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Chapter 531 - Chapter 540

584 Chapters

제531화

백진아도 난감한 표정이었다.“보아하니… 머리를 베어 버리거나, 불로 태워야 할 것 같습니다.”소비는 울상을 지었다.“묶어서 태우려고 했지만, 뼈 없는 몸처럼 나른해지더니... 단번에 밧줄 사이로 쏙 빠져나와 도망가 버렸다! 정말 귀신이라도 본 줄 알았지!”백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까다로운 상대네요. 그래도 고맙습니다.”소비는 호탕하게 손을 휘저었다.“거래니 고맙단 말은 괜찮다! 무봉이 석화 노파가 궁에서 도망친 것 같다고 하니, 조심하거라.”백진아가 입을 삐죽였다.“무봉의 말을 그대로 다 믿는 것입니까?”소비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장난기가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둘 사이에 원한이라도 있는 것이냐?”백진아의 표정이 굳어졌다.“저는 그를 의리 없고, 배신하는 자라고 생각합니다. 상봉한 지 얼마 안 된 형제사이니, 너무 속 깊은 얘기까지 털어놓진 마십시오.”그녀는 무봉을 치료해 주면서 진료비도 받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보답은커녕, 그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모른 척했다.경고 한마디만 해줘도 되지 않는가?백진아에게 공간도, 적염도 없었다면... 그날 그녀는 석화 노파에게 능욕당했을지도 몰랐다.‘웩, 생각만 해도 역겨워.’그녀의 표정을 본 소비가 웃음을 터뜨렸다.“똥 씹은 표정이구나? 무봉의 인품이 그렇게나 별로란 말이냐?”“똥 씹었다니, 품위 있게 말하십시오! 이만 나가세요!”백진아는 괜히 소비에게 화풀이하며, 그를 내쫓았다.소비는 배를 잡고 웃었다.“알았다, 알았어. 석화 노파를 어떻게 죽일 수 있는지 물어보러 온 김에 경고 좀 하려고 했다.”백진아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노파의 뼈는 다시 자라지 못합니다. 그러니 토막을 내거나, 아예 재로 태워버리는 방법밖에 없지요. 생포하려면... 노파의 뼈를 철 사슬로 꿰면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소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에서 내려왔다. 그러고는 두루마기 자락을 들어 올려, 접시의 포도, 사과, 배를 몽땅 털어 담았다.그의 뻔뻔하고 당당한 태도는 꼭 철없는 애와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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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2화

뢰십일도 동의했다.“그냥 바로 무진 대인에게 전하는 것이 어떠냐? 혹시라도 전하께서 누이의 일을 물으시면, 어찌한단 말이냐?”뢰십도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그럼, 누가 능왕부에 다녀올 셈이냐?”뢰십일은 곧장 허리를 짚으며 말했다.“아이고야, 나 죽네. 너무 피곤해서 좀 누워야겠어.”다른 사람들도 과일을 들고 아무 일 없는 사람들처럼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뢰십은 코를 만지고 한숨을 쉬더니, 어쩔 수 없이 직접 가기로 했다.백진아는 뢰십 일행의 생각이 달라졌다는 걸 모른 채, 오동원으로 돌아가 쉬었다.이튿날 아침 일찍이 되자, 그녀는 운청 도사를 찾아갔다. 뒤따르는 마차에는 운청 도사에게 줄 생활용품과, 소자묵 일행에게 줄 숯 필 심과 풀을 실어 두었다. 운청 도사는 마당에서 수련 중이었는데, 하얀 도가 수련복을 입은 모습이 신비롭고, 세속을 떠난 듯 고고해 보였다. 백진아가 수련하는 태극 공법은 도가 학파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 그의 동작을 어느 정도 알아볼 수 있었다.운청 도사는 그녀를 보자, 동작을 거두고 미소 지었다.“오셨소. 안으로 드시게.”백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걸어 들어가면서 말했다.