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의 모든 챕터: 챕터 1251 - 챕터 1260

1366 챕터

제1251화

운일이 돌아와 보고했다.“폐하, 앞쪽으로 약 오 리 지점에 산에서 흘러내린 샘물이 있습니다. 민물입니다.”모두는 기뻐하며 발걸음을 재촉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왔다.백진아는 먼저 샘물을 마셔도 되는지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의념을 움직이는 순간, 그녀는 공간이 봉인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젠장! 너무 불편하잖아!’모두가 손으로 물을 떠 마시려는 모습을 보자, 그녀는 다급히 말했다.“잠깐! 먼저 마시지 말거라.”사람들이 멈춰 서서 백진아를 바라보았다.한 호위병이 말했다.“마마, 저희가 이미 확인했습니다. 독은 없습니다.”뢰일이 곧바로 꾸짖었다.“고충이나 전염병은 독을 검사하는 방식으로는 찾아낼 수 없다.”백진아가 말했다.“그래. 그러니 조금만 더 참거라.”그녀는 말하며 현상, 현설, 현우, 현빙을 바라보았다.현상과 현설은 세 겹으로 접은 천을 꺼냈고, 현우와 현빙은 선반을 가져왔다. 그리고 천을 선반에 고정한 뒤, 아래에 물통을 놓았다.뢰일은 곧바로 사람을 시켜 물통으로 샘물을 떠오게 했다. 그리고 천천히 천 위에 부었다.샘물은 천을 통과하며 걸러졌고, 아래의 물통으로 흘러 들어갔다.호위병들은 이미 간단한 아궁이를 만들고 모닥불까지 피워 놓은 상태였다.한 통의 물을 걸러내자마자 곧바로 커다란 솥에 부었다.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누군가는 산에서 과일을 따 왔고, 걸러낸 샘물에 씻어 먹기 시작했다.비록 백진아의 공간에 있는 과일과 비교하면 맛은 하늘과 땅 차이였지만, 요 며칠 동안 채소와 과일을 먹지 못했으니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어른들은 그럭저럭 먹을 만했지만, 보아는 한입 베어 물자마자 작은 눈썹을 찡그렸다.그리고 맛이 너무 없었는지 작은 입을 벌리고 조그만 혀로 과일을 밀어내며 말없이 뱉어냈다.“셔요!”내민 작은 혀를 보니 신맛뿐만 아니라 떫은맛도 있는 듯했다.백진아는 웃음이 나면서도 안쓰러운 마음에 영천수가 든 물병을 꺼내 건넸다.“입을 헹구렴.”그리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더 보기

제1252화

싸우는 소리를 들은 연천능은 풍일에게 사람을 보내 상황을 살펴보라고 지시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풍일은 몇 명의 호위병과 함께, 마치 맞춰 입은 듯한 옷차림의 사내 몇 명을 데리고 돌아왔다.풍일이 앞으로 나와 보고했다.“폐하, 현지 병사들인 듯합니다. 아마 저희의 큰 배를 발견하고 침략자라고 오해한 것 같습니다.”몇 사람의 옷차림이 통일된 것을 보니, 확실히 병사나 호위병 같은 부류였다.이때 상대 역시 이들의 목적을 파악한 듯했다. 여전히 경계는 하고 있었지만, 더 이상 살기를 드러내지는 않았다.뢰일은 사람들을 이끌고 연천능과 백진아를 보호했고, 풍일은 손짓과 설명을 섞어 그들과 대화를 시도했다.백진아는 그들이 한참 동안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주고받는 것을 들었지만, 어느 지역의 사투리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다행히 어떤 일들은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었다.상대는 이미 그들이 해안에 정박해 식량과 물을 보충하려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이해했고, 무기를 거두었다.하지만 이 섬에서 통용되는 화폐는 진주와 무늬가 새겨진 조개껍데기였기에, 그들이 가진 돈과 어음은 어떤 가치도 없었다.게다가 백진아의 공간이 봉인된 상태라 신선한 물건을 꺼내 교환할 수도 없었다.그때 호위병 한 명이 여러 마리의 사냥감을 들고 돌아왔다. 토끼와 꿩, 그리고 멧돼지까지 있었다.원주민 병사들은 사냥감을 보자 눈을 반짝이며 반사적으로 침을 삼켰다.백진아는 눈을 굴리며 말했다.“사냥감으로 식량을 바꿀 수 있는지 물어보거라.”그들이 데리고 온 사람들은 모두 고수였다. 암위는 물론이고 일반 호위병들 역시 사냥 정도는 아무 문제 없었다.풍일은 손짓을 하며 말했다.“우리가 사냥감을 주고, 너희와…”그는 사냥감을 가리킨 뒤 그들을 가리켰고, 이어 그릇을 들고 밥을 먹는 흉내를 내 보였다.“식량과 바꾸는 건 어떠냐?”몇 사람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한 사람이 산 아래를 가리켰다. 아래로 내려가 이야기하자는 뜻이었다.그리하여 그들
더 보기

