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아직 회복되지 않았잖아요. 밖에 아버님이 아직 근처에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러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해요?”주민혁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얇은 옷 너머로 최수빈의 체온이 그대로 전해졌고 그 따뜻함이 가슴을 데우는 동시에 더 큰 죄책감을 불러왔다.“신경 쓰지 마.”그는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어.”“민혁 씨, 제발 그렇게 고집 좀 부리지 마요.”최수빈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민혁 씨는 지금 혼자가 아니에요. 나도 있고 예린이도 있어요. 우린 다 민혁 씨를 걱정하고 있다고요. 우리 생각도 좀 해 줘요.”주예린의 이름이 나오자 주민혁의 몸이 눈에 띄게 굳었다.어젯밤, 아빠 아픈 거냐고 조심스럽게 묻던 모습이 떠올랐다. 아빠가 곁에 있어 주길 내심 기대하던 눈빛도 함께 스쳐 지나갔다.순간, 마음속에 쌓아 두었던 방어선이 와르르 무너졌다.이윽고 그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 안에는 피로와 체념한 기색이 가득 담겨 있었다.“나...”뭔가 말하려는 찰나, 침실 문이 살짝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분홍색 곰돌이 잠옷을 입은 주예린이 졸린 눈을 비비며 문 앞에 서 있는 것이었다.“엄마, 아빠... 싸우는 거예요?”최수빈은 급히 주민혁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놓고 딸에게 다가가서는 몸을 낮추고 부드럽게 말했다.“아니야, 아빠랑 엄마 싸우는 거 아니야. 그냥 이야기하고 있었어. 예린이는 왜 깼어? 우리가 시끄러웠어?”주예린은 고개를 저으며 주민혁을 바라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아빠, 가는 거예요? 나랑 좀 같이 있어 주면 안 돼요?”그 눈빛을 보는 순간, 주민혁의 가슴이 바늘에 찔린 듯 아려 왔다.그는 다가가 딸의 앞에 쪼그려 앉아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어 주었다.“잠깐 일이 있어서 아빠 먼저 가봐야 해. 다 끝나면 돌아와서 예린이랑 놀아 줄게, 응?”주예린은 금세 눈빛이 어두워졌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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