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경곤이 종려산에 화약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귀비 자리는 물론 황후의 자리까지도 내주었을 것이다. 그의 황후 자리는 아직까지도 비어 있었으니 말이다. 연천능의 눈빛이 살짝 가라앉았다."사람을 보내 종려산에 잠입시켜 소식을 알아보고, 화약을 만드는 자를 찾아내라. 산 채로 데려올 수 있다면 가장 좋고, 어렵다면 죽여라."무진은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기 아까웠는지 잠시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리고 연천능을 설득했다."폐하, 차라리 먼저 굽히는 척하시지요. 우선 거짓으로라도 승낙한 뒤, 그들이 사람을 넘기거나 직접 오게 만들면 그때 처리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저건 단순한 제조법 하나가 아닙니다. 수많은 장병의 목숨이 걸린 일입니다."연천능은 표정을 굳히며 단호하게 말했다."남을 속이고 신의를 저버린다면, 훗날 대량의 관리와 장수들을 어떻게 귀순시키겠느냐?"무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그렇다면 우선 그 사람부터 찾아보겠습니다. 당장은 죽이지 않겠습니다."연천능은 잠시 생각한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백진아가 보낸 편지를 보물처럼 품속 깊이 소중히 넣은 뒤, 붓을 들어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어느새 굳어 있던 그의 표정도 저도 모르게 한결 부드러워졌다.한편, 백진아는 운가로 가서 독의 해독법을 조사하기에 앞서, 먼저 작은 객사 하나에 묵기로 했다.달이한진은 대량과 융적의 국경에 자리한 변경 도시였다.이곳에는 양국 백성들이 교역하는 호시가 열려 늘 활기가 넘쳤고, 출신도 제각각인 사람들이 모여들었다.게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곧바로 융적으로 넘어갈 수 있었기에, 몸을 숨기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백진아는 일꾼의 안내를 받아 방으로 들어갔다.일꾼이 나간 뒤, 그녀는 먼저 방 안을 꼼꼼히 살핀 다음 거리 쪽 창문을 살짝 열고 몸을 숨긴 채 밖을 내다보았다.큰길에는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대부분이 상인이었다.낙타나 말을 끌고 다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그때, 백진아는 서로 다른 방향에서 몇 사람이 이 객사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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