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Chapter 671 - Chapter 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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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1화

육민성이 말했다.“그 사람을 꽤 신경 쓰나 봐?”송미연은 입꼬리를 비틀며 씁쓸하게 웃었다.“당연하죠. 쓰레기 같은 인간이 아직 제대로 된 벌도 안 받고 멀쩡히 살아있는 게 마음에 걸려서 그래요. 난 그 사람이 끝내 천벌을 받아 산산조각 나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아요.”육민성은 할 말을 잃고 잠시 침묵했다.송미연은 조용히 최수빈을 바라보았는데 그녀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 담담했다.그저 자신의 일에만 집중할 뿐, 주민혁에 대한 이야기에는 조금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그렇게 자선 행사가 모두 끝날 때까지 최수빈은 끝내 주민혁을 다시 보지 못했다.이런 자리에서 종종 일찍 빠져나가고는 했으나 박하린이 참석한 자리에서는 늘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던 그였다.‘오늘은 유난히 일찍 떠났네.’행사가 끝나고 최수빈은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집에 돌아갈 준비를 했다.그리고 막 자신의 차에 다가섰을 때, 차 옆에 서 있는 한 여자를 발견했다.여자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강지안이라고 해요.”최수빈은 시선을 내리깔고 그 손을 맞잡더니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최수빈이라고 합니다. 무슨 일이시죠?”강지안이 고개를 끄덕였다.“조금 갑작스러운 건 알겠는데... 꼭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수빈 씨의 전남편에 대해서요.”최수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저와 그 사람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지안 씨의 경쟁자도 아니고요.”강지안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조금 전, 약을 먹으라고 했는데 주민혁이 왜 거부했는지 아세요?”최수빈은 냉정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게 저와 무슨 상관이죠?”“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묻지 않겠어요. 다만 하나, 수빈 씨는 아직도 그 사람을 사랑하나요? 무례한 질문인 건 알지만 수빈 씨 마음속 진짜 대답을 듣고 싶어요.”그녀는 말수가 적었지만 하는 말마다 핵심을 찔렀다.최수빈은 잠시 강지안을 바라보다가 그녀에게서 아무런 적대감도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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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2화

아주 오래도록, 그곳을 바라보았다.미움인가? 그렇다. 그건 주시후의 생일 파티 이후로 내내 이어지고 있는 분명한 미움이었다.“난 그저 수빈이가 바라던 걸 대신 이뤄준 것뿐이야.”주민혁은 낮게 중얼거렸다.“원했던 건 전부 해줬는데... 왜 기뻐하지 않는 거지?”강지안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다가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말했다.“주민혁, 우리 벌써 20년 넘게 안 사이잖아. 그래서 묻는 거야. 도대체 수빈 씨를 위해 네가 뭘 이뤄줬다는 거지? 무슨 소원을 들어줬다는 거야? 정말 네가 산타클로스였다면, 수빈 씨는 널 보고 기뻐했겠지. 활짝 웃었겠지. 그런데 널 보는 수빈 씨의 표정에는 기쁨이 아니라 실망뿐이었어. 철저하게 선을 긋는 눈빛이었고 어떤 접촉도 원하지 않았어.”주민혁은 담담하게 되물었다.“그래?”강지안은 다시 이마를 찌푸렸다.“네가 생각하는, 수빈 씨가 원하는 거라는 게 전부 네 머릿속에서 만든 상상일 뿐이라면? 수빈 씨가 한 번도 직접 말한 적이 없잖아.”주민혁은 조용히 말했다.“행동에서 이미 다 말해줬어. 수빈이는 날 원하지 않아.”그의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평온했고 눈빛도 잔잔한 것이 그 어떤 흔들림도 없었다.강지안은 다시 얼굴을 굳혔다.“내가 언젠가 말했지? 너 같이 차갑고 무심한 성격은 결국 이렇게 문제를 일으킬 거라고.”말을 내뱉은 뒤, 눈빛이 다시 한번 어두워지며 강지안이 씁쓸하게 말했다.“이건 완전한 악순환이야. 문제의 시작은 너 자신에게 있어. 넌 수빈 씨를 사랑해? 수빈 씨가 다시 네 곁으로 돌아오길 바라?”강지안은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았다.“이건 장난이 아니야. 제대로 대답해.”그녀의 말이 끝나자 지하 주차장 안은 완전히 고요해졌다.그렇게 얼마나 정적이 흘렀을까, 주민혁은 차갑고 느린 목소리로 답했다.“이미 이혼했는데 다시 함께할 이유는 없어. 수빈이가 내 곁으로 돌아올 필요도 없고. 그 사람이 원하는 건 자유니까.”이혼하던 날, 그녀는 몸도 마음도 확연히 가벼워 보였다.주민혁은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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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3화

