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Chapter 161 - Chapter 170

204 Chapters

제161화

연천능의 몸은 여전히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고, 모든 힘이 어느 한 곳에만 몰려 있는 듯, 기운이 빠진 채로 흐물거리며 백진아에게 기댔다.백진아는 아직도 중독된 상태로 무공을 전혀 쓰지 못하는 연천능의 모습을 보고 조급함에 식은땀을 쏟았다.하지만 그는 비록 힘을 쓸 수는 없었지만, 정신은 이미 또렷해져서 눈빛에 서늘한 냉기가 번뜩인 채로 말했다. “걱정하지 말거라. 이런 꼴이어도 사람을 죽일 순 있으니!”그는 이곳으로 오고 있는 자가 무공을 못 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충분히 죽여서 입막음할 수 있었다.하지만 백진아는 법도를 잘 지키는 평범한 백성일 뿐. 그녀는 오직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백진아는 그를 흘겨보더니, 못내 마음이 움직였다.“지금 전하의 모습을 보십시오. 상대를 죽이려는 것인지, 상대를 덮치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연천능은 살기를 내뿜는 눈빛으로 백진아를 바라보았고, 그녀를 호되게 혼내주고 싶었다.정말 말이라면 가리지 않고 막 하는 여자지 않은가?그 순간, 밖에 있는 문이 벌컥 열렸다.백진아는 얼굴빛이 싹 변했다. 그녀는 비녀를 들어 연천능의 혈을 찔렀고, 방심한 연천능은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그러고는 그를 끌어안고 단번에 공간으로 들어가, 연천능을 폭신한 풀밭 위에 눕히고, 자신은 공간 밖의 상황을 살폈다.들어온 사람은 젊은 남자였다. 화려한 비단 옷차림으로 보아, 아마 금양 공주의 연회에 참석한 귀족 청년인 듯했다. 그의 얼굴은 왠지 모르게 이미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옷차림마저 흐트러져 있었다. 조금 전의 연천능과 똑같은 상태였다.그는 안으로 들어가지도 않고, 방문을 닫은 뒤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리고 곧 옷을 끌어 올리더니...약기운을 참지 못해 정신을 놓은 상태가 분명했다.이 남자는 방금 백비아와 엮인 그 남자가 아니었다. 조금 전 들었던 상황으로 보아, 그쪽은 이미 어느 정도 해소된 상태인 것 같았다.그렇다면 이 남자는 금양 공주 일당이 꽃길 쪽에 준비시켜 둔 사람일지도 모른다.백진아는 그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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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아예 날 죽여 입막음하려는 건가?’백진아는 점점 조급해져서 그를 향해 경멸스럽게 침을 뱉었다.“참, 이리도 배은망덕하다니... 정신을 잃으신 것입니까!”백진아는 말하면서 허리춤에 있는 약으로 손을 뻗었다. 몰래 이 개같은 연천능을 죽일 생각이었다.연천능은 얼굴에 침을 맞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원래는 살짝 봐주었지만, 지금은 이 대담한 여자를 진짜로 죽이고 싶어졌다.능왕이 언제 이런 모욕과 경멸을 받아본 적이 있던가?이 망할 여자가 한 번도 아니고 계속해서 자신을 건드리고 모욕하고 있지 않은가? 그는 오늘 이 여자를 죽이지 않으면 남자로서 체면이 서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녀는 죽이기 전,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었다.“아까 왜 나의 혈을 찔렀지? 그리고 그 작은 마당으로 간 사람은 어디 있느냐? 네가 어찌 날 이곳까지 옮긴 것이냐?”혹시 그녀 주변에 숨겨진 고수가 있어, 그를 기절시켜 진실을 숨기려 한 것인가?백진아는 그의 손이 조금 느슨해진 것을 느꼈다. 연천능이 궁 안에서 사람을 죽일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는, 바로 눈동자를 굴리며 눈썹을 치켜올렸다.“궁금하십니까?”그러자 연천능은 이를 악물고 다시 손에 힘을 줬다.“말하거라!”백진아는 여전히 죽어도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이며, 뻔뻔하게 말했다.