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Chapter 181 - Chapter 190

204 Chapters

제181화

연천능은 백진아 때문에 속이 뒤집혀 당장이라도 그녀를 때리고 싶었다. 그는 더욱 어두워진 안색으로 말했다.“헛소리하지 마라!”백진아는 그의 마음을 다 알아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아휴, 전하도 참! 그게 뭐가 부끄러우십니까? 다 알아챘으니, 그냥 인정하시지요! 예?”“조용히 하거라! 시끄럽구나!”연천능은 싸늘하게 호통쳤지만,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조금 올라가 있었다.백진아는 계속 그를 놀렸다.“인정한 것으로 알겠습니다.”연천능은 그녀를 곁눈질로 쏘아봤다.“어찌 여인이…! 염치가 있는 것이냐?”백진아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없지요.”연천능은 당혹스러웠다.‘이 시끄러운 여자를 정말 때리고 싶은데 어떡하지…’두 사람은 서로 한마디씩 주고받으며 투닥거리다가 일행들에게로 돌아왔다.고지행은 닭 날개를 뜯으며 팔꿈치로 무진을 쿡쿡 찔렀다.“보거라! 너희 주군에게서 인정이 느껴지는구나? 싸우기도 하고, 다투기로 하다니.”무진은 깜짝 놀라 눈을 비비며 웃었다.“제 눈을 의심할 지경입니다. 꽁꽁 얼어있던 얼음이 녹았으니, 곧 꽃도 피우겠습니다.”백진아는 두 사람의 장난스러운 시선을 무시하고, 모닥불가에 앉아 약재를 배낭에 넣고 닭 다리를 하나 들었다.하지만 한입 베어 물자마자… 형용하기 어려운 맛에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그녀는 결국 배낭을 내려놓고 알코올로 단검을 소독한 뒤, 닭 다리에 쓱쓱 칼집을 내기 시작했다.“흠!”고지행은 백진아의 단검을 보고 깜짝 놀란 나머지, 닭고기가 목에 걸릴 뻔했다. 백진아가 그 단검으로 능숙하게 고기를 자르는 것을 보며 다시 눈이 휘둥그레졌다.“그 단검은 능왕 전하께서 주신 것입니까? 심지어 그 검으로 고기를 자르십니까?”“왜?”백진아는 공간에서 만든 향신료 가루를 닭고기 위에 솔솔 뿌리고는 다시 불 위에 올렸다.고지행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아닙니다. 그건 황제가 내린 보물, 용음 단검입니다. 천년 현철로 만들어져, 철도 진흙처럼 베어내는, 세상에 둘도 없는 보검이지요
Read more

제182화

’사람을 너무 괴롭히네, 진짜!’연천능은 얇고 매력적인 입술을 살짝 벌려 그녀가 구운 닭 다리를 한입 베어 물고는 만족스러운 듯 눈을 가늘게 떴다.백진아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조용히 반쯤만 익힌 꿩도 똑같이 양념했다.절대적 강자 앞에서, 그녀는 그냥 참아야 했다.다행히 꿩고기를 뺏어 먹는 사람은 없었기에, 그녀는 다리 두 개를 먹고 나머지를 고지행과 무진에게 나누어 주었다.배도 부르고 목도 축였으니, 이제 일행은 무지개 계곡을 향해 출발할 준비를 해야 했다.계곡 입구에 도착하자, 검고 흐릿한 독기가 안개처럼 퍼져 있었고, 안쪽에는 몇 구의 시체가 누워 있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아마 독기에 중독되어 죽은 듯했다.백진아는 미리 해독약을 먹었고, 준비해 둔 입 가리개를 꺼내 썼다.고지행도 해독약을 하나 먹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스승님, 이건 뭡니까? 얼굴 가리개보다 훨씬 실용적입니다.”“이건 입 가리개다. 그리고 안쪽에 독기를 막을 약초를 꿰매놨다.”백진아는 배낭에서 입 가리개를 꺼내 나눠주었다.“자, 다들 하나씩 쓰시게. 몸을 지켜주는 것이니.”연천능이 먼저 하나를 집어 들더니, 백진아를 따라 입 가리개를 착용했다. 하얀 입 가리개를 쓴 고대 복장의 사람들을 보니, 백진아는 웃음이 터질 뻔했다.그렇게 충분한 준비 덕분에 일행은 무사히 독기를 지나 무지개 계곡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무지개 계곡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계곡은 온갖 색의 꽃이 서로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산 전체가 한 폭의 선경처럼 화려했다.오색찬란한 꽃은 눈부실 정도로 선명했고, 밖보다 풀도 훨씬 무성했다. 곳곳의 꽃들은 서로 앞다투어 피어나 있었기에 공기에는 취할 정도로 짙은 꽃향기로 가득했다.백진아는 감탄했다.“정말 아름답습니다!”풍일은 조그만 체구에 무공도 없는 ‘여자 같은’ 백진아가 늘 못마땅했기에,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예쁘면 예쁠수록 독한 법이다!”백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꽃향기에는 독이
Read more

