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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1화

그녀가 어떻게 잠이 오겠는가?그런데 연천능은 다시 그녀를 눕히며 말했다.“배웅하지 말거라. 그러다 마음이 약해져 떠나지 못할까 걱정이구나.”백진아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얌전히 기다리고 있거라. 내가 돌아올 때까지.”연천능은 허리를 굽혀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세 번씩 뒤돌아보며 겨우 전각을 나섰다.옷을 챙겨 입은 그는 곧장 측전에 있는 보아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옥처럼 곱게 빚은 작은 얼굴에 몇 번이고 입을 맞췄다.까칠하게 자란 수염이 얼굴을 간질이자, 보아는 귀찮다는 듯 작은 손을 휘휘 저었다. 그러고는 몸을 뒤척여 연천능에게 등을 보인 채 다시 잠들었다.연천능의 마음은 금세 녹아내렸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보아야, 기다리고 있거라. 아비가 너와 네 어머니에게 평화로운 세상을 보여주마.”그리고 월국의 백성들에게도 평온과 안정을 되찾아 주어, 모두가 편히 쉬고 삶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연천능은 얇은 이불을 끌어당겨 보아의 작은 몸을 단정히 덮어준 뒤, 단호하게 몸을 돌려 떠났다.무진은 이미 두 부대를 이끌고 완전 무장을 갖춘 채 전각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연천능이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 한쪽 무릎을 꿇고 주먹을 맞잡아 예를 올렸다.하지만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안에 있는 황후와 공주가 깨어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연천능은 손을 가볍게 들어 예를 거두게 한 뒤, 높은 계단을 성큼성큼 내려갔다. 그리고 위엄 있는 걸음으로 궁문을 향해 나아갔다.무진 역시 사람들을 이끌고 차례로 뒤를 따랐다. 대열은 정연했고, 발걸음에는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었다.동이 트기 전의 밤은 고요했다.갑옷이 스치는 소리와 규칙적인 발걸음 소리만이 울려 퍼져, 분위기는 더욱 엄숙하게 가라앉았다.창가의 발 사이로 가느다란 틈이 벌어져 있었다. 백진아는 그 틈으로 연천능의 늠름하고 위풍당당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동틀 무렵의 어둠 속으로 멀어져 가는 그의 모습을 끝까지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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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2화

많은 백성은 눈앞의 작은 이익에 쉽게 마음을 빼앗기곤 했다. 황후 마마의 재산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생각하지 않은 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마다하는 사람이야말로 바보라고 여겼다.백진아는 탁자를 ‘탁’ 하고 치며 말했다.“안 돼. 이건 전부 내 개인 재산이다. 절대로 이렇게 낭비할 수는 없어!”그러자 현상이 물었다.“마마,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학당에서 성인도 모집하고 있다 보니, 일부 백성은 무료로 주는 붓과 먹, 선지, 벼루를 받으려고 학당 문지방이 닳도록 몰려들고 있습니다.”백진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첫째, 성인에게는 붓과 먹, 선지, 벼루를 지급하지 말거라. 그들은 주로 글과 산수를 배우는 것이 목적이다. 글씨를 쓰고 싶다면 직접 모래판이나 석판을 만들어 연습하게 하거라. 물론 정기적으로 시험을 치러 성적이 우수한 사람에게는 붓과 먹, 선지, 벼루를 상으로 지급해도 좋다.”현상은 붓을 들어 그녀의 말을 빠짐없이 적기 시작했다.백진아는 계속 말했다.“아이들에게는 단계별 제도를 시행하거라. 학습 과정을 수준에 따라 다섯 단계로 나누는 것이다. 처음 입학하면 1급 반에 들어가 글과 산수를 배우게 하거라. 글을 익히는 데 필요한 책은 지급하되, 붓과 먹, 선지, 벼루는 주지 말거라. 