“절대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를 죽이시지요. 저를 죽이면, 그 동굴에 있는 노파를 구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백진아가 손에 든 약 가루를 뿌리려는 순간,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그러자 연천능은 그녀를 놓고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봤다. 백진아 또한 일단 그를 상대하는 걸 멈추고 고개를 내밀어 연천능과 함께 위아래로 나란히 밖을 살폈다.방 태감이 앞장서고 있었고, 뒤에는 황제와 황후, 혜비를 비롯해 여러 후궁, 그리고 연회에 참석한 귀족들까지 줄지어 그 외진 작은 마당으로 향하고 있었다.백진아는 그 군중 속에서 무진과 향명을 발견했다. 눈치가 빠른 그녀는 무진의 표정이 유난히 냉랭하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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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연천능도 어리석지 않았기에 곧바로 시원하게 대답했다.“좋아! 마차에 가서 옷부터 갈아입을 것이니, 이곳에서 기다리거라.”백진아는 미간을 찌푸렸다.“너무 멀지 않습니까?”마차는 궁문 밖에 있었기에 연천능이 아무리 경공을 쓴다 해도, 오가는 데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게다가 이미 황제와 황후가 와서 어화원엔 호위와 숨어있는 암위가 잔뜩 깔려 있기에 그 틈을 빠져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이때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보라색 긴 두루마기를 입은 화려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는데, 다름 아닌 고지행이었다.그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뭔가를 찾는 듯했다.연천능은 기쁜 마음으로, 새소리 같은 특이한 휘파람을 몇 번 불었다. 그러자 고지행이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경계하듯 살펴보았고,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이쪽으로 빠르게 걸어왔다.고지행은 자리에 백진아까지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다들 어찌 이곳에 있는 것입니까?”그러면서 넓은 소매 속에서 보따리 하나를 꺼내 연천능에게 쑥 내밀었다.“여기, 옷입니다!”연천능은 보따리를 받더니, 말없이 옷부터 갈아입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미 치료된 상처를 발견하고는 지그시 백진아를 바라보았다.궁에 들어가기 전, 모두가 철저한 신체검사를 받기에 약 같은 것은 절대 궁으로 반입할 수 없었다.그럼, 백진아의 약과 천은 대체 어디서 난 것인가?백진아는 그의 표정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고지행에게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네가 어찌 지금 옷이 필요하다는 걸 안 것이냐? 오늘 일에 너도 한몫한 것이냐?”그러자 고지행은 히죽히죽 웃으며 황급히 변명했다.“무진이 말해주었습니다. 무진은 혜비의 궁에서 능왕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고, 그리고 뒷간에서 추잡한 일이 났다는 소식을 들었지요. 그 와중에 유여매마저 보이지 않으니... 능왕께서 과거 사모하던 사이인 유여매와 밀회하고 있다고 생각해, 저에게 몰래 옷을 가져오라 부탁하더군요. 부끄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가려야지 않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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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혜비의 유리궁에서 연회 하는 곳까지 지름길로 가려면, 무조건 어하원을 지나야 했다. 비록 이 작은 마당과 좀 떨어져 있긴 하지만, 환자가 누울 만한 침상이 있는 곳은 이 집뿐이었다.