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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921 - チャプター 930

1010 チャプター

제921화

은산시.주씨 가문 저택에는 숨 막히는 정적이 가득 내려앉아 있었다.주민혁은 검은색 캐리어를 옆에 두고 서재에 있던 개인 물건들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있었다.책장 가장자리가 닳아버린 오래된 책 몇 권, 오래 써서 손때가 묻은 만년필 하나, 그리고 액자에 끼워진 낡은 사진 한 장...사진 속에는 어린 시절의 그와 할머니가 나란히 웃고 있었다.주기훈은 문틀에 기대 팔짱을 낀 채 차분하고 냉정한 주민혁의 옆모습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최수빈이 실종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로도 주민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평소와 다름없이 출퇴근을 이어가며 회사 일을 처리했고 이렇게 저택에까지 돌아와 짐을 챙길 여유를 보이고 있었다.사라진 여자가 그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인 것처럼 얼굴에는 걱정도, 동요하는 기색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최수빈 걱정 안 돼?”주기훈이 결국 침묵을 깨고 물었다.그는 주민혁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원래 자신의 감정을 잘 숨기는 사람이긴 했지만 최수빈은 주민혁이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어떻게 이렇게 침착할 수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주기훈의 물음에 주민혁의 손이 잠시 멈췄다.그러나 그는 고개를 들지도, 대답하지도 않은 채 다시 책을 가방에 넣었다.려운에게서 이미 들은 바가 있었기에 사실 주민혁은 누구보다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구조대는 원시림에서 버려진 텐트와 흩어진 장비들만 발견했을 뿐, 최수빈과 육강민의 흔적은 전혀 찾지 못했다고 했다.주민혁은 누구보다 불안하고 누구보다 초조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그가 흔들리는 순간, 배후에 있는 자는 더 기고만장해질 것이고 최수빈은 그만큼 더 위험해질 뿐일 테니 말이다.주기훈은 그의 무심한 태도에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말했다.“네 형은 너랑 잘 지내고 싶을 뿐이야. 악의는 없어. 수빈이 일도... 그냥 사고일 수 있으니까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주기훈은 주선웅이 주민혁을 적대시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번 실종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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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2화

이건 그의 책임이었고 주성철과 원금영에게 했던 약속이기도 했다.주선웅은 등을 돌리고 떠나는 주민혁을 바라보며 입가에 걸려있던 미소를 서서히 지웠고 눈빛은 이내 음침하게 가라앉았다.그는 주민혁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민혁아, 나한테 뭐 할 말 없어? 수빈이의 일에 대해서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아?”주민혁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 그러나 그는 돌아보지 않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알고 싶지 않아.”이 말을 남기고 그는 회의실을 빠져나갔고 주선웅은 홀로 남겨진 채 얼굴이 굳어버렸다.주상 그룹 건물을 나서며 주민혁은 하늘을 올려다봤다.눈부신 햇빛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그의 마음속 어둠은 조금도 걷히지 않았다.곧 그가 휴대폰을 꺼내 려운에게 전화를 걸었다.“려운, 수빈이 행방 찾았어?”“아직입니다.”려운의 목소리에는 미안해하는 기색이 묻어 있었다.“가능한 모든 경로를 추적했지만, 최수빈 씨와 육강민 씨의 흔적은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실종 직전, 주선웅 씨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자금을 한 번 움직인 기록이 발견됐습니다. 현재 행선지는 파악 중이에요.”“계속 파.”주민혁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 반드시 알아내. 수빈이의 실종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크니까. 그리고 형의 동선도 전부 감시해. 작은 움직임 하나도 빠짐없이 보고하고.”“알겠습니다, 대표님.”전화를 끊은 그는 차에 올라 시동을 걸고 호텔 쪽으로 차를 몰았다.집으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저택도, 예전에 살던 별장도 주선웅의 감시망 안에 있을 가능성이 컸기에 그나마 호텔이 가장 안전한 곳이었다.지금 주민혁은 조용한 공간에서 모든 단서를 정리하고 최수빈을 구해낼 계획을 세워야 했다.호텔 방에 들어서자 그는 캐리어를 한쪽에 내려두고 창가로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봤다.끊임없이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도시의 소음이 흘러가고 있었다.그의 머릿속에서는 최수빈이 사라지기 전의 장면들이 계속 떠올랐다.원시림으로 출장을 간다는 말, 주선웅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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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3화