글씨를 연습하고 싶다면 스스로 방법을 찾게 하고, 석 달 뒤 시험을 치르게 하거라. 통과한 아이는 다음 단계로 올라가고, 그때부터 붓과 먹, 선지, 벼루와 책을 지급하거라. 다만 그것도 정량으로 지급해야 한다. 정기 시험에 합격하면 승급하고, 합격하지 못하면 유급해 새로 올라온 아이들과 함께 계속 배우게 하는 것이다…”이렇게 하면 시간을 때우며 공짜 물건만 챙기려는 사람들을 걸러낼 수 있었다.성인은 모두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단지 공짜 물건을 얻기 위해 온 사람이라면,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자연스럽게 발길을 끊을 것이다.게다가 이 시대의 아이들은 네다섯 살만 되어도 어른들을 도와 집안일을 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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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3화

현상은 두 사람의 시선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이, 망설이는 듯 보여 차갑게 말했다.“똑똑히 보십시오!”두 사람은 깜짝 놀라 얼른 정신을 가다듬고, 백진아가 ‘간식’을 만드는 모습을 자세히 지켜보았다.그들은 황후에게 새로운 음식을 만드는 법을 배우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목숨만 부지할 수 있다면 배우면 그만이었다.그런데 백진아는 하얀 정사각형 반죽 하나하나에 글자를 새긴 뒤 그것을 늘어놓아 한 편의 시를 만들었다. 그 모습을 본 두 사람은 눈을 크게 떴다.이어 그녀는 글자들을 흐트러뜨렸다가 다시 배열해 한 문장을 만들어냈다.두 사람은 바로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 순간, 놀라움과 기쁨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백진아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이해했느냐?”“황후 마마께서는 정말 지혜로우십니다!”두 사람은 곧바로 무릎을 꿇었고, 너무 흥분한 나머지 몸까지 부들부들 떨렸다.백진아가 말했다.“이것을 활자 인쇄라고 한다. 글자를 쇠붙이에 새길 수도 있고, 나무에 새길 수도 있지. 하지만 하나는 제작 비용이 비싸고, 다른 하나는 내구성이 약하다. 이런 정사각형 흙틀에 글자를 새긴 뒤 가마에 넣어 구우면 도자기 활자가 되는데, 튼튼하고 내구성도 좋으면서 제작 비용도 저렴하지.”두 사람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황후 마마께서는 정말 총명하십니다! 알겠습니다.”백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일어나서 이야기하지.”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몸이 근질거리는 듯했다. 당장 돌아가 직접 시험해 보고 싶어 안달이 난 모습이었다.백진아가 말했다.“이 인쇄술은 앞으로 널리 보급할 생각이다. 하지만 그 전에 조정을 위해 돈을 벌어들일 생각이니, 당분간은 비밀로 해야 한다.”두 사람이 말했다.“예! 안심하십시오. 소신들, 절대로 마마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백진아가 말했다.“이 인쇄술이 생기면 초인사의 많은 사람이 한가해질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초인사를 인쇄사로 바꾸도록 하지. 외부의 주문도 받고, 책값보다 조금 저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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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4화

