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친 최수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위에 있던 서류를 들고는 그대로 회의실을 나왔다.문이 닫히자 주선웅의 날 선 시선은 문 너머로 차단되었고 최수빈은 그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하지만 몸을 돌리는 순간, 복도 끝에 서 있던 진호성과 마주쳤다.그는 손에 오래된 법랑 컵을 들고 있었는데 컵 가장자리에는 말린 찻잎이 붙어 있었다.최수빈을 본 그가 다정하게 손을 흔들었다.“수빈 씨, 내 방에서 잠깐 차나 한잔하지 않을래?”최수빈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곧 조용히 따라 들어갔다.진호성은 따뜻한 물을 그녀의 앞에 따라주고 나서야 천천히 말을 꺼냈다.“복도에서 소리가 좀 들리던데... 주선웅 씨가 혹시 무례하게 굴진 않았지?”최수빈은 고개를 저으며 말없이 컵을 감싸 쥔 손에 힘을 줬다.그녀는 알았다. 진호성이 물어보려는 건 따로 있다는 걸.서울의 과학기술계에서 그녀와 주민혁의 관계는 비밀이 아니었기에 진호성이 알고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역시나, 진호성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수빈 씨랑 주민혁 씨의 얘기, 나도 조금은 들었어. 그런데... 두 사람 이혼한 거, 정말 감정이 다 식어서 그런 거야?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거야?”최수빈은 시선을 떨어뜨린 채 잔 속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만 멍하니 바라봤다. 입을 다물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수많은 오해들과 뒤엉킨 감정들을 어디서부터 꺼내야 할지 알 수 없었으니 말이다.“아, 오해하지 마. 사생활을 캐려는 게 아니라, 그냥...”진호성이 재빨리 덧붙였다. 조심스러운 말투에는 아쉬움이 짙게 남아 있었다.“주민혁 씨 말인데, 예전에 업계 회의에서 몇 번 본 적 있어. 항공우주계에서 아주 유망한 인재였지. 구교진 원사 밑에서 연구하던 시절에는 정말 앞길이 창창했는데, 안타깝더군.”그 이름을 듣는 순간, 최수빈은 번쩍 고개를 들었다.“구교진 원사님이요?”“그래. 초기 위성 개발에 참여했던 구교진 원사 말이야. 나라에서 훈장까지 받은 분이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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