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Chapter 1171 - Chapter 1180

1378 Chapters

제1171화

고지행은 속으로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연천능도 나를 때렸잖아! 나도 엄청 맞았다고!’하지만 체면이 무엇보다 중요했기에 그런 이야기는 절대로 할 수 없었다.백진아는 일부러 측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런데 이 아저씨는 갈 곳도 없는 사람이다. 우리가 돌봐주지 않으면 너무 불쌍하지 않겠느냐? 굶고 지쳐 야수를 만나 잡아먹힐지도 모른다.”고지행도 얼른 맞장구를 치며 불쌍한 표정으로 보아를 바라보았다.“그래, 정말 무섭구나!”원래도 잘생긴 얼굴이었기에 그렇게 애처로운 표정을 짓자 제법 설득력이 있었다. 결국 아직 두 살도 안 된 귀여운 꼬마 보아는 완전히 속아 넘어갔다.보아는 한참 동안 그를 유심히 살펴보다가 정말 불쌍해 보였는지, 새침하면서도 씩씩한 목소리로 말했다.“좋습니다. 하지만 또 아버지를 괴롭히면 제가… 늑대한테 던져 버릴 거예요!”고지행은 얼른 겁먹은 척했다.“안 그러마! 다시는 안 그러마!”“흥!”보아는 새침하게 콧방귀를 뀌더니 다시 낙우진과 놀러 갔다.백진아는 승마복으로 갈아입고 공간을 나와 남쪽을 향해 길을 떠났다.이제 용담과 얼음 두꺼비, 화염 원숭이를 모두 손에 넣었으니 봉수와 천잠고치만 남았다.봉수란 봉황 등나무 꽃에서 나오는 수액을 말한다. 봉황 등나무는 일 년 내내 덥고 습한 지역에서 자라므로 남해 적도 부근의 섬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천잠고치는 화산 분화구에 사는 누에가 만든 고치였다. 화산이 가장 많은 곳이라면… 역시 영국의 섬이었다.따라서 그녀의 다음 여정은 바다를 건너는 것이었다. 먼저 남쪽으로 내려간 뒤 다시 동쪽으로 향할 계획이었다.도중에 월국을 지나면서 연천능을 만나 식량과 약, 그리고 돈도 조금 남겨 줄 생각이었다.연천능은 백근당과 함께 이미 임강군 전체를 손에 넣었다. 백성들은 백근당을 매우 너그럽게 받아들였고, 자연스럽게 연천능의 통치도 인정했다.그 이유는 간단했다. 연천능은 백성들의 1년 치 세금을 면제해 주었고, 백성을 괴롭히던 악당을 소탕했으며, 군인 가족을 위한 작업장을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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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2화

연천능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온몸에서는 차가운 기운이 흘러나왔고, 창에 비친 그림자마저 서늘한 기색을 띠고 있었다.그런 연천능을 바라본 무진은 그가 진심으로 분노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는 저도 모르게 두 걸음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폐하,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저는 그저 화약에 맞아 사지가 찢겨 나가는 장병들이 너무 안타까워서 그랬을 뿐입니다!”귀비라는 허울뿐인 자리 하나와 수많은 장병의 목숨.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는 너무도 분명했다.우선 종려산을 달래 자기편으로 붙잡아 두기만 하면, 나중에는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처리할 수 있지 않겠는가?큰일을 이루려는 사람은 작은 일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그는 그렇게 생각했다.물론 이런 말은 감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무진의 생존 본능은 매우 강했다.연천능도 그런 이치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눈빛을 가라앉히며 말했다.“네가 사신으로 가거라. 휴전을 제안하고 협상을 시작해라. 먼저 우리가 한발 물러서면 저쪽은 반드시 조건을 더 내걸 것이다. 우선 시간을 끌어라.”무진은 눈빛을 굳히며 엄숙하게 대답했다.“예!”백진아가 만든 폭탄은 종려산의 화약 꾸러미보다 훨씬 강력했다.‘그런데 폐하는 왜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 것일까?’그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황후마마께서는 지금쯤 어디까지 오셨을까요? 언제쯤 돌아오실지….”그 말을 듣자 연천능이 갑자기 몸을 돌려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이 일을 진아에게는 절대로 알려서는 안 된다!”그의 눈은 희미하게 붉어져 있었다. 백진아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분명 앞뒤 가리지 않고 폭탄을 만들 것이고, 심지어 화약 제조법까지 내놓으려 할 것이다.전쟁에서는 사람이 죽는다. 아주 많은 사람이 죽는다.백진아가 공간을 잃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그가 정말 두려운 것은 그녀가 그 대가로 함께 자폭해 사라지는 일이었다.백진아가 없는 세상이라면 천하를 얻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녀가 없다면 그 또한 살아갈 이유가 없었다.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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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3화

