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Chapter 1271 - Chapter 1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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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1화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이곳이 일을 벌이기에 적합한 곳인지 신중히 살피기 시작했다.“찍찍!”적염이 절벽 위에서 뛰어내려 곧장 백진아의 품에 안겼다.적염은 백진아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함께 몸을 던졌다. 하지만 원숭이 특유의 본능으로 절벽에 자란 나무와 덩굴을 붙잡으며 아래까지 내려온 것이었다.그럼에도 백진아는 마음 깊이 감동했다.그녀는 연천능의 품에서 내려와 적염의 볼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적염아, 고마워. 정말 잘했어.”적염은 상이라도 받은 아이처럼 기뻐서 ‘찍찍’ 울더니, 친근하게 그녀의 얼굴에 입을 맞추려 했다.“찍!”그 순간, 커다란 손 하나가 녀석의 목덜미를 낚아채더니 그대로 멀리 던져버렸다.진아의 얼굴은 그와 보아만 입을 맞출 수 있다!백진아는 어이없다는 듯 그를 흘겨보았다. 원숭이한테까지 질투하다니!그녀는 전장의 일이 떠올라 물었다.“어찌 이곳에 오셨습니까? 전장은 어떻게 됐어요?”연천능이 턱을 살짝 치켜들었다.“직접 행차해 놈들을 호로구까지 몰아냈다.”그의 모습은 정말이지 오만하면서도 새침했다.백진아는 문득 무언가가 떠오른 듯 곧장 얼굴빛을 굳혔다.“물을 것이 있습니다. 정패운은 왜 제 목숨에 현상금까지 건 것입니까?”연천능의 눈동자가 빙그르르 굴러갔다.“네가 내 황후이기 때문이겠지. 정패운은 아까 호국공과 함께 병사를 이끌고 쳐들어와 내 목숨까지 노렸다.”“흥!”백진아는 그를 흘겨보았다. 그리고 가느다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린 채,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제가 어리석다고 생각하십니까? 상황만 봐도 폐하께서 또 여인과 엮이셨겠지요.”“흠...”연천능은 난감하면서도 사랑스럽다는 듯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런 여인과 어찌 엮였다고 할 수 있느냐? 그저 귀찮게 굴 뿐이다.”하지만 백진아는 믿지 않았다. 그녀는 그에게 바짝 다가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말해보시지요. 그 정패운의 얼굴은 어떤가요? 몸매는 어떻습니까?”연천능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기세로 태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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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2화

백진아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큰소리를 치며 으름장을 놓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진아야!”연천능이 경악하며 외쳤다. 그는 백진아를 안아 들고 경공을 펼쳐 빠르게 달려갔다.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팔다리에도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배가 뒤틀리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고, 눈앞까지 캄캄해졌다. 결국 그는 공중에서 그대로 추락하고 말았다.“폐하! 마마!”어둠 속에 숨어 있던 뢰일과 뢰이 일행이 급히 달려 나와 연천능과 백진아를 받아냈다. 그들은 곧바로 두 사람을 안고 막사를 향해 달려갔다.막사를 옮기는 일을 지켜보던 무진은 연천능과 백진아가 사람들에게 안겨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다급하게 외쳤다.“어의! 어의를 불러라!”약을 달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능람지도 이를 보자 급히 천막 안에 있던 연청리와 이해를 불러 함께 달려왔다.두 사람의 상태를 살핀 연청리는 맥을 짚어보지도 않고 말했다.“두 분 모두 같은 고독에 중독됐습니다!”어의 역시 맥을 짚고 혈액을 확인한 뒤 같은 결론을 내렸다.능람지는 서둘러 지시를 내렸다.“어서 달여 놓은 약을 폐하와 마마께 한 그릇씩 가져다드리거라!”그의 여동생 능란은 백진아를 따라 바다로 나갔다가, 말도 안 되게 잘생긴 남자까지 하나 데리고 돌아왔다. 게다가 고지행을 제쳐두고 어성에게 시집가겠다고 하지 않았던가?그에게는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여동생이 계속 엇나가다가 언젠가 큰 사고를 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백진아에게 깊이 감사하고 있었다.게다가 백진아는 신의곡과도 관계가 있었다.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그는 연천능과 백진아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초조했다.다행히 두 사람의 중독은 심하지 않았다. 약 한 그릇을 억지로 먹이고 잠시 시간이 지나자 두 사람 모두 깨어났다.백진아는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물었다.“어떻게 된 것이냐?”연청리가 답했다.“두 분 모두 이 고독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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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3화