주민혁은 순간 경계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앞으로 다가가더니 도어뷰 너머를 들여다봤다.그곳에는 익숙한 얼굴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육민성과 송미연이었다.잠시 망설이던 그는 결국 문을 열었다.“주 회장님, 오랜만이에요.”육민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눈빛에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검은 트렌치코트를 입은 그는 전체적으로 믿음직스럽고 침착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이와 반대로 뒤에 선 송미연은 서류철을 끌어안은 채 얼굴이 잔뜩 굳어 있었는데 주민혁을 바라보는 시선에 노골적인 불만을 담고 있었다.주민혁은 몸을 비켜 그들을 들여보내고 문을 닫더니, 아무 말 없이 소파를 가리켜 앉으라는 뜻을 전했다.“저희... 수빈이 때문에 온 겁니다.”자리에 앉자마자 육민성은 본론부터 꺼냈다.“국가급 연구원이 출장 중 실종됐습니다. 이미 국정원까지 움직였고 저와 미연 씨가 이번 사건을 지원 조사하게 됐습니다.”송미연은 서류철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주민혁을 똑바로 바라보며 날카롭게 말했다.“전부 회장님 때문이에요. 주씨 가문이랑 얽힌 그 지긋지긋한 싸움만 없었어도 수빈이가 이런 일에 휘말릴 리 없었잖아요! 지금 수빈이의 목숨이 위태로운데, 회장님은 여기 숨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고...”주민혁은 옆에 늘어뜨린 손으로 천천히 주먹을 움켜쥐었다. 손마디가 하얗게 질릴 만큼 힘이 들어갔지만 그는 반박하지 않았다.최수빈의 실종이 자신과 무관하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그가 아니었다면 주선웅이 그녀를 노릴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미연 씨.”육민성이 그녀를 불러 진정시켰다.“우린 싸우러 온 게 아니라 돕기 위해 온 거예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수빈이를 찾는 거고 필요한 건 얼마든지 함께 논의하면 돼요.”송미연은 입을 꾹 다물었다가 결국 더 말하지 않았다. 대신 서류철을 열어 주민혁의 앞으로 밀어 놓았다.“이게 지금까지 확보한 단서들이에요. 수빈이가 실종된 날, 원시림 인근에서 번호판 없는 검은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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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4화

주선웅은 늘 그를 질투해 왔었다.주씨 가문의 가주 자리를 빼앗겼다는 것,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했다는 게 못마땅했던 것이다.그런데 주상 그룹에 대한 집착이 누구보다 강했던 사람이, 왜 이미 회사를 손에 넣고도 굳이 최수빈까지 납치했을까?설마 무인기 프로젝트의 핵심 데이터를 노린 건 아닐까?최수빈은 항공우주 연구원의 핵심 엔지니어로 무인기 전투 비행 시뮬레이션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방대한 핵심 자료를 직접 다루고 있었다.때문에 주선웅이 그녀를 이용해 데이터를 빼내 해외 세력에 넘기려 한다면 모든 퍼즐이 맞아떨어질 수 있었다.“아마도 형이 노리는 건 무인기 프로젝트의 핵심 자료일 겁니다.”주민혁이 눈을 뜨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수빈이는 항공우주 연구원의 무인기 사업 핵심 인력이에요. 중요한 데이터들을 대부분 손에 쥐고 있죠. 형은 예전부터 이 프로젝트에 집착했고 여러 번 개입하려 했지만 전부 제가 막았습니다. 지금 수빈이를 데려간 것도 그 자료를 얻기 위한 가능성이 큽니다.”육민성은 고개를 끄덕였다.“충분히 그럴 수 있겠군요. 무인기 사업은 국가 기밀이 걸린 사안입니다. 정보가 유출되면 결과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이익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주선웅 씨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겠죠.”송미연이 답답한 듯 물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건데요? 주선웅 씨에게 협박당하는 걸 지켜보면서 핵심 정보가 새어 나가는 걸 그냥 두자는 건 아닐 테고...”“우선 그 섬의 위치부터 찾아야 합니다.”육민성이 말했다.“좌표만 확보하면 바로 구조 계획을 세울 수 있어요. 회장님, 주선웅 씨가 산 섬의 위치를 알아낼 방법이 있을까요?”주민혁은 고개를 저었다.“형은 매우 치밀한 사람입니다. 섬 매입도 전부 해외 법인을 통해 처리해서 정확한 좌표를 바로 추적하긴 어려워요. 그래도 려 비서에게 자금 흐름과 해외 접촉 기록을 추적하게 해 두었습니다. 거기서 단서가 나올 가능성이 있어요.”“저희도 함께 돕겠습니다.”육민성이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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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5화

