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Chapter 1161 - Chapter 1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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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1화

손 대인은 백진아가 큰절을 올리지 않는 것을 보자, 눈가에 살기가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그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운뢰의 눈에도 순간 불쾌한 기색이 스쳤지만, 그는 백진아를 향해 말했다."죽 공자, 자리에 앉게."백진아는 가볍게 고개를 숙여 감사의 뜻을 표한 뒤, 손 대인의 바로 아래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고지행은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는 하인인 척 잔뜩 움츠러든 모습으로 백진아의 아래쪽 자리에 앉았다.백진아는 연회장에 들어서자마자 어두운 구석구석에 숨겨진 기척을 알아차렸다.하나같이 호흡이 길고 안정되어 있는 것을 보니, 분명 고수들이었다.손 대인이 데려온 사람들인지, 아니면 운뢰가 숨겨 둔 암위들인지는 알 수 없었다.혹시 그녀의 신분을 의심해 노리고 있는 것일까?어찌 되었든 이미 들어온 이상,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그때 옥 장신구가 부딪히는 맑은 소리가 연회장에 울려 퍼졌다.화려한 소수 병풍 뒤에서 붉고 푸른 비단옷을 차려입은 여인들이 차례로 걸어 나왔다.운아나는 맨 앞에 선 화려한 차림의 풍채 좋은 부인에게 달려가 팔짱을 끼며 애교스럽게 말했다."어머니, 어서 제 목숨을 구해 주신 은인을 소개해 드릴게요."그러면서 슬쩍 눈을 깜빡이며, 모녀만 알아볼 수 있는 눈빛을 주고받았다.그리고 운 부인을 백진아 앞으로 데려왔다.막 자리에 앉았던 백진아는 다시 일어나 예를 갖추었다."운 부인께 인사드립니다. 은인이라는 말씀은 과분합니다. 아가씨께서 너무 과찬하셨습니다."운 부인은 까다로운 눈빛으로 백진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젊고 준수한 외모에 우아하고 귀한 기품까지 갖춘 청년이었다.상석에 앉은 손 대인과 비교하면, 한 사람은 초원의 밤하늘에 떠 있는 은은한 초승달 같고, 다른 한 사람은 땅바닥의 쇠똥이나 다름없었다.운 부인은 속으로 딸의 선택이 옳았다는 확신이 더욱 강해졌다.손 대인을 집안의 후원자로 끌어들이는 일은 서녀에게 맡기면 된다.어차피 첩으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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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2화

초원의 술은 독했지만, 향은 더욱 깊고 진했다.백진아는 절로 감탄했다."좋은 술이군요."운뢰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죽 공자가 좋은 술을 알아보는군! 이건 오십 년 묵은 최고급 백주일세. 돈이 있어도 쉽게 구할 수 없는 귀한 술이지!"백진아는 술잔을 들어 올렸다."그렇다면 운 나리께 한 잔 올리겠습니다. 이렇게 성대히 대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단숨에 잔을 비웠다.그 모습을 본 고지행이 얼른 몸을 기울여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너무 많이 마시지 마세요. 혹시 술에 수작을 부렸을 수도 있습니다."백진아는 안심하라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술은 이미 모두 공간 속으로 옮겨 두었으니, 마신 척만 하는 것이었다.운뢰도 잔을 단숨에 비우고 호쾌하게 웃었다. 하지만 손 대인을 소홀히 할 수는 없었기에, 곧바로 말했다."자, 손 대인, 죽 공자. 두 분께서 저를 좋게 봐 주셨으니, 제가 먼저 한잔 올리겠습니다!"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고개를 젖혀 술을 들이켰다.손 대인은 귀찮다는 듯 술잔만 가볍게 들어 보인 뒤, 말없이 단숨에 비웠다.백진아도 따라 술을 마셨다.잔을 내려놓는 순간, 그녀의 시선이 손 대인의 눈과 정면으로 마주쳤다.그 눈빛에는 노골적인 경멸과 살기가 어려 있었다.백진아는 그저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속으로는 코웃음을 쳤다.'흥, 어디 한번 덤벼 봐. 네 무덤이 이곳이 될 테니.'백진아는 손 대인을 본 적이 없었다. 연경곤의 심복도 아닐 것이고, 조정의 중신도 아니었다. 아마 변방으로 급히 파견된 관리 정도일 터였다.그때, 여섯째 아가씨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백진아를 바라보며 초롱초롱한 눈을 깜빡였다."죽 공자님, 술만 드시지 마시고 고기와 음식도 드세요. 빈속에 술을 마시면 위에 좋지 않답니다."백진아는 그녀를 바라보며 옅게 미소 지었다."알겠습니다.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그녀는 양고기 한 점을 집어 천천히 씹어 먹었다.여섯째 아가씨는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운아나를 향해 의기양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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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3화