연천능은 천하를 적으로 돌리더라도 부인과 딸만큼은 반드시 지키고 싶었다.가족과 함께하는 생활에 익숙해진 그에게 이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있는 시간은 견디기 힘들었다. 그는 정말 싫었다. 너무나도 싫었다.연천능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편지를 다시 꺼내 한 번 더 읽었다. 그리고 보물이라도 다루듯 조심스럽게 접어서 다시 넣었다.막 봉투를 책 사이에 끼워 넣으려던 순간,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이 깊은 밤에 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연천능은 얼굴을 살짝 굳히고 편지를 잘 간직한 뒤 문 쪽을 바라보았다.그때 뢰일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폐하! 경사입니다!”연천능은 검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경사라니, 무슨 일이냐?”뢰일이 말했다.“황후마마께서 용담을 손에 넣으셨습니다! 지금 돌아오는 길이라고 합니다!”그는 두 손으로 편지 한 통을 공손히 내밀었다.“황후마마께서 보내신 서신입니다.”연천능의 얼굴에도 기쁨이 번졌다.“정말 잘됐군!”그는 곧바로 편지를 받아 봉인을 뜯고 안의 편지를 펼쳐 읽기 시작했다.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얼굴의 미소가 점점 사라지더니, 끝내 표정이 차갑게 굳어 버렸다.뢰일은 이상함을 느끼고 물었다.“폐하, 무슨 일이십니까?”뢰십이 보내온 편지에는 분명 용담을 얻었다고 적혀 있었는데,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일까?연천능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아무 일도 아니다!”‘고지행, 그 자식이 달이한진에 있다니!’‘게다가 둘이 함께 용담을 구해서… 함께 돌아오고 있다고?’그는 질투심에 속이 끓어올랐다.머릿속에는 두 사람이 드넓은 초원에서 나란히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이 저절로 그려졌다. 푸른 하늘과 흰 구름, 끝없이 펼쳐진 초원.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하지만 실제 상황은 연천능이 상상한 것과는 전혀 달랐다.백진아는 고지행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둘만 단둘이 말을 타고 초원을 달릴 리가 없었다.그녀는 고지행을 공간에 남겨 두고 보아와 낙우진의 말동무를 맡기고 있었다.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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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4화

