 쳤다.“그래서 예전에 나랑 헤어진 것도... 마음속에 그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야? 그런 마음은 여자 입장에서는 정말 토 나올 정도로 더러운 거야. 수빈 씨가 선웅 씨를 받아줄 리도 없어. 선웅 씨 성격이면 벌써 마음 표현했겠지? 수빈 씨 반응이 어땠는데?”주선웅의 말투는 끝까지 담담했다.“정상적인 반응이었어. 우리가 그런 관계였던 만큼 감정도 솔직하게 표현해야지.”주선웅은 차서림을 바라보며 덧붙였다.“그러니까 이 일에 끼어들지 마.”차서림은 또 한 번 비웃고는 어깨를 으쓱였다.“솔직하게 들이대려면 적어도 상대가 선웅 씨를 좋아해야지. 아무 감정도 없는데 혼자 돌직구 던지면... 그건 골프지 연애가 아니야.”그러자 주선웅은 어두운 눈빛으로 고개를 떨구었다.“이건 내 일이야.”...최수빈은 복도를 따라 걸어 나왔다.해는 이미 지고 있었고 석양이 흐릿하게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는데 그 풍경이 괜스레 마음에 들어 핸드폰을 꺼내 사진 몇 장도 찍었다.“여유롭기도 하네요. 이런 때 경치 감상이라니.”주선웅에게 쫓겨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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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회사를 설립하고 나니 사소한 것 하나까지 모두 접대가 필요했다.천공연구원은 지금 한창 주가를 올리는 중이라 굳이 손을 내밀며 협력처를 끌어모을 필요는 없었지만 시장 분위기와 회사 이미지 관리는 여전히 중요했다.이날 행사에는 육민성과 최수빈이 함께 참석하게 되었다.송미연은 최수빈을 고급 맞춤 드레스숍으로 데려가며 말했다.“도대체 왜 넌 매번 연회가 있을 때라야만이 옷을 사는 거야? 삶을 너무 재미없게 사는 거 아니야? 여자라면 그냥 질러야지! 옷이랑 구두 같은 건 가끔씩 꼭 사줘야 해. 네 옷장은 볼 때마다 같은 옷뿐이더라.”송미연은 최수빈의 팔짱을 끼며 웃었다.“앞으로 쇼핑할 때는 꼭 너 데리고 다녀야겠다. 이것저것 많이 사줄게.”최수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 지었다.“요즘 좀 정신없었어. 나한테 쓸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지.”사실 그녀는 바빴다.자신과 딸을 위한 미래를 준비하느라, 딸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그러니 자연스레 자신에게 쓸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여자도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돼. 일이랑 커리어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송미연은 그녀를 데리고 매장 안으로 들어가 디자인을 고르고 치수를 재기 시작했다.매장을 나오던 길, 멀리 있는 한 남녀가 눈에 띄었는데 남자는 정장을 입고 있었고 양손에는 쇼핑백이 가득 들려 있었다.송미연이 재빨리 최수빈의 팔을 붙잡았다.“야, 저 여자... 주민혁 옆에 붙어 있던 그 여자 아니야?”최수빈은 그녀가 바라보는 쪽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정말 그 사람이네?’송미연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런데 옆에 있는 남자는 누구지?”남자는 키가 크고 체격도 좋았으며 멀리서 봐도 단정하고 날카로운 인상이었다.어딘가 경직되고 딱딱한 분위기마저 풍겼다.송미연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저거... 경호원 같지 않아?”‘정말 좋아하는 여자는 저렇게 곁에 경호원까지 붙여서 돌보는 모양이네. 예전에 박하린한테는 절대 저러지 않았는데.’최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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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8화

남이준은 그 말에 잠시 멈칫했다.“너는 오래전부터 수빈 씨가 저 자리에 있을 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한다?”주민혁은 가볍게 와인 한 모금을 넘기곤 아무 대꾸 없이 조용히 잔을 내려놓았다.“이제 정말 미련 하나 없는 모양이네.”주민혁은 고개를 돌렸다.“미련? 누구한테?”“수빈 씨한테 말이야.”남이준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너희 두 사람이 부부로 지낸 시간이 몇 년인데... 이혼은 정말 갑작스러웠지. 그 흔한 소문 하나 없었고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끝났잖아.”주민혁은 피식 웃었다.“내가 언제 그 사람한테 신경 쓴 적 있었나?”남이준은 할 말을 잃었다. 굳이 말하자면 틀린 말도 아닌 게 둘 사이에는 애정이라고 부를 만한 감정이 보인 적이 없었다.겉으로는 부부였지만 남이 보기에는 그저 형식적인 관계일 뿐이었다.그래서였을까, 그들이 결혼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았고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것도 박하린 사건이 터지고 나서였다.“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더 궁금해지는데... 수빈 씨한테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면 왜 그때 결혼했어? 게다가 그렇게 오랜 시간 이혼도 안 하고 아이까지 낳고...”남이준의 질문에 주민혁은 여전히 감정 없이 와인잔을 천천히 흔들며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너 원래 내 연애사에 별 관심 없지 않았나?”남이준은 말끝을 흐리다 이내 솔직하게 말했다.“괜찮은 여자한테는 누구나 눈이 가기 마련이지. 듣자 하니 네 형이 수빈 씨한테 마음이 있는 것 같던데... 우린 친구잖아. 이런 상황에서 너의 생각은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주민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남이준을 뚫어지게 바라봤다.“그래서?”속마음을 털어놓을 만큼은 서로 잘 아는 사이라 말장난을 할 필요는 없었다.“그래서 묻는 거야. 정말로 수빈 씨에 대한 감정이 1도 없고 단 한 번도 사랑한 적 없다면... 내가 이제 마음껏 대시해도 되는지에 대해.”주민혁은 몇 초간 말없이 그를 바라보다가 문득 웃으며 와인잔을 내려놓았다.“마음대로 해.”이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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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화