그 자리에 있던 여러 여인의 눈이 동시에 반짝였다.운아나는 술기운에 몽롱해진 백진아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물결을 머금은 듯 아른거리는 그 눈은 너무도 아름다워, 그녀의 심장을 다시 한번 세차게 뛰게 했다.그녀는 부드럽게 말했다."공자님, 더는 드시지 마세요. 초원의 술은 독해서 금방 취한답니다."춤을 추고 있던 여섯째 아가씨 역시 술에 취한 백진아의 매혹적인 모습을 보고 탐욕스러운 눈빛을 드러냈다. 그녀는 유연하게 허리를 흔들며 춤추는 척, 조금씩 백진아에게 다가갔다.운 부인은 눈빛을 번뜩이며 다시 물었다."죽 공자, 고향은 어디이십니까? 집안에는 어떤 분들이 계시고, 무슨 일을 하며 생계를 꾸리시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본격적으로 그녀의 신상을 캐묻기 시작한 것이다.운뢰와 손 대인은 티 나지 않게 눈빛을 주고받았다.두 사람은 술잔을 든 채, 백진아의 대답을 조용히 기다렸다.백진아는 이마를 괸 채 술에 취한 척 연기하며, 어떻게 둘러대야 자연스러울지 머리를 굴렸다.바로 그때, 빙글빙글 돌며 춤추던 여섯째 아가씨가 어느새 그녀의 곁까지 다가왔다.그녀는 갑자기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백진아의 품으로 쓰러졌다.백진아는 무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다.탁자를 사이에 둔 채 여섯째 아가씨를 받아 안는 순간이었다.쨍그랑!와르르!탁자 위에 놓여 있던 술병과 술잔이 한꺼번에 넘어졌고, 술이 사방으로 쏟아지며 백진아의 옷을 흠뻑 적셨다.연회장 곳곳에서 놀란 탄성이 터져 나왔다."아!"운아나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렸다.그녀는 달려와 여섯째 아가씨를 거칠게 떼어 놓으며 화를 냈다."대체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여섯째 아가씨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저... 저는 술을 조금 마신 데다가 계속 돌다 보니 어지러워져서... 그만..."사실 그녀는 이 젊고 잘생긴 공자에게 시집갈 수 있든 없든 상관없었다.운아나만 골탕 먹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적녀면 다 대단한 줄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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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4화

백진아는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몸이 이리저리 흔들릴 만큼, 몹시 취한 모습이었다.고지행이 그녀를 부축하며 투덜거렸다.“죽 공자, 너무 많이 마신 것 아닙니까?”백진아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를 바라보더니 히죽 웃었다.“초원의 술은 향이 좋아.”그 순간 그녀의 눈빛은 맑고 투명하게 빛났고, 잔잔한 물결이 이는 듯 은은한 광채가 흘렀다.고지행의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그는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백진아는 은밀히 그들을 따라오는 고수의 기척을 감지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조심하세요. 숨어서 따라오는 사람이 있습니다.”고지행은 그녀의 팔을 붙든 손에 살짝 힘을 주며, 알고 있다는 뜻을 전했다.노파 한 명이 방문을 열어젖히고 옆으로 비켜서며 공손히 말했다.“들어오십시오.”그러고는 다른 노파를 향해 말했다.“가서 뜨거운 물을 준비하거라.”다른 노파는 짧게 대답한 뒤 자리를 떴다.남은 노파가 다시 입을 열었다.“죽 공자께서 갈아입으실 깨끗한 옷을 가져오겠습니다.”백진아는 손을 흔들며 너무 취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고지행이 대신 말했다.“감사합니다.”두 사람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방은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고, 가구 하나하나가 모두 고급스러웠다. 얇은 비단 장막은 바람을 타고 부드럽게 흔들리고 있었다.그때였다.고지행이 갑자기 낮게 외쳤다.“큰일 났습니다! 당했습니다!”그는 몸을 휘청거리더니 그대로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백진아는 깜짝 놀라 급히 그의 맥을 짚었다.다행히 목숨을 앗아가는 독은 아니었다.미약이었다.목숨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그녀와 고지행의 눈을 모두 속인 채 흔적도 없이 약을 쓸 수 있다니.수법도, 약도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도대체 누구란 말인가?언제 고지행에게 약을 탄 것이지?백진아가 현빙초 해독제를 꺼내 그에게 먹이려던 순간, 자신의 몸에도 이상이 생긴 것을 느꼈다.입안은 바싹 마르고 머리는 어지러웠으며, 아랫배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치솟아 온몸을 집어삼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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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5화

