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의 모든 챕터: 챕터 821 - 챕터 830

1010 챕터

제821화

업계 포럼의 열기가 가라앉고 손님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자, 연회장의 샹들리에 조명이 꺼졌고 몇 개의 전등만이 희미하게 켜지고 있었다.최수빈은 송미연과 작별 인사를 나눈 후,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 멀지 않은 계단 아래에 심종연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심종연은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진심 어린 말투로 말했다.“수빈 씨,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식사나 한 끼 함께 하시면서 협업 사항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싶은데요.”최수빈은 잠시 망설였다. 이전에 심종연에 대해 품었던 의심을 떠올리며 거절하려 했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 아마 그에게서 지난번 약을 탄 일에 관한 단서를 캐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식당은 제가 정할게요. 조용한 곳으로 가죠.”심종연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웃으며 대답했다.“수빈 씨가 정하세요.”두 사람이 막 돌아서려는 순간, 낯익은 한 사람이 옆에서 걸어 나왔다.주민혁은 검은 양복을 입고 가로등 아래 우뚝 서 있었다. 가로등 불빛이 그의 매섭고 날카로운 얼굴을 비췄고 시선은 최수빈에게 고정되어 있었다.“내가 데려다줄게.”주민혁이 최수빈에게 다가서며 거절할 여지 없는 말투로 말했고 옆에 있던 심종연을 완전히 무시해 버렸다. 최수빈은 눈살을 찌푸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거리를 두었다.“괜찮아요, 저는 오늘 약속이 있습니다.”그녀는 의도적으로 ‘약속’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그에게 방해하지 말라고 암시했다. 주민혁의 시선이 심종연에게 향했고 눈빛은 순식간에 어두워졌으며 까만 눈동자 속에는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이때 심종연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와 자연스럽게 최수빈 옆에 서서 주민혁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주 대표님도 아직 안 가셨군요? 이렇게 만난 겄도 인연인데 함께 식사하시는 건 어떠세요? 저희도 주 대표님께 업계 경험을 더 듣고 싶습니다.”주민혁은 심종연이 내민 손을 쳐다보지도 않고 여전히 시선을 최수빈에게 고정한 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사양하겠습니다.”말을 마치고 그는 더
더 보기

제822화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오늘 제가 수빈 씨와 식사하려 한 것은 협업 때문만이 아닙니다.”심종연은 최수빈을 바라보며 진심 어린 말투로 말했다.“저는 수빈 씨를 매우 높이 평가합니다. 국제 우주 정착 설계 대회에서 보여주신 재능이든, 지금 업무에서 보여주는 능력이든, 당신이 매우 뛰어나고 독보적이어서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을 수 없죠.”그녀의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녀는 이미 심종연이 무슨 말을 할지 예상했지만 그가 이렇게 대놓고 말할 줄은 몰랐다.“저는 수빈 씨와 장기적으로 함께하고 싶습니다. 업무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도요.”그는 기대 섞인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수빈 씨, 저는 당신이 좋습니다. 만약 제게 기회를 주신다면, 저는 제 능력껏 수빈 씨와 딸의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하겠습니다.”그녀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심 대표님, 저에 대한 칭찬은 감사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저는 대표님께 그쪽으로 마음이 없어요. 우리 사이에 장기적인 협업은 물론, 생활상의 교류는 더욱 없을 겁니다.”심종연의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제가 무례했습니다. 저도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연인이 되지 못한다 해도 우리는 여전히 파트너이니 앞으로도 함께 일할 기회가 있길 바랍니다.”“아마 심 대표님을 실망시킬 것 같지만, 천공의 협업 여부는 제가 혼자 결정할 게 아니니까요.”그녀의 어조는 확고했고 심종연에게 어떤 여지도 남기지 않았다. 심종연은 잠시 멈칫했다. 아마 그녀가 이런 결정을 내릴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 더 묻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수빈 씨의 앞날이 순조롭길 바랍니다. 시간이 늦었으니 제가 모셔다드리겠습니다.”“괜찮아요, 혼자 가면 됩니다.”최수빈은 곁에 두었던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심 대표님, 오늘 저녁 식사 대접 감사합니다. 먼저 가 보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려 방을 나갔
더 보기

