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이른 아침, 연천능은 조회를 보기 위해 궁을 나섰다.백진아는 모처럼 늦잠을 푹 자고 일어나 뻐근한 허리를 가볍게 주무르며 몸을 일으켰다. 보아와 함께 씻고 단장을 마친 뒤 아침 식사를 하고 금화전으로 향했다.보아는 장일헌, 심만청, 한아동과 어울려 신나게 놀았고, 백진아는 편전으로 가 공부의 관리들과 각종 모형을 살펴보며 연구에 몰두했다.그런데 뜻밖에도 그곳에는 연천능도 와 있었다.게다가 소형 대포 모형은 이미 시험 발사에 성공한 상태였다.주변 신하들이 연신 찬사를 늘어놓고 있는 것을 보니, 연천능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낸 모양이었다.연천능은 평소와 다름없는 무표정한 얼굴이었다.기쁜지, 화가 난 것인지 좀처럼 속내를 알 수 없었다.원래도 사람들 앞에서는 늘 냉정한 얼굴을 유지하던 사람이었다. 예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지기는 했지만, 황제로서의 위엄은 오히려 더욱 깊어지고 헤아리기 어려워졌다.대포가 완성되자 차로 끄는 쇠뇌나 화전 노포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연천능은 공부의 장인들에게 밤새 대포 제작에 집중하라고 명했고, 나머지 인원들은 계속 노포를 연구하도록 지시했다.백진아도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이제 이 분야에서 자신이 보탤 수 있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았다.공간이라는 치트키가 사라진 이상, 앞으로는 사람을 조직해 계단식 논을 개간하고 식량 생산을 늘리는 데 집중해야 했다.또 군수 공방에서는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군용 식량도 개발해야 했다.라면, 볶음면, 건조 식품, 과자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었다.고지행 역시 신의곡에 약재 생산량을 늘리도록 지시했고, 알코올 정제 공방도 추가로 마련하고 있었다.백진아의 책상 위에는 장부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그녀는 장부 한 권을 펼쳐 놓고 무언가를 적고 계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연천능은 결국 다가와 그녀를 품에 안았다.“이제 좀 쉬어라.”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너무 모든 걸 혼자 짊어지려고 하지 말거라.”그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호로산과 명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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