“참 여유로워 보이오. 내가 독약을 먹여 놓고, 약속을 어길 수도 있지 않소? 아니면… 손에 천향과가 없을 수도 있으니. 천향과는 얼려야 하는 것이라, 보관도 싶지 않다.”운청 도사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아가씨는 딱 봐도 신의를 저버릴 분이 아니오. 내가 다른 건 자랑 못 해도, 사람의 관상을 보는 능력은 그래도 내놓을만하오.”“또 뭘 보아냈소?”백진아는 속으로 흠칫 놀랐다. 이 늙은 도사가 그녀의 타임슬립을 알아낸 건 아닐까?하지만 운청 도사는 화제를 돌렸다.“아가씨, 천향과를 가져왔는가?”그는 부적이 그려진 도자기 그릇을 꺼내, 두 손으로 받쳐 그녀 앞에 내밀었다.백진아는 그 안에 붉은 액체가 두 숟갈 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냄새를 맡아보니 주사와 피, 그리고 맡아본 적 없는 어떤 향이 섞여 있었다.운청 도사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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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소가는 운청 도사 앞에 멈춰 섰다. 운청 도사는 그의 턱을 잡아 억지로 입을 벌리게 한 뒤, 도자기 그릇 속의 약을 들이부었다.그리고 그의 가슴을 위에서 아래로 한 번 쓸어내렸다. 이내 소가의 어깨를 ‘탁’ 치며, 한 바퀴 돌게 했다.그는 내공으로 소가의 등을 위에서 아래로 훑었다. 그는 스스로 삼키지 못하는 상태였고, 운청 도사가 내력으로 삼키게 도와주고 있었다.백진아는 소가의 피부가 푸르스름하고 말라붙어 있지만, 썩어 들어가는 기색이 없는 것을 보고 물었다.“죽은 지 얼마나 됐소?”운청 도사는 은침 한 자루를 꺼내, 소가의 혈 자리에 놓기 시작했다.“어찌 보면... 아직 죽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소.”“뭐라?”백진아는 두 걸음 물러섰는데, 어느새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운청 도사는 눈 깜짝할 사이에 소가를 고슴도치처럼 침으로 가득 꽂아 놓고 말했다.“그의 삼혼칠백을 혈에 봉인해 두었소. 그리고 도술을 써서, 몸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게 했소. 내 도술이 소가의 부패를 막아 주지만, 점점 마르고 흉측해지는 것까지 막지는 못하오. 천향과가 생전의 모습으로 완전히 되돌리진 못해도, 훨씬 나아지게 해 주네.”백진아는 소려화의 생생한 얼굴을 떠올렸다. 그래서 그녀는 그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운청 도사가 소가에게 침을 놓는 모습을 보며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그가 비록 산 사람만 치료할 수 있긴 하지만, 이 도사는 죽은 사람까지 다루고 있지 않은가?대단하다!그녀는 못내 그의 실력에 감탄했다.“이만 가겠네. 천향과 일은 비밀로 해주시오.”“걱정하지 마시오. 난 입이 가벼운 사람이 아니오. 게다가 이달 말엔 또 해독제를 받아야 하지 않겠소?”“똑똑하구먼.”백진아는 이 말을 던지고는 소자묵 일행이 사는 별채로 향했다.마당 가까이 다가가자, 왁자지껄한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아이들이 웃고 떠들며 나무를 켜고 숯 필을 만들고 있었다. 활기가 넘치는 풍경이었다.백진아가 나타나자, 모두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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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4화