제823화

주민혁은 여전히 검은 정장을 입고 조각상처럼 우뚝 서 있었다. 밤바람이 그의 옷자락을 스치자 그의 모습은 더욱 처량하고 아련해 보였다. 그는 최수빈이 혼자 나올 것을 예상했던 것처럼 말없이 발걸음을 옮겨 천천히 그녀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왜 아직도 여기 있는 거예요?”주민혁은 걸음을 멈추고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서서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데려다줄게.”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다소 성가신 어조로 말했다.“필요 없다고 했잖아요. 도대체 무슨 뜻이에요? 자꾸 따라다니는 게 재미있어요?”주민혁은 그녀의 말에 개의치 않고 그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었다.“수빈아, 네가 날 미워하는 거 알아. 예전에 너와 예린에게 무심했던 것, 남편과 아버지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 나도 알아. 하지만 네가 날 미워해도, 나는 널 지키고 싶어. 이 두 가지는 모순되지 않잖아. 미연 씨가 나한테 무슨 자격으로 그러냐고 물었지. 내가 너희를 지킬 자격을 갖고 싶어, 괜찮을까?”그의 목소리는 낮지만 진지했고, 고요한 밤에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최수빈은 그의 간절한 눈빛을 보고는 마음속에서 잔잔한 파문이 일었다. 그러나 과거의 모든 일들, 그가 자신에게 준 상처를 떠올리자, 곧 다시 냉정해졌다.“주민혁 씨, 우리 사이는 이미 끝났어요.”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확고한 말투로 말했다.“나는 당신의 도움도, 보호도 필요 없어요. 나와 예린이 둘이서도 잘 살 수 있어요. 그러니 앞으로는 더 이상 우리를 방해하지 말아 주세요.”말을 마치고 최수빈은 돌아서서 가려 했다. 하지만 그가 갑자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 힘은 아주 약했고, 마치 그녀를 아프게 할까 봐 조심스러운 듯했다.“수빈아, 더 이상 나를 밀어내지 말아 줘, 안 돼?”그의 목소리는 약간 쉰 듯했고 최수빈은 충혈된 그의 눈을 보고, 마음속에 복잡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녀
더 보기

제824화

주민혁은 이 말을 듣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는 돌아보지도 않고 천천히 몸을 돌려 조수석에 타서 손끝을 핸들에 걸쳤고 손끝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처량함과 복잡함이 뒤섞여 마치 밤빛에 물든 심해 같았다.강지안은 뒤따라 뒷좌석에 올라탔고, 그의 침묵하는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물었다.“지금 기분이 어때? 만약 정말로 생각이 정리되어 너희 사이의 가능성이 없단 걸 깨달았다면, 수빈 씨에게서 완전히 멀어져야 해. 그게 그녀에게도, 너에게도 좋을 거야.”차 안은 고요했고, 에어컨 바람 소리만 들려왔다.주민혁은 눈을 감은 채 끝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반응조차 없었다. 대답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는 최수빈의 거부 의사를 분명히 알아들었고, 과거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도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강지안은 눈썹을 찌푸린 그를 보며 함께 마음이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주민혁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결코 감정에 휩쓸려 이성을 잃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냉철히 알고 있었고,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한 모든 방법을 차근차근 진행했으며, 자신이 과거에 어떻게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 입혔는지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들 사이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도 냉정히 알고 있었다. 이런 ‘안 되는 걸 알면서도 하려는' 갈등은, 무지한 고통보다 사람을 더 괴롭혔다.강지안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목 끝까지 올라온 말을 다시 삼켰다. 지금 어떤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주민혁 마음속의 집착은 몇 마디 말로 풀릴 문제가 아니었다.“혼자 잘 생각해 봐.”그녀는 차 문을 열고 부드럽게 말한 후 차에서 내렸다.차 안에는 주민혁 혼자만 남았다. 그는 눈을 떠 최수빈이 사는 그 건물을 바라보았다. 한 창문에 따뜻한 노란빛 등불이 켜져 있었고, 그곳은 최수빈과 주예린의 집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그의 자리는 없었다. 그는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 있었고 마침내 엔진의
더 보기

