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행이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크게 다친 곳은 없습니다! 파도에 휩쓸려 암초섬에 떠밀려갔는데, 다행히 물이 있어서 굶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비단옷을 입고 진수성찬을 먹으며 시종을 부리는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던 터라... 처음 며칠은 좀 고생했지요. 하하하...”그러면서 그는 곁눈질로 이유니를 슬쩍 바라보았고, 괜히 찔리는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이유니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한 번 쳐다본 뒤 나직하게 말했다.“예. 먹을 것도 있었고 마실 것도 있었고, 몸을 치료하고 보양할 생선도 충분히 있었습니다.”고지행의 귓불이 붉어졌다.그는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고개를 숙인 채 탁자만 바라보다가, 급히 다과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맛있네요. 허허, 정말 맛있습니다.”연천능의 시선이 두 사람의 얼굴을 차례로 훑었다.그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리더니, 이내 의미심장한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백진아는 두 사람이 사실을 전부 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눈치챘다.그녀는 미안한 마음에 말했다.“정말 고생 많았습니다.”“어이구, 우리 유니! 유니야! 정말 우리 유니가 돌아온 게 맞느냐?”다급하고 떨리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이유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조금 전까지의 담담한 모습과 달리 얼굴에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고, 곧장 밖으로 나가 할머니를 맞이했다.잠시 후, 부유한 집안의 노부인처럼 단정하게 차려입은 할머니가 궁녀 두 명의 부축을 받으며 빠르게 걸어왔다.뒤에도 시중드는 궁녀 두 명이 더 따라오고 있었다.할머니는 피부가 한층 밝아졌고 살도 제법 올라 있었다.굽었던 허리도 꼿꼿하게 펴졌고 걸음걸이에도 힘이 넘쳤다.과거 침상에 누워 죽음만 기다리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백진아가 평소 얼마나 정성껏 보살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또한 이유니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꾸민 모습이 아니라는 것도 분명했다.할머니는 이유니를 보자마자 눈물을 터뜨렸다.“유니야! 정말 돌아왔구나! 정말 돌아온 거야!”그러고는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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