이유니는 혼자 온 것이 아니었다. 뒤에는 임대해와 공부의 여러 관리가 따라오고 있었고, 길이가 3미터쯤 되는 커다란 배 모형 두 척도 함께 들고 왔다.백진아의 눈이 반짝였다.“완성된 것이냐?”“그래서 마마께 한번 보여드리려고 가져왔습니다. 혹시 더 손볼 곳이 있는지 살펴보시지요.”이유니의 눈빛은 담담했다.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백진아는 그들에게 배 모형 두 척을 전각 안에 내려놓으라고 했다.“일단 이쪽에 놓아두거라. 조금 있다가 호수에 가서 시험해 봐야겠구나.”두 척 중 하나는 화물선이었고, 다른 하나는 전투선이었다.프로펠러도 달려 있었다.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방식이었고, 철판으로 만들어져 제법 전문적으로 보였다.백진아는 배를 만드는 법은 전혀 몰랐기에, 그저 배 내부의 구조를 살펴보았다.그런데 몇 군데에서 안전상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큰 문제는 아니었다.마지막으로 그녀는 그들의 노력을 충분히 인정해 주었다.“좋구나. 배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아주 좋아 보인다. 다만 배 밑바닥 부분에 칸막이를 하나 더 설치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구나. 위아래로 드나들 수 있도록 구멍 하나를 남겨두면 아래쪽에 화물을 넣어둘 수도 있고, 물건을 보관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 만약 배 밑바닥이 암초에 부딪히거나 다른 이유로 물이 새더라도, 그 구멍을 막으면 배를 계속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특히 전투선은 암초에 부딪히기 쉽고, 적이 배 밑바닥을 뚫어버릴 수도 있었다. 조금 위쪽에 칸막이를 하나 더 설치하면 사실상 배 밑바닥이 두 겹이 되는 셈이었다.임대해를 비롯한 사람들은 크게 기뻐했다.“아이고, 황후 마마께서는 정말 지혜가 뛰어나십니다!”백진아는 어색하게 웃었다.“하하... 내가 생각해 낸 것은 아니고, 다른 곳에서 본 것이다.”그러면서 그녀는 이유니를 한 번 바라보았다.이유니는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굳이 말하지 않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공부상서 심 대인은 부하에게 방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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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5화

심만청은 자기 할아버지인 공부상서 심 대인을 보자마자, 그의 관복 자락을 잡아당기며 안아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안아줘요. 안아줘요!”심 대인은 손녀를 무척이나 아끼는 사람이었다. 특히 심만청은 자람 공주의 놀이 친구이자 시종으로 함께 공부하는 동반자였으니, 훗날 집안을 도와줄 수도 있는 아이였다.그는 바로 허리를 굽혀 어린 손녀를 안아 올려, 더 잘 볼 수 있게 해주었다.그러자 아래에 있던 한아동이 작은 손으로 자기 볼을 톡톡 두드리며 어린아이 특유의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부끄럽지도 않냐! 다 컸으면서 아직도 할아버지한테 안아 달라고 한다니!”보아와 장일헌도 따라서 놀렸다.“부끄럽지도 않아?”심만청은 놀림을 당하자, 서둘러 작은 다리를 버둥거리며 내려가려고 했다.“내려줘요, 내려줘요! 청이는 다 컸으니까 이제 혼자 갈 거예요.”심 대인이 크게 웃으며 그녀를 내려놓았다.어린아이는 발이 땅에 닿자마자 바람처럼 쏜살같이 달려가 다른 세 아이를 쫓아갔다.백진아는 손을 아랫배에 올린 채,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당부했다.“발밑 조심하고 넘어지면 안 된다!”그녀의 뒤를 따라 걷던 이유니 역시 손을 아랫배에 올리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은은한 동경의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호숫가에 도착하자 그들은 배 모형을 물에 띄웠다.이유니와 임대해가 각각 한 척씩 조종했고, 배마다 두 사람이 더 배치되었다. 한 사람은 바람의 방향에 따라 돛을 조절하고, 다른 한 사람은 손으로 프로펠러를 돌렸다.그들은 이미 여러 차례 반복해서 시험해 보았기에 서로 호흡도 아주 잘 맞았다.백진아는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이렇게 하면… 별로 힘이 절약되지 않을 것 같은데.’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백진아는 기록 담당자에게서 종이와 붓을 받아, 자전거의 동력 보조 원리를 떠올리며 힘을 절약할 수 있는 기어 장치를 그렸다.심 대인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이것은 무엇입니까?”백진아가 말했다.“이건 바퀴를 이용한 동력 보조 장치네. 작은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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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6화