화씨와 성이 어머니, 그리고 성이는 이곳에 남아 집을 돌본 후에 밥하고 빨래하는 일을 돕게 하거라. 그리고 자네와 성이 아버지, 순자에게는 내가 큰일을 맡길 생각이다.”정평이 얼른 말했다.“분부만 내려 주십시오.”백진아는 겨울에 농장에서 과일과 채소, 꽃을 재배할 계획을 설명했다.“넌 홀아비니, 순자와 아이 둘을 데리고 농장으로 가서 온실을 관리하거라. 화씨네 여인들이 성안에서 소자묵 일행을 돌봐야 하니, 성이 아버지는 성안에 남아 채소 점포를 운영하게 할 계획이다.”한 사람은 재배를, 한 사람은 판매를 맡아서 함께 유통을 책임지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었다.겨울에 과일과 채소를 재배한다는 말을 정평은 들어 본 적 있었다. 하지만 그건 대개 명문가에서 온천 별채에 작은 온실을 짓는 것이라, 집안에서 먹을 것도 모자랄 정도였다. 농장에서 대규모 재배를 한다는 건 금시초문이었다.그래도 백진아의 말이니 그는 믿었고, 믿는 대로 따르기로 했다.두 집안과 소자묵 일행의 배치를 마친 뒤, 백진아는 회춘당으로 향했다.조옥 옥졸 이승이 어머니를 모시고 와 그녀를 맞이했다.“아가씨를 뵙습니다.”백진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진료실로 들어오거라.”그녀는 두 사람을 진료실로 안내한 후, 어르신의 맥을 짚으며 스캔도 했다.“병세는 잘 호전되고 있습니다. 처방을 조금 바꿔야겠습니다. 완치하려면 적어도 넉 달은 약을 꾸준히 드셔야 하니, 조급해하지 마십시오.”어르신은 연신 감사를 표했다.“백신의, 정말 고맙습니다. 선생님 아니었으면 이 늙은이는 벌써 관에 들어간 목숨이겠지요!”“의원이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백진아는 붓을 들어 처방을 쓰고, 약상자에서 약도 꺼냈다.이승이 웃으며 말했다.“왕락이 감사 인사를 전해 달라더군요. 이틀 전에 왕락의 누이가 회임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왕가는 잔칫날 분위기지요.”“정말 축하할 일이구나!”백진아는 미소를 지으며, 처방과 약을 건네고 복용법을 설명했다.이승은 어머니를 부축하며 일어나, 감사 인사를 하고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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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하늘 가득 꽃잎이 흩날리며 향기가 피어올랐고, 음악도 은은히 울려 퍼졌다.월국 사절단의 행렬이 회춘당 앞을 천천히 지나갔다. 행렬 한가운데에는 유난히 화려한 마차 한 대가 꽃잎을 가르며 천천히 나아가고 있었다.그 마차는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마차는 막혀있지 않아, 움직이는 정자 같았고,꽃과 나부끼는 흰 비단으로 장식되어 있었다.꽃잎을 휘감은 바람이 스쳐 지나가자, 흰 장막이 살짝 들렸다.그 안에는 젊은 백의 여인이 단정히 앉아 있었다. 풍성한 검은 머리카락, 윤기 도는 새하얀 피부, 그림 같은 이목구비... 정말 속세를 벗어난 듯한 절세미인이었다.세속에 연연하지 않는 몽환적인 선녀의 느낌이었다.백진아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 여인은 바로 오약설이었다.“어머나…”구경꾼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너무 아름답네!”“저게 월국의 성녀야?”“세상에… 정말 달나라 선녀 같잖소!”남녀 할 것 없이 모두 넋을 잃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오약설은 아름답고 우아했으며, 차갑고 도도한 분위기를 풍겼다. 고결한 연꽃처럼 성스럽고,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어도 감히 가까이할 수 없는 존재 같았다.절세미인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였다. 현대에서 수많은 미인을 봐 온 백진아조차 감탄을 금치 못했다.‘괜히 성녀가 아니지. 월국에서 신앙과도 같은 존재라더니...’“윽…”백진아가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었다. 심장이 아프며 답답한 느낌이었다.‘무슨 일이지?’백진아는 놀랐다. 혹시 천잠고가 고왕을 감지한 건가?그때, 오약설의 마차가 마침 그녀의 창가 앞을 지나고 있었다.백진아는 얼음 동굴에서 느꼈던 느낌이 떠올랐다. 설마 고왕이 오약설이나 수행원 중 누군가에게 있는 건가?바로 그 순간, 오약설이 살짝 고개를 돌려 백진아 쪽을 바라봤다.‘10미터 이내!’이런 상황에서 월국 사절단을 마주칠 줄 몰랐던 백진아였기에, 방사선 차단 격리복을 입지 않은 상태였다.그래서 급히 몸을 틀어 공간으로 들어갔고, 이내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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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6화

