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Chapter 171 - Chapter 180

204 Chapters

제171화

백진아는 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라, 연천능에게 차마 기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말에 발걸이가 없어, 떨어지지 않으려면 다리로 말의 몸을 꼭 끼울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는 도저히 몸에 힘을 뺄 수가 없었다.그녀는 온몸 뼈가 부서질 것처럼 덜컹거리자, 더는 연천능에게 심통 부릴 여력이 없었다. 그녀는 그의 몸에 몸을 기댄 채 힘을 빼고, 천천히 말의 움직임을 느끼며 말의 걸음에 맞춰 몸을 조절하기 시작했다.그러고 보니… 정말 덜 아팠다. 흔들림도 훨씬 부드럽게 느껴졌고, 고통도 견딜 만해졌다.단지… 백진아는 연천능의 몸이 점점 더 굳어지는 게 느껴졌고, 순간 뒤에서 뭔가 막대 같은 것이 닿아 있는 것도 느껴졌다. 백진아는 몹시 민망해졌다. 뛰어난 실력의 의사인 그녀가 그 딱딱한 것이 뭔지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백진아는 연천능을 짐승이라 생각하진 않았다. 자연스러운 신체 반응일 테니.말 위에서 두 사람은 거의 몸을 밀착한 상황이었고, 말 등이 들썩이면서 서로 부딪치고 문질러지니…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연천능은 백진아의 향긋한 냄새와, 따뜻한 체온을 곁에서 느끼며, 궁에서 서로 뒤엉켰던 장면들이 뇌리를 가득 채웠다. 그는 피가 끓어오르는 느낌을 받았다!연천능은 못내 분노했다. 어떻게 이 성가신 여자 때문에 이런 부끄러운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정말 귀신한테 홀리기라도 한 걸까?’그는 속으로 불경을 오백 번쯤 외우고 나서야 겨우 진정이 되어, 망신을 피할 수 있었다.일행은 그렇게 작은 마을에 도착했고, 연천능 덕분에 백진아는 이득을 얻었다. 낡았지만 작은 마차 한 대였다.백진아는 마차를 보자마자 눈물을 터트릴 뻔했다. 처음 제대로 말타기를 해본 그녀는 몸 구석구석 통증을 느끼고 있었고, 허리도 펴지지도 않았다. 게다가 허벅지 안쪽에는 피가 날 정도로 쓸려 있었다.그녀는 쓰러질 듯 비틀거리며 마차에 기어올랐고, 아픈 탓에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그때, 마차 가림막이 열리더니 하얀 물건 하나가 안으로 툭 던져졌다. 백진아가 본능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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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백진아는 어쩔 수 없이 모든 일을 스스로 해야 했다. 그녀는 제약실로 가서 수확한 약초들을 모두 처리한 뒤, 시스템에 팔아 금화를 벌었다.그리고 그녀는 옥분의 독도 채취했고, 이번에는 혈청 대신 바로 시스템에 팔았다.그녀는 달걀 두 개를 꺼내 우리에 넣어주며 말했다.“자, 네 상이다. 먹어.”하지만 의외로 옥분은 싫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고, 먹기 싫은 티를 냈다.“어머? 입이 짧아졌네? 달걀만으로도 감사해야지!”백진아는 옥분을 흘겨보며 긴 대나무 집게로 큰 전갈 한 마리를 집어, 앞에서 흔들었다.“그럼 이거 먹을래?”그러자 옥분이의 눈이 번쩍 뜨이더니, 아양과 기쁨, 그리고 기대까지 담긴 표정을 보였다.백진아는 깜짝 놀랐다.‘이 녀석, 표정이 왜 이렇게 다양해진 거야…?’너무 괴이하지 않은가?백진아는 옥분이가 점점 영물처럼 변하고, 사람 말을 더 알아듣는 것 같아졌다. 이건 분명 공간 때문임이 틀림없다!전갈을 우리 안에 던져주자, 옥분이는 입을 쩍 벌려 전갈을 그대로 삼켰다. 옥분의 표정에는 만족, 행복, 감탄이 흘러나왔다… 맛있는 걸 먹은 아이 같았다.‘그래, 표정!’백진아는 뱀의 얼굴에서 사람 같은 표정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이 자객 녀석, 혹시 요괴라도 되는 건 아니겠지?”백진아는 옥분이의 물그릇에 영천수를 부어주며 말했다.옥분이는 잽싸게 다가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올려다봤는데, 옥분의 표정은 마치 억울하다고, 자신이 원해서 자객이 된 게 아니라고 하소연하는 것 같았다.