고지행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보아가 온갖 재주를 두루 갖춘 꼬마 선녀로 자라난 모습을 이미 눈앞에서 보는 듯했다.“보아가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는 아이 스스로 결정하게 둘 셈입니다. 아직 두 살밖에 안 됐으니, 좋아하는 게 있으면 배우면 됩니다. 아직은 실컷 뛰어놀 나이지요.”백진아는 단 한 번도 보아를 어떤 사람으로 키워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올바른 가치관만 갖추고, 기본적인 생존 능력과 자기 보호 방법을 익히며, 사람을 다스리는 법만 배워도 충분했다. 그 외에는 보아가 흥미를 느끼는 대로 자유롭게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다.고지행은 미소를 지었다.“보아는 스승님 같은 어머니를 둬서 정말 행복하네요.”그의 미소에는 씁쓸함과 체념, 그리고 부러움과 슬픔이 함께 담겨 있었다.백진아는 문득 그가 태어날 때 어머니는 난산으로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마저 그 뒤를 따라 죽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무심코 안타까운 표정이 스쳤지만, 그런 시선이 오히려 고지행의 마음을 아프게 할까 봐 얼른 공간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예상대로 몇 사람이 말을 타고 그녀가 사라진 곳까지 달려와 주변을 몇 바퀴나 맴돌고 있었다. 하늘에서는 독수리 한 마리가 그 자리를 계속 선회하고 있었다.그중 한 사람이 손가락을 입에 넣고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그러자 독수리가 곧장 아래로 내려와 그의 어깨에 내려앉았다.그는 양고기 한 토막을 꺼내 먹인 뒤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사람은 어디 있느냐?”독수리는 맛있게 고기를 먹고는 이리저리 목을 돌리며 예리한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어딘지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됐다. 네 잘못이 아니야. 그 여자가 너무 교활한 거지.”그는 다시 고기를 먹이며 독수리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말했다.“가라. 계속 찾아!”독수리는 길게 울음소리를 내더니 날개를 퍼덕이며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몇 차례 울부짖으며 멀리 날아갔지만, 속도는 매우 느렸고 계속 좌우와 위아래를 맴돌며 목표를 찾는 듯했다.초원 위의 사람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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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5화

백진아는 피식 웃으며 낙우진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난 이미 연천능과 혼인했다. 그러니 네 아버지와는 혼인할 수 없어.”낙우진이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자, 백진아는 부드럽게 위로했다.“약을 찾아 돌아와 보아를 치료한 다음, 꼭 너를 보러 가마. 물론 너도 언제든 보아를 만나러 와도 되고.”낙우진은 의젓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예.”두 사람은 그렇게 이야기를 마친 뒤,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암묵적인 약속을 했다. 괜히 보아에게 알려 줬다가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면 둘 다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 분명했다.람성에 가까워졌을 무렵, 백진아는 낙우진과 보아가 잠든 틈을 타 두 아이를 안아 마차 안으로 옮긴 뒤 공간에서 나왔다.동이 틀 무렵, 그녀는 람성의 성문 앞에 도착했다.성벽은 높고 웅장했고, 성문 경비도 매우 삼엄했다. 람성에 드나들려면 영패나 통행증을 제시해야 했고, 엄격한 검문도 받아야 했다.백진아는 낙장풍이 주었던 람성의 영패를 꺼내 성문 병사에게 건넸다.병사는 영패를 확인하자마자 태도가 한결 공손해졌지만, 그래도 마차 검사는 해야 한다며 가림막을 걷었다. 막 잠에서 깬 낙우진을 본 병사는 깜짝 놀랐다.“소… 소공자님?”낙우진은 눈을 비비며 병사의 복장을 알아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제가 또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집이 그리웠던 그는 집으로 돌아가는 꿈을 여러 번 꾸었었다.백진아가 웃으며 말했다.“꿈이 아니란다. 람성에 도착했어.”낙우진은 얼른 마차 밖으로 기어 나와 익숙한 성문을 바라보았다. 순간 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정말 람성이에요! 집에 돌아왔습니다!”병사는 그 모습을 확인하자 곧바로 일행을 성 안으로 들여보냈고, 동시에 사람을 성주부로 보내 소식을 전하게 했다.람성은 백진아의 예상보다 훨씬 번화하고 질서정연한 도시였다. 거리의 건물은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지어진 듯 모두 반듯한 석조 건물이었다.단층집도 있었고 여러 층짜리 건물도 있었다.도성 전체에서는 묵직하면서도 웅장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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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6화