제183화

백진아는 풀숲에서 뭔가가 기어가는 소리를 들었다. 동시에 뱀이 혀를 내밀며 내는 ‘스스’ 소리도 들려왔다.게다가… 한두 마리가 아니라, 아주 많은 뱀의 소리 같았다.백진아는 정신을 집중해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주변 나무들 위에서 검은 뱀들이 꿈틀거리고 있었고, 가지에 칭칭 감겨 나뭇가지와 하나처럼 섞여 움직이고 있었다…!그리고 풀숲에도 뱀들이 계속 기어다녔고, 몹시 흥분한 상태였다. 아마 원래부터 이곳에 서식하던 뱀들이, 고지행이 뿌린 벌레와 뱀을 쫓는 약에 자극받아 난폭해진 듯했다.풍일은 호위들과 함께 검을 뽑아 들고는 주변 나무에 붙어 있는 독사들을 베어내기 시작했다.뱀들은 온몸이 새까매 독성이 매우 강해 보였다. 고지행의 손목은 이미 빠르게 검게 부어올랐고, 입술까지 어두운색으로 변해 갔다. 눈앞도 흐릿해지고, 몸까지 비틀거렸다. 연천능이 급히 그를 붙잡아 부축했다.백진아 또한 바로 배낭을 내려놓고, 메스를 꺼내 그의 상처를 십자 모양으로 그었다. 그리고 무진에게 말했다.“어서, 독혈을 짜내거라!”무진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지만, 백진아의 말대로 서둘러 독혈을 눌러 짜냈다.백진아는 곧바로 해독약 하나를 고지행의 입에 넣어 삼키게 하고, 상자에서 뱀독 혈청 하나를 꺼냈다.연천능은 그녀가 투명한 주사기를 꺼내 들고, 진지한 얼굴로 공기를 빼내는 모습을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그 이상한 물건은 무엇이냐?”“뱀독을 풀어주는 약입니다.”백진아는 빠르게 알코올 솜으로 그의 팔 안쪽을 소독하고, 뱀독 혈청을 천천히 주입했다.옥분의 독성은 독사 중에서도 최강이라 할 수 있었기에, 옥분의 독으로 만든 혈청은 당연히 효과가 좋을 수밖에 없었다.잠시 후, 고지행의 얼굴에 퍼졌던 검은 기운이 서서히 사라졌고, 상처에서 짜낸 피도 다시 선홍빛을 되찾기 시작했다.백진아는 그의 상처를 깨끗이 씻고 약 가루를 뿌린 뒤, 천으로 단단하게 감아주었다.그녀의 동작은 마치 수백 번을 반복해 본 사람처럼 물 흐르듯 매끄럽고 능숙했다.고지행은 연천능의
Read more