연천능은 대포라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에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수레로 끄는 쇠뇌를 보는 순간, 그 위력과 용도만큼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게다가 한 번에 여러 줄, 수십 발의 쇠뇌 화살을 발사할 수 있는 무기까지 있었다. 만약 양군이 맞붙는다면 단 한 번의 발사만으로도 적군 한 무더기를 쓸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무진과 뢰일, 풍일, 운일 등은 아예 백진아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를 신처럼 떠받들고 싶을 정도였다.연천능은 낮고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명령했다.“공부에 명해 민간 장인들을 모집하고, 이 물건들을 비밀리에 제작하도록 하라!”그러고는 백진아를 향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들을 따라 먼저 궁으로 돌아가거라.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네게 물어볼 수 있지 않겠느냐? 게다가 보아가 혼자 궁에 있으니 우리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백진아는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 공간을 잃은 자신이 다칠까 걱정되어 궁으로 돌려보내려는 것이었다.그녀 역시 보아가 걱정됐다. 부부가 데리고 나온 암위와 시위만 해도 절반에 달했으니, 보아는 궁에 홀로 남겨진 것이나 다름없었다.보아는 두 사람의 목숨과도 같은 존재였다.적들 역시 호시탐탐 보아를 노리고 있었다.결국 백진아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서둘러 궁으로 돌아갔다.그런데 아직 궁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 광명전 쪽에서 격렬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백진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역시 적들은 빈틈을 남겨두지 않는구나!’그녀는 말등에서 훌쩍 몸을 날려 경공을 펼쳤다. 순식간에 궁벽 위로 올라선 그녀는 빽빽하게 늘어선 궁전 지붕 위를 빠르게 내달렸다.광명전에 도착하자 수십 명의 자객이 광명전을 포위한 채 공격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바닥에는 이미 시체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그 위에는 무수한 시충들이 달라붙어 살점을 뜯어 먹고 있었다.“캭! 캭!”날카롭고 기괴한 울음소리가 두 번 울려 퍼지며 귓가를 찢어놓을 듯 파고들었다.순간 무수한 시충들이 밀물처럼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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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4화

광명전의 대문은 겉이 단단한 철백나무로 만들어져 있었고, 안쪽에는 두꺼운 철판까지 덧대어져 있어 매우 견고했다.그 덕분에 자객이 대문에 세게 부딪혔음에도 불구하고, 대문은 살짝 흔들리기만 할 뿐 끄떡도 하지 않았다.탕!쇠뇌 화살 한 발이 대문에 깊숙이 박혔다.나머지 두 발은 모두 자객의 몸에 적중했고, 자객은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백진아는 그의 시체를 끌어다가 시충 무리 속으로 내던졌다.그러고는 검을 휘둘러 시충들을 베어내며 명령했다.“인분과 기름을 가져오거라! 이 벌레들을 태워야 한다!”끼익.대문이 살짝 열렸다.“어머니!”안쪽에서 보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앙증맞은 아이의 목소리에는 반가움과 서운함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백진아는 쉴 새 없이 검을 휘둘러 시충을 베어내면서도 고개를 돌려 안을 바라보았다.보아가 멀쩡한 모습을 확인한 순간, 그녀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면서도 다급하게 말했다.“착하지, 무서워하지 말거라. 어미가 왔지 않느냐? 어서 전각 안으로 들어가거라. 시충에게 공격당할 수 있다.”보아는 작고 통통한 손으로 문틈을 붙잡은 채 방긋방긋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저 벌레들은 전각 안으로 못 들어와요.”“앙!”보아의 어깨 위에 올라가 있던 앙이도 위풍당당하게 두 번 울었다.그러자 스르륵.우글우글 몰려 있던 시충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어?”백진아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앙이가 고왕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어쩐지 시충들이 몇 겹이나 겹쳐질 정도로 새까맣게 몰려 있으면서도 광명전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하더라니.“하하, 앙이! 잘했어!”백진아가 엄지를 치켜세웠다.앙이의 눈이 반짝 빛났다.녀석은 늠름하게 고개를 꼿꼿이 치켜들고 작은 가슴을 쭉 내밀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위엄 있고 패기 넘치는 존재라도 된 것처럼 두 번 크게 외쳤다.물론 실제로는 귀엽게 으르렁거리는 수준에 불과했지만.“앙! 앙!”그러자 시충들은 달아나기는커녕 꼼짝도 하지 못한 채 한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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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5화