“흑…”혜비와 유여매가 더 서럽게 울음소리를 내자, 황후는 짜증이 섞인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울지 좀 마시게! 유가 아가씨는 어찌 이곳에 오게 된 것인가?”향명이 급히 무릎을 꿇고 말했다.“아가씨께서 저에게 먼저 백비아 아가씨를 뒷간으로 모시라 명하셨고, 유리궁에 가서 혜비 마마께 연회가 끝나면 찾아뵙겠다는 전갈을 전하라 명하셨습니다. 그러다 다급히 어의를 찾는 방 태감을 만나게 되었고, 그제야 전하께서 편찮으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곧바로 아가씨에게 돌아가 알려드렸더니, 아가씨께서 직접 전하를 돌보러 가신다며 제게 혜비 마마께 연락하라고 시키셨습니다.”향명은 바로 왜 백비아를 뒷간에 데려다주고 바로 곁을 떠났는지, 또 왜 유여매의 곁을 지키지 않았는지 모두 설명해주었다.유여매는 혜비의 품에 기대 흐느끼며 말했다.“제가 방으로 들어서니, 능왕 오라버니께서는 침상에 누워 계셨습니다. 그래서 오라버니를 살펴보려 다가가니, 갑자기 저를... 저를 밀쳐 넘어뜨리시고는… 이내… 흑…”뒤에서 이 말을 들은 연천능의 눈빛은 순간 천년의 한기가 서린 듯 차갑게 가라앉았다.백진아는 고소하다는 듯 그를 흘끗 바라봤다가 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급히 눈길을 돌렸다.황제는 냉랭한 얼굴로 물었다.“그 말은, 능왕이 너를…?!”그러자 유여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혜비 품으로 파고들어 울음을 터뜨렸다.‘비록 백진아가 나를 기절시키긴 했지만, 그 천한 계집이 능왕에게 몸을 허락할 리가 없지!’하지만 이미 정절을 잃은 이상, 상대가 누구였든지 반드시 능왕이라고 해야 했다. 능왕이 아니면 그녀는 누구와도 혼인하지 않을 것이니!실패하게 되면, 그동안의 기다림이 대체 무슨 의미란 말인가?어릴 적부터 혜비는 그녀에게 능왕비가 될 사람이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이제 스무 살이 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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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혜비의 울분은 피눈물이 서린 듯 절절했고, 당장이라도 연천능을 바로 죽일 기세였다.설령 그가 한 일이 아니라 해도, 일단 책임이라도 지겠다고 말할 수는 없는가?유여매의 명성이 이렇게 망가졌는데, 앞으로 무슨 낯으로 사람들을 보라는 말인가? 설령 능왕부에 데려가서 손도 대지 않는다 해도, 유여매가 몸과 명예를 잃는 것보단 훨씬 나을 터였다!혜비의 냉혹하고 독한 눈빛을 보며, 백진아는 미묘하게 눈썹을 찌푸렸다. 그녀는 혜비가 연천능과 유여매에게 보이는 태도가 너무 이상하게 느껴졌다.반면, 연천능은 여전히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고, 눈빛에도 온기 하나 없었다. 마치 이 모든 상황이 전혀 놀랍지도, 억울하지도 않다는 듯 담담해 보였다.황제가 낮게 물었다.“능왕,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연천능은 혜비와 유여매 쪽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차갑게 말했다.“어찌 된 일인지 갑작스레 기절했고, 깨어나 보니 이곳의 침상에 누워 있었습니다.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으나 욕구를 자극하는 향이 피워져 있었습니다. 저는 누군가가 저를 해치려는 것을 알고 간신히 몸을 일으켜 마당을 벗어났습니다. 호숫가에 가서 중독된 몸을 식히려고 했으나, 저를 찾던 고지행과 백진아를 만나 독을 없앨 수 있었습니다.”그는 일부러 혜비의 궁에서 다과를 먹고 기절했다는 것을 언급하지 않았다. 혜비까지 연루시키지 않기 위해서였다.진실이 드러나면 누구의 체면도 온전치 않을 테니, 혜비가 이 정도는 눈치채기를 바랐다.하지만 혜비는 고개를 숙이고 울기만 하며, 계속 못 들은 척할 뿐이었다.고지행은 늘 장난스럽던 태도를 거두고 앞으로 나아가, 진지하게 말했다.“소신은 연회장에 조금 늦게 도착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갔을 땐 자리에 이미 아무도 없었고, 곧이어 어화원에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지요. 