주민혁은 강지안을 조용히 몇 초간 바라보다가 갑작스레 웃었다.“협박이야? 이제 남의 사생활 캐는 것도 진료의 일부가 된 건가?”그는 약간 고개를 기울이며 강지안을 바라봤다.“나는 내가 원하는 방식만 받아들일 거야. 너도 알다시피 이 세상에 의사는 많잖아?”말을 마친 그가 몸을 돌려 자리를 뜨려 하자 강지안이 피식 코웃음을 쳤다.“그래, 의사야 많지. 너한테는 내가 굳이 필요 없을 수도 있어. 하지만 방패막이는 흔하지 않잖아.”멈출 수밖에 없는 한 마디에 남자의 발걸음이 멈칫했다.강지안은 단호하게 말했다.“어떤 일들 앞에서는 체면도 자존심도 아무 가치 없어. 네 자존심이란 건 아무 의미도 없는 거야.”주민혁은 차갑고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편, 최수빈은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시선은 앞을 향하고 있었지만 머릿속에는 조금 전 지하 주차장에서 나눈 대화들이 떠올랐다.지금의 주민혁은 예전에 알던 그 사람과도, 겉모습의 그와도 너무나 달랐다.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또다시 주씨 가문이 있었다.뗄레야 뗄 수 없이 계속해서 맴도는 그것에 언젠가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 다가오는 듯했다.그렇지 않으면 끝도 없이 휘말리고 얽히기만 할 테니 말이다.최수빈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다음 날.최수빈은 육민성과 함께 협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이후에는 511연구원을 찾아가 정부 주도의 프로젝트 관련 진행 상황을 확인했다.한재준은 그녀가 찾아오자 반가운 듯 말했다.“요즘 너무 바쁜가 보다? 얼굴 보기도 힘들 정도야. 이제 완전히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 됐네. 예전부터 이 업계에 계속 있었다면 지금보다도 훨씬 높은 자리에 있었을 거야.”그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명확했다.최수빈이 한때 학업도, 경력도 포기하고 결혼을 선택했던 과거가 아직도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사실 그보다는, 그녀가 가진 능력에 대한 신뢰감, 그리고 그에 따른 아쉬움이 더 컸다. 충분히 더 큰 성과를 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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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4화

물론 은산시를 떠날 수는 있었다. 이곳에 특별히 미련이 남은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하지만 엄마인 이혜정이 이곳에 있지 않은가.물론 이혜정은 은산시에서의 사업을 스스로 책임지고 있을 만큼 단단한 사람이었고 걱정할 건 없었다.그럼에도 최수빈의 마음에 가장 걸리는 건 외삼촌이었고 외삼촌은 곧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육민성은 짙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결정은 너 스스로 할 수 있는 거야. 천공연구원도 해온시에 지사를 설립할 예정이고. 그건 지난 회의 때도 논의됐던 내용이지. 넌 거기서 지사 책임자가 되어 해외 업무를 총괄하면 돼.”익숙한 곳을 떠나는 건 어쩌면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 될 수 있었다.사실 최수빈도 마음속으론 이미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은산시라는 울타리 안에서 같은 업계 안에서 계속 맴도는 한, 주민혁이라는 이름에서 완전히 벗어나긴 힘들었다.이제 그는 상공 협회의 회장까지 되어 수많은 프로젝트와 자리에서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그와의 마주침은 좋게 흘러갈 일 없는 상황이 대부분이었다.“선생님, 굳이 시간 주실 필요 없어요. 저 해온시로 갈게요. 예린이도 데리고요. 다만 그 전에 집안일 좀 정리해야 할 것 같아요.”한재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조급할 것 없어. 집안일은 충분히 시간 줄게. 그쪽에도 네 의사만 확실히 전하면 당연히 기다려줄 거다.”최수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다만...”한재준은 잠시 말을 멈추고 이어갔다.“그쪽은 네게 낯선 곳이잖아. 혼자 가서 적응하려면 힘들 수도 있어. 게다가 예린이도 함께 데려갈 텐데... 모든 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야.”최수빈은 고개를 저었다.다시 시작하는 게 용기가 필요하다면 그녀에게는 충분했다.게다가 이번에는 단순한 시작이 아니라 스스로의 커리어를 한 계단 더 올리는 일이 아닌가.“저는 괜찮아요.”육민성이 웃으며 말했다.“그럼 미연 씨랑 나랑 종종 가서 얼굴 비춰야겠네.”최수빈이 미소를 지었다.“아직 떠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떠난 후 얘기부터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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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5화