제1253화

백진아가 말했다.“나중에 저희가 이곳의 상업과 해상 운송을 발전시킬 수 있겠어요.”연천능은 눈꺼풀이 무거워져 꾸벅꾸벅 졸고 있는 보아를 달래 재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래.”그는 보아에게 유난히 인내심이 많았다. 보아가 고독에 걸려 목숨을 잃을 뻔한 뒤로는 더욱 애지중지했고, 보아 역시 그를 더욱 따르게 되었다.반면 백진아는 엄한 어머니 역할을 맡아 보아를 엄격하게 가르쳤다. 그래서인지 보아는 그녀를 조금 어려워했다.서로 기대어 있는 부녀를 바라보자 백진아는 괜히 질투가 났다. 두 사람은 진짜 가족 같고, 자신은 하인이나 다름없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녀는 애틋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쉰 뒤, 연천능의 바깥쪽에 누워 책 한 권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연천능은 소중한 딸을 재운 뒤 침상 안쪽으로 조금 몸을 옮겼다. 그리고 이불을 끌어와 보아에게 조심스럽게 덮어주었다.그러고는 몸을 돌려 백진아를 품에 안고, 그녀의 손에 들린 책을 가져간 뒤 경고했다.“그만 보거라. 눈이 상한다.”그는 책을 덮으며 무심코 표지를 힐끗 보았다.그런데 그 순간, 움직임이 멈췄다.‘절세 미녀 태후와 그녀의 후궁 남자들’그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아무렇지 않은 척 책장을 몇 장 넘겨 내용을 대충 훑어보았다.백진아는 위험이 다가오는 줄도 모른 채 친절하게 옆에서 내용을 설명했다.“여주인공은 화친을 위해 시집간 공주인데,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 아들이 황제가 되도록 도와줬습니다. 서른이면 늑대 같고 마흔이면 호랑이 같다고 하잖습니까? 한창 욕구가 왕성한 나이라 몰래 몇 명의 사내를 들여 시중을 받았지요. 그런데 아들인 황제가 그 사실을 알고는 예법을 지키며 과부로 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태후는 ‘어찌 사내는 세 명, 네 명의 처첩을 두고 후궁 삼천을 거느리면서 나는 젊은 나이에 과부로 살아야 하느냐?’라고 말했지요. 그러자 황제 아들이 ‘세상의 법도가 그러합니다. 여인은 한 부군만 섬겨야 하지요.’라고 답했습니다. 그랬더니 태후가 ‘내 아버지도 황제고,
더 보기

