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최수빈의 진짜 정체를 알았더라면 그때 그렇게 막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이제 와서 진서령은 관계를 다시 이어볼 수 있을지, 혹시라도 재결합의 가능성이 있는지 슬쩍 떠보는 듯했다.원금영은 그런 진서령을 쓱 훑어보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가 좋아하는 건 사람 자체냐, 아니면 그 사람이 가진 신분이냐. 기회주의적으로 굴고 아랫사람 무시하는 버릇... 절대 좋은 게 아니다.”한 치의 체면도 봐주지 않는 말에 진서령은 표정이 확 굳더니 입을 꾹 다물었다.“전... 그냥 젊은 사람들 결혼 생활이 걱정돼서 그랬던 거예요.”“그만해. 밥이나 먹자고.”주기훈이 말하자 대화가 그제야 끊겼다.식사 후, 원금영은 방에 들어가 쉬고 주기훈은 주선웅을 다시 서재로 불러들였다.무슨 얘기를 하는 것인지는 이 집에 있는 모두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최수빈은 처마 밑에 서서 떨어지는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었다.어둠이 내려앉으며 점점 모든 것이 희미해졌다.“보기 좋아?”등 뒤에서 주민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으나 최수빈은 냉담한 표정 그대로였다.그와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었다.“예린이 초등학교 들어가잖아. 어떤 학교 보낼지 정했어?”그러자 최수빈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희미한 등불 아래, 그녀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워 보였다.“민혁 씨가 상관할 일인가요?”“네가 재혼한다 해도 반대는 안 할 거지만...”그가 담담하게 말을 덧붙였다.“우리 형은 안 돼.”최수빈은 피식 웃었다.“이미 이혼했잖아요. 내가 누구랑 결혼하든 민혁 씨가 반대할 권리도, 동의할 필요도 없어요.”주민혁의 표정이 서서히 얼어붙어 갔다.“그렇게 좋아, 그 인간이? 예린이에게 잘할 거라고 믿는 거야? 약 먹여서 널 데리고 가려던 사람인데도?”“적어도, 그냥 무시하고 방치하던 민혁 씨보다는 낫죠.”주민혁의 눈빛이 더욱 어두워지더니 목소리에도 어느새 날이 서 있었다.“꼭 쓰레기통에서 남자를 골라야 직성이 풀려?”“뭐라고요?”인간은 독해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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