남태평양 개인 섬의 좌표를 확보하자마자 주민혁은 곧바로 국정원에 연락했다.육민성이 이미 지원을 조율해 둔 덕에 최첨단 장비를 갖춘 구조선 한 척이 밤새 출항 준비를 마쳤다.새벽 세 시, 부두는 대낮처럼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주민혁은 검은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서 있었는데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지만 눈빛만큼은 매처럼 날카로웠다.그는 위성 통신 장비, 응급 키트, 위치 추적기를 하나하나 점검했고 옆에는 려운과 정예 경호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대기하고 있었다.“회장님, 모든 장비 점검 완료했습니다. 언제든 출항 가능합니다.”려운이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국정원 특수요원들도 선실 안에 대기 중이고요.”주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두운 바다를 바라봤다. 바닷바람이 옷자락을 휘날리며 짠내 섞인 냉기를 실어 왔다.“출발하자.”짧지만 단호한 한마디, 그렇게 구조선은 천천히 부두를 떠나 남태평양을 향해 나아갔다.주민혁은 갑판 난간을 붙잡고 앞을 응시했다.끝없는 바다 너머, 외딴 섬에 갇혀 있을 최수빈이 보일 것만 같았다.그러나 항해가 절반쯤 진행됐을 무렵, 바다는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했다. 검은 구름이 몰려오더니 굵은 빗방울이 쏟아져 내렸다.선박은 거센 파도에 크게 흔들렸고 갑판 위 사람들은 제대로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었다.설상가상으로 주민혁이 위성 통신기를 꺼내 육민성과 연결하려던 순간, 신호가 완전히 끊겼다.화면에는 잡음만 가득 번졌다.“회장님! 통신이 교란됐습니다! 위치 추적도 불가능하고 외부와 연락도 끊겼어요!”통신 담당 요원이 다급하게 외치자 주민혁은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이건 우연일 리 없어. 분명 형의 짓이야. 내가 움직일 걸 예상하고 이 해역에 신호 차단 장치를 설치해둔 거지.’“예비 항법 시스템 가동해. 기존 좌표 기준으로 계속 항해한다.”주민혁은 침착하게 지시했다.“해상 상황 수시로 확인하고 돌발 상황에 대비해.”“네!”구조선은 거센 풍랑 속을 뚫고 간신히 전진했다. 모두가 숨을 죽인 채 긴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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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6화

주선웅은 뒤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조금 떨어진 가로등 아래에 육민성이 서 있는 게 보였다.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그는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고 그 뒤로는 국정원 요원 몇 명이 신분증을 든 채 자리하고 있었다.“육민성 씨? 그쪽이 왜 여기 있는 거죠?”주선웅은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경계심이 본능처럼 치밀어 올랐다. 육민성이 여기까지 찾아올 줄도 몰랐고 국정원 사람들까지 데려올 줄은 더더욱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육민성은 천천히 그에게 다가오며 단호하게 말했다.“그만두라고 말하러 왔습니다. 주선웅 씨, 주선웅 씨는 국가급 엔지니어를 납치했고 국가 안보를 위협한 혐의를 받고 있어요. 지금이라도 돌아서도 늦지 않아요. 수빈이를 넘기고 조사에 협조하면 법에서도 참작해 줄 여지는 있을 겁니다.”“참작이요?”주선웅이 피식 차갑게 비웃었다. 눈빛에는 조롱이 가득했다.“육민성 씨, 그런 위선적인 말은 집어치우시죠. 난 그냥 내 개인 소유의 섬에 수빈이를 초대한 것뿐입니다. 그런데 납치라뇨?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요.”“손님이요?”육민성의 입가에 냉소가 스쳤다.“외딴 섬에 가둬 두고 외부와의 연락을 전부 끊어 놓는 게 손님 대접하는 방식이 맞나요? 주선웅 씨, 그 잔꾀가 다 통할 거라 생각했습니까? 저희는 이미 주선웅 씨가 수빈이를 납치하고 국가 기밀을 빼내려 했다는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어요.”주선웅의 표정이 점점 굳어 갔다. 육민성이 이렇게 직접 나선 이상, 철저히 준비하고 왔다는 걸 그는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이제 와 물러설 길은 없었기에 그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다시 말하지만 난 수빈이를 납치한 적도 없고 국가 기밀을 빼돌린 적도 없습니다.”주선웅은 강경하게 말했다.“육민성 씨, 길 막지 마요. 계속 방해하면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가만두지 않겠다고요?”육민성이 눈썹을 들어 올리자 뒤에 있던 국정원 요원들이 곧바로 한 발 앞으로 나섰다.“주선웅 씨, 그쪽은 여러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을 대상입니다. 지금부터 저희와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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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7화