제184화

이번 사건을 겪은 뒤, 풍일과 그동안 백진아를 얕잡아보던 호위들까지 모두 그녀를 존경하게 되었다. 그녀의 의술은 고 공자보다도 뛰어났고, 고 공자조차 그녀를 ‘스승님’이라 부르지 않는가!위급한 순간에 그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모시고 떠받들어야 했다.연천능은 그녀가 멀리 가서 볼일을 보다 위험을 겪을까 봐, 사람들에게 명을 내려 나뭇가지로, 임시로 작은 뒷간을 만들어주었다.이 배려에 백진아는 무척 행복해했고, 뒷간을 간다는 핑계로 공간에 들어가 의료 폐기물을 시스템에 처리시켰다. 그리고 배낭과 약상자 속 약을 채워 넣고, 약 밭을 정리했다. 그리고 인삼과 하수오까지 심어두었다.하룻밤을 푹 쉰 덕에, 고지행과 독사에게 물렸던 다른 호위의 상태도 많이 회복되었다.하지만 다음 날 새벽, 일행은 숲을 벗어나자마자 기습을 당하고 말았다…! 상대는 숲속으로 들어올 엄두를 못 낸듯,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다행히 모두가 충분히 휴식을 취해 전투력이 강했기에, 금세 자객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자객 중 한 명은 독을 삼켜 자살하려 했으나, 속도가 느려 살아남았다. 이 자객은 입이 굳게 닫고, 죽음을 각오한 사내였다. 무진이 알고 있는 모든 고문과 심문 기술을 동원해도, 한 마디도 뽑아낼 수 없었다.무엇보다, 이들에게는 자객을 붙잡고 시간을 허비할 여유도 없었다. 게다가 그를 데리고 약초를 찾으러 다닐 수도 없었다.결국 연천능은 어쩔 수 없이 명을 내렸다.“죽을 각오를 할 자를 부하로 쓸 사람은 몇 안 된다. 바로 죽이거라.”그 말을 들은 자객은 오히려 해방된 듯한 표정을 지었다.백진아는 제멋대로 사람을 죽이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 시대의 규칙을 따를 수밖에 없어 고개를 돌려 못 본 척했다.발밑에는 무릎 높이까지 자란 풀밭이 펼쳐져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 약초나 작은 꽃들이 보였다. 백진아는 산비탈의 그늘진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저쪽 환경이 더 적합합니다. 그늘진 쪽을 집중적으로 찾아보지요.”고지행이 말했다.“이
Read more

제185화

운조의 호위 여러 명이 물리고 긁혀서, 땅에 데굴데굴 구르며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고, 붉은 피가 아래의 풀밭을 다 붉게 물들였다.백진아는 이런 괴물을 처음 보았지만, 무서움을 느낄 틈도 없이 한 부상자에게 달려갔다.그 부상자는 열일곱, 열여덟 살쯤 되어 보였고, 얼굴이며 가슴이 할퀴여 뼈가 다 보일 정도로 살점이 헤져 있었다.물 원숭이에게 끌려갈까 봐 무서워, 그녀는 웅덩이의 물을 떠 오지 못했다. 그래서 백진아는 물주머니 속에 담아온 영천수로 간단히 상처를 씻어 주었다.상처는 길고 깊어서 반드시 꿰매야 했다. 백진아는 봉합용 바늘과 실을 꺼내 상처를 꿰매기 시작했다. 그녀는 평소처럼 부상자를 달래며 말했다.“걱정하지 말거라. 얼굴의 상처는 내가 잘 붙이고, 흉터를 없애는 연고도 발라줄 테니. 흉터가 남지 않게 해주마.”그 어린 호위는 고통을 참으며 웃었다.“괜찮습니다. 저희는 암위라 사람들 앞에 나설 일이 없어서 얼굴에 흉터가 있어도 문제없습니다.”호위는 원래 얼굴을 가리고 있었는데, 괴물에게 가면을 뜯긴 것이었다.“그래도 흉터는 최대한 안 남게 해야 나중에 장가도 쉽게 가지 않겠느냐.”백진아는 어린 친구가 안쓰러워 가능한 한 피해를 줄여주고 싶었다. 그러자 소년은 부끄럽게 웃으며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비록 암위는 혼인할 수 없는 신분이긴 했지만,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았다. 얼굴에 흉터가 남지 않을 수 있다면 더 좋은 일 아니겠는가?한편, 고지행도 백진아의 약상자에서 봉합 바늘과 실을 꺼냈다. 그는 백진아가 하는 것을 본 적은 있어도 직접 해본 적은 없었기에, 그녀에게 다가가서 물었다.“스승님, 봉합할 때 뭘 주의해야 합니까?”급한 상황이라 백진아도 대충 넘기지 않고, 천천히 시범을 보이며 봉합의 요령과 주의 사항을 설명해 주었다.역시 신의의 자질이 있는 고지행은 금방 배워냈고, 처음엔 조금 서툴렀지만 금세 능숙해졌다. 두 사람이 함께 처리하니 속도가 더욱 빨라져 금방 몇 명의 부상자를 모두 치료해줄 수 있었
Read more