사람들을 찾아다니다가 먼저 능왕비를 뵈었고, 이어 호수에 뛰어들려던 능왕 전하를 발견했습니다. 저희는 다급히 전하를 막고, 전하의 몸을 살폈지요. 그리고 더러운 수작에 걸려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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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하지만 황제 역시 철저히 조사하라고 명을 내리지는 않았다. 이런 큰 사건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은 궁 안에서도 몇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늘 금양 공주가 어화원을 쓰겠다며, 벗들이 편히 놀 수 있도록 궁인과 호위들을 모두 어화원 밖으로 물러나게 해달라고 청하기도 했었다.이 일련의 사건들은 분명 금양 공주와 관련이 있었다.금양 공주는 황제가 자신을 감싸는 것을 보자, 어느새 기세등등해져 백진아를 가리키며 소리쳤다.“백진아! 감히 함부로 떠들며 황가를 모독하다니, 이건 멸문에 처하는 대죄다!”백진아는 고개를 숙이며 차분히 말했다.“공주마마, 말씀을 삼가십시오. 저는 능왕비입니다. 황족이지요. 마마와도 가족인데, 설마 공주께서는 자기 식구를 멸하려 하시는 겁니까?”금양 공주는 이를 부득부득 갈며 버럭했다.“너…!”“공주.”하지만 백진아가 그녀의 말을 잘랐다.“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 어리석지 않습니다. 다들 영리하고 지혜로운 분들이신데, 제가 무슨 말을 한들 상황이 뒤바뀌겠습니까? 황가의 체면은 이미 수작을 저지른 자로 인해, 바닥까지 떨어졌습니다.”혜비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황제에게 청했다.“폐하, 먼저 여매를 제 궁으로 데려가게 해주십시오. 어의를 불러 치료해야지 않겠습니까? 이대로는 버티지 못할까 두렵습니다.”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혜비는, 먼저 유여매를 데리고 빠져나갈 궁리였다.황제는 손을 내저었다.“허락하네.”그리고 옆에 있던 사복 태감에게 명했다.“오늘 어화원의 일을 샅샅이 조사하라!”사복 태감은 바로 허리를 숙이며 답했다.“명 받들겠습니다!”황제는 분노에 찬 얼굴로 소매를 휘날리며 걸음을 옮겼다.그러자 사복 태감이 크게 외쳤다.“폐하께서 궁으로 돌아가신다!”“폐하!”그때, 백비아가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비틀거리며 달려왔다. 그녀는 멀리서부터 무릎을 꿇고 황제 앞으로 울부짖으며 기어왔다.“폐하! 소녀의 원한을 풀어주옵소서! 소녀는 억울합니다!”금양 공주의 얼굴이 하얗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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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백진아와 백비아는 모두 백가 사람으로, 가문의 영광과 피해에 모두 엄청난 영향을 받을 것이다.그래서 백진아는 입을 열었다.“뒷간 안에는 욕구를 자극하는 향이 있는데, 이 작은 마당에도 같은 향이 있었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이 아닌 이상, 다들 무슨 상황인지 알아차렸을 것입니다. 유여매와 백비아는 누군가에게 이용당한 것입니다.”백진아의 말에는 그녀의 말에 동의하지 않으면 멍청하다는 뜻도 담겨 있었다.그녀는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비아는 오늘 처음 궁에 들어와 연회에 참석하였습니다. 긴장한 탓에 여력도 없을 사람이, 어찌 궁에서 이런 바보 같은 짓까지 저지를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그녀는 뒷간이 어디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찌 미리 뒷간으로 찾아가서 향을 피워두겠어요?”금양 공주는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렸지만, 여전히 목을 빳빳이 세우고 말했다.“어쩌면 송 공자가 피웠을 수도 있습니다!”백진아는 냉소했다.“송 공자는 백비아가 먼저 꼬드겼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왜 향을 피웠겠습니까? 