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Chapter 1281 - Chapter 1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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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1화

백진아는 다시 사람을 시켜 두 그루는 람성으로 보내고, 두 그루는 우원새에게, 한 그루는 소요파의 이월에게, 나머지 한 그루는 무당파의 송자안에게 보내도록 했다.모두 그녀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었다.그리고 남은 산호는 연천능에게 처리하도록 맡기려 했는데, 연천능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나머지 수입은 전부 짐의 사금고에 넣어라. 아랫사람들에게 상으로 내릴 때 쓰겠다.”“예!”운일은 공손히 대답한 뒤 물러나 일을 처리하러 갔다.연천능은 고지행을 차갑게 흘겨보았다.“아직도 안 갔느냐? 설마 여기서 하룻밤 묵을 생각은 아니겠지?”고지행도 솔직히 눌러앉고 싶기는 했다.하지만 그게 가능할 리 있겠는가?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른하게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요 며칠 너무 고생했더니 저도 피곤하네요. 이만 돌아가 쉬어야겠습니다.”연천능은 담담하게 말했다.“몸을 추스르는 데 필요한 약재가 있으면 어의원에 가서 마음껏 가져가거라.”고지행은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며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손만 흔들었다.“예.”그 뒷모습은 자유분방하면서도 멋스러웠다.하지만 전각의 문을 나서려는 순간, 그는 결국 뒤를 돌아보았다.그녀를 한 번 더 보고 싶었다.백진아는 웃고 있었다.부드럽고 맑은 눈동자가 은은하게 빛났고, 그 모습은 눈부실 만큼 아름다웠다.그 미소는 고지행의 마음 깊숙이 스며들어 잔잔한 물결처럼 파문을 일으켰다.그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걸음을 멈췄다.조금이라도 더 바라보고 싶었다.그 모습을 마음속 깊이 새겨두고 싶었다.하지만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는 백진아가 보아를 안고 연천능의 팔을 잡은 채 천천히 내전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다.두 사람은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있었다.한 사람은 비할 데 없이 준수한 남자였고, 다른 한 사람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자였다.그야말로 천생연분이었다.그 장면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오히려 그의 눈을 아프게 했고, 마음까지 저며 왔다.고지행은 결국 몸을 돌려 떠났다.붉은 옷자락이 물결처럼 흔들렸다.금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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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2화

고지행은 지금 자신의 모습이 꼭 바람난 아내를 붙잡은 남편 같다는 사실을 전혀 자각하지 못했다.이유니는 어이없다는 듯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아무 사이도 아닌데 무슨 바람입니까? 그저 잠깐 이야기를 나눈 것뿐이에요.”“이야기? 나를 따르기로 해놓고 다른 사내에게 시집가려는 게?”고지행은 곱게 생긴 눈을 가늘게 뜨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덕분에 보조개까지 더욱 또렷하게 패였다.‘내가 그렇게 별로인가?’백진아가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건 연천능이 먼저 그녀의 곁을 차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하지만 이유니는 달랐다.두 사람은 이미 두 번이나 잠자리를 함께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했고, 자신에게 시집올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처음에는 일부러 밀고 당기기를 하는 줄 알았다.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녀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것 같았다.그 사실이 이상하게도 그의 자존심을 계속 긁어댔다.‘설마 내가 남자로서 그렇게 매력이 없는 건가?’이유니는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았다.화도, 기쁨도 없는 무심한 얼굴이었다.“공자와 잠자리를 가졌다고 해서, 다른 사내에게 시집갈 수 없는 겁니까?”고지행은 순간 울컥했다.당장 그녀의 엉덩이를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였다.“너, 너는...!”그는 한참을 더듬다가 겨우 말을 이었다.“나는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원래는 ‘네가 책임져야지’라고 말하려 했지만, 그 말은 왠지 체면이 서지 않았다.이유니는 차분하게 물었다.“그럼 제가 하나 묻겠습니다.”그녀는 잠시 말을 멈춘 뒤 담담히 이었다.“만약 우리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면, 저와 혼인할 생각이 있었습니까?”고지행은 당당하게 턱을 치켜들었다.“그럴 리가 있겠느냐?”그는 신의곡의 소곡주였다.글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어촌 출신 여자와 혼인한다는 건 애초에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게다가 까맣게 그을린 피부에, 늘 바다 냄새가 배어 있는 어부 아닌가.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온갖 핑계가 떠올랐다.하지만 이상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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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3화