제186화

무지개 계곡에는 약재가 풍부했다. 게다가 일반 약초뿐 아니라 진귀한 약초도 많았다.백진아는 그 말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무지개 수정화 하나를 찾기 위해 이렇게 많은 암위 고수들이 죽다니, 그 벙어리 노파가 도대체 어떤 비밀을 알고 있는 걸까?“계속 찾자.”연천능의 부하들이 모두 합류하자, 분위기가 한결 여유로워졌다.풍일이 물었다.“전하, 중상자들은 어떻게 할까요?”밖으로 내보내려면 호송할 인원이 필요하고, 안전한 곳에 두고 간다고 해도 돌보는 사람이 필요했다. 호위를 많이 붙여 보내면 능왕 곁에 남을 사람이 부족해지고, 적게 보내면 위험을 만났을 때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그렇다고 데리고 계속 이동하자니… 인원이 많아 서로 보살필 수 있는 장점은 있으나, 동시에 짐이 되기도 했다.부상자 몇 명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쓸모없는 암위는 짐이 될 수 없다. 짐이 될 바엔 죽는 수밖에 없었다.연천능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데리고 갈 것이다.”그 말에 부상자들의 눈이 반짝였다. 그들의 시선엔 더 깊고 굳은 충성심이 담겼다.백진아는 속으로 입을 삐죽였다.‘나쁜 자식이, 인심을 사는 건 또 잘하네.’풍일과 운일은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올리며 고마움을 전했다.“감사합니다!”연천능은 손을 내저었다.“예는 됐다. 계속 가자.”백진아가 말했다.“물웅덩이가 이렇게 위험하니, 건너편으로 갈 수 있는 사람이 적을 테고, 그만큼 귀한 약초도 많을 것입니다. 어쩌면 수정화는 그쪽에 있을 수도 있어요.”운일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이쪽은 안전한 편이라, 약초 캐러 온 사람들이 이미 많이 다녀갔습니다.”고지행도 거들었다.“귀한 약재들은 인적이 드문 위험한 곳에서 자라며, 영리한 맹수들이 지키고 있기도 합니다.”연천능은 이미 고요해진 연못을 바라보았다. 물 위로 건너는 것은 불가능했다.그는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쪽은 깎인 절벽, 다른 한쪽은 관목처럼 보였다.“저쪽으로 돌아간다.”그가 말했다.그러자 사람들은 나뭇가지를
Read more

제187화

백진아는 독 가시덤불을 가리키며 말했다.“덤불은 촘촘하지만, 높이가 거의 비슷하기에, 넓은 나무판을 위에 올려 디딜 수 있습니다. 큰 나무를 베어 판자로 잘라 일정 간격으로 던지면, 힘을 받아 건널 수 있고, 가시에 찔릴 걱정도 없지요.”연천능은 감탄한 듯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었다. 일종의 칭찬이었다.고지행은 머리를 톡 치며 말했다.“아! 이렇게 간단한 방법을 우리는 왜 생각 못 했을까요!”연천능이 명령을 내리기도 전, 풍일은 이미 사람들을 이끌고 큰 나무를 베러 갔다.무공이 워낙 뛰어난 사람들이라, 두 사람이 팔로 감을 정도의 큰 나무를 베는 일쯤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 곧 넓은 판자 몇 장이 준비되었고 백진아의 방법대로 모두 안전하게 독 가시덤불을 건널 수 있었다.이내 그들 앞에 빽빽하고 어두운 숲이 펼쳐졌다.숨을 들이쉴 때, 코끝에는 축축한 밀림 특유의 습기와 곰팡내가 스며들어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발밑의 낙엽은 수년간 쌓인 듯 두꺼웠고, 밟으면 발이 푹 꺼져 들어갔다.숲속은 매우 고요했고, 그들의 숨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다들 조심하거라. 새나 곤충이 없으니, 분명 독이 있는 동물이나 맹수가 있을 것이다.”연천능은 걸으며 주위를 날카롭게 살폈고, 백진아의 손을 단단히 잡았다.백진아는 좀 전에 만난 괴물과 물괴를 보고, 못내 겁에 질렸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연천능에게 몸을 기대었다.가끔 나무와 풀잎 위에 얼룩이 난 흔적이 보였다. 강한 산성 독에 부식된 것처럼 보였다.백진아는 반쯤 사라진 나뭇잎 한 장을 떼어 향을 맡더니, 표정을 굳혔다.연천능이 진지하게 물었다.“무슨 일이냐?”백진아가 말했다.“이 나무와 풀들은 강한 산성 독에 부식됐습니다. 이런 독을 만드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공기 중에 있을까 봐서 걱정입니다.”그녀는 남은 입 가리개를 꺼내며 말했다.“새 입 가리개를 안쪽에 착용하시고, 전에 쓰던 가리개를 바깥쪽에 덧대세요. 이렇게 두 겹으로 하면, 독기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모두 심
Read more