제825화

밤바람이 아파트 단지의 나무를 스치며 가는 잎사귀를 최수빈의 어깨 위에 살짝 떨어뜨렸다. 그녀는 건물 입구 가로등 아래 서서 강지안의 말을 듣고 있었고 손끝으로 무의식중에 겉옷 자락을 꽉 움켜쥐었다.그녀는 원래 강지안이 주민혁의 편을 들러 왔을 거라고 생각했고 어쩌면 지난날의 옛정을 들먹이며 그녀에게 기회를 다시 한번 주라고 권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전혀 달랐다.“정말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동의합니다.”최수빈의 목소리는 아주 낮았다.“난 그가 있는 그대로 살길 바랄 뿐이에요. 예전의 주민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네요. 우리는 이제 아무 사이가 아닙니다. 다시 나와 예린이를 걱정 할 필요도 없어요.”강지안은 이 말을 듣고 최수빈의 평온한 얼굴을 바라보며 눈앞의 이 여자가 어떤 사람보다도 냉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지안 씨는 모를 거에요, 그가 나한테 어땠는지...”최수빈의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을 때, 강지안의 웃음소리에 의해 끊겼다. 강지안은 난간에 기댄 채 손끝을 문질렀고 눈빛에 무력감이 담겨 있었다.“알아요. 그가 마음속에 숨겨둔 일들, 그는 당신에게 말하지 않기를 바라요. 저도 참견하지 않을 겁니다.”그녀는 의사로서의 간곡함이 담긴 어조로 말을 이었다.“저는 그의 오랜 친구이자 심리 상담사이기도 합니다. 수빈 씨는 그가 최근 2년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보지 못했어요. 새벽까지 불면증에 시달려 잠들지 못하고, 감정이 조금만 격해지면 손이 떨려 계약서 한 장 사인하는 데도 반복해서 깊게 숨을 들이쉬어야 했죠.”최수빈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고 강지안은 말을 이어갔다.“저는 그가 이렇게 지쳐가는 모습을 보기 싫어요. 그러니 수빈 씨도 민혁이를 붙잡아 두고 계속 매달리게 하지 마세요. 희망을 주었다가 엎어버리는 건, 바로 거절하는 것보다 더 잔혹해요.”최수빈이 낮게 웃음을 터뜨렸고, 그 웃음소리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쓴맛이 감돌았다.“붙잡아 두고 매달리게 했다고요?”그녀는 고개를 들어 자기가 사는 집 창문을 바라보았다. 3층의 불빛은 여
더 보기

제826화

“우리는 각자 살면 돼요, 더 이상 서로 발목 잡을 필요 없잖아요.”강지안은 잠시 멈칫하다가 곧 쓴웃음을 지었다.“전에는 주민혁이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냉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업무를 결단력 있게 처리하고, 누구에게나 거리감을 두었으며, 집안 어른들이 권할 때도 단호히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었죠. 하지만 지금 보니 수빈 씨가 훨씬 더 냉정하네요.”최수빈은 반박하지 않고 그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냉정해 보이는지 알고 있었지만 이 냉정함은 수많은 잠 못 이루는 밤을 거쳐 얻어낸 자기방어였다. 강지안은 그녀가 떠나려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한숨을 내쉬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하지만 냉정한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정이 많은 법이죠.”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낮았지만 선명하게 최수빈의 귀에 꽂혔다.“상처받는 게 너무나 두려워서, 마음을 꽁꽁 싸매고 조금의 부드러움도 드러내지 못하는 거죠. 당신은 그와 가까워지기 싫은 게 아니라, 다시 상처받을까 봐 그럴 용기가 없는 거예요. 맞죠?”최수빈이 발걸음을 멈췄고, 온몸이 그 자리에서 굳었다. 바람에 휘날리는 낙엽이 그녀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가 미끄러져 떨어졌다. 그녀는 뒤돌아보지도, 말하지도 않고, 그저 깊게 숨을 들이쉰 후 빠른 걸음으로 다시 아파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복도 안의 소리 감지 등이 발걸음 소리에 켜졌고 따뜻한 노란빛이 그녀의 길을 조금씩 비추었다. 3층 문 앞에 다다르자, 그녀는 열쇠를 꺼냈지만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강지안의 말은 마치 가는 바늘처럼 그녀가 애써 유지한 평온함을 터뜨렸다.세상의 모든 연인이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와 주민혁이 바로 그 예시였다. 서로 사랑한다 해도 반드시 애틋하고 정이 깊은 것만은 아니다. 그들은 그다지 행복한 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더 많았던 것은, 아픔이었다.그녀가 집 문을 열었을 때 거실의 작은 무드 등은 여전히 켜져 있었고 노란 불빛이 바닥을 넘어 주예린의 방문 틈새를 비추고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다가가
더 보기