밖에서 들려오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백진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누군가 오고 있습니다.”고지행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지금 나가서 그 두 노파를 붙잡아 조사합시다.”백진아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괜히 상대를 놀라게 해선 안 됩니다. 우선 누가 오는지부터 보시지요.”발소리가 문 앞까지 다가오자, 고지행은 재빨리 바닥에 드러누워 정신을 잃은 척했다.백진아는 옷깃을 조금 풀어 헤친 뒤 침상에 비스듬히 몸을 기댔다.끼익.문이 열리며 누군가 조용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백진아는 은은한 분 냄새를 맡았고, 시야 끝으로 붉은 옷자락이 스쳐 지나갔다.운가의 여섯째 아가씨였다.'이 아이는 이제 겨우 열두세 살인데… 몸까지 바치려 하다니. 철이 없다 해도, 매씨는 말릴 생각조차 없는 건가?'여섯째 아가씨는 침상 가장자리에 걸터앉더니 손을 뻗어 백진아의 허리띠를 풀려 했다.더는 연기를 이어갈 수 없었던 백진아는 그녀의 손목을 덥석 붙잡고 몸을 일으켜 앉았다.그리고 술에 취한 듯 흐릿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여섯째 아가씨, 이게 무슨 짓입니까?”여섯째 아가씨는 화들짝 놀랐다.“당신… 왜 멀쩡한 거예요?”백진아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되물었다.“멀쩡하다니요?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여섯째 아가씨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안도한 듯 활짝 웃더니, 기뻐하며 옷을 벗기 시작했다.“죽 공자님, 정말 너무 잘생기셨어요. 어서 거사를 치르면 저는 공자님께 시집갈 수 있어요.”백진아는 어이가 없어 목소리를 차갑게 가라앉혔다.“처음 만난 사람에게 시집오겠다니요?”여섯째 아가씨는 겉에 걸친 얇은 비단 치마를 벗어 아직 앳된 어깨를 드러냈다.“운아나도 공자님을 보자마자 시집가고 싶어 했잖아요! 제가 공자님께 시집가면 아나와 부인을 화나게 할 수 있어요. 게다가 공자님처럼 잘생긴 분에게 시집가면 모두가 저를 부러워할 거예요!”그녀는 말하면서 속치마까지 벗으려 했다.손끝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보니 몹시 긴장한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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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6화

여섯째 아가씨는 백진아에게 똑똑하고 예쁘다는 칭찬을 듣자,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다. 그녀는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어머니를 도와준 사람은 이 아주머니예요. 공자님을 여기까지 데려온, 파란 옷을 입은 그 노파요.”백진아는 추측이 사실이었음을 확인하고 속으로 크게 고무되었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얼굴을 유지한 채 물었다.“어찌 그렇게 생각합니까?”여섯째 아가씨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뽀뽀를 요구했다.백진아는 속으로 역겨움을 꾹 참으며,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그 모습을 본 고지행은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 당장 벌떡 일어나고 싶었지만, 백진아가 눈빛으로 제지하자 간신히 참았다.여섯째 아가씨는 아쉬운 듯 입술을 한 번 핥고 나서야 말했다.“이 아주머니는 어머니께서 밖에서 데려온 사람이에요. 그런데 문을 꼭 닫고 둘이서만 이야기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몇 번은 아침 일찍 이 아주머니가 어머니의 침실에서 나오는 것도 봤습니다. 제가 왜 그러냐고 묻자, 어머니께서는 그저 악몽을 꿔서 이 아주머니를 불러 함께 잤다고 하셨어요.”이야기를 들은 백진아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몸을 가볍게 짚었다. 여섯째 아가씨는 그대로 온몸의 힘이 풀리며 침상 위로 쓰러졌다.고지행이 바닥에서 벌떡 일어났다.“가시지요. 이 아주머니를 잡으러!”평소 다정한 복숭아꽃 같은 그의 눈매에는 차가운 살기가 서려 있었지만, 백진아를 바라볼 때만은 다시 따뜻한 기색이 스며들었다.백진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문 앞에 다다르자, 누군가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고지행의 표정이 굳어졌다.“간통 현장을 덮치러 오는 모양입니다!”그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북방은 건조해 비가 적게 오는 탓에 집들이 모두 평평한 지붕이었다. 들보에 몸을 숨길 수도 없었다.도대체 어디에 숨어야 한단 말인가?게다가 밖에는 고수가 숨어 있었다. 지금 나가면 싸움이 벌어질 것이고, 그러면 적에게 경각심만 심어 줄 뿐이다.백진아는 침착하게 문틈으로 밖을 내다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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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7화