“난 인정 못 해... 절대 인정 못 해!”주선웅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 목소리에는 광기가 서려 있었다.“주민혁, 두고 봐. 내가 졌다 해도 너만큼은 절대 편하게 두지 않겠어.”육민성은 그의 발악에 반응하지 않고 직접 수갑을 채운 뒤, 옆 사람들에게 담담히 말했다.“연행하세요. 철저히 감시하고요.”주선웅이 끌려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육민성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대폰을 꺼내 주민혁에게 전화를 걸어 봤지만 여전히 신호는 잡히지 않았다.그래서 주민혁이 무사히 이 폭풍을 넘기고 반드시 최수빈을 찾아내길, 속으로 조용히 빌었다....그 시각, 구조선이 있는 곳에서는 파도가 서서히 잦아들고 비도 멎었다.항해 장비에 표시된 좌표가 점점 가까워지는 걸 보자 주민혁의 가슴은 벅차올랐다.‘조금만 더 가면 돼. 조금만 더 가면 수빈이를 만날 수 있어.’“대표님! 전방에서 섬 하나를 발견했어요. 좌표와 일치합니다!”망루에 있던 대원이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주민혁은 곧장 갑판으로 나가 전방을 바라봤다.멀리 바다 위로 외딴 섬 하나가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울창한 숲으로 덮인 섬은 아침 빛 속에서 놀랄 만큼 고요해 보였다.“속도 올려.”주민혁의 명령과 함께 구조선이 섬을 향해 빠르게 접근했다.그곳과 가까워질수록 난간을 꽉 붙잡은 그의 손은 점차 식은땀으로 젖어 갔다.섬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지, 최수빈이 무사할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를 데려와야 한다는 것 말이다.배가 섬 가까이에 이르자, 여러 채의 건물이 보였고 그중에서도 커다란 별장이 단번에 눈에 띄었다.“상륙 준비. 특수요원팀 전원 전투태세 유지하고 은밀히 접근해.”대원들이 재빠르게 고무보트에 올라 섬을 향해 이동했다. 주민혁 역시 함께 올라탔고 시선은 줄곧 그 별장에 고정돼 있었다.‘수빈아, 내가 왔어. 제발 무사히 있어야 해...’보트가 해안에 닿자 특수요원팀이 빠르게 상륙해 별장 쪽으로 진입했다. 주민혁도 뒤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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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8화

시간이 얼마나 흐르든, 무슨 일이 벌어지든 이 품만큼은 언제나 그녀를 향해 열려있는 것 같았다.가슴 깊은 곳에 묻혀 있던 무겁고도 뜨거운 사랑은 결국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최수빈이 점차 차분해지자 주민혁은 조심스럽게 그녀를 놓아주고 얼굴을 감싸 쥐며 살폈다.“어디 다친 데 없어? 그 사람이 너한테 뭘 하지는 않았지?”최수빈은 고개를 저으며 눈물을 훔치고 미소 지었다.“괜찮아요. 나한테 손대진 않았어요. 그냥 여기 가둬 두고 외부랑 연락을 못 하게 했을 뿐이에요.”그제야 주민혁은 한숨 돌릴 수 있었다.“그런데 저 사람들 어떻게 제압한 거야? 너무 위험했어.”최수빈은 고개를 숙이며 조금 쑥스러운 듯 말했다.“방심한 틈을 타서... 섬에서 자라는 식물로 만든 진정제를 밥에 조금 섞었어요. 며칠 동안 지켜보니까 소량만 먹어도 금방 졸리게 만드는 식물이 있더라고요. 그래서...”주민혁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완전히 고립된 상황에서도 그녀는 패닉에 빠지지 않았다. 주변을 관찰하고 스스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울컥한 주민혁이 잠시 침을 꿀꺽 삼키더니 시선을 내리깔았다.“미안해.”이 모든 일이 전부 자기 때문인양, 그의 입에서는 계속해서 사과의 말이 흘러나왔다. 그때 별장 밖에서 뱃고동 소리가 울렸고 려운이 급히 들어와 보고했다.“대표님, 국정원 지원 선단이 도착했습니다. 육 대표님도 함께 오셨어요.”이윽고 주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들은 함께 별장 밖으로 나갔다.바다 위에는 국정원 함정들이 여러 척 정박해 있었고 그중 한 배의 갑판 위에서 육민성이 그들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수빈아, 괜찮아?”육민성은 섬에 오르자마자 빠르게 다가와 안부부터 물었다.“네, 괜찮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선배.”최수빈은 진심 어린 미소로 답했다.육민성은 굳게 맞잡은 두 사람의 손을 보며 잠시 복잡한 눈빛을 보였지만 곧 싱긋 웃었다.“무사해서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다. 주선웅 씨는 이미 체포됐어. 이제 법의 심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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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9화