“고지행이 이유니 같은 여자를 좋아할 리가 없다.”연천능은 단호하게 말했다.“그 녀석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는 사람이 아니야. 그렇지 않았다면 노 곡주께서 아들의 혼사와 후사를 두고 그렇게까지 애를 태우실 이유도 없었겠지.”백진아는 그를 흘겨보며 물었다.“이유니가 그렇게 별로인가요?”그녀는 잘 깐 포도 한 알을 연천능의 입가에 가져다댔다.연천능이 입을 벌리는 순간.백진아는 손을 홱 거두더니 포도를 보아의 입에 쏙 넣어주었다.연천능은 억울함이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보아는 포도를 우물거리며 깔깔 웃었다.어깨 위에 앉아 있던 앙이도 덩달아 두 번 울어댔다.“앙! 앙!”녀석 역시 꽤나 신이 난 눈치였다.보아는 머리에 꽂고 있던 나비 모양 진주 장식을 뽑아 연천능의 정수리에 꽂았다.그리고 통통한 손으로 정성껏 매만진 뒤 만족스럽게 외쳤다.“예뻐요! 정말 예뻐요!”이제 연천능의 머리카락은 완전히 검게 자라 있었다.그런 머리에 붉은 장식까지 꽂혀 있으니, 그 모습이 꽤 우스꽝스러웠다.백진아도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그녀는 새로 깐 포도를 이번에는 정말 연천능의 입에 넣어주었다.연천능은 체념한 얼굴로 포도를 받아먹었다.보아는 이번엔 연지를 꺼내 들더니 아버지를 붙잡고 화장을 해주기 시작했다.연천능은 금방이라도 세상을 떠날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십여 일 만에 만난 딸의 성의를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귀여운 딸이 해주는 일인데.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그저 받아줄 수밖에 없었다.백진아는 웃음을 참으며 계속 포도를 깎아 두 사람에게 번갈아 먹여주었다.“이유니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에요.”그녀는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배에 날개를 달 생각을 한다는 건, 프로펠러의 개념을 안다는 뜻이잖아요. 게다가 제가 배 위에서 공간을 드러냈을 때도 그랬고요.”“다른 사람들은 눈이 튀어나올 만큼 놀랐는데, 이유니는 그저 조금 놀란 정도였어요.”그녀는 포도 한 알을 다시 연천능에게 내밀었다.그런데 이번에는 보아가 입을 크게 벌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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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4화

다음 날 이른 아침, 연천능은 조회를 보기 위해 궁을 나섰다.백진아는 모처럼 늦잠을 푹 자고 일어나 뻐근한 허리를 가볍게 주무르며 몸을 일으켰다. 보아와 함께 씻고 단장을 마친 뒤 아침 식사를 하고 금화전으로 향했다.보아는 장일헌, 심만청, 한아동과 어울려 신나게 놀았고, 백진아는 편전으로 가 공부의 관리들과 각종 모형을 살펴보며 연구에 몰두했다.그런데 뜻밖에도 그곳에는 연천능도 와 있었다.게다가 소형 대포 모형은 이미 시험 발사에 성공한 상태였다.주변 신하들이 연신 찬사를 늘어놓고 있는 것을 보니, 연천능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낸 모양이었다.연천능은 평소와 다름없는 무표정한 얼굴이었다.기쁜지, 화가 난 것인지 좀처럼 속내를 알 수 없었다.원래도 사람들 앞에서는 늘 냉정한 얼굴을 유지하던 사람이었다. 예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지기는 했지만, 황제로서의 위엄은 오히려 더욱 깊어지고 헤아리기 어려워졌다.대포가 완성되자 차로 끄는 쇠뇌나 화전 노포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연천능은 공부의 장인들에게 밤새 대포 제작에 집중하라고 명했고, 나머지 인원들은 계속 노포를 연구하도록 지시했다.백진아도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이제 이 분야에서 자신이 보탤 수 있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았다.공간이라는 치트키가 사라진 이상, 앞으로는 사람을 조직해 계단식 논을 개간하고 식량 생산을 늘리는 데 집중해야 했다.또 군수 공방에서는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군용 식량도 개발해야 했다.라면, 볶음면, 건조 식품, 과자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었다.고지행 역시 신의곡에 약재 생산량을 늘리도록 지시했고, 알코올 정제 공방도 추가로 마련하고 있었다.백진아의 책상 위에는 장부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그녀는 장부 한 권을 펼쳐 놓고 무언가를 적고 계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연천능은 결국 다가와 그녀를 품에 안았다.“이제 좀 쉬어라.”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너무 모든 걸 혼자 짊어지려고 하지 말거라.”그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호로산과 명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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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5화

