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서재의 문 너머로 바닥에 웅크린 주민혁의 모습이 보였지만, 그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등을 돌려 진서령을 쫓아 밖으로 나갔다.주민혁은 시선을 내리깔며 씁쓸하게 웃었다.결국 주기훈의 마음속에서 손희경과 주씨 가문의 체면은, 말을 듣지 않는 아들 하나보다 훨씬 더 중요한 존재였던 것이다....복도에서 주기훈은 마침내 진서령을 따라잡았다. 손을 뻗어 붙잡으려 했지만 진서령이 거칠게 뿌리쳤다.“만지지 마요!”울음 섞인 목소리에는 실망한 기색이 가득했다.“이렇게 오랜 세월을 함께했는데 난 당신에게 도대체 뭐였어요? 공짜 가정부? 체면 세우는 장식품?”“진정해.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해명하려 했지만 주기훈의 입에서 나온 말은 힘이 없었다.“희경이와의 일은 그저 지나간 과거일 뿐이야. 난 그저 그때의 일을 분명히 하려고 찾는 거지, 다른 뜻은 없어.”“다른 뜻이 없어요?”진서령은 피식 비웃으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나한테 보상해 주겠다면서 다른 뜻이 없어요? 주기훈 씨, 난 아무것도 없던 당신 곁에서 여태까지 함께 해왔어요. 주씨 가문의 가주가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욕심부린 적 없고요. 그냥 편안한 가정, 진심으로 나를 아껴주는 남편 하나면 충분했어요. 그런데 당신은요? 당신 마음속에는 처음부터 나도, 이 집도 없었잖아요.”그녀는 눈물을 훔치며 단호하게 말했다.“이혼합시다. 이제부터 당신 일도, 손희경 씨의 일도 전부 나랑 상관없어요. 난 민혁이랑 조용히 살고 싶을 뿐이에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더는 주기훈을 보지 않은 채 계단 쪽으로 향했다.이번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지난 삶과의 작별 같았다.주기훈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그녀의 단호한 뒷모습을 바라봤다. 마음이 어지러웠다.쫓아가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붙잡으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오랜 자존심과 손희경에 대한 집착이 그것을 다시 삼키게 만들었다.결국 주기훈은 진서령의 모습이 계단 모퉁이 너머로 사라질 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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