제188화

이때 ’스!’ 하는 소리가 또 들려왔다.뒤에서 걷던 풍일은 소리를 듣고 다급히 뒤돌았지만, 어두운 밀림 속에는 잡초와 나무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그는 분명 소리를 들었고, 지금도 무언가가 자신을 주시하는 느낌이 들었다.그 앞에서 걷던 풍이가 뒤돌아 물었다.“뭔가 발견한 것이오?”“아, 아니네…”풍일이 말을 끝내기도 전, 풍이의 눈빛이 급격히 날카로워지더니 재빨리 팔을 들어 올렸다.“옆으로 비키시오!”그 말과 함께 풍이는 풍일의 머리 쪽을 향해 화살을 당겼고, ‘쑥’ 하며 화살이 날아갔다.풍일은 본능적으로 머리를 살짝 돌렸고, 화살은 그의 귀를 스치며 뒤쪽에 있는 큰 나무에 ‘쿵’ 하고 박혔다.백진아가 고개를 돌려보니, 사람의 팔만한 카멜레온이 나무에 박혀 있었고, 길게 혀를 내밀고 있었다.카멜레온, 뱀 같은 냉혈 동물들은 심장 박동과 호흡이 작다. 그래서 그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내공이 강한 고수들도 발견하기 어려웠다.“이게 무엇입니까?”풍일은 눈살을 찌푸리며, 거대한 카멜레온을 자세히 보려 다가갔다.그러나 갑자기 표정을 바꾸더니, 다급히 뒤로 물러섰다.카멜레온의 입에서 검은 액체가 뿜어져 나왔고, 액체가 나뭇잎과 풀 위에 떨어지자, 순식간에 부식되어 버렸다.만약 사람의 몸에 닿았다면, 피부가 통째로 부식됐을 것이다.풍일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풍이에게 고개를 숙여 말했다.“고맙소!”연천능이 명을 내렸다.“두 명씩 한 조를 이뤄, 한 명은 약초를 찾고, 한 명은 경계를 서라!”그의 명령에 다들 척척 조를 나눴다. 그렇게 한 명은 화살과 칼을 들고 경계하고, 한 명은 약초를 찾고 있었다.바로 그때, 갑자기 풀숲에서 검은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어서 피하십시오!”다들 재빨리 몸을 피했지만, 들것을 든 사람들의 움직임은 조금 느렸다. 결국 독을 품은 액체는 한 중상자의 다리에 떨어졌고, 그의 옷은 순식간에 부식되었다.“아아!”다친 호위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스스…’역한 냄새가 퍼졌다.백진아는 풀숲 속 거대한 카멜레
Read more