제1254화

공간에 들어갈 수 없게 되자 벡진아는 배에서 보내는 시간이 무척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러던 중 우연히 잡동사니 더미 속에서 책 몇 권을 발견했고, 시간을 보내기 위해 그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었다.그런데 누가 알았겠는가?그 책이 하필이면 야하고 자극적인 이야기책이었고, 그것도 태후가 미남들을 후궁으로 들이는 내용의 선정적인 소설일 줄이야.결국 이번에는 제대로 연천능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다.사실 백진아는 자신이 훗날 태후가 될 것이라는 사실조차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온갖 꽃이 피어나 서로 아름다움을 겨룬다고... 황후의 포부가 참 원대하구나.”연천능의 목소리는 낮고 쉰 듯한 울림이 있었다.매력적이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목소리였지만, 동시에 얼음장 같은 차가움과 살기가 서려 있었다.백진아는 급히 충성을 맹세했다.“저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도 없습니다. 게다가 당신은 백 살까지 장수할 거예요. 그러니 저도 과부가 될 일이 없지요. 제가 당신보다 먼저 죽을 테니까요!”그녀는 당장 하늘에 대고 맹세라도 할 기세였다.하지만 연천능의 눈빛은 오히려 더 어두워졌다.그는 그녀의 입술을 가볍게 깨물고는 감정을 눌러 담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내가 더 늦게 죽을 것이다. 당신이 나를 잃는 고통을 겪지 않게 하고, 당신이 떠난 뒤의 일까지 모두 정리한 다음... 그때 당신을 따라가겠다.”백진아는 그 장면을 상상하는 순간 마음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아파졌다.그녀는 그를 꼭 끌어안고 말했다.“그런 생각 하지 마세요.”멀쩡하게 농담을 하던 중이었는데, 어쩌다 화제가 이렇게 무거운 이야기로 흘러온 걸까?연천능은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그 순간 그는 그녀가 절벽 아래로 떨어졌던 일을 떠올렸다.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그는 그녀를 힘껏 끌어안으며 가장 본능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고 싶어졌다.그런데 바로 그때, 큰 배가 갑자기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폭우가 옵니다!”“돛을 내리십시오!”“가능하면 피항할 곳을 찾아야 합니다
더 보기

제1255화

하룻밤이 지나자 폭풍우는 멈추었고, 바다는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하지만 짙은 안개가 바다를 뒤덮고 있어, 아직 항해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운일은 사람들을 이끌고 배에서 내려 섬으로 올라가 상황을 살펴보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온 그는 다소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폐하, 이 섬에는 사람의 흔적이 전혀 없습니다. 낮은 식물들만 자라고 있고 사냥할 만한 동물도 없습니다. 하지만 정교하고 귀한 거대한 홍산호 군락을 발견했습니다! 하나만 캐도 엄청난 값어치를 할 것입니다.”연천능이 말했다.“뭘 기다리고 있느냐? 가서 확인하고 캐서 배에 실어라!”그 말에 모두 배에서 내려 산호 군락을 보러 갔다.목적지에 도착한 순간,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너무 아름답습니다! 정말 너무 아름다워요!”붉은 산호 군락은 해안가에서 시작해 깊은 바다까지 이어져 있어, 마치 붉은 바다가 펼쳐진 듯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백진아는 현대에서도, 이곳에서도 이토록 아름답고 거대한 붉은 산호를 본 적이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연천능에게 말했다.“모양이 정교하고 특별한 것들만 골라 가져가시지요. 꽤 비싼 값에 팔릴 겁니다.”보아는 원래 화려한 것을 가장 좋아했다.게다가 더 이상 배 위에서 흔들리지 않아도 되자 작은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예뻐요! 정말 예뻐요!”보아는 산호 사이를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가리키며 흥분해 외쳤다.“물고기! 물고기!”연천능은 부하들에게 산호를 채취하라고 지시한 뒤, 보아를 데리고 얕은 물가로 가 물고기를 잡아 주었다.그렇게 일행은 칼과 검을 도구 삼아 해안가 근처의 거대한 홍산호를 채취하기 시작했다.배가 너무 무거워 더는 실을 수 없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손을 멈췄다.다음 날, 짙은 안개가 걷히자 일행은 돛을 올리고 다시 출항했다.워낙 많은 산호를 실은 탓에 배의 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졌다.하지만 배가 무거워진 덕분에 바람과 파도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아 오히려 더 안정적이었다.다시 이틀 동안 바다를 항해한 끝에
더 보기