“아! 꼴깍꼴깍…”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고지행은 그대로 물속에 처박혔다. 미처 대비할 틈도 없이 영천수를 몇 모금이나 들이마셨고, 입에서는 보글보글 기포가 올라왔다.백진아는 그를 이리저리 깨끗이 씻긴 뒤 그대로 끌어 올렸다.“푸!”고지행은 영천수를 한 모금 뿜어내며 외쳤다.“스승님! 제자를 죽이려 드시는 겁니까!”그와 동시에 그는 복숭아꽃 같은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여기가 어디죠? 신의곡보다도 훨씬 아름답다니.”“여긴 나만의 신의곡입니다.”백진아는 서둘러 그의 상처를 살폈다. 손놀림은 빨랐지만, 목과 손처럼 밖으로 드러난 피부는 이미 독에 부식되어 있었고, 눈도 약간 충혈되어 있었다.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히 가면을 쓰고 있었네요. 아니었으면 정말 얼굴이 망가질 뻔했습니다.”하지만 고지행은 얼굴이 망가지든 말든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갑작스럽게 이 공간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에 넋이 나가 있었기 때문이다.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된 그는 영천수에서 기어 나와 푹신한 잔디 위에 선 뒤, 천천히 목을 돌리며 공간 안의 풍경을 둘러보았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그는 입을 떡 벌린 채 턱이 빠질 듯한 표정을 지었다.백진아는 손을 뻗어 그의 턱을 받쳐 올리며 말했다.“이건 내 개인 공간입니다. 어떻게 생긴 건지는 나도 몰라요. 능왕부 지하 감옥에서 맞아 죽기 직전까지 갔다가 깨어났더니 이 공간이 생겼습니다. 내 의념으로 조종할 수 있는데, 예전에는 다른 사람을 데려올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정신력이 강해지고 공간이 한 단계 성장하면서 사람도 데려올 수 있게 됐지요.”고지행의 복숭앗빛 눈동자에 안타까움이 스쳐 지나갔다.“그렇다면… 화가 복이 된 셈이군요.”뢰십과 뢰십일이 집에서 나와 두 사람을 발견하고 달려왔다.고지행은 원망 섞인 눈빛으로 백진아를 바라보았다.“이 비밀을 저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는데, 저만 몰랐던 겁니까?”백진아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어색하게 웃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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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8화

백진아가 걷어찬 곳은 혈도였다. 그녀의 발길질에 이 아주머니는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아주머니는 아직도 환술에 걸린 줄 아는지, 백진아를 증오 어린 눈빛으로 노려보았다.백진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정신력을 사용해 그의 의식을 제어하며 물었다.“네가 바로 독의 이해지?”이해의 눈에 놀란 기색이 스쳤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백진아는 속으로 기뻐하며 다시 물었다.“용담은 가지고 있느냐?”이해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있습니다.”“어디에 있느냐?”백진아는 흥분한 나머지 목소리까지 조금 높아졌다.이해는 저항하려는 기색을 보였지만, 입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매씨의 침실에 숨겨 두었습니다.”백진아의 눈빛이 가라앉았다.“구체적으로 말해!”이해는 눈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지만, 끝내 입을 제어하지 못했다.“침상 널빤지 밑에 붙여 두었습니다.”백진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문득 호기심이 생겨 한마디 덧붙였다.“너와 매씨는 어떤 사이였지?”이해가 대답했다.“옛 연인입니다. 그녀는 원래 기녀였고, 저와 한동안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팔려 가면서 연락이 끊겼습니다. 몇 년 전 그녀의 행방을 알게 되었고, 마침 원수에게 쫓기던 중이라 그녀에게 의지하러 왔습니다. 신분을 숨기기 위해 여인으로 바꾸는 독을 먹었습니다.”그는 대나무 통에서 콩을 쏟아내듯 모든 사정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백진아는 고개를 끄덕인 뒤 뢰십일에게 그를 가두라고 지시하고, 직접 밖으로 나가 용담을 가져오려 했다.공간 밖을 살펴보니 매씨가 수많은 사람을 이끌고 기세등등하게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만약 운가의 여섯째 아가씨가 침상 위에서 기절해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녀는 물론 회춘당까지 곤란에 처할 것이었다. 운가는 이 지역의 큰 세력이었기에 될 수 있으면 충돌은 피하는 편이 좋았다.‘어떻게 하지?’백진아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녀는 과감히 운가의 여섯째 아가씨를 공간 안으로 들여보냈다.그리고 의념으로 고지행의 옷을 말린 뒤 그와 함께 공간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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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9화