육민성은 플라잉 테크와의 협업을 따냈다.은산시에 분점을 세우게 되었고 거기에는 주선웅이 직접 나서기로 되어 있었기에 자연스레 그와의 소통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오늘의 자선 행사에도 주선웅이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한 상태라 빠진 것이었다.육민성은 최수빈에게 물었다.“소식이 좀 갑작스러운데... 넌 어떻게 생각해? 주선웅의 귀국도 꽤 느닷없었잖아.”최수빈은 손에 들고 있던 잔을 꾹 쥐었다.“확인해볼게요.”직감적으로 이상했다.주선웅의 귀국은 너무도 돌발적이었고 주민혁의 태도 또한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여러 가지가 겹치며 최수빈의 마음은 점점 더 불안해졌다.“일 자체는 절차대로 진행하면 문제없을 거야.”육민성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하지만 주선웅은 주민혁과는 다르지. 협업 조건 안에 뭔가 함정이 있을지는 아무도 몰라.”최수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주민혁은 적어도 주씨 가문과 주기훈의 체면을 의식했지만 주선웅은 과연 그럴까?문득 차서림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진서령은 주선웅을 좋게 보지 않았고 그를 해외로 내보낸 것도 그녀였다.그리고 주기훈 역시 그 조치에 동의했었다.이런 배경이라면 주선웅이 주씨 가문을 미워하고 주민혁까지 원망하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그렇다면 주선웅은 주기훈의 명예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을 수 있었고 그의 귀국은 주씨 가문에 거대한 폭탄 하나를 심어놓는 일일지도 몰랐다.그래서였던 걸까, 주민혁이 기꺼이 주상 그룹을 넘겨주었는데도 주선웅은 그걸 받지 않았다.주씨 가문이 누구든 감당하기 힘든 뜨거운 감자라서가 아니라 그 자리를 수락하는 순간, 주민혁을 대신해 주기훈의 새장 속에 갇히는 것이나 다름없게 되니 말이다.주민혁이 진정으로 원했던 건, 어쩌면 자유였는지도 모른다.최수빈은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는 잔을 내려놓았다.“선배, 선웅 오빠 일은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 같아요. 그 사람을 믿긴 하지만...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거잖아요.”사람 마음이란 앞을 모르는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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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최수빈은 순간 멍해졌다.‘약? 무슨 약? 어디가 아픈 건가? 하지만 아무리 봐도 어디가 아파 보이지는 않는데...’주민혁은 지금까지 줄곧 건강했었다.강지안이 등장하자 주민혁은 최수빈을 풀어주며 한 손은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안 먹어.”최수빈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이 일에 더 이상 관심 가질 이유가 없다는 듯 조용히 자리를 뜨려 했다.하지만 그 순간, 강지안이 최수빈을 향해 말했다.“궁금하지 않아요? 나에 대해서도, 주민혁에 대해서도.”최수빈이 발걸음이 잠시 멈추더니 돌아서서 강지안을 바라봤다.“강지안.”그 순간, 주민혁이 조용히 말했다. 그만하라는 뜻이었다.그러자 강지안도 가늘게 눈을 좁힐 뿐 더는 말을 잇지 않았고 최수빈은 그 둘 사이에 어떤 암묵적인 대화가 오가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의미 없는 말처럼 보이면서도 묘하게 석연치 않았다.하여 주민혁을 잠시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앞으로 우리 사이에 불필요한 접촉은 가능한 피했으면 좋겠네요.”이 말을 끝으로 최수빈은 고개를 돌려 걸음을 옮겼다.‘저 사람만 만나면 늘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니까.’...최수빈이 떠난 후, 정원에는 다시 조용한 분위기만이 감돌았다.이제 남은 건 단둘, 강지안은 팔짱을 끼고 조용한 눈빛으로 주민혁을 바라봤다.“약 안 먹고 계속 이러면... 어쩌자는 건데? 나도 내 일이 있는지라 계속 너를 감시하고 있을 수는 없어.”주민혁은 눈을 내리깔며 담담히 말했다.“알고 있어.”“치료 거부하면 더는 손쓸 방법도 없다고.”그는 살짝 고개를 옆으로 돌리더니 혀끝으로 볼 안쪽을 밀며 쓴웃음을 지었다.“해로운 건 사실이잖아. 약은 머리를 둔하게 만들어.”특히나 그녀가 건넨 약이라면 더더욱 그러했고 주민혁은 그 부작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강지안은 마치 농담이라도 들은 듯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그럼 너한테 중요한 건 뭐야? 네 목숨이야, 아니면 네 머리야?”주민혁은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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