제1256화

연천능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누가 감히 어명을 어기고 백진아가 남겨 둔 폭탄을 사용해 사람을 죽였는지, 그리고 그 일로 인해 백진아가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다는 사실이었다.무진은 이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주일검입니다. 그는 자신이 백운 상인의 사위라는 것을 믿고 스스로를 황위 계승자라 여기고 있습니다! 게다가 능력을 과시하려고 성급하게 움직이다 일을 그르쳤습니다. 폭탄으로 성 두 곳을 함락시켰을 뿐만 아니라, 반대 의견을 낸 사람들까지 몇 명 죽였습니다!”백진아는 이를 악물었다.주일검은 여전히 심보가 고약했다!그의 머릿속에는 고충이 들어 있었지만 소요림에게만 한결같이 집착할 뿐, 본성과 품행까지 바뀐 것은 아니었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너희는 그가 그렇게 제멋대로 날뛰도록 그냥 두었단 말이냐? 주일검의 무공으로는 너희 상대가 되지 않을 텐데.”무진은 눈빛을 살짝 피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연천능을 바라보았다.연천능의 표정도 어두워졌다.그는 코를 만지며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내가 떠나기 전에 문선산의 영패를 스승님께 맡겼었다. 그런데… 스승님이 그것을 주일검에게 넘겨줄 줄은 몰랐다.”백진아는 코웃음을 쳤다.“백운 상인은 무공만 뛰어날 뿐 다른 방면으로는 완전히 형편없네요. 특히 머리는... 대추씨만큼 작아진 게 분명합니다.”보통 한 분야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룬 사람은 이런저런 특이한 면을 지닌 경우가 많았다.심지어 일상생활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무공에 몰두한 사람들은 대체로 성격이 순하고 단순하며 총명했지만, 인간관계에는 서툰 경우가 많았다.백운 상인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그렇지 않았다면 그토록 오랫동안 아내를 빼앗긴 사실조차 모른 채 살았을 리 없었다.무공은 그토록 뛰어나면서도, 무공이라고는 형편없는 소 씨 여인에게 붙잡혀 갇히는 일 역시 없었을 것이다.무진은 연천능이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자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문선산 사람들 대부분은 괜찮으니 아주 심각한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더 보기

제1257화

주일검은 아픈 무릎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눈빛을 살짝 피하며 말했다.“저는 요림과 이미 혼인했습니다. 게다가 스승님께서 영패를 제게 넘겨주셨습니다! 저는 스승님의 제자이자 사위입니다. 문선산은 당연히 제가 이어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연천능은 손에 든 해독제 병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짐이 직접 스승님을 찾아가 확인하겠다. 지금은 해독제를 줄 테니 영패를 내놓아라.”그는 고독이 인간의 탐욕을 이길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주일검의 눈빛이 가라앉았다.망설임, 갈등, 탐욕, 미련.온갖 감정이 그의 눈동자 속에서 뒤엉켰고, 이내 더듬거리며 말했다.“스승님의 명을 거역할 수는 없습니다. 영패를 폐하께 넘겨드릴 수 없습니다!”어차피 소요림은 기억력이 점점 쇠퇴해 천천히 바보처럼 변해 갈 뿐, 당장 목숨을 잃는 것은 아니었다.그는 충분히 영패를 지킬 수 있었다. 스승이 폐관 수련을 마치고 나오면, 다시 연천능에게 해독제를 요구하면 되었다.스승이 직접 나선다면 연천능도 해독제를 내놓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하지만 연천능은 인내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허공을 향해 손짓했다.그러자 뢰일이 부하 열 명을 이끌고 모습을 드러냈고, 아무 말 없이 주일검에게 달려들었다.주일검은 깜짝 놀라 허리춤의 검을 뽑아 맞섰다.하지만 한 사람이 여러 명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반격할 힘조차 잃고 일방적으로 몰리기 시작했다.소요림은 옆에서 다급하게 울며 말했다.“오라버니! 오라버니! 그만하세요, 그만해요! 무서워요! 흑흑…”“움직이지 마!”주일검은 폭탄 하나를 꺼내 들고 충혈된 눈으로 외쳤다.“저를 더 몰아붙이지 마십시오! 계속 몰아붙이면... 이걸 터뜨릴 겁니다!”연천능은 떨리고 있는 그의 손을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터뜨려라.”뢰일도 비웃으며 말했다.“할 수 있으면 해보거라. 네가 여기서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으냐?”주일검에게는 연천능 일행과 함께 죽을 배짱이 없었다.
더 보기