“서러워하기는.”백진아는 대나무 가지로 옥분이의 머리를 톡 치며 위협했다.“앞으로 얌전히 굴어! 안 그러면 뱀술로 담가 버릴 테니까!”옥분이는 꼬리를 살랑 흔들며 애교를 부리더니, 바로 머리를 물그릇에 처박고 신난 듯 영천수를 마셨다.어차피 밖에 나가봤자 계속 덜컹거리니, 백진아는 아예 공간 밖으로 나가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창고에서 약초를 가져와, 입 가리개를 만들기 시작했다. 입 가리개를 다 만들고 나서는, 흉터 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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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칠성산은 산세가 높고 숲이 울창하며, 험준한 산맥이 구름 속까지 치솟아 있었다.칠성산의 식물을 보아하니, 온대 우림에 속하는 것 같았다. 이런 기후에서 형성된 우림은 산세와 해발고도의 변화가 더해졌기에 식물과 동물들의 종류가 매우 다양했다. 약초 역시 매우 풍부하다는 뜻이었다.빽빽한 밀림은 좁은 공간 때문에 억압감과 공기가 희박한 느낌을 주었다. 하늘까지 뻗은 교목, 낮은 관목, 무릎까지 오는 들풀, 땅에 바싹 붙은 야채와 이끼까지…!초반에는 오가는 사람들이 다져놓은 작은 길이 있었지만, 점점 길이 사라져서 걸어 나가기에 매우 어려워졌다.백진아는 약초를 꽤 발견했지만 모두 흔한 종류라 굳이 시간을 들여 채집하지 않았다. 그러다 그녀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경계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조심하십시오. 근처에 누가 있는 것 같습니다!”공간의 기운에 단련된 백진아의 오감은 더욱 예민해져 있었다. 그녀는 앞쪽에 있는 쉰 명가량의 사람이 매복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게다가 숨소리를 들어보니, 모두 고수였다.연천능은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자신의 내공이 가장 뛰어나다고 자부하는데도 누군가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아챘다. 그런데 내공이 없는 이 여자가 먼저 알아차렸다니?무진은 손을 들어 올려 잠깐 멈춰서라는 손짓을 했다. 스무 명이 넘는 일행은 발걸음을 멈추고, 무기에 손을 올린 채 주변을 경계했다.“뻐꾹…”깊은 밀림 속에서 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무진은 귀를 기울이더니, 두 손을 입가에 모아 뻐꾸기 울음소리를 그대로 따라 했다.그러자 이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주위에서 푸른색 옷을 입고 얼굴을 가린 오십여 명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이때 키가 크고 건장한 사내가 앞장서 무릎을 꿇고 연천능에게 예를 갖춰 말했다.“소신 풍일입니다. 풍조 호위를 이끌고 주군께 예를 올립니다!”연천능은 그를 가볍게 부축하며 말했다.“예는 됐다.”‘파견된 부하들인가?’백진아는 푸른 옷을 입을 자들을 한번 살피고, 다시 함께 온 스무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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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연천능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우리가 조 마마를 빼돌린 것을 알고 있으니, 조 마마의 입을 열게 하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우리가 반드시 무지개 수정화를 찾으러 올 것 또한 알 테고, 사람을 보내 막으려 하는 것도 당연한 법.”하지만 백진아는 의아했다. 그 귀먹고 벙어리인 조 마마가 대체 얼마나 대단한 비밀을 알고 있기에, 세 세력이 이렇게까지 목숨 걸고 쟁탈전을 벌이는 것일까?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연천능은 위험이 있다고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일행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출발했다.