백진아는 이제 확신할 수 있었다. 람성을 설계한 사람은 틀림없이 자신처럼 타임슬립한 사람이었다.말발굽 소리가 들려왔고, 낙장풍이 말을 타고 이쪽으로 달려왔다.낙우진의 눈이 번쩍 빛났다.“아버지! 아버지!”낙장풍은 마차 창밖으로 내민 아들의 작은 얼굴을 보자 환하게 웃었다.“우진아, 정말 돌아왔구나!”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는 손을 뻗어 창문으로 낙우진을 번쩍 안아 올려 말 위에 태웠다. 그의 눈가와 입가에는 사랑하는 아들을 다시 만난 기쁨과 다정함이 가득했다.백진아도 마차 가림막을 걷으며 인사했다.“낙 대협, 오랜만입니다!”낙장풍은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춘 뒤 말했다.“우선 성주부로 돌아가서 이야기하시지요.”큰길 한복판은 한가롭게 담소를 나눌 곳이 아니었다. 간단히 인사를 마친 일행은 곧바로 람성 성주부를 향했다.성주 낙우와 성주 부인은 이미 성주부 사람들을 데리고 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만큼 백진아를 존중하고 환영한다는 뜻이었다.“할아버지! 할머니!”낙우진은 자신을 가장 아껴 주는 조부모를 보자 작은 팔을 힘껏 흔들었다. 그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맺혔지만 애써 참으며 흘리지 않았다.“우진아!”성주 부인이 두 팔을 벌리며 다가왔다.낙장풍은 말에서 가볍게 뛰어내려 신이 난 아들을 성주 부인에게 안겨 주었다.낙우진은 할머니의 목을 꼭 끌어안으며 기쁘게 외쳤다.“할머니! 우진이가 정말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성주 부인의 눈에도 눈물이 가득 고였다. 손주가 태어난 뒤 이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던 것은 처음이었다. 애틋한 마음이 북받쳐 올랐다.백진아도 마차에서 내려 성주와 성주 부인에게 예를 올렸고, 극진한 환영을 받으며 성주부 안으로 들어갔다.성주부의 주요 건물은 모두 돌로 지어져 있었다. 건물의 배치와 양식 역시 현대적인 감각이 묻어났다.그 안을 걸으며 백진아는 마치 근대 이전의 청벽돌 대저택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고풍스럽고 묵직하면서도 현대와 서양 건축 요소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었다.백진아는 아무렇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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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7화

낙우진은 원래 심장병 때문에 팔다리가 마른 장대처럼 앙상하게 말라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공간에서 몸을 조리한 덕분에 피부는 희고 통통해졌고, 몸도 단단하고 건강해졌다.특히 반짝이는 두 눈은 예전보다 훨씬 생기가 넘쳤고, 애교를 부릴 줄도 알게 되었으며 말수도 많아졌다. 예전처럼 늙은이처럼 침울하고 생기 없는 모습은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동자처럼 예쁘고 사랑스러운 낙우진을 바라보며 낙장풍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점점 멀어져 가는 마차를 깊은 눈빛으로 한참 바라보았다.‘저토록 뛰어나고 세상에 둘도 없는 여인이라면, 역시 연천능처럼 패기와 존귀함을 갖춘 영웅만이 어울리겠지.’고지행은 문득 뒤를 돌아보다가 낙장풍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눈빛이 살짝 가라앉았다.그 순간, 하늘을 가로지르는 검은 그림자 하나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그는 품속에서 망원경을 꺼내 들여다보더니 말했다.“스승님, 또 독수리인 것 같습니다!”백진아도 마차 가림막을 걷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정말 또 쫓아왔네요.”하지만 고지행은 오히려 신이 난 얼굴이었다.“스승님, 얼른 공간으로 집어넣으세요! 먼저 잡은 녀석과 짝을 지어 새끼를 많이 낳게 하면 됩니다. 이 녀석들은 높이 날고, 멀리 날고, 빠르기까지 한 데다 사납습니다. 잘 길들이기만 하면 전서구보다 훨씬 유용할 것입니다.”백진아는 웃으며 말했다.“둘 다 수컷이면 새끼를 어떻게 낳습니까?”“아!”고지행은 말문이 막혀 곧바로 헛기침했다.“암컷 두 마리를 더 잡아서 짝을 맞추면 되죠.”말하는 사이, 백진아는 정신력으로 그 독수리도 공간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마차를 몰던 뢰십에게 말했다.“서두르거라. 사람 없는 곳에 가면 공간으로 들어가야 하니.”뢰십이 엄숙하게 대답했다.“예!”백진아는 먼저 보아를 공간으로 들여보내 아이의 안전을 확보했다.고지행은 마차 밖에서 그녀를 안심시키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독수리가 우리를 찾기는 했지만, 람성을 가로질러 우리를 쫓아오는 건 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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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8화