제1258화

소요림은 겁먹은 사슴처럼 두려움에 떤 채로 울며 애원했다.만약 백진아였다면 분명 마음이 약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연천능은 순간적인 연민 때문에 후환을 남길 사람이 아니었다.다만 주일검의 몸 안에는 정고가 있었다. 만약 그가 죽으면 소요림 역시 목숨을 잃게 된다.백운 상인과 소요림의 체면을 생각해 연천능은 그를 죽이지 않을 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시 문제를 일으킬 기회를 줄 생각도 없었다.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내공을 손바닥에 모았다.그리고 주일검의 단전을 향해 장풍을 내질러 그의 무공을 폐했다.“크윽!”주일검은 피를 한 모금 토해내며 매서운 눈빛으로 연천능을 노려보았다.“정말 제 무공을 폐하시다니요? 반드시 스승님께 말씀드리고 함께 찾아와 따지겠습니다!”연천능은 차갑게 말했다.“또 얌전히 굴지 않는다면... 황후는 언제든 너와 소요림의 몸에 있는 정고를 꺼낼 수 있다.”주일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순간 그는 서리를 맞은 가지처럼 맥없이 풀이 죽어버렸다.원래의 소요림은 그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그리고 지금의 소요림은 그저 아이에 불과해 남녀 간의 정조차 알지 못했다.정고가 없다면 그와 소요림이 이어질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게다가 이제 그는 무공마저 잃었다.백운 상인의 사위라는 신분까지 잃게 된다면, 그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고 만다.득실을 따져본 그는 연천능을 매섭게 한 번 노려본 뒤 바닥에서 일어나 소요림을 데리고 떠났다.그들의 뒤로 연천능의 차갑고 살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앞으로는 짐 앞에 나타나지 말거라. 그렇지 않으면 가차 없이 죽여 버리겠다.”주일검의 몸이 흠칫 떨렸다.그는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겨 사라졌다.연천능은 차갑게 코웃음을 치고 명령했다.“의사청에 사람들을 모으거라.”그가 새벽까지 정사를 논하는 동안, 백진아는 보아를 품에 안고 아주 편안한 잠을 잤다.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어린아이는 회복력이 강했다.보아는 충분히 쉬고 나자 다시 생기가 넘쳐흘렀다.
더 보기