일행은 밀림 속에서 느릿느릿 전진했다. 칠성산은 역시 전설대로 험난했다. 높이 솟은 나무들이 하늘을 가려 정오의 햇빛조차 들어오지 못해 숲속은 어두웠고, 다소 으스스하기까지 했다.그렇게 밀림에 들어간 지 한 시진도 채 되지 않아, 두 마리의 표범과 한 무리의 이리가 나타났다. 표범과 이리는 매우 사나운 야수였지만, 고수들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상대할 수 있었다.피 냄새가 더 사나운 맹수를 불러올 수도 있으니, 일행은 그 자리에서 시체를 묻을 수밖에 없었다. 백진아는 못내 마음이 아팠다.’저 가죽들을 얼마나 비싸게 팔 수 있는데! 구워서 먹을 수도 있을 텐데, 그냥 묻어버리다니, 정말 아깝네!’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을 때, 동물들을 공간 속으로 옮기려 했지만, 연천능이 늘 곁을 따라와 움직이기가 어려웠다.백진아는 일부러 뒤처진 척 천천히 걸으며, 어떻게 그들을 따돌릴지 고민하고 있었다.그때, 귀가에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피곤한 것이냐?”고개를 들어보니, 연천능이 발걸음을 멈추고 눈썹을 찌푸린 채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피곤하면 센 척 버티지 말거라.”거친 말투에 듣기 거북한 말이었지만, 분명 그녀를 걱정하는 것이다.연천능은 백진아가 늘 센 척하며, 고집이 있는 사람이란걸 알고 있었다. 옥에서 형벌을 받았을 때도, 그녀는 유여매에게 약을 썼다고 인정하지 않았다.백진아는 그의 걱정을 알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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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그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사방에서 동시에 들려오는 것 같이 느껴져, 대체 어느 방향에서 나는지 분간할 수 없었다.목소리는 종처럼 맑고 청아했고, 산속 맑은 샘물처럼 깨끗하게 맴돌았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 소리의 주인이 분명 절세미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백진아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녀는 하늘에 알록달록 꽃잎이 흩날리고, 뛰어난 미모의 선녀가 꽃가마를 받쳐 들고, 가마 속 미인이 신선처럼 나타날 것이라 상상했다.하지만 소나무 그림자 사이에서, 갑자기 열 몇 개의 검은 그림자가 튀어나왔다.하나같이 귀신처럼 창백한 얼굴이었고, 눈가가 검으며, 사납고 매서운 눈빛을 내뿜었다. 그림자는 뼈만 앙상한 손을 휘두르고 있었다. 핏빛 손톱은 길쭉하고 날카로운 칼날 같았다.백진아는 곧바로 공포영화 속 좀비가 떠올랐다. 상상과 현실의 차이가 너무 커서, 그녀는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를 뻔했다.그녀는 시체를 여러 번 보았고, 해부도 했었지만, 살아있는 좀비를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이럴 수가!게다가 그림자의 웃음소리는 마치 마력처럼 귓가에 스며들어 귀에서 떠나지 않았다.연천능은 그녀를 자신의 곁으로 끌어당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귀를 막고, 눈을 감아라!”“왜요?”백진아는 아름다운 웃음소리와 공포스러운 충격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 순간, 연천능의 얼굴이 점점 흐려지더니, 청색 얼굴에 송곳니가 드러난, 마치 좀비 같은 얼굴이 갑자기 그녀에게 덮쳤다. 좀비는 무섭게 입을 벌려, 그녀의 목을 물려는 듯 냅다 달려들었다!백진아는 놀라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아 꼼짝할 수 없었다.“아…”백진아는 공포에 눈을 감고, 좀비가 목을 물길 기다렸다.“띵!”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귀에 울려 퍼졌다.그 순간 백진아는 정신이 맑아진듯 몸을 움찔했고, 그녀의 목을 물던 좀비는 순식간에 사라져 있었다.‘환각인가? 