짙은 밤이었다. 산속에는 밤바람이 거세게 불었고, 간간이 벌레와 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달은 구름 사이를 오갔고, 그에 따라 숲도 밝아졌다가 어두워지기를 반복했다.모든 것이 평온하고 자연스러워 보였다.하지만 연천능 일행은 거의 동시에 이상함을 감지했다.눈앞에서 바람에 흔들리던 풀이 순간 바람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연천능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갑게 가라앉았고, 가슴속에서 분노가 치솟았다.그를 죽이려 드는 자들이야 이미 익숙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종려산에게 협박을 당해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런 때를 골라 암살까지 시도하다니, 그의 분노는 순식간에 폭발했다.뢰일 일행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 연천능이 먼저 움직였다.‘챙!’장검이 칼집에서 뽑혀 나오며 차가운 섬광을 번뜩였다.그는 검을 수평으로 크게 휘둘렀다. 무지개 같은 검기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고, 살기가 하늘을 찔렀다. 주변의 무릎 높이 풀과 크고 작은 나무들은 서릿발 같은 검기에 일제히 잘려 나갔다. 마치 명을 받은 병사들처럼 한꺼번에 쓰러졌다.“아!”풀숲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고, 피비린내가 밤공기 속으로 퍼져 나갔다.동시에 수십 개의 그림자가 풀숲과 나뭇가지 위에서 튀어나왔다.연천능은 장검을 손에 든 채 밤바람 속에 우뚝 서 있었다. 검은 옷자락은 거세게 펄럭였고, 새하얀 머리카락은 바람을 타고 흩날렸다. 검기에서는 죽음의 기운이 흘러넘쳤고, 보는 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죽여라!”누군가 날카롭게 외쳤다.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너무나 무서웠다!연천능은 단 한 번의 검격으로 이미 여러 명을 베어 버렸다.세상 사람들은 모두 연천능이 잔인하고 사람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죽이는 폭군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직접 상대해 보니, 그는 소문보다 훨씬 더 무서운 존재였다.황제라는 신분만으로도 이미 두려운 존재인데, 그의 무공과 내력은 끝을 짐작할 수 없을 정도였다. 명령조차 내릴 필요 없이 혼자서도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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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9화