제827화

주민혁은 그저 침묵했다.강지안은 잠시 멈췄다가 여전히 침묵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고 추궁했다.“그리고 주예린, 네 친딸이야. 너 마음 안 아파? 이 몇 년 동안 너에게 한 번도 ‘아빠'라고 불러본 적이 없는데, 정말 괜찮아? 처음에 네가 일부러 그 아이가 ‘아빠'라고 부르지 못하게 했을 때, 대체 무슨 마음이었던 거야?”“어떻게 마음이 안 아프겠어?”주민혁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하지만 ‘아빠'라는 두 글자는, 예린의 안전보다 중요하지 않아.”그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고 시선은 최수빈의 집 베란다를 향했다. 그곳에는 더 이상 그의 자리는 없었다.“현재 상황이 증명하잖아, 내가 없이도 그들 모녀는 잘 살 수 있어. 수빈이는 스스로 집을 샀고 예린이도 잘 돌보고, 심지어 연구 분야에서도 성과를 냈어.”그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졌고, 한 줄기의 자책이 섞여 있었다.“나는 그들을 위험에서 멀어지게 하려고 상처 주는 일을 많이 했어. 내가 무슨 자격으로 예린한테 ‘아빠'라고 부르게 해? 더욱이 수빈이의 용서를 받을 자격도 없지.”강지안은 그의 눈빛에 담긴 쓸쓸함을 보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녀는 주민혁을 오랫동안 알고 지냈지만, 단 한 번도 그가 이렇게 넋을 잃고 풀 죽은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과거의 그는 결단력 있고 냉혹했고 아무리 큰 위기에 직면해도 냉정하게 대처했지만, 최수빈과 주예린의 일에 있어서는 마치 어찌할 바를 모르는 아이 같았다. 오직 가장 서툰 방식으로 그들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내가 바라는 것은 결코 다른 게 아니야.”주민혁의 목소리는 바람결처럼 가벼웠지만 선명했다.“그저 그들 모녀가 평안하고 안정적으로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랄 뿐이야. 되도록 나 때문에 휘둘리지 않고, 그런 위험들에 직면하지 않도록.”강지안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마음속의 복잡한 감정을 가라앉힌 뒤,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그의 앞으로 내밀었다.“네 목표는 이루어졌어. 국정원에서 이미 사람을 파견했고, 앞으로 수빈 씨와 주예린을 긴밀히 주시
더 보기

제828화

“이제 너는 마음 편히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어. 더 이상 위험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주 대표님도 어떤 이유로든 너에게 귀찮게 굴지 않을 거야.”최수빈은 베란다 난간에 기대어 섰고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몇 년간, 그녀는 이 연구 프로젝트를 위해 너무나 많은 고생을 했고, 수많은 억울함을 겪었다. 그녀가 이토록 애쓴 것은 다름 아닌 딸의 버팀목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심사가 통과됐고, 앞으로는 더 이상 불안해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걱정했던 마음을 드디어 놓을 수 있었다.“고마워요, 선배. 한 선생님께도 대신 고맙다고 전해 줘요.”최수빈은 핸드폰을 꽉 움켜쥐며 말했다.“나한테 고맙긴 무슨.”육민성이 웃으며 말했다.“아, 맞다. 너 언제 출발할 건데? 만약 짐 정리하는 데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줘.”“아직 구체적인 시간은 정하지 못했어요. 플라잉 테크와의 계약 문제만 처리하면 바로 예린이 데리고 은산시를 떠날 거예요.”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이젠 안전상의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마음 편히 떠날 준비를 할 수 있겠네요.”전화를 끊고, 그녀는 베란다에 서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밤은 여전히 어두웠지만, 그녀의 마음속은 한층 홀가분해졌다. 그녀는 생각했다. 앞으로의 날들에, 그녀와 딸은 마침내 평온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고 더는 지난 일에 휘둘리지 않아도 되며 위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다만, 그녀는 여전히 주민혁이 마음에 걸렸다. 식당 밖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그의 모습, “난 그저 너와 예린이를 지키고 싶어”라고 말했을 때의 진지함, 눈가의 붉은 핏발...그녀는 주민혁이 예전에 대체 무슨 일을 겪었는지, 그가 왜 일부러 자신에게 냉담하게 구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아마도, 이게 최선의 결말일지도 모른다. 그녀와 딸은 평안하고 평안하게 지내고 주민혁도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서 서로 방해하지 않는 것. 돌고 돌아, 그들은 다시 남이 된다.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거
더 보기