‘설마… 나한테 질린 건가?’백진아는 갑자기 속이 뒤집히는 듯한 느낌에 헛구역질을 했다.그녀는 병풍 뒤로 달려가 용기 앞에 쪼그리고 앉아 토했다.연천능은 얼른 옷을 집어 그녀의 어깨에 걸쳐주었다.“무슨 일이냐? 어서 어의를 부르마.”백진아는 숨을 한 번 고르고 손을 내저었다.“저도 의원입니다.”연천능은 심하게 창백해진 그녀의 안색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의원도 자기 병은 못 고친다는 말이 있다. 게다가 이제 공간의 도움도 없는데, 네 진맥 실력으로 병을 진단할 수 있겠느냐?”백진아는 눈을 부릅떴다.‘사람 약점을 꼭 찔러야 직성이 풀리나?’백진아는 속으로 이미 연천능의 뺨을 여러 번 후려치고 있었다.‘짝! 짝!’다행히 연천능도 곧바로 실수를 깨달은 듯, 얼른 그녀를 부축하며 달랬다.“그래, 됐다. 내가 잘못했구나. 내가 잘못했어.”그는 백진아를 부축해 의자에 앉히고 차 한 잔을 따라주었다.백진아는 단숨에 차를 비우고 나서야 조금 나아진 것을 느꼈다.그녀는 손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맥을 짚었고, 점점 표정이 무거워졌다.연천능은 그녀의 안색을 살피며 점점 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백진아는 미간을 찌푸린 채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아무래도 어의를 불러야겠습니다.”연천능이 바깥을 향해 소리쳤다.“어의를 들라!”두 사람은 허둥지둥 옷을 제대로 갖춰 입고, 서로의 흐트러진 머리카락까지 정리했다.어의가 도착했을 때, 두 사람은 이미 말끔하게 차려입은 황제와 황후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어의는 의아하기 짝이 없었다. 황후마마는 신의나 다름없는 분인데, 어째서 자신을 부르신 것인가?연천능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황후의 몸이 불편하다. 방금 토하기까지 했으니, 어서 진맥하라.”백진아도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맥이 조금 확실하지 않으니, 자네가 한번 보게.”현상이 앞으로 나와 백진아의 손목 위에 비단 손수건을 한 장 덮었다.“명을 받들겠습니다!”어의는 무릎을 꿇고 손을 내밀어 맥을 짚었다.그는 왼손의 맥을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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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6화

연천능은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지금 이 순간, 그는 비로소 구원받았다는 기분이 들었다.‘미안해. 과거의 나는… 너에게 너무 잔인했고, 큰 상처를 남겼다. 고맙구나. 이제는 네 몸마저도 내 잘못을 용서해 준 것 같아.’백진아는 죽을 고비를 넘기고 돌아왔고, 마침내 그를 용서해 주었다.하지만 그해 그날 밤, 처참하고도 비극적이었던 백진아의 모습은 영원히 연천능의 마음속에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평생 지워지지 않을 깊은 상처가 되었다.그 기억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불쑥 떠올라 그의 심장을 후벼 팠고,때로는 예상치 못한 꿈속으로 스며들어 그를 괴롭혔다.연천능은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고통과 후회, 죄책감에 짓눌리곤 했다.공간의 기운 덕분에 백진아의 몸에 남아 있던 흉터는 모두 사라졌지만, 그녀는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 다시 어머니가 될 기회를 잃은 것이다.그 사실은 연천능에게 자신이 얼마나 큰 죄를 지었는지 끊임없이 상기시켰다.마음 한구석에 수많은 개미가 숨어 있다가 틈만 나면 그의 심장을 갉아먹는 것만 같았다.그런데 이제 백진아가 다시 임신했다.마치 그녀의 몸마저도 자신을 용서해 준 것처럼 느껴졌다.연천능은 떨리는 손을 뻗어 백진아의 아랫배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무언가를 놀라게 할까 두려워하는 사람처럼, 그는 숨소리만 한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보아를 가졌을 때, 나는 네 곁에 있어 주지 못했다. 너를 그렇게 억울하고 고통스럽게 만들었고… 아이가 하루하루 자라는 모습도 함께하지 못했어. 처음 태동을 느끼던 순간조차 놓쳤지…”백진아 역시 보아를 임신했을 당시의 외로움과 고통, 그리고 혼자 감당해야 했던 억울함이 떠올랐다.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후두두 떨어졌다.연천능은 흐느끼며 말을 이었다.“나는 부군으로서도, 아버지로서도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네가 혼자 회임의 고통을 견디게 했지. 하지만 이 아이에게는… 정말 잘하마.”백진아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당신만 잘못한 건 아니에요. 나에게도 잘못은 있었어요. 지난 일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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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7화