아님 웃음소리에 최면 효과라도 있었던 걸까?’정신을 차리기도 전, 창백한 귀신의 손이 갑자기 그녀의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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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그러나 잘려 나간 그 팔은 여전히 무진의 팔을 움켜쥐고 있었고, 날카로운 손톱이 그의 살 속 깊이 파고들고 말았다.목이 부러진 또 다른 괴물은 전혀 영향받지 않는 듯, 축 늘어진 머리를 흔들며 무진을 바닥에 내던진 뒤, 연천능을 향해 공격해 왔다.백진아는 밤중에 시체를 해부한 적도 있었고, 사람의 골격을 기숙사로 가져와 밤낮으로 연구한 적도 있었다. 배짱은 있었기에, 그래도 곧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이 괴물들이 죽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며, 칼과 검으로 찔러도 아무렇지 않은 것을 알아차렸다. 잘려나간 손발조차 따로 움직이며 사람을 공격하고 있었다.이건 너무 비과학적이었다!백진아는 마치 4D 공포영화를 보는 듯한 충격에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갑자기 한 괴물이 그녀의 배낭을 붙잡더니, 힘껏 집어 던졌다. 그녀는 거칠게 바닥에 내동댕이쳐지자, 심장이 부서질 듯한 충격이 몰려왔다.한 괴물이 까르르 웃음을 내며 허리를 수그려 백진아를 바라보았다. 괴물은 날카로운 손톱을 세워 그녀의 가슴을 향해 뻗어왔다.“이 인간의 심장… 맛있겠군…”그녀의 심장을 먹겠다니? 백진아는 상상 이상인 이 광경에 완전히 겁에 질려 냅다 비명을 질렀다.“으악…! 살려주십시오!”괴물들이 상상 이상의 힘과 속도를 가지고 있었기에, 백진아는 배웠던 몇 가지 호신술을 사용할 틈조차 없었다.날카로운 손톱이 그녀의 옷에 닿았고, 곧 피부를 찌르려는 순간...검빛이 번쩍이더니 털썩 소리와 함께 시커멓고 악취 나는 피가 백진아의 얼굴에 튀었다.그리고 그 괴물은 연천능에게 걷어차여 멀리 날아갔다. 하지만 잘려나간 그 손은 여전히 그녀의 가슴을 붙잡고 있었다…!“악!”백진아는 다시 한번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서 튀어 올랐다.검은피를 뿜으며 축 늘어져 창백해진 그 손은 계속 그녀의 가슴에 매달려 안으로 파고들려 하고 있었다.하지만 다행히 여러 겹으로 감아둔 천이 공격을 막아주었고, 백진아는 번개같이 빠른 속도로 잘린 그 손을 잡았다.’찍!’그녀의 옷에는 그 손 때문에 동그랗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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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무진, 고지행, 그리고 몇몇 호위들도 계속해서 괴물들과 싸우고 있었지만, 줄곧 연천능을 중심에 두고 보호했다. 그래서 위급한 순간에 아무도 백진아의 안전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을 것이 분명했기에, 그녀는 가장 안전한 연천능의 곁에 바짝 붙어 따라붙었다.눈치가 빠른 자가 이득을 보는 법, 먼저 자신의 목숨부터 아껴야지 않겠는가?연천능은 허리를 굽혀 장화 속에서 정교한 단검 하나를 꺼내 백진아에게 쥐여주었다.백진아는 마침 호신용 무기가 없던 참이라, 단검을 뽑아 가장 가까운 괴물을 향해 내리꽂기 시작했다.괴물들의 무기는 발톱과 송곳니였다. 그래서 그녀는 그들의 발톱을 집중적으로 베며, 입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다른 사람들도 이미 괴물의 약점을 파악했기에, 훨씬 능숙해져 있었다.숲속에는 울부짖는 소리가 이어졌고, 시큼하고 비린 냄새가 공기 속에 퍼졌다.곧 괴물들은 모조리 목숨을 잃었고, 바닥에 널린 잘린 팔다리들만 아직도 꿈틀거리며 버둥거리고 있었다.백진아는 길게 숨을 내쉬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자 고지행은 재빨리 해독약을 꺼내 호위에게 던졌다.“다들 하나씩 먹거라. 이놈들의 피와 발톱에 독이 있으니!”무진은 나무에 기대어 앉아 있었는데, 입술이 어느새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 중독된 것이 분명했다.백진아는 배낭을 내려두었다. 