빠르고, 잔혹하며, 정확했다!연천능의 검은 한 번 움직일 때마다 한 사람의 급소를 꿰뚫었고, 맞은 자는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잠시 후, 그의 주위에는 이미 시체가 수북이 쌓였다. 하지만 정작 그의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다.남은 자들은 간담이 서늘해졌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슬며시 피어올랐다.하지만 연천능이 절대적인 우위를 점한 상황에서 그들을 살려 보낼 리가 있겠는가?그의 공격은 더욱 매서워졌다. 장검이 맑게 울음을 터뜨리며 허공을 갈랐다. 번뜩이는 검광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두 사람의 머리가 동시에 잘려 나갔다!선혈이 사방으로 튀어 달빛마저 붉게 물들였다.“연천능! 우리를 놓아줘라! 그렇지 않으면 내 형제들이 목숨을 걸고라도 널 죽일 것이다!”산적의 우두머리가 더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는 연천능을 협박하는 동시에 자신을 다잡고 있었다.곁에 있던 동료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산을 빼앗고 형제들을 죽인 건 너다! 먼저 시비를 건 것도 너였다!”하지만 연천능은 쓸데없는 말로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눈에도, 마음에도, 오직 한 마디만 존재했다.죽인다!서늘한 살기가 번쩍 스쳐 지나갔고, 말하던 두 사람은 동시에 눈을 크게 떴다. 이내 입에서 엄청난 피가 흘러나왔다.그들은 목이 잘려 나가는 소리만 들렸고, 곧바로 숨이 끊어졌다. 잘린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더니, 바닥으로 떨어져 둔탁한 소리를 냈다.연천능은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이미 다음 적을 향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망설임도, 주저함도, 조금의 군더더기도 없었다.남은 암살자들도 이제 깨달았다. 목숨을 건 싸움 외에는 살길이 없었다. 연천능을 죽여야만 그들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죽여라!”“끝까지 싸운다!”모두가 목숨을 내던지며 달려들었다.그들이 죽음을 각오했으니, 연천능도 기꺼이 그 소원을 들어주었다.그는 미쳐 날뛰는 저승사자처럼,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그동안 쌓여 있던 압박, 부인과 딸을 향한 그리움과 걱정, 봉량의 협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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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0화

폭발로 치솟은 흙먼지가 달빛마저 가려 버렸고, 주위는 순식간에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다.남은 것은 산이 흔들리고 땅이 뒤집히는 굉음뿐이었다!연천능이 차갑게 명령했다.“후퇴한다!”뒤로 물러나더라도 또 다른 함정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물러나지 않으면, 하늘을 뒤덮으며 쏟아지는 바위 더미에 그대로 생매장될 수밖에 없었다!일행은 동시에 몸을 날려 전속력으로 물러났다.그러나 그들이 지나가는 곳마다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거대한 불기둥과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았다!이미 오래전부터 이 일대 곳곳에 화약이 매설되어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폭발은 산속의 나무에도 불을 붙였다. 그 불길 덕분에 오히려 연천능 일행은 앞을 볼 수 있었다.그들은 서로 손을 맞잡고 내공을 한데 모았다. 폭발의 충격파마저 역이용해, 단숨에 뒤쪽의 완만한 산비탈까지 몸을 날렸다.그러나 안도의 한숨을 내쉴 틈도 없었다. 사방의 숲속에서 수백 명의 고수가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두 번째 매복이었다!그들 가운데는 대량의 군복을 입은 자도 있었고, 검은 무복을 통일해 입은 자도 있었으며, 현지 소수민족 복장을 한 사람과 평민 차림을 한 사람도 있었다...연천능의 존재로 인해 이익을 침해당한 온갖 세력이 한데 있는 듯했다.무진이 연천능 앞을 막아서며 낮게 말했다.“보아하니 봉량이 연경곤에게 붙어, 우리의 행적을 넘긴 모양입니다. 각 세력을 모두 규합했군요.”왜소하고 마른 중년 사내 하나가 앞으로 나와 비웃었다.“맞소. 우리 종려산은 이미 새로운 주군을 모셨네. 이제 와서 알아봤자 늦었소!”부장군 복장을 한 다른 사내도 냉소를 지었다.“아까 그 수십 명은 겨우 간을 보는 것이오. 이제부터가 진짜지.”“하하하! 연천능! 원망하려면 너 자신을 원망해라! 영토만 차지했으면 됐을 것을, 괜히 폭정을 없앤답시고 산적을 토벌하고 백성을 돕는다며 설치더니, 결국 원한을 다 샀구나!”그 말을 한 자는 흑석산 토벌 때 달아났던 산적이다.산불이 타오르는 붉은 빛 아래, 연천능의 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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