“사실 임산부는 일반 사람보다 생각도 많고 걱정도 많습니다. 그래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을 때도 있어요. 먹기만 하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아이가 너무 커져, 출산이 힘들어질 수도 있고요.”연천능도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래. 앞으로 어의에게 매일 네 맥을 짚도록 하마.”백진아가 고개를 저었다.“저도 의원인데, 굳이 매일 올 필요까지는 없습니다.”“그럼 사흘에 한 번이다. 더 줄이는 건 안 된다.”연천능이 단호하게 못을 박았다.원래 어의는 황제와 황후의 맥을 정기적으로 살펴야 했다. 하지만 백진아가 의원이다 보니, 그 규칙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태였다.백진아는 이제 공간이라는 치트 키가 사라진 만큼 예전처럼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없다는 사실을 떠올렸다.그래서 너무 방심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황후마마께서는 무엇을 드시고 싶으십니까? 무엇을 마시고 싶으십니까? 소인이 곧 준비하게 하겠습니다.”연천능은 허리를 굽혀 백진아를 부축하며 평상에 앉혔다.백진아는 문득 공간에서 나오던 수박이 먹고 싶어졌지만, 이제는 그럴 방법이 없었다.그래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딱히 먹고 싶은 건 없어요. 그냥 조금 졸리네요. 원래 임산부는 쉽게 나른해지잖아요.”사람은 참 신기했다.임신한 줄 몰랐을 때는 철인처럼 여기저기 뛰어다녔는데, 알고 나니 온갖 임신 증상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 같았다.백진아는 나른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여봐라. 내가 잠자리에 들 수 있도록 시중들거라.”“예! 황후마마, 이쪽으로 드시지요. 소인이 반드시 마마께서 아주 편안하게 쉬실 수 있도록 모시겠습니다.”연천능은 의미심장하게 눈을 깜빡이며 팔을 내밀어 그녀를 부축했고, 다시 침상으로 데려갔다.백진아는 침상에 눕자마자 곧바로 잠이 들었다.연천능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춘 뒤 이불을 가지런히 덮어주고, 발소리를 죽인 채 전각 밖으로 나갔다.그는 광명전과 궁 안의 경비를 다시 점검해야 했다.음식과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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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8화

사람의 욕심에는 끝이 없다더니, 한 번 단맛을 보고 나면 더 많은 것을 바라게 되는 법이었다.조정의 신하들 역시 승은후가 앞장서서 그런 말을 꺼내 준 것을 내심 반기고 있었다. 어쨌든 그는 황제의 친외삼촌이니, 설령 황제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심하게 문책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신하들은 모두 숨을 죽인 채 연천능의 대답을 기다렸다.머릿속으로는 이미 집안의 딸과 손녀, 조카딸 가운데 누구를 궁에 들여보낼지 계산하고 있었다.연천능은 전각 아래 늘어선 신하들을 차갑게 훑어보았다.신하들은 마치 서늘한 바람이 휙 스쳐 지나간 것처럼 등골이 오싹해져, 하나같이 머리를 더욱 깊이 숙였다.“승은공처럼 짐이 후궁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가 또 있느냐?”정말 죽음도 두렵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한 신하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황실의 후사는 나라의 근본이오니, 신은 폐하께서 후궁을 간택하시기를 청하옵니다.”그러자 몇몇 신하도 잠시 망설이다 앞으로 나섰다.“신도 같은 뜻이옵니다!”연천능의 표정에서는 노여움도 기쁨도 읽을 수 없었다.그는 담담하게 물었다.“또 있느냐?”전각 안은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만큼 조용해졌다.몇몇 신하가 몰래 눈빛을 주고받았지만, 한참 고민하던 끝에 결국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황제의 태도를 먼저 살핀 뒤 말해도 늦지 않을 터였다.연천능의 시선이 승은후를 비롯한 몇몇 신하에게 머물렀다.그는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황후의 아버지와 큰오라비, 남동생, 외숙부는 모두 짐을 위해 목숨을 걸고 전장을 누비며 영토를 개척하고 있다.”“이십만 대군의 식량과 약재 역시 황후가 방법을 찾아 마련한 것이고, 군비 또한 황후가 찾아낸 보물로 충당하고 있지.”“게다가 여러 군수 공방과 공부에서 연구 중인 신무기들 또한 모두 황후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연천능의 목소리가 더욱 차가워졌다.“그런데 너희는 무엇을 했느냐?”“무슨 낯으로 짐의 후사 문제에 끼어들어 황후에게 골칫거리를 안겨주려 하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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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9화