육민성은 최수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로 주민혁을 가리켰다.“가서 얘기해. 어떤 말들은 직접 마주 보고 풀어야 하는 거니까.”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돌아서서 갑판 위에 두 사람만 남겨 두었다.최수빈은 숨을 한번 깊게 들이쉬고 옷자락을 정리한 뒤, 천천히 주민혁에게 다가갔다.바닷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려 몇 가닥이 볼에 닿았다. 그 모습이 유난히 온화해 보였다.이내 그녀가 그의 곁에 서서 어두운 바다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어떻게 날 찾았어요? 난... 이 섬까지는 못 올 줄 알았거든요.”주민혁은 시선을 내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난간을 움켜쥔 손에 힘만 더 들어갔다.최수빈이 곁에 선 순간, 이미 어지럽던 마음은 더 복잡해졌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끌어안고 싶었다. 체온을 느끼며 그녀가 무사하다는 걸 온몸으로 확인하고 싶었다.하지만 주민혁의 이성이 그를 문제투성이에 재앙 같은 존재라면서 붙잡았다.‘내가 곁에 있는 한, 수빈이는 끝없는 위험에 노출되며 상처만 받게 될 거야.’갑판 위에는 파도가 선체를 두드리는 소리와 바람이 스쳐 가는 소리만 흐를 뿐, 긴 침묵이 이어졌다.최수빈은 더 묻지 않았다.그저 그의 옆에 조용히 서서 그가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주듯 함께 버텼다.주민혁은 냉정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최수빈이 다시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웠다.“예린이가 우리 많이 보고 싶어 할 거예요.”평범한 부부가 나누는 대화처럼, 자연스러운 한마디가 그대로 주민혁의 가슴을 파고들었다.주민혁은 번쩍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눈빛에는 수많은 감정이 뒤엉켜 있었다.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 역시 한때는 딸의 근황을 이야기하고 평범한 미래를 그리던 사람들이었다는 걸.최수빈은 주민혁의 시선을 고스란히 받으며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민혁 씨, 우리도 평범하게 살 수 있잖아요. 그렇죠?”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말을 이어갔다.“매일 음모랑 싸우지 않아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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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0화

하지만 이성은 곧 다시 고개를 들었다.그때 갑자기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며 갑판에 흐르던 침묵을 깨뜨렸다. 려운의 전화였다.주민혁은 깊게 숨을 들이쉰 뒤, 통화 버튼을 눌렀다.“대표님, 한 시간 정도면 항구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휴대폰 너머로 려운의 공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리고 강 선생님께서 이미 부두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약도 가져오셨다고 해요.”강지안이라는 이름이 차가운 물을 들이붓듯, 그의 마음속에 일었던 충동을 단숨에 식혀 버렸다.주민혁은 번뜩 정신이 들었다.자신의 우울증, 감정이 무너질 때마다 저질렀던 실수들이 떠올랐다.‘이렇게 이기적으로 굴어서는 안 돼.’순간의 감정에 휘둘려 최수빈을 위험 속에 밀어 넣을 수는 없었다.“알았어.”주민혁의 목소리는 다시 평소처럼 차갑고 차분해졌다.“도착하면 바로 지안이 만나게 준비해.”전화를 끊은 뒤에도 그는 한동안 갑판에 서 있었다. 배가 부두에 가까워질 때까지 움직이지 못했다.선실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스스로와의 싸움 같았다.그는 자신이 또다시 도망을 선택했다는 걸 알고 있었으나 피하는 것 말고는 딱히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배가 항구에 닿을 무렵, 하늘은 희미하게 밝아 오고 있었다. 최수빈이 갑판에서 주변을 둘러봤지만 주민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가슴 한쪽에서 실망감이 느껴졌지만 이내 스스로를 다독였다.‘급한 일이 있겠지.’그때 육민성이 다가와 외투를 건넸다.“아침 바람 세니까 입어. 주 대표님은 먼저 강지안 씨 만나러 갔대. 우리더러 먼저 돌아가라고 하더라.”최수빈은 외투를 받아 들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주씨 가문은 완전히 뒤집혀 있었다.주기훈은 주선웅이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자 완전히 분노하며 사무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국가급 엔지니어를 납치하고 국가 기밀까지 노렸다는 사실은 주씨 가문의 체면을 바닥에 떨어뜨렸을 뿐 아니라, 그 자신까지 깊은 위기에 몰아넣었으니 말이다.주기훈은 얼굴을 굳힌 채 곧바로 구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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