제189화

고지행의 눈빛이 반짝였다.“피와 물입니다! 방금 독이 먼저 그의 옷에 작은 구멍을 냈는데 피부에 닿자마자, 핏물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핏물이 옷에 묻으면서 옷까지 녹기 시작했습니다.”백진아는 감탄하며 말했다.“똑똑하구나! 관찰력도 훌륭하고! 이 독은 수분이 있으면 부식력이 강해진다. 물기가 없으면 거의 부식하지 않지. 그러니 도자기 병에 담으면 안전할 것이다.”고지행은 칭찬을 듣고 살짝 뿌듯해했고, 마치 선생에게 칭찬받은 학도 같았다.연천능은 살짝 차가워진 눈빛으로 침착하게 말했다.“그래. 돌아올 때, 몇 마리 잡아가도록 하지. 허나 지금은 어떻게 독에 다치지 않을지부터 생각해야 한다.”독을 품은 카멜레온은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어 방심할 수 없다.백진아는 기운이 빠진 상태로 말했다.“모든 동물은 불을 무서워하지만, 밀림 전체를 태우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설사 가능하다 해도, 만약 무지개 수정화를 태워버리면 어찌한단 말인가?무진이 제안했다.“벌레를 죽이는 가루를 뿌립시다. 경공을 써서 위에서 아래로 뿌리면 되지 않겠습니까?”연천능이 말했다.“그래.”다행히 백진아는 지난밤에 벌레를 죽이는 약 가루를 충분히 챙겨 두었기에 바로 경공이 뛰어난 암위에게 나눠주었다.혼자였다면 백진아는 살충 스프레이를 쓸 수도 있었지만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그녀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았다.약 가루를 뿌리자, 카멜레온도 더 이상 공격하지 않았다.하지만 약 가루도 많지 않았기에, 일정 구간을 지나자 모두 소진됐다. 바로 그때, 낙엽과 풀숲을 지나는 일행은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다.연천능은 백진아의 손을 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조심하거라, 큰 놈인 것 같구나.”앞에서 앞장서던 운일은 두 명의 호위를 지목했다.“가서 확인해 보거라.”두 명의 호위는 칼과 검을 들고 관목과 풀을 베며 앞으로 나갔다.갑자기 풀숲에서 거대한 뱀의 머리가 솟아올랐고,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입을 벌리고 덮쳤다.“아!”그
Read more

제190화

하지만 방금 독을 품은 카멜레온을 만났던 곳에 다다르자, 수많은 거대 카멜레온이 그곳을 막고 있었다.뒤에서는 검은 안개가 점점 가까워졌고, 백진아는 재빨리 맞바람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저쪽으로 달리세요!”다행히 바람을 이용해, 독 안개를 뒤로 밀어내 궁지를 벗어날 수 있었다.연천능은 주저하지 않고 그녀가 가리킨 방향을 선택해, 산 위로 빠르게 날아올랐다.독을 품은 카멜레온과 커다란 뱀은 끈질기게 그들이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왔다.백진아는 연천능에게 안긴 채 그의 목을 감싸안고 있었고, 다리는 그의 허리에 걸려있었다.‘이 자세는… 흠…’하지만 지금 그녀에게 다른 생각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뒤에서 카멜레온과 뱀이 목숨을 걸고 쫓아왔고, 독액과 독 안개를 마구 뿜어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치 재난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하지만 다행히 다들 경공이 뛰어났기에, 금세 괴물들을 따돌릴 수 있었다.극적인 장면이 나타났다.앞은 절벽에 가로막혀 있었다! 작은 바위가 굴러떨어졌지만, 바닥에 닿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백진아가 고개를 내밀어 살펴보니, 안개가 자욱하고 깊이를 알 수 없었다. 건너편 절벽을 보니, 적어도 수십 미터는 떨어져 있었고, 경공으로 뛰어넘을 수 없는 거리였다.뒤따라오는 괴물을 보고, 백진아는 분노와 놀라움에 욕설을 내뱉었다.“젠장! 천 길 낭떠러지잖아! 이제 끝났어!”“정말 대단하구나. 아무렇지 않게 한 손가락으로 절벽을 가리키다니.”연천능은 얼굴을 심각하게 굳혔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평온했고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다.백진아는 그와 다툴 기분도 아니었고, 후회에 휩싸여 절망감을 느끼고 있었다.다들 절벽을 바라보며 얼굴이 어두워졌다.”어찌해야 합니까?”뒤쫓아오는 괴물을 보며, 고지행은 눈을 가늘게 뜨고 고민했다.연천능은 한 손으로 백진아의 엉덩이를 받치고, 다른 손으로 날아오는 뱀과 카멜레온을 내리쳤다.순간, 낙엽이 휘날리듯이 수많은 카멜레온이 그의 장풍을 맞고 날아갔다. 심지어는 뱀도 멀리 쓸려 나갔다.“가
Read more
PREV
1
...
161718192021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