게다가 궁으로 들어올 때, 다들 몸수색도 했습니다. 눈에 띄는 향을 어찌 궁으로 갖고 들어왔단 말입니까?”“왕비께서 하신 말씀이 맞습니다, 이는 누군가 제게 누명을 씌운 것입니다! 폐하, 부디 소녀를 위해 진실을 밝혀 벌을 내려 주옵소서!”백비아는 백진아에게 고마움을 느꼈고, 자신도 바로 기세를 이어 하소연했다.동시에 그녀는 속으로 의아했다. 늘 어리석고 경솔했던 멍청이 백진아가, 어떻게 이렇게 똑똑하게 말을 잘하게 된 걸까?백진아도 황제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폐하, 유여매 아가씨와 비아가 궁 안에서 이런 일을 당했는데, 어떻게든 진실을 밝혀줘야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않으면 무장 가문의 마음을 다치게 할 뿐만 아니라, 황가의 체면도 위태로워질 겁니다. 심지어 이렇게 많은 규슈와 공자도 보고 있지 않습니까?”유가는 수군을 거느리며 경주도를 지키고 있었고, 백근당 역시 서남 변경을 지키는 중요한 무장이었다.만약 이들이 분노해 국경을 성심껏 지키지 않는다면, 이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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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비록 배경이 있는 귀한 집 자제들이긴 하지만, 옥에 갇힌 이상 고생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백진아는 자업자득인 유여매를 더 신경 쓰지 않고, 연천능과 고지행을 따라 궁을 나섰다.연천능은 두 손을 뒤로 한 채 앞에서 걸었고, 백진아와 고지행은 두 걸음 뒤에서 함께 걸었다.백진아는 눈을 굴리더니, 슬쩍 고지행에게 다가가 말했다.“돈을 벌 기회가 있는데, 같이 해볼 테냐?”고지행은 지그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스승님께선 돈이 그렇게 부족하십니까? 능왕부가 왕비 하나도 못 먹여 살리는 것입니까?”연천능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탐욕스럽구나!”분명 연천능이 최근 두툼한 어음 한 뭉치까지 주지 않았던가?백진아는 그의 뒤통수를 보며 눈을 흘겼다.“돈이 많아서 나쁠 건 없잖습니까?”그리고 그녀는 고지행을 째려보며 말했다.“하기 싫으면 됐다. 제자 사이라 먼저 너부터 찾은 것이다! 다른 사람을 찾아야겠구나!”고지행은 급히 아부하듯 말했다.“아이고, 아닙니다. 말해주십시오! 어떤 기회입니까?”“흉터를 없애는 연고와, 미백 연고, 그리고 피부를 곱게 만드는 연고를 파는 것이다.“백진아는 자랑스럽게 자신의 뽀얀 볼을 톡 치며 말했다.“내가 오늘 홍보를 톡톡히 했지! 분명 많은 아가씨가 비법을 알려달라고 할 것이다!”고지행은 방금 백진아를 만났을 때부터 이미 그녀의 변화를 알아차렸지만 그래도 그녀의 기분에 맞춰 다시 감탄했다.“아이고, 스승님! 대체 무슨 비법을 쓰신 것입니까? 그러고 보니, 며칠 만에 흉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피부도 아주 고와지신 것 같습니다. 아이고!”그러다가 그는 백진아의 얼굴만 보고 있었기에, 연천능이 갑자기 멈춰 선 걸 알아채지 못했고 그대로 연천능의 등을 들이받고 말았다.연천능은 몸을 살짝 틀어 자연스럽게 둘 사이로 끼어들더니, 고지행의 시선을 가로막았다.그리고 찌푸린 얼굴로 백진아에게 물었다.“그와 어떻게 협력할 생각이냐?”“쉬운 일이지요. 저는 연고를 적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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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무지개 계곡에는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기에 백진아는 목숨을 걸고 모험하고 싶지 않았다.연천능은 강압적으로 말했다.“넌 무지개 수정화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느냐? 그러니, 꼭 가야 한다!”그의 말투는 반박이 불가능한, 차갑고도 단단한 어조였다.백진아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알고 투덜댔다.“저와 무슨 연관이란 말입니까? 어찌 제가 목숨을 걸고 가야 하는 것입니까?”연천능은 그녀의 투덜거림을 못 들은 척, 거들떠보지도 않고 앞으로 걸었다. 