백진아는 굳이 이유니의 사생활을 캐내려는 생각은 없었다. 두 사람 모두 다른 시대에서 왔다면 시대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니, 서로 가진 것을 공유하기만 해도 분명 훨씬 더 재미있고 유용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이유니가 물었다.“어느 시대에서 왔냐니요?”백진아는 눈을 흘겼다. 그녀도 이 기묘하고 심오한 문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한 듯, 최대한 이해하기 쉬운 말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영혼이 다른 시대에서 온 것이지. 그리고 죽은 자의 몸을 빌려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이유니는 아주 진지하게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저도 그런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백진아의 눈동자에서 호기심의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그녀는 몸을 조금 앞으로 내밀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 있었느냐? 설마 다시 살아난 것이냐?”이유니가 다시 물었다.“다시 살아났다니요?”백진아는 어이없다는 듯 눈을 흘겼다.“말 그대로 다시 살아난 것이다. 죽은 목숨이지만,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 인생을 다시 한번 사는 것이지.”이유니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저는 아마… 다른 시대에서 온 경우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그래?”백진아의 입이 동그랗게 벌어졌다.그녀는 머릿속에서 몰래 호기심에 귀를 긁적이며, 온 힘을 다해 이유니에게 외치고 있었다.‘말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빨리 말하라고!’백진아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끝까지 캐물어 보기로 했다.“어느 시공간, 어느 왕조에서 온 것이냐?”이유니가 고개를 저었다.“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백진아는 실망한 표정으로 다시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그런데 이유니가 이어서 말했다.“너무 많아서 기억이 안 나요.”“뭐라?”백진아는 바로 몸을 꼿꼿이 세웠다.“너무 많다고?”“예.”이유니가 조금 쓸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허공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저는 한때 복희 대륙의 수선자였습니다. 천부적인 재능이 뛰어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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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7화

이유니가 고개를 끄덕였다.“예. 남자도 있었고 여자도 있었습니다. 노인도 있었고 아이도 있었지요. 각종 직업을 가진 사람도 있고, 가난한 사람도 부자도 있고, 민족, 대륙, 그리고 시공간마저 달랐지요… 제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 현실을 바꿔보려고 했던 적도 있었지만, 몇 번이나 사람들에게 요괴라고 몰려 화형을 당했고, 몇 번이나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쉽게 그 시대에 존재하지 않는 지식을 드러내지 않게 됐어요. 마마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마마가 가진 그 공간... 복희 대륙의 수선자들도 일정 경지에 이르면 자신만의 공간을 갖게 됩니다. 다만 대부분 보물에 결계를 만들어서 생긴 공간이지요. 계자 공간도 있고, 건곤낭도 있고, 옥패에 만든 공간도 있습니다.”