백진아는 그의 눈빛이 다소 차갑고 무거워진 것을 보았지만, 바로 묻지는 않았다.그녀는 식사를 마치고 보아를 달래 낮잠을 재운 뒤에야 그에게 물었다.“조정에서 누가 당신을 화나게 했습니까?”연천능은 백진아가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그런 골치 아픈 일을 듣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조정의 신하들이 당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승은후가 몇 사람을 데리고 와서 다시 후궁을 선발하고 첩을 들이자는 말을 꺼냈다.”백진아가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래요? 그래서 어떻게 처리했습니까?”‘이 시기에 후궁을 선발하겠다고 나선다면, 반드시 거세해 버릴 테다! 아니, 흥! 어느 때든 안 되는 일이야!’연천능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그들이 한가하게 내 후궁 문제에 참견하길래, 나를 따라 출정하게 했다. 게다가 한 사람당 은 만 냥씩 군비로 내게 했지.”“하하!”백진아가 웃음을 터뜨리며 그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톡 건드렸다.“장난꾸러기!”그녀의 부드럽고 애교 섞인 목소리를 들으니, 연천능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화도 순식간에 사라졌다.그녀의 손이 그의 가슴을 타고 내려가 허리춤의 움푹 들어간 곳에 닿았다. 그녀는 그곳을 살짝 꼬집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낮잠 좀 주무시지요.”이제 공간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휴식 시간도 눈에 띄게 줄었고, 영기의 보양도 받지 못해 예전보다 훨씬 쉽게 피곤해졌다.연천능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녀를 품에 안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응, 계속 그렇게 꼬집어 줘. 기분 좋구나.”“정말 뻔뻔하네요!”백진아는 웃으며 타박하고는 다시 한번 꼬집었다.연천능 역시 그녀가 그곳을 만져주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편안한 듯 눈을 감으며 말했다.“네 앞에서 내가 무슨 체면을 차리겠느냐?”백진아는 말문이 막혔다.그녀의 손은 그의 탄탄한 허리를 따라 위로 올라가 가슴 위에 얹혔다.“내일 출정하실 때 꼭 조심하세요. 반드시 몸을 잘 지켜야 해요. 알겠습니까?”백진아는 그렇게 말하며 손바닥으로 그의 가슴을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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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0화

연천능은 이것이 제법 학술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 역시 답을 짐작할 수 없었기에,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백진아를 바라보며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너무도 진지한 그의 모습에 백진아는 웃음을 꾹 참으며 말했다.“앞뒤를 구분하는 데 쓰는 것입니다.”“하하!”연천능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그녀의 코를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역시 당신은 장난꾸러기야! 난 또 장식용이라고 할 줄 알았지.”그의 깊고 그윽한 눈동자에는 마치 밤하늘의 별빛이 가득 담긴 듯했다.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부드러운 그물처럼 다정하게 그녀를 감싸 안았다.백진아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찔하며 황급히 손을 거두려 했다.하지만 연천능이 먼저 그녀의 손을 덮었다. 그는 살짝 힘을 주어 그녀가 손을 빼지 못하게 한 뒤, 손등을 부드럽게 매만졌다.“황후 마마, 사람 마음만 흔들어 놓고 수습하지 않는 건 현명한 황후의 태도가 아닙니다.”연천능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아주 진지한 얼굴로 옷깃까지 살짝 풀어 헤쳤다.백진아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정말이지 실컷 괴롭혀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하지만 그녀는 배를 한 번 내려다본 뒤, 그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됐어요. 참으세요. 먼저 쉬어요.”어젯밤에는 임신한 줄 몰랐기에 거리낌 없이 사랑을 나눴지만, 이제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이상 함부로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연천능은 아쉬운 듯 길게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품에 안았다.“함께 쉬자꾸나. 네가 보고 싶다. 정말, 정말 보고 싶어.”내일이면 그가 출정한다는 생각에 백진아 역시 아쉽고 걱정스러웠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그의 잘생긴 이목구비를 천천히 따라 그렸다.그리고 그의 깊고 매력적인 눈동자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웃었다.“당신을 괴롭히는 것이 무섭지 않습니까? 예?”연천능은 턱을 살짝 치켜들고 그녀의 손바닥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네가 괴롭히는 거라면 기꺼이 감수하지.”그 순간 백진아는 손바닥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곧 온몸으로 짜릿하고 아찔한 감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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