다만 그의 걸음은 조금 느려졌고, 계속 고지행과 백진아 사이에서 걷고 있었다.궁에서 나온 뒤, 백진아는 먼저 손 마마를 시켜 백우씨에게 서신을 전하게 했다. 백비아의 상황을 미리 알려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백우씨는 백비아의 적모다. 이런 일이 터졌으니, 그래도 나서서 상황에 대처해야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으면 수군거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백근당이 돌아왔을 때도 분명 그녀를 탓할 것이었다.능왕부로 돌아온 백진아는 바로 방으로 뛰어 들어가 이번 출행에 필요한 물건들을 챙기기 시작했다.칠성산은 경성에서 꽤 멀었다. 연천능의 말에 따르면, 순조롭게 다녀올 수 있다고 해도 족히 왕복 한 달 이상은 걸리는 곳이라고 한다.다행히 그녀에게는 공간이 있었다. 공간에는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기에 딱히 챙길 건 없었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뭔가 준비하는 척은 해야 했다.백진아는 다행히 이미 많은 약을 만들어 두었기에 일부를 약상자에 넣었고, 직접 만든 배낭에는 응급용, 호신용 약과 일상용품을 넣었다.그렇게 옷을 보따리에 싸고 있었는데, 밖에서 고지행이 재촉했다.“스승님, 준비 되셨습니까?”그러자 백진아는 대충 옷을 접어서 보따리에 욱여넣고는 배낭과 보따리를 들었고, 이내 약상자를 집어 들며 문을 나섰다.“어찌 이리도 재촉하는 것이냐? 급한 일이라도 있는 것이냐?”고지행은 가장 무거운 약상자를 받아 들고 웃었다.“스승님, 저흰 지금 도망가는 것입니다!”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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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그들은 경공으로 흔적을 숨기고 각자 성을 빠져나와, 성 밖의 숲으로 향했다. 그곳엔 이미 누군가가 말을 끌고 기다리고 있었다.연천능은 청색 옷차림에 평범하게 생긴 사내에게서 보자기를 건네받고, 그 안에서 사람의 얼굴처럼 만들어진 가면을 꺼낸 뒤 보자기를 백진아에게 던졌다.보자기를 열어보니, 안에는 가면과 사내가 입을 만한 청색 옷이 있었다.그리고 주변을 살피다가 큰 바위 하나를 발견해서 그 뒤로 숨어 옷을 갈아입었다.고지행과 무진도 잇따라 도착해 변장 준비를 시작했다. 고지행은 금세 가면을 붙이고 주변을 훑어보며 말했다.“스승님은 어디 계십니까?”가면을 쓰고 검게 그을린 얼굴의 평범한 사내로 변한 연천능이 턱으로 백진아가 옷을 갈아입는 바위를 가리켰다.그리고 백진아가 천천히 바위 뒤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자마자, 그의 눈빛이 살짝 빛났다.백진아는 다른 여인들처럼 연약하고 왜소한 체형의 여인이 아니었다. 키가 크고 곧았으며, 늘씬한 몸매와 가벼운 걸음걸이까지… 의외로 호탕한 기개와 색다른 매력까지 풍겼다.남장은 여장처럼 헐렁하지 않고 몸에 딱 맞았고, 허리춤에 옥이 박힌 허리띠가 그녀의 매끄럽고 매혹적인 곡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백진아가 나타나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절로 그녀에게 쏠렸다.연천능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다.‘아니, 저 여자가…! 튀어난 곳을 천으로 가릴 생각은 안 하는 건가? 이렇게 남장해서야… 변장인지, 홀리는 건지 모르겠네…’백진아는 억울했다. 그녀도 남장해야 한다는 말을 못 들었기에 차마 가슴을 감쌀 천까진 챙겨오지 못한 것이었다. 그래서 일단 마을에 도착하면 흰 천을 몇 자 사서, 눈에 띄는 곳부터 감싸야겠다고 결심했다. 다행히 미리 만들어둔 속옷이 있어, 남들이 보기에 어색하거나 배냇저고리처럼 흔들릴 일은 없었다.“말에 올라타거라!”연천능은 속으로 답답했지만 차마 직접 뭐라 말할 수는 없었다. 그도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그녀에게 흰 천을 사줄 생각이었다.일행은 재빨리 말에 올랐다. 하지만 백진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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