한재준은 인생의 굴곡을 수없이 겪어온 사람이라 어떤 일들에 대해서는 이미 속세의 기준을 뛰어넘는 이해를 가지고 있었다.“그때 네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 속으로는 축복하고 있었어. 주민혁, 그 사람도 한때는 항공우주업계에서 천재로 불리던 인재였으니까.”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말이다. 원래 그런 재벌가 사람들... 대개는 정이 없더라고. 그 애가 이 업계를 떠난 것도 그 스승이 돌아가셨기 때문이었지. 그때는 나도 안타까웠어.”그 시절을 떠올리며 한재준은 조용히 말했다.“그 애의 스승이 세상을 뜬 방식은 지금까지도 수수께끼야. 국가 과학자로서 활동하던 분이 그렇게 황망하게 가시다니... 지금도 찜찜하지. 당시만 해도 난 그 아이가 참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했어. 스승을 존경하고 예의를 지키며 살아가던 아이였으니까. 자신을 구해준 그 사람을 평생 은인으로 모시는 줄 알았거든. 그래서 난 믿었지.그런 아이와 결혼하면 너도 행복해질 거라고... 결국에는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거더라.”한재준의 목소리에는 지울 수 없는 아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일에서 책임감 있다고 해서 가정에서도 똑같이 그럴 거라는 보장은 없어.”이 말을 들은 최수빈은 가슴 한쪽이 서늘해져 눈썹이 절로 무거워졌다.“...그 일, 저도 들은 적 있어요. 스승님이 돌아가신 사건이요. 그때 돌아가신 이유를... 아직도 못 밝힌 건가요?”한재준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그래. 지금까지도 이상한 점이 많아.”그러고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자.”최수빈은 주민혁에게서 이 얘기를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그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선 늘 침묵했으니 말이다.“그분이 돌아가신 날짜, 혹시 기억하세요?”최수빈이 조심스럽게 물었고 한재준은 잠시 생각한 끝에 말했다.“6년 전... 음, 7월 8일이었을 거야.”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멎을 듯 요동치더니 순간적으로 최수빈의 안색도 확 바뀌었다.이러한 그녀의 변화를 눈치챈 육민성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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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6화

그런 나날 속에서 그가 어떻게 행복할 수 있었을까.눈을 가볍게 감았다 뜬 최수빈의 입술 끝이 살짝 떨렸다.어떤 일들은 운명처럼 정해져 있는 것인지 그들 두 사람은 애초에 함께할 수 없는 사이인듯했다.처음부터 엮였던 그 모든 인연은 결국 업보였고 전생의 빚이었다.본래부터 맑고 깨끗하지 않았던 결혼이 과연 어디까지 나아질 수 있었을까.서로 마음속에 각자의 사정을 안고 살아가면서 행복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한재준이 말했다.“그 일은 너무 오래된 얘기라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해. 혹시 궁금한 게 있니? 갑자기 왜 그런 걸 묻는 거야? 뭔가 이상하게.”그도 그럴 것이 최수빈은 이전까지 그런 일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최수빈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별거 아니에요.”어떤 일들은 스스로 곱씹어 삼키고 마음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었다.그 결혼은 주민혁이 원한 결혼이 아니라 임신을 핑계로 떠밀리듯 한 결혼이었다.그는 주씨 가문에서 태어나 겉으로는 지위도 명예도 갖춘 듯 보였지만 정작 자기 인생의 중요한 결정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결혼 첫해, 주민혁이 최수빈에게 다정했던 건 어쩌면 최선을 다한 결과였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이 결혼 안에서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고 말할 순 없었다.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분명하게 밝혔어야지 그저 이유 없는 침묵과 외면으로 버티는 건 옳지 않았다.말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지 않은가.사실대로 말해주기만 했더라면 그녀는 이해했을 것이고 더 이상 그를 붙잡지도 않았을 것이다.어쩌면 주민혁은 처음부터 최수빈을 아내로 생각한 적조차 없었을지 몰랐다.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표현도 안 한 게 아닐까?지금 이 순간, 최수빈은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가슴이 먹먹하게 죄어오는 것이 도무지 견디기 힘들었다.결혼 첫해만 해도 주민혁은 분명 최수빈과 함께 걸어가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았다.하지만 왜 갑자기 그렇게 변해버린 것인지는 여전히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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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7화