제1259화

그런데 백근당은 오히려 자리를 피하며 말했다.“먼저 할아비와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게 해다오.”그러면서 의자에 앉아 보아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는,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듯 보아의 머리에 입을 맞추었다.“보아가 까매졌구나.”그는 갑자기 표정을 굳히더니 욕설을 내뱉었다.“모두 그 주일검이 저지른 죄다! 우리 보아가 밖에서 이렇게 큰 고생을 하게 만들다니!”연천능이 이미 그들에게 공간이 봉인된 일에 대해 말해준 모양이었다.백진아는 문득 공간이 봉인되었을 때 현대로 돌아갔던 상황을 떠올렸다.그녀가 말했다.“아버지, 좋은 소식 하나 알려드릴게요.”백근당은 큰 손으로 다정하게 보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다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좋은 소식이냐?”백진아가 말했다.“공간이 봉인되었을 때 과거에 있던 곳으로 돌아갔습니다. 그곳의 저는 죽지 않았어요. 그녀가 저 대신 살아가고 있습니다.”백근당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의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고, 입술을 달싹이며 말했다.“너,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그게 무슨 뜻이냐?”백진아는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그러니까... 저희는 몸을 바꾼 셈입니다.”운청 도사가 놀라 말했다.“정말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냐? 너무나도 믿기 어려운 일이구나!”백근당은 딸을 떠올리며 결국 눈물을 흘렸다. 그는 흐느끼며 물었다.“넌... 고아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 아이는 성격도 좋지 않고, 할 줄 아는 것도 아무것도 없지. 부모도, 형제도 없어... 그 아이를 지켜줄 사람이 없을 텐데, 잘 지내고 있더냐?”백진아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예. 잘 지내고 있습니다. 혼인했지만 아직 아이는 없어요.”백근당의 눈이 반짝였다.“정말이냐? 그 아이의 부군은 무슨 일을 하느냐? 잘해주더냐?”백진아가 말했다.“그자는 좋은 사람입니다. 저와 같은 과에서 일하던 동료고, 외과 의사예요. 잘생겼고 집안 형편도 좋지요. 무엇보다 그녀에게 잘해주고, 아주 아껴주더군요.”백근당과 백경유는 이어 원래 몸의 주인이었던 그
더 보기

제1260화

연천능은 백진아의 손을 놓고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물었다.“당신의 원래 몸과 혼인했다는 사내 말이다!”백진아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질투하는 것입니까? 두 개의 영혼도 모자라 몸까지 모조리 차지하고 싶은 것입니까?”연천능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내가 그렇게 역겨운 사람으로 보이느냐? 나는… 네가 나와 혼인했으니 그 아이도 네 몸과 혼인한 셈이라고 생각한 것뿐이다! 그때의 백진아는 나를 미친 듯이 연모했다. 그러니 너도 그 사내를 아주 좋아했던 것 아니냐?”그의 얼굴에는 원망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백진아가 과거 다른 남자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그의 마음은 식초에 담근 것처럼 시큰하게 아려왔다.백진아는 가볍게 웃었다.“매력을 과시하는 것입니까? 그자는 제 후배예요. 평소에는 그저 인사만 나누던 사이였습니다. 가까워지기도 전에 이곳으로 오게 되었지요.”말을 마친 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사실 그 후배는 줄곧 그녀를 좋아했고, 그녀 역시 그에게 약간의 호감이 있었다. 받아줄지 고민하던 순간 갑자기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었다.하지만 실제로 무언가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기에, 굳이 말을 해서 연천능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부부 사이에는 숨김이 없어야 한다지만, 선의의 거짓말도 필요한 법이다.역시나 연천능의 차가운 기운은 순식간에 사라졌다.백진아는 그를 잡아끌었다.“너무 지치셨으니 어서 일어나 침상에서 주무시지요.”“괜찮다. 나에게 입맞춤만 해주면 괜찮아질 것이야.”연천능은 그녀의 얼굴을 감싸 쥐고 그대로 입을 맞췄다.그의 입맞춤은 거칠고 강렬했다. 불꽃 같은 열정이 순식간에 백진아의 몸을 달아오르게 했다.그동안 바다 위를 떠돌며 밤낮없이 달려왔고, 공간도 사용할 수 없었기에 두 사람은 오랫동안 부부의 정을 나누지 못했다. 백진아 역시 그가 몹시 그리웠다.하지만 연천능이 계속 쉬지 못했다는 생각에 그녀는 몽롱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먼저 좀 쉬어요.”연천능은 대답 대신 다시 그녀의
더 보기
이전
1
...
124125126127128
...
137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