비록 방금 괴물 때문에 찢어지긴 했지만, 안에 있던 물건들은 흩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안에서 약을 꺼내 무진의 상처를 치료했다.고지행도 호위한테 백진아의 약상자를 받아 들고, 다친 호위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다치지 않은 호위들은 알아서 다친 사람들의 상처를 치료해주었다. 동작이 능숙한 것을 보니, 평소에도 이런 일이 잦은 듯했다.이렇게 하여 상처 치료는 다행히 금방 끝났다.연천능이 무진에게 물었다.“걸을 수 있겠느냐? 힘들면 산 아래에 내려가서 기다려라.”무진은 부끄러운 표정으로 말했다.“괜찮습니다. 그냥 가벼운 상처일 뿐, 문제없습니다!”연천능은 고개를 끄덕였다.“어서 이곳에서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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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백진아는 배낭의 찢어진 부분도 꿰매고는, 배낭에서 물이 든 조롱박을 꺼내 영천수를 몇 모금 마시며 체력을 보충했다.한편, 연천능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목욕할 정도로 변태는 아니었기에, 그저 손과 얼굴만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다시 출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백진아는 얼른 배낭을 정리해 다시 짊어진 후 그 뒤를 따라갔다.그들은 시냇물을 따라 상류 쪽으로 올라갔는데, 다행히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한적하고 조용한 산골짜기에 도착할 수 있었다.풍일이 연천능에게 말했다.“앞쪽이 바로 무지개 계곡입니다.”연천능은 앞을 바라보았는데, 계곡 입구에는 안개가 자욱했고, 안개 속에는 옅은 검은 기운이 스멀거리고 있었다.그가 말했다.“적당한 곳에서 밤을 보내고, 내일 아침 다시 무지개 계곡으로 들어가자.”드디어 쉴 수 있다는 말에, 백진아는 돌 위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모두 밤낮없이 칠성산에 달려왔지만, 또 쉬지도 못한 채 바로 산에 들어왔다. 게다가 방금 큰 전투까지 치른 탓에 다들 지쳐 있었기에, 다른 사람들도 각자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했다.무진이 말했다.“다들 너무 피곤할 테니, 오늘은 불을 피워서 밥을 짓지 맙시다. 불빛과 향기가 적들을 끌어올 수 있기도 하니. 푹 쉬고, 내일 아침 사냥해서 고기나 뜯지요.”고지행도 동의했다.“잘됐네. 오늘 먹어서 가지고 온 식량을 좀 없애면, 내일 더욱 가볍게 길을 오를 수도 있네.”백진아는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 그녀는 힘들어서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억지로 영천수를 곁들여 다과 몇 조각을 삼켰다.모닥불도 없고, 막사도 없으니, 다들 그냥 있는 그대로 땅에서 쉬는 수밖에 없었다.고지행은 일행에게 모기를 물리치는 약을 나누어 주고, 묵고 있는 골짜기 주변에 뱀과 벌레를 물리칠 수 있는 가루를 뿌렸다.백진아는 냄새만 맡아도 자기가 만든 약이라는 것을 알았다.고지행은 모든 걸 마친 뒤, 그녀에게 다가와 기름종이에 싼 무언가를 건넸다.“자.”받아서 펼쳐보니 육포가 들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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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백진아는 눈을 감은 채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결국 나무에 기댄 채로 잠들어 버렸다. 그러고는 맑은 새소리에 잠이 깼다. 하늘은 이미 밝아져 있었고, 주황빛 햇살이 얼굴에 내려앉았다. 어제의 기억이 한순간에 밀려든 그녀는 서둘러 정신을 차렸다.이때 타는 냄새가 풍겨왔다. 탄 냄새 속에는 은은한 고기 냄새도 섞여 있었다.백진아는 코를 킁킁하며 냄새를 맡았는데, 이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그녀는 바로 일어나기 위해 기지개를 켰다.시냇가 근처 풀밭에서는 시위 병들이 여러 군데 모닥불을 피워놓았다. 