어쩐지 이유니는 그녀의 공간을 보았을 때 그다지 놀라지 않았었다.백진아는 이유니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이렇게 수없이 죽고 다시 살아나며, 그때마다 희로애락을 겪어야 했다니, 분명 무척이나 지쳤을 것이다.만약 이유니를 주인공으로 삼는다면, 틀림없이 한 편의 판타지와 영적 요소가 뒤섞인 감정 소설이 될 터였다.하지만 백진아는 이유니가 삼천 년 넘게 겪어온 일을 자세히 캐물을 생각은 없었다. 대신 조금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그럼, 넌 사내였느냐? 지금은 네가 사내라고 생각하느냐? 아니면 여인이라고 생각하느냐?”이 문제는 꽤 중요했다. 나중에 혹시 같이 목욕할 일이 생겼는데 이유니가 자기를 남자라고 생각한다면… 큰일이었다.이유니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었다.“원래 몸은 남자였습니다. 처음에 다른 몸을 찾을 때는 이것저것 따지기도 했지요. 사내를 고르고, 잘생긴 자를 고르고... 하지만 나중에는 어차피 껍데기일 뿐이니, 뭐가 그리 중요한가 싶더군요. 그래서 나중에는 그저 인연에 따랐습니다. 그러다 보니 세월이 오래 지나, 이제 저도 제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몸에 남아 있는 기억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남자의 몸을 쓰게 되면 혼인해서 아이를 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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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8화

이유니는 과거 다른 몸으로 살면서 어느 대륙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집에서 유리 공방을 운영했었다. 그래서 이 분야에 대해서는 아주 전문적이었다.물론 백진아가 보기에는 기술이 너무 낙후되어 있어 거의 원시적인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유리 공방을 운영하기에는 충분했다.백진아는 황후였고, 부릴 사람이 넘쳐났다. 그녀는 공부상서 심 대인에게 공부에서 믿을 만한 사람을 하나 뽑아 이유니를 따라 유리 공방을 준비하도록 했다.부지는 라면 공방과 군복 공방 근처로 정했다. 앞으로 이 일대는 산업 단지가 될 터였다.백진아는 오늘 정말 엄청난 비밀을 알아버린 탓에 소화하기가 쉽지 않았다.그녀는 이유니가 죽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는다는 충격에서 벗어나지도 못했다. 그때, 누군가 능란이 어성과 혼인한다는 청첩장을 가져왔다.백진아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그 어성이라는 자도 출신이 수수께끼인 데다, 보통 인물이 아니었다.돌고래와 고래의 말을 할 줄 알고, 바다를 집처럼 여기며, 얼굴마저 그림처럼 아름다운 데다가 능란을 어머니처럼 따랐다!‘아주 수상한 게 한둘이 아니야!’백진아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능란이 혼인하는 것은 그녀에게 좋은 일이었다. 그 멍청한 계집애가 다른 사람에게 이용당해 그녀를 괴롭히러 오는 일이 줄어들 테니.능란은 신의곡 셋째 장로의 딸이라, 혼례는 신의곡에서 치러야 했다. 하지만 백진아는 임신을 해서 장거리 여행을 갈 수가 없었다.비록 직접 갈 수는 없었지만, 사람을 시켜 후한 선물을 준비해 임강성의 능람지에게 보냈다. 오라버니인 능람지는 여동생의 혼례에 참석하기 위해 신의곡으로 돌아갈 것이니, 축하 선물은 그에게 맡겨 가져가게 하면 됐다.그 후 백진아는 태교하면서 보아를 돌보고, 한편으로는 활자 인쇄, 유리 공방, 군수 공방, 의무 학당, 계단식 논 개간 등의 일을 원격으로 지휘했다.평소보다 특별히 한가해진 것도 없었다.며칠 뒤, 람성의 답례품이 도착했다. 선물은 그녀가 보낸 두 그루의 산호에 뒤처지지 않는 가치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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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9화