백진아는 보아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며 말했다.“네 아버지는 밖에서 일을 처리하고 계시지. 나쁜 놈들을 혼내주고 있단다.”보아가 자랑스럽게 말했다.“아버지가 제일 대단해요! 나쁜 놈들을 다 죽이고!”앙이는 보아의 어깨 위에 엎드려 있다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앙!”보아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녀석에게 뽀뽀를 해주었다.“그래, 너도 대단해.”그러고는 다시 물었다.“적염은요?”백진아가 부드럽게 대답했다.“네 아버지를 도와 나쁜 놈들을 불태우라고 두고 왔단다.”보아는 작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물었다.“둘째 스승님이랑 셋째 스승님은요?”“어…”백진아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연청리와 이해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절대로 인정할 수 없었다.“그분들도 모두 남아서 네 아버지를 도와주고 계신단다.”보아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보아랑 같이 놀아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백진아가 다정하게 말했다.“내일 장일헌이랑 심만청, 한아동을 궁으로 부르는 건 어떠냐? 같이 놀 수 있잖니.”거의 석 달 동안 만나지 못했으니 보아도 이제는 얼굴이 가물가물할 지경이었다.“저는 우진 오라버니가 보고 싶습니다!”낙우진은 공간에서 보아와 함께 지냈다. 바깥세상으로 치면 몇 년에 해당하는 시간을 함께 보냈으니, 보아가 가장 또렷하게 기억하는 것도 당연했다.참 이상한 일이었다.공간 안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빠르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은 빠르게 자라거나 늙지 않았다.오히려 더 젊어지고 건강해지기까지 했다.낙우진 이야기가 나오자 백진아는 문득 람성을 떠올렸다.그리고 붉은 산호가 도착하면 람성에도 두 그루 보내줘야겠다고 생각했다.북쪽에서 람성이 버텨주지 않았다면 대량과 적융의 군대는 이미 그 길로 밀고 들어왔을 것이다.다음 날 아침.백진아는 장일헌과 심만청, 한아동 세 아이를 궁으로 불러들였다.세 아이 역시 보아를 보자 처음에는 조금 어색해했다.하지만 아이들은 원래 금세 친해지는 법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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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6화

고지행이 곧 백진아를 품에 안으려는 순간—누군가가 한 손으로 백진아를 잡아당겼다.그리고 그녀는 순식간에 익숙한 품속으로 빨려 들어갔다.반면 고지행은 그대로 포옹을 해버렸고, 연천능의 뒤에 서 있던 무진을 와락 끌어안았다.연천능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말했다.“어쩐지 무진이 계속 장가를 들지 않으려 하더니. 이제 보니... 너희 사이가 이토록 각별했구나.”고지행은 구사일생 끝에 살아 돌아온 터라 그의 독설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무진을 끌어안은 채 하하 웃었다.무진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황급히 그를 밀어냈다.“고, 고 공자! 저는 남자를 좋아하지 않습니다!”고지행은 못마땅하다는 듯 그를 흘겨보았다.“누가 너를 좋아한다더냐?”말을 마친 그는 연천능의 어깨를 툭 쳤다.연천능 역시 웃으며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두 사람의 눈가에는 옅게 붉은 기색이 떠올랐지만, 누구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말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통하는 듯했다.오히려 지켜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두 사람이야말로 가장 잘 어울리는 한 쌍처럼 보일 정도였다.백진아는 눈가에 눈물을 머금은 채 웃었다.“어쩌다 이렇게 숯검정이가 됐습니까? 다른 곳에서 만났으면 못 알아봤을 거예요!”고지행의 눈은 불꽃처럼 뜨거웠다.그 안에는 희미한 눈물마저 어려 있었다.그는 북받치는 감정을 애써 눌러 담으며 투덜거리듯 말했다.“다 햇볕에 타서 그렇지요!”백진아는 이유니를 바라보았다.세상에.원래도 하얀 피부는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더 까매져 있었다.피부색이 거의 아프리카 사람과 비슷할 정도였다.백진아는 서둘러 현상에게 명령했다.“어서 사람을 보내 이유니의 할머니를 모셔 오너라!”그리고 이유니 앞으로 다가가 조금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무사히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구나! 네 할머니께서 매일같이 네 이야기를 하셨다. 연세도 많으신데 혹시 충격을 받으실까 봐, 네가 실종됐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어. 내 부탁을 받고 다른 배를 타고 일을 처리하러 갔다고 말씀드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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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7화