최수빈은 자신의 일들을 마무리한 뒤 병원으로 향했다.뼈와 근육을 다치면 백 일이 걸린다는 말처럼 주선웅은 아직 병원에 입원 중이었고 회복되지 못한 상태였다.그 덕분에 밀린 일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그녀는 정성껏 식사를 준비해 들고 병원으로 향했다.도착했을 때, 남자는 여느 때처럼 병상에서 노트북을 펼친 채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주선웅은 식사를 든 채 들어오는 최수빈을 보자마자 손에 쥐고 있던 업무를 멈추고 눈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봤다.“나는 너 이제 다시는 안 올 줄 알았는데.”지난번 일 이후, 둘 사이의 위치와 관계는 조금 어색하게 뒤틀려 있었다.그러나 최수빈은 표정에 아무런 변화 하나 없이 묵묵히 음식을 챙기며 자리에 앉았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오빠가 저 때문에 다쳤는데 제가 어떻게 그냥 모른 척하겠어요.”이미 지난 일이라면 굳이 다시 꺼낼 필요가 없었고 최수빈의 얼굴에는 민망함도 불편함도 전혀 없었다.그가 입을 열지 않는다면 예전처럼 지낼 수도 있었다.“요즘 몸은 좀 어때요? 의사 선생님 말로는 최소 일주일은 더 입원해야 한다던데.”주선웅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며 대답했다.“막 귀국해서 일이 산더미인데 병원에 오래 있을 수가 없어. 몸만 좀 움직일 수 있으면 너한테 퇴원 수속 부탁할게.”최수빈은 입술을 살짝 다물었다.어디까지나 그의 판단이고 그의 일이지 자신이 끼어들 문제는 아니었다.결국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주선웅은 그런 최수빈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문득 입을 열었다.“수빈아, 우리 알고 지낸 지도 오래됐잖아. 넌 우리 둘 사이를 어떻게 생각해? 나라는 사람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갖고 있냐고.”음식을 들고 있던 그녀의 손이 살짝 멈칫했다.질문은 의외였지만 괜히 나온 말은 아닐 터였다.“무슨 말씀이든 돌려 말하지 마시고 그냥 하시면 돼요.”주선웅은 입술을 꾹 다물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사실 묻고 싶은 게 있긴 해. 예전에 너 내 뒤만 졸졸 따라다녔잖아. 그러니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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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8화

사람마다 타고난 재능은 모두 다르다.“게다가 저랑 오빠는 오래도록 연락 없이 지냈잖아요. 그래서 지금 오빠의 능력이 어떤지 제가 감히 판단할 수 없어요.”“그럼 네 생각에는 플라잉 테크가 은산시에 분점을 열고 나면 내가 주상 그룹을 넘어설 수 있을 것 같아?”최수빈은 잠시 말이 끊겼다가 조심스레 대답했다.“오빠는 능력도 출중하시고 추진력도 강하시니까, 분명 플라잉 테크를 이끌고 앞으로 힘차게 나아가실 수 있을 거예요.”플라잉 테크는 본래부터 업계에서 이름난 오래된 기업이었는데 심종연이 회사를 안정적으로 키우고 기술력도 탄탄히 다져왔다.그는 주민혁과 나란히 거론될 정도로 둘은 상업적으로도 막상막하의 경쟁자였다.때문에 미래에는 주상 그룹을 이기고 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주선웅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녀의 손에 들린 젓가락을 받아 식사를 시작했다.“이따가 의사한테 가서 물어봐 줘. 3일 뒤에 퇴원할 수 있을지. 은산시 분점이 그날 공식 오픈이라 내가 현장에 있어야 해.”최수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지금 몸 상태로 그렇게 큰 행사에 참석하시는 건 무리예요. 사람도 많고 분위기도 혼잡해서 혹시라도 다치시면 어쩌려고요.”지금 그의 몸은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상처가 벌어질 수 있는 상태였다.그런데도 그런 곳에 가겠다니 도무지 자기 몸을 아끼지 않는 것 같았다.주선웅은 조용히 말했다.“지금 국내 상황이 많이 달라져서 병원에 오래 누워 있을 여유가 없어. 내 마음도 편치 않고. 너도 알잖아, 그 정도 능력이 없다면 그만큼 더 엄격하게 나 자신을 다잡아야 한다는 거.”남자들이란 결국 이 세상에서 권력과 지위를 위해 싸우는 존재였다.국내든 해외든 손에 쥔 권한이 곧 그들의 위치를 정해주는 기준이었고 주선웅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귀국 후에 처음으로 회사 경영을 시작하게 됐는데 혹시 모르는 부분이 생기면 너한테 물어볼게.”최수빈은 미소 지었다.“뭐든지 물어봐요.”하지만 주선웅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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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9화