갑자기 작은 불빛이 하나둘 떠오르더니, 산 정상 위를 가로지르며 날아갔다.순찰하던 병사 중 한 명이 그것을 발견하고 말했다.“어? 저게 뭐지? 우리 순찰대 형제들이 들고 있는 횃불 같지는 않은데.”“산속에 있는 게 아닌 것 같은데? 오히려 하늘에 떠 있는 것 같구나.”“공명등인가?”“백성들이 복을 비는 건가? 지금은 명절도 아닌데…….”누군가 갑자기 소리쳤다.“저 공명등, 너무 크지 않나? 아무래도 기도하려고 띄운 게 아닌 것 같네!”“아이고! 큰일이야! 어서, 안에 사람이 있으니 쏴서 떨어뜨려라!”“슉! 슉!”일제히 쏟아진 화살이 열기구를 향해 날아갔다.그런데 화살에 맞은 사람이 아래로 쓰러지는 순간, 아래에 있던 불씨에 불이 붙었다.‘쾅! 쾅!’연이어 굉음이 터지며 공명등이 폭발했다. 천지가 뒤흔들리고 산이 무너질 듯한 엄청난 폭발이었다.돌조각들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리자, 호로산 골짜기의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몸을 피했다.동시에 이상한 냄새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 냄새는 아주 멀리까지 퍼졌고, 맡은 사람들은 다리에 힘이 풀리고 온몸의 힘이 빠졌다. 심지어 그대로 정신을 잃는 사람까지 있었다.그때, 하늘에 갑자기 커다란 새들이 가득 나타났다. 그리고 그 거대한 새들에서 완전히 무장한 병사들이 하나둘 뛰어내렸다.호국공의 부장군이 두 눈을 부릅뜨고 명령했다.“활을 쏴라! 어서 독화살을 쏴!”하지만 궁수들은 쓰러져 정신을 잃거나, 힘이 빠져 활시위조차 당기지 못했다.‘쾅! 쾅! 쾅!’세 방향에서 천지를 뒤흔드는 폭발음이 연이어 울려 퍼졌다. 땅이 흔들리며 산이 뒤집힐 듯했고, 하늘과 땅을 모조리 파괴할 듯한 기세였다.“죽여라! 돌격하라!”“죽여라! 죽여라! 죽여라!”글라이더를 타고 내려온 병사들은 착지하자마자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부추를 베어내듯 다리에 힘이 풀려 제대로 달아나지도 못하는 병사들을 닥치는 대로 베어버렸다. 그 후 호로산 입구의 현수교를 내려버렸다.“돌격하라! 죽여라!”월나라 병사들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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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0화

정숙은 필사적으로 호국공을 설득하며 호로산을 지키라고 했다.그렇지 않으면 그의 명성도 지킬 수 없었다. 그의 세력은 명성에 있었고, 이곳을 떠나는 순간 그는 물을 떠난 물고기나 다름없었다!하지만 호국공도 바보는 아니었다. 그는 차갑게 말했다.“장수도 상황에 따라 어명을 따르지 않을 수 있는 법이오. 이곳에서 5만 병사의 목숨을 그저 눈 뜨고 내버려두어야 한단 말이오?”말을 마치자마자 호국공은 말머리를 돌려 도망쳤다!정숙은 분노에 차서 욕을 퍼부었다.“호국공! 저 늙은 자식! 천벌을 받아 마땅하구나!”그리고 곁에 있던 호위병에게 명령했다.“여봐라! 저 늙은 놈을 죽여라!”‘쾅!’포탄 하나가 그의 곁에서 폭발했다.“장군! 조심하십시오!”호위병이 황급히 그의 몸을 덮쳐 바닥으로 밀어 넘어뜨렸다.돌조각들이 우수수 떨어져 호위병의 머리를 내리쳤다.피가 정숙의 얼굴 위로 흘러내렸다. 그는 눈도 감지 못한 채 죽은 호위병을 밀어내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심정으로 명령했다.“철수하라!”멀지 않은 곳에서는 연천능이 연기와 전쟁의 불길 속에 서 있었다. 표정은 냉혹했고, 갑옷 자락이 바람에 펄럭였다. 손에 든 검에서는 피가 한 방울씩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무진과 뢰일은 그의 뒤에 서서 눈을 크게 뜨고, 이 가슴을 들끓게 만드는 전투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가슴은 뜨겁게 달아올랐다.그들에게는 세상을 경악하게 할 정도의 무시무시한 무기가 있었다. 그래서 거의 일방적으로 적의 목숨을 거둬들이고 있었다.조금 잔인하고 비겁해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들은 이런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병법에는 속임수가 흔한 일이고, 전장에서는 승자가 왕이다!그들은 이런 느낌이 좋았다! 정말 너무나 좋았다!하하하! 이 모든 것이 황후 마마의 공이었다!최소한의 희생으로 호로산을 함락시키다니!이것은 수많은 병사의 목숨을 구한 일이었다!한편, 어느 산등성이에서.정패운이 위풍당당하게 살기를 내뿜으며, 마치 저승사자라도 강림한 듯 서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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