고지행이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크게 다친 곳은 없습니다! 파도에 휩쓸려 암초섬에 떠밀려갔는데, 다행히 물이 있어서 굶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비단옷을 입고 진수성찬을 먹으며 시종을 부리는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던 터라... 처음 며칠은 좀 고생했지요. 하하하...”그러면서 그는 곁눈질로 이유니를 슬쩍 바라보았고, 괜히 찔리는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이유니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한 번 쳐다본 뒤 나직하게 말했다.“예. 먹을 것도 있었고 마실 것도 있었고, 몸을 치료하고 보양할 생선도 충분히 있었습니다.”고지행의 귓불이 붉어졌다.그는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고개를 숙인 채 탁자만 바라보다가, 급히 다과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맛있네요. 허허, 정말 맛있습니다.”연천능의 시선이 두 사람의 얼굴을 차례로 훑었다.그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리더니, 이내 의미심장한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백진아는 두 사람이 사실을 전부 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눈치챘다.그녀는 미안한 마음에 말했다.“정말 고생 많았습니다.”“어이구, 우리 유니! 유니야! 정말 우리 유니가 돌아온 게 맞느냐?”다급하고 떨리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이유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조금 전까지의 담담한 모습과 달리 얼굴에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고, 곧장 밖으로 나가 할머니를 맞이했다.잠시 후, 부유한 집안의 노부인처럼 단정하게 차려입은 할머니가 궁녀 두 명의 부축을 받으며 빠르게 걸어왔다.뒤에도 시중드는 궁녀 두 명이 더 따라오고 있었다.할머니는 피부가 한층 밝아졌고 살도 제법 올라 있었다.굽었던 허리도 꼿꼿하게 펴졌고 걸음걸이에도 힘이 넘쳤다.과거 침상에 누워 죽음만 기다리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백진아가 평소 얼마나 정성껏 보살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또한 이유니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꾸민 모습이 아니라는 것도 분명했다.할머니는 이유니를 보자마자 눈물을 터뜨렸다.“유니야! 정말 돌아왔구나! 정말 돌아온 거야!”그러고는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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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8화

백진아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그런데 아무리 봐도 고지행과 이유니 사이의 분위기가 어딘가 묘했다.‘설마... 어머나!’그녀는 머릿속으로 두 엄지를 맞대며 음흉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하하...’백진아는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더니 이유니를 향해 말했다.“조정에서 너희 고향 근처에 조선소와 대형 부두를 건설할 준비를 하고 있다. 임대해는 공부낭중 벼슬을 받아 공부에서 대형 상선과 전선을 연구하고 있지. 그러니 너도 남아서 함께 연구하는 것이 어떠냐?”이유니의 할머니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우리 집과 배는 어떡합니까? 여기가 아무리 살기 좋은 곳이라 해도 결국 우리 집은 아니니...”백진아는 부드럽게 달랬다.“시간이 지나면 돌아가실 수 있습니다. 지금은 연구와 모형 제작 단계이니, 실제로 큰 배를 만들 때 돌아가도 늦지 않아요. 게다가 이유니는 선원 훈련도 맡아야 하지요. 이유니에게 관직까지 하사된다면 금의환향하는 셈 아니겠습니까?”백진아가 어떤 사람인가?의원이었다.환자를 꼬드기는... 아니, 환자와 가족을 달래고 설득하는 데는 누구보다 능숙했다.할머니의 눈이 번쩍 뜨였다.그녀는 흥분한 채 이유니의 손을 꼭 잡고 백진아에게 물었다.“정말입니까? 우리 유니도 여관이 될 수 있습니까?”적봉국은 남존여비 사상이 그리 심한 나라가 아니었다.역사적으로 여황제도 있었고 여관 역시 존재했다.다만 주변 국가들의 영향을 받으면서 점차 남존여비 사상이 강해졌을 뿐이었다.그래서 이유니가 여관이 된다는 말에도 할머니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백진아는 자신 있게 말했다.“당연하지요. 이유니는 항해에 재능이 있으니 충분히 여관이 될 수 있습니다. 황후인 제가 한 약속인데 설마 지키지 않겠어요? 일단... 임대해와 같은 공부낭중으로 임명하고 천천히 승진시키는 건 어떻습니까?”연천능도 곧바로 부인의 편을 들었다.“짐도 허락하겠다.”할머니는 기뻐서 눈물을 글썽였다.그녀는 이유니의 손을 꼭 붙잡고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유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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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9화