불 위에는 닭, 물고기, 토끼 등을 굽고 있었다.백진아는 무심코 주변을 둘러봤는데, 연천능, 무진, 고지행은 보이지 않았다.풍일은 백진아의 정체를 모르기에, 그녀를 보고 명령했다.“가서 땔감을 더 주워 오너라!”그러자 백진아는 나무에 기대 자서 허리와 목이 뻐근해져 있어, 허리와 목을 돌리며 풀려고 했고, 조금 나아진 뒤에 움직일 생각이었다.하지만 급한 성격의 풍일은 또다시 소리쳤다.“이 자식, 못 들은 것이냐?”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작은 돌을 하나 집어 그녀의 얼굴을 향해 날렸다.백진아는 반사적으로 머리를 돌려 피했는데, 그와 동시에 다른 방향에서 하나의 돌이 날아와 풍일의 돌을 정확히 튕겨냈다.백진아가 고개를 돌리자, 햇살을 등지고 걸어오는 연천능이 보였다.그는 검은색의 야행복을 입고 있었고, 옥이 박힌 허리띠로 허리를 묶어 완벽한 체형을 드러냈다. 검은 머리는 높게 묶었고, 눈썹은 칼처럼 날카로웠다. 그리고 연못처럼 그윽한 눈, 오뚝한 콧대, 차갑게 다문 입술까지... 햇살이 그의 등 뒤에 내려앉아, 그는 신선과도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존재만으로 세상 모든 것이 영화 배경처럼 보였고, 오직 그만 눈부시게 빛나는 것 같았다.연천능은 넋을 잃은 백진아의 표정을 보더니, 역겹다는 듯 눈을 흘겼다.그는 이런 눈빛을 지겹도록 봐왔고, 볼 때마다 불쾌했다.연천능의 차가운 눈빛에 백진아도 금세 현실로 돌아왔다. 조금 전까지 신선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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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이리저리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소금과 고춧가루, 참깨와 후추 등 향신료들을 조금 더 교환한 뒤 작은 천 주머니에 담았다.그렇게 한참 후에야 공간에서 나와 산굴 밖으로 기어 나왔다. 아직 허리를 펴기도 전에, 그녀의 눈이 번쩍였다.“하하, 재운이 찾아왔네! 하늘도 막을 수 없지!”바로 앞에서 야생 산삼을 발견한 것이었다!비록 연식이 그리 오래되지 않아 값어치는 높지 않을 것 같지만, 대략 스무 뿌리는 되어 보였다. 이 스무여 개 산삼을 공간에 옮겨 심어두면, 얼마 안 가 큰돈을 벌 수 있게 될 터였다!백진아는 잠시 흥분을 멈추고, 얼른 연천능이 준 단검을 꺼내 산삼을 캐기 시작했다.연천능의 단검은 매우 예리해서 자갈 섞인 흙도 힘을 들이지 않고 파낼 수 있었다. 그녀는 하나를 캘 때마다 재빨리 공간으로 집어넣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구덩이를 파 심어두면 그만이었다.그 사이 연천능은 제자리에서 반 시진이나 기다렸다. 백진아가 계속 돌아오지 않자,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지만, 백진아가 볼일을 보러 갔으니, 직접 찾아갈 수도 없었다.그는 잠시 고민하다 큰 소리로 외쳤다.“여봐라! 다 되었느냐?”하지만 그에게 대답을 건넨 건, 새들의 맑은 지저귐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뿐이었다.정체를 숨겨야 하니, 그는 ‘백진아’라고 이름을 부를 수도 없었다. 연천능은 그녀가 못 알아들었다고 생각하고, 이내 다시 외쳤다.“여봐라! 어찌 되었느냐? 답이 없으면 사람을 보내겠다!”이번에도 아무 대답이 없었다.연천능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고,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급히 백진아가 갔던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꽤 멀리 갔는데도 백진아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자, 그는 화가 난듯 이를 악물었다.‘도망간 건 아니겠지? 잡히기만 해봐! 곤장을 쳐야겠어.’백진아는 돌아가려던 길에, 오래된 영지 두 뿌리를 발견하고는 또다시 앉아 캐기 시작했다. 칠성산에 온 김에 다 챙기자는 심정이었다.그때, 연천능의 버럭 소리가 숲을 울렸다.“여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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