연천능보다 세 살 연상이라니, 연상을 만나면 좋다는 현대의 말도 있지 않은가?백진아는 문득 현대의 말이 떠올랐다.고지행도 연천능과 함께 자라온 사이는 아니었고, 연천능 역시 말수가 많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의 과거를 많이 알지는 못했다.그래도 고지행의 말 속에는 은근히 백진아를 위로하는 뜻이 담겨 있었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둘 사이에 꼭 사사로운 정이 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솔직히 말해, 능왕부에서 화리 당해 쫓겨난 일을 겪고 나니, 백진아의 마음은 충격에 제법 단단해져 있었기에, 이번에도 생각보다 그렇게 괴롭지는 않았다.지금 그녀가 바라는 건 단 하나였다. 백우씨가 이번 고비를 무사히 넘기게 돕고, 환자를 치료하며 의술을 펼치고, 평온한 삶을 사는 것이다.오후가 되자, 그녀는 일찍 백부로 돌아갔다. 아버지를 맞이할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백부는 곳곳이 경사 분위기로 들떠 있었고, 평소보다 훨씬 생기가 돌고 있었다.첩들은 아침부터 거울 앞에 앉아 단장하며, 남 주인의 귀환을 들뜬 마음으로 기다렸다. 점심을 먹은 뒤, 정실과 첩실, 자식들까지 모두 오동원에 모여, 궁에서 전해질 소식을 기다렸다.백우씨도 오늘은 정성껏 꾸몄기에, 뛰어난 미모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반면 진의댁은 아픈 기색이 역력했고, 두꺼운 분칠로도 창백한 안색을 가릴 수 없었다.아마 진정회가 기생집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모양인지, 백우씨와 백진아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의심과 원망이 섞여 있었다.하얗고 윤기 도는 피부, 붉은 입술과 고운 치아, 그림 속 동자 같은 건강한 백경유의 모습에 그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넷째의 얼굴에 살이 붙었네요. 안색도 이리 좋은 걸 보니… 병이 나았나 봅니다.”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백경유에게 쏠렸다. 백경유의 맑고 반짝이는 눈빛과 씩씩한 모습을 보자, 표정들이 제각각 달라졌다. 특히 아들이 있는 첩실들은 못내 다른 생각도 품게 되었다.과거 백경유의 병세는 언제 숨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심각했기에,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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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화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기뻐하며 눈빛을 반짝였다.백진아는 어이없다는 듯 하늘을 보며 눈을 흘겼다. 백근당이 무슨 큰 떡이라도 되는 느낌이랄까?백우씨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대문으로 나가 맞이하자꾸나.”장군부는 아주 넓었다. 가마를 타고, 걸어서 대문까지 가려면 한 식경 가까이 걸린다.사람들은 저마다 옷과 장신구를 다시 매만지며, 밝은 얼굴로 나갔다.대문 앞에 도착하자, 하나같이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다시 옷깃과 비녀를 고친 후에, 하녀들에게 화장이 흐트러지지 않았는지 확인시켰다.그렇게 완벽하다는 걸 확인한 뒤, 모두 궁 쪽을 바라보며 목을 길게 빼고 기다렸다.백우씨도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지만, 눈빛은 착잡했다. 기대와 함께, 은근한 불안도 섞여 있었다.