백진아는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다들 참 제때 왔네. 딸을 얼마나 나한테 시집보내고 싶으면 이 정도일까? 아니면 내 정체를 의심하기 시작한 건가?’운뢰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쪽이 시끄럽던데, 무슨 일이냐?”매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른하게 운뢰에게 몸을 기대며, 눈물로 얼굴을 적신 채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나리... 첩이 여섯째가 죽 공자께 해장국을 대령한다는 말을 듣고 급히 말리러 왔습니다. 남녀는 유별하니, 여섯째의 명성에 좋지 않을까 봐 너무 다급한 나머지 무례하게 방으로 들어오고 말았습니다….”“그러다 죽 공자가 옷을 갈아입는 장면을 들이닥쳤지요. 정말 꼴불견입니다!”운 부인이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매씨는 운뢰의 팔을 꼭 끌어안고 몸을 비틀며 애처롭게 울먹였다.“나리, 첩은 아무것도 못 봤습니다. 죽 공자도 이미 옷을 다 입은 상태였습니다!”그러면서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백진아를 바라보며 한마디 거들어 달라는 듯 애원했다.원래 그녀는 백진아를 함정에 빠뜨려 여섯째를 그녀에게 시집보내고, 운 부인과 운아나를 약 올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까지 꼬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백진아도 운뢰에게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는 않았다.“예. 이분께서 들어왔을 때는 외투만 아직 여미지 않은 상태였습니다.”운뢰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바람난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남자든 아내에게 배신당하는 일은 원치 않는 법이다.백진아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말했다.“이런 오해를 불러일으켜 정말 죄송합니다. 이만 실례하겠습니다.”분위기가 이렇게 된 이상 연회를 계속할 필요도 없었다.운뢰는 형식적으로 한 번 만류한 뒤, 사람을 시켜 백진아와 고지행을 배웅하게 했다.여인들을 모두 안채로 돌려보낸 뒤, 손 대인은 어둠 속을 향해 손짓했다.곧 검은 옷을 입은 사내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 공손히 예를 올리며 보고했다.“여섯째 아가씨와 이 노파가 분명 방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나오는 모습은 보지 못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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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0화

실종되었던 여섯째가 갑자기 매씨의 침상 위에 나타났다. 매씨는 깜짝 놀라 여섯째가 죽은 줄 알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코밑에 손을 가져다 대자 숨결이 느껴졌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침상 가장자리에 앉아 여섯째 아가씨를 흔들었다.“여섯째! 여섯째야!”여섯째 아가씨는 천천히 눈을 뜨더니 멍한 표정으로 두어 번 눈을 깜빡였다.매씨는 기뻐하며 물었다.“어쩌다가 내 침상에서 잠든 것이냐?”“그러게요? 제가 왜 여기서 자고 있죠? 저는 분명 죽 공자를 만나러 객실로 가려고 했는데요?”여섯째 아가씨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그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급히 침상에서 일어나 신을 신으며 중얼거렸다.“어머, 어머. 늦으면 안 되는데.”매씨가 얼른 그녀를 붙잡았다.“됐다. 이제 갈 필요 없다. 죽 공자는 이미 떠났어.”그녀는 속으로 몹시 후회했다. 아까 침실부터 확인했더라면 여섯째가 여기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을 텐데. 그랬다면 객실까지 가서 망신당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여섯째 아가씨는 뜻밖이라는 듯 아쉬워했다.“어째서 벌써 가 버렸죠?”그제야 매씨는 이해를 떠올렸다.“이 노파는 어디 있느냐? 분명 객실로 너를 찾으러 갔을 텐데.”여섯째 아가씨는 멍한 얼굴로 대답했다.“저는 객실에 가지도 않았는데, 이 노파가 어디 있는지 어떻게 알겠어요?”백진아는 공간에서 정신력을 사용해 여섯째 아가씨가 연회장을 나온 이후의 기억을 모두 지워 버린 상태였다.매씨는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렸지만 이해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불안해진 그녀는 몰래 침상 밑을 더듬어 보았다.그러나 그곳에 있어야 할 물건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매씨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털썩 주저앉더니 바닥을 세게 내리쳤다.“이 죽일 놈! 이렇게 달아나다니! 게다가 그것까지 가져갔어! 그건 값을 매길 수도 없는 보물이란 말이야!”“이게 바로 용담입니까?”백진아는 공간의 돌의자에 앉아 돌탁자 위 상자 속 물건을 바라보며 물었다.고지행도 처음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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