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아는 눈을 감은 채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결국 나무에 기댄 채로 잠들어 버렸다. 그러고는 맑은 새소리에 잠이 깼다. 하늘은 이미 밝아져 있었고, 주황빛 햇살이 얼굴에 내려앉았다. 어제의 기억이 한순간에 밀려든 그녀는 서둘러 정신을 차렸다.이때 타는 냄새가 풍겨왔다. 탄 냄새 속에는 은은한 고기 냄새도 섞여 있었다.백진아는 코를 킁킁하며 냄새를 맡았는데, 이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그녀는 바로 일어나기 위해 기지개를 켰다.시냇가 근처 풀밭에서는 시위 병들이 여러 군데 모닥불을 피워놓았다. 불 위에는 닭, 물고기, 토끼 등을 굽고 있었다.백진아는 무심코 주변을 둘러봤는데, 연천능, 무진, 고지행은 보이지 않았다.풍일은 백진아의 정체를 모르기에, 그녀를 보고 명령했다.“가서 땔감을 더 주워 오너라!”그러자 백진아는 나무에 기대 자서 허리와 목이 뻐근해져 있어, 허리와 목을 돌리며 풀려고 했고, 조금 나아진 뒤에 움직일 생각이었다.하지만 급한 성격의 풍일은 또다시 소리쳤다.“이 자식, 못 들은 것이냐?”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작은 돌을 하나 집어 그녀의 얼굴을 향해 날렸다.백진아는 반사적으로 머리를 돌려 피했는데, 그와 동시에 다른 방향에서 하나의 돌이 날아와 풍일의 돌을 정확히 튕겨냈다.백진아가 고개를 돌리자, 햇살을 등지고 걸어오는 연천능이 보였다.그는 검은색의 야행복을 입고 있었고, 옥이 박힌 허리띠로 허리를 묶어 완벽한 체형을 드러냈다. 검은 머리는 높게 묶었고, 눈썹은 칼처럼 날카로웠다. 그리고 연못처럼 그윽한 눈, 오뚝한 콧대, 차갑게 다문 입술까지... 햇살이 그의 등 뒤에 내려앉아, 그는 신선과도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존재만으로 세상 모든 것이 영화 배경처럼 보였고, 오직 그만 눈부시게 빛나는 것 같았다.연천능은 넋을 잃은 백진아의 표정을 보더니, 역겹다는 듯 눈을 흘겼다.그는 이런 눈빛을 지겹도록 봐왔고, 볼 때마다 불쾌했다.연천능의 차가운 눈빛에 백진아도 금세 현실로 돌아왔다. 조금 전까지 신선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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