지금의 최수빈은 주선웅을 믿지 않았고 더는 누구도 쉽게 믿지 않았다.“음, 예린이 학교는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 지금 알아보는 중이에요.”주선웅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필요한 거 있으면 뭐든 말해. 괜히 나한테 예의 차릴 거 없고 전처럼 편하게 생각해.”최수빈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오빠는 해외에서 오래 지냈으니까 시야가 넓겠죠. 지금 제 손에 있는 사업만 해도 꽤 많거든요? 민혁 씨가 넘긴 신세계 그룹, 주상 그룹 10% 지분... 이런 건 전부 국제 시장과도 연결되어 있어요. 게다가 천공연구원까지 있고 국가 쪽 일도 맡고 있어서 정말 시간이 빠듯해요.”사람을 고용해 자리에 앉혀두고 자신은 지분에 따라 배당금만 받아도 충분했다.그럼에도 최수빈이 이렇게 말을 꺼낸 건 주선웅의 반응을 보고 싶어서였다.‘내가 이 지분을 내어준다고 말하면 과연 이 사람도 지금처럼 친절할까?’주선웅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이혼하고 나서 너한테 꽤 후하게 굴었네. 그런데 그런 것들을 너는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야?”최수빈은 조용히 대답했다.“사실 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아서 그중 일부는 엄마한테 넘기려고 해요. 부모님 이혼이 정리되면 그때 정식으로 명의 이전할 생각이에요.”이런 재산들을 이혜정에게 맡기면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은산시를 떠난 뒤에도 가장 마음에 걸리는 건 여기에 남겨두고 가야 할 회사들이었다.물건이야 다 가지고 나갈 수 있지만 회사는 그럴 수 없었고 주민혁이 그녀에게 준 것들이기에 다시 돌려줄 필요도 없었다.그러나 바로 이 받은 것들 때문에 최수빈은 이 도시를 떠나는 일조차 쉽게 결정하지 못했던 것이다.떠나려 해도 자꾸만 발목을 붙잡는 끈처럼 느껴졌다.“그 많은걸... 아무 미련도 없이 어머니께 넘기겠다는 거야?”주선웅이 그녀를 바라봤다.“주상 그룹 10% 지분이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야. 그 정도면 주주 사이에서도 영향력이 있어. 네가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끌어낼 수 있는 자리야.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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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0화

여자는 매서운 눈빛으로 주선웅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제가 뭘 하든 엄마가 굳이 일일이 지적하실 필요는 없어요.”중년 여자는 미간을 세게 찌푸리며 그를 바라봤다.냉담한 태도로 보아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그 속내를 알 수 있었다.“네가 무슨 일을 하려는지는 내가 제일 잘 알아. 그래도 몇 마디는 해야겠어. 어떤 건 애초에 네 것이 아니니까 선 넘지 마. 그 사람은 잘못한 게 하나도 없어. 잘못한 건 나야. 너한테 가장 큰 빚을 진 사람도, 바로 나라고.”이 말에 주선웅은 조용히 고개를 들더니 가만히 여인의 얼굴을 훑어보았다.얼굴 절반을 뒤덮은, 보기에도 참혹한 상처 자국이 있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며 남자의 눈빛은 천천히 가라앉았다.“엄마는 저한테 아무 빚도 안 졌어요. 저를 키워주시고 어른으로 길러주셨고 제 능력까지 만들어주셨잖아요. 그게 부모로서의 역할이면 다 하신 겁니다.”그 말에 여자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가슴속 어딘가가 뻐근하게 막혀오는 듯했다.곧 여자가 주선웅의 다친 부위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많이 아프니?”주선웅은 고개를 저었다.“너는 원래 조심스러운 애잖아. 늘 자기를 다치게 두지 않고 이런 일도 만들지 않는 아이였어. 그런데 이번에는... 너 스스로 구하러 갔다며? 정말 네가 원해서 한 일이야?”주선웅은 거침없이 대답했다.“저는... 그 사람을 아내로 맞이할 겁니다.”이 말에 여자의 얼굴빛이 확 바뀌었다.“안 돼! 그 여자는 네 동생의 아내였어. 지금은 이혼했다 쳐도 결혼했던 사이잖아.그런데 지금 그 여자를 데려오겠다고? 정말 아무 일도 없을 것 같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거란 생각은 안 해봤어? 그 둘 사이가 아무리 틀어졌다고 해도 그건 네가 끼어들 일이 아니야. 만약 정말 복수하려는 거라면 그 둘이 한창 사랑할 때 빼앗았어야지. 지금은 서로 보기조차 싫어하고 주민혁은 딸까지 외면하고 있어. 그런 상황에서 네가 그 여자를 데려오는 이유가 뭐야?”주선웅의 눈빛이 깊어졌다.“엄마, 제가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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