제829화

천공연구원.사무실 에어컨이 윙윙거리며 돌아가고 있었다. 최수빈은 고개를 숙이고 책상 위의 서류를 넘기며 마지막 업무 인계 목록을 정리해 두꺼운 서류봉투 위에 올려놓았다. 책상 위의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는데 그것은 그녀와 주예린이 은산시를 떠나는 날짜로,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아직도 바빠?”송미연이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들고 들어와 최수빈의 손 옆에 살짝 내려놓고 책상 위에 쌓인 서류들을 훑어보며 물었다.“저번 정상회담 이후로, 주민혁 그 인간은 마치 증발한 것처럼 아무 소식도 없었어?”최수빈은 커피를 집어 한 모금 마셨다. 차가운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며 마음속의 미묘한 감정을 눌러줬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연락도 없고, 나타나지도 않았어.”송미연은 그녀 맞은편 의자에 앉아, 그녀의 담담한 얼굴을 보며 참지 못하고 물었다. “예린이는? 예린이도 다시는 아빠에 관해 묻지 않아?”“응.”최수빈은 잠시 행동을 멈췄다. 요즘 주예린은 잠들기 전 더 이상 낡은 인형을 안고 멍하니 있지도 않고, 몰래 주민혁 사진을 찾아보지도 않았다.“아마 아이도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알고 있을지도 몰라. 지금 상황이 모두에게 좋다는 걸.”송미연이 한숨을 쉬며 몸을 앞으로 살짝 기울이고 안타까움이 담긴 말투로 물었다.“수빈아, 솔직히 말해 봐.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청춘을 바쳤는데, 이렇게 끝내는 게 정말 만족스러워? 예전에 넌 그를 위해, 해외 유학의 기회를 포기했고, 학업과 커리어도 포기했어. 그 후로도 혼자 예린이를 데리고 오래 버텼는데, 아깝지 않아?”최수빈은 고개를 들어 담담하게 웃었다.“과거를 후회하지 않고,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아쉬울 것 없어.”그녀는 손에 든 컵을 살살 돌리며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나와 주민혁 씨 사이에는, 너무 많은 일들이 가로막혀 있고, 너무 많은 사정이 있어. 지금처럼 서로 방해하지 않는 게, 아마 가장 좋은 결말일 거야.”그녀에게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아쉬움들은
더 보기

제830화

그녀는 천공연구원 문 앞에 서서 오랫동안 그곳을 응시했다. 그리고 가벼운 한숨을 내쉬고는 몸을 돌려 떠났다.---최수빈은 슈퍼마켓에 들러 어머니가 좋아하는 과일, 외삼촌이 수술 후 보충해야 할 영양제를 사고 차를 몰아 어머니 집으로 향했다.집 문을 열자 음식 향기가 퍼져 나왔다.이혜정은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문 여는 소리를 듣자 고개를 내밀며 웃었다.“딸, 왔어? 어서 손 씻어, 바로 밥 먹을 수 있어.”최수빈은 짐을 내려놓고 부엌으로 들어가 도왔다.“엄마, 삼촌 오늘 어때요? 상처는 아직도 아프시대요?”“많이 좋아졌어. 오늘 의사 선생님이 검진 왔는데 회복 상태가 좋다고 하시더라. 좀 더 지나면 퇴원할 수 있을 거래.”이혜정은 냄비 안의 반찬을 저으면서 웃으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네 삼촌 원래 몸이 튼튼해서 회복도 빨라.”최수빈은 고개를 끄덕였고 시선은 어머니 눈가의 잔주름에 머물렀다. 마음속에 미안한 감정이 번졌다.“엄마, 이 몇 년간 고생 많았어요. 삼촌 돌보면서 집안일까지 신경 쓰시느라.”“바보야, 그런 말 왜 해.”이혜정은 가스불을 끄고 반찬을 접시에 담으며 말했다.“가족끼리 그런 말 하지 마. 너 자신과 예린이만 잘 돌보면 나는 안심이야.”식사 도중, 최수빈은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어머니와 아버지 최진식 사이의 일을 물었다.“엄마, 아빠하고... 이혼하는 거 순조롭게 돼 가요? 요즘 엄마한테 무슨 걱정거리가 있는 것 같은데, 혹시 아빠가 또 괴롭히시나요?”이혜정은 반찬을 집던 손을 잠시 멈추더니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아무 일 없어, 걱정하지 마. 엄마 혼자서 잘 해결할 수 있어. 이렇게 수년간 견뎌왔는데 조금 더 기다리는 건 아무 문제 없어. 너도 곧 예린이 데리고 떠날 텐데, 네 일에만 집중해. 집안일은 신경 쓰지 말고.”그녀는 강한 척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무거웠지만 어머니의 성격을 잘 알기에, 결심한 일은 쉽게 바꾸지 않을
더 보기
이전
1
...
8182838485
...
101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