그녀는 그저 작은 어촌에서 가난하게 살아온 노인이었다.황제와 황후와 한자리에 앉아 식사한다는 것은 감히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이유니 역시 이곳에 남아 고지행이 백진아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모습을 계속 보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말했다.“마마, 감사합니다. 그래도 저는 돌아가서 할머니와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습니다. 그동안 할머니께서 정말 많이 걱정하셨을 테니까요.”백진아도 억지로 붙잡지는 않았다.“그렇게 하거라. 이따 사람을 보내 음식을 전해주마.”이유니는 시원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마마. 소인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두 사람이 떠나고 나자 백진아가 고지행에게 물었다.“함께 돌아온 사람들 중에 뢰십일은 없습니까?”고지행은 고개를 저었다.“없습니다. 그래도 스무 명이 넘는 사람을 구해온 것만 해도 정말 운이 좋았지요.”당시 실종된 사람이 팔구십 명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절반가량은 행방이 묘연했다.백진아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무거워졌고, 죄책감까지 들었다.처음부터 그녀를 따라왔던 암위도 이제 뢰십일 한 사람만 남았다.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이야기 나누고 계세요. 저는 직접 요리하러 가겠습니다.”말을 마친 백진아는 현상과 몇몇 궁녀를 데리고 광명전의 작은 부엌으로 향했다.연천능은 멀어져 가는 백진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진아는 참 착하구나.”고지행은 순식간에 질투의 화신이 되어 시큰둥하게 대답했다.“그렇게 착하지 않았다면, 제가 과거에 저질렀던 일들을 과연 용서했을 것 같습니까?”연천능은 눈을 부릅뜨며 버럭 소리쳤다.“꼭 남의 아픈 곳을 찔러야겠느냐? 썩 물러가거라!”고지행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죽을 고비를 넘기고 돌아온 사람에게 썩 물러가라니요? 제가 정말 가버리면, 스승님께는 어떻게 설명하실 생각입니까?”그러고는 콧방귀를 뀌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연천능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지금은 이 녀석이 동정심을 한껏 사고 있는 상황이었다.정말 쫓아내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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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0화

닭고기와 오리고기, 생선은 모두 공간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었지만, 식량과 조미료, 약재는 예전에 공간에서 꺼내 두었던 것들이라 음식 맛이 꽤 나쁘지 않았다.하지만 온갖 약초를 맛보며 자란 고지행은 한입 먹자마자 바로 차이를 알아챌 수 있었다.“맛이 왜 조금 다르지요?”연천능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누군가 어명을 어기고 진아가 남겨둔 폭탄을 함부로 사용했다. 너무 많은 사람을 죽인 탓에 공간까지 사라졌고,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뻔했지.”고지행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누구입니까?”연천능이 담담하게 말했다.“문선산의 주일검이다. 이미 처리했다. 무공을 폐하고 문선산으로 돌려보냈지.”고지행은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어찌 죽이지 않았습니까?”연천능은 그를 흘겨보았다.“주일검의 몸에는 정고가 있다. 그가 죽으면 소요림도 죽게 될 테지. 스승님을 생각해 목숨만은 남겨둔 것이다.”고지행은 코웃음을 쳤다.공간에 있던 좋은 물건들이 사라진 것이 아깝기는 했지만, 결국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조용히 식사를 마친 뒤, 그는 만족스럽게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각지의 회춘당 의원들에게 현지에서 제자를 받게 할 생각입니다. 외상 봉합술이나 제왕절개 같은 기본적인 의술을 가르치게 하려 합니다.”이는 백진아의 의술을 더욱 빠르게 보급하겠다는 뜻이었다.신의곡의 의원들은 모두 신의곡에서 교육을 받고, 수련을 마친 뒤에야 각지의 회춘당으로 파견되어 진료했다.그러다 보니 지역적인 한계가 있어 의술을 배우고 싶어도 신의곡까지 갈 수 없는 사람이 많았다.하지만 각지의 회춘당 의원들이 현지에서 직접 제자를 받을 수 있게 되면 의술의 전파 속도는 훨씬 빨라질 것이고, 더 많은 백성이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백진아가 더 많은 의덕치를 쌓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보아는 닭다리를 열심히 뜯어 먹다가 기름투성이가 된 작은 손으로 고지행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첫째 스승님, 보아도 의술 배우고 싶어요.”고지행은 보아의 통통한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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