백진아와 백경유가 양옆에서 그녀의 손을 꼭 잡아 주며, 힘을 건넸다.백우씨는 두 자녀를 향해 웃음을 보였는데, 그야말로 빛나는 미소였다.그때, 백진아는 누군가 몰래 이곳을 엿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티 나지 않게 사방을 훑어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다만 상대는 살기를 띠지는 않았다.‘설마 백리효천?’백진아의 눈빛이 점점 차가워졌다. 그가 감히 가족을 해치려 든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었다.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거리 끝에 준마를 탄 일행이 모습을 드러냈다.선두의 장수는 갑옷 차림이었고 늠름하고 준수하며 화려하게 빛났다.모두가 기다리던 백근당이었다.백근당은 집 앞을 바라보며, 이내 눈빛을 반짝였다. 그의 시선은 바로 백우씨의 얼굴에 꽂혔다.“가자!”준수한 장군이 달려왔고, 망토가 바람에 펄럭였다…‘영화라면 여기서 슬로모션이 들어가야지.’“멈추거라!”고삐를 잡아당기자, 말이 앞발을 번쩍 들며 경쾌하게 울었다.말이 채 멈추기도 전, 백근당은 몸을 날려 내렸다. 그 모습은 멋있고, 시원시원했다.첩실들은 뜨거운 눈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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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8화

“부군… 흑흑…”그녀는 백근당의 팔을 붙잡은 채로 울음을 터뜨렸다.“드디어 돌아오셨습니까. 우리 불쌍한 비아가… 흑…”그녀는 연약한 모습으로 흐느꼈고, 처연하고 가련해 보였다.백우씨는 단정하고 품위 있는 태도로 말했다.“장군, 가엾은 비아가... 꽃 같은 나이에 시들어 버렸습니다. 돌아가셔서 진의댁을 잘 위로해 주십시오.”백근당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의댁에게 말했다.“경패도 돌아왔으니, 모자끼리 먼저 이야기를 나누거라.”진의댁은 아들의 이름을 듣자마자, 눈물 어린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말에서 내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들을 찾았다. 그녀는 두 팔을 뻗으며 비통하게 외쳤다.“경패야!”“어머니!”백경패는 말고삐를 병사에게 넘기고 성큼성큼 걸어왔다.그는 키 크고 건장했으며, 짙은 눈썹에 큰 눈을 가지고 있었다. 외모는 백근당처럼 준수하고 우아하지도, 진 씨처럼 부드럽지도 않았고, 오히려 격세유전인지 금양 군주를 조금 닮았다.백경패는 진의댁을 부축하러 가지 않고, 먼저 백우씨에게 예를 올렸다.“어머니를 뵙습니다!”백우씨는 예의에 맞는 미소를 지었다.“예는 됐다. 네가 아버지 곁에서 효도하느라 수고가 많았다.”백경패는 절제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젊은 여인이 마차에서 내려왔고, 그녀의 뒤를 따르던 하인이 다섯, 여섯 달쯤 되어 보이는 아이를 안고 있었다. 유모인 듯했다.상대는 변경에서 백근당을 시중들던 첩, 유 씨였다.“유 씨, 부인께 인사 올립니다.”유 씨는 눈을 내리깔고 공손히 예를 올렸다.그러자 유모도 아이를 안은 채, 따라 예를 올렸다.“공자와 노비도 부인을 뵙습니다.”백우씨는 유모 품의 아이를 한 번 바라보고는, 흐뭇한 얼굴로 유 씨에게 말했다.“장군의 자식을 낳았으니, 공이 크다. 이미 사람을 시켜서 너의 거처를 마련해 두었으니, 푹 쉬며 몸을 잘 보살피거라. 하루빨리 다시 장군의 아이를 가져야지 않겠느냐?”그녀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공무를 처리하듯 첩과 서자들을 대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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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9화

백근당은 아이들을 바라보며 성취감에 가득 찬 표정으로 웃으며 아들들에게 말했다.“이따가 나를 따라 서재로 오너라. 너희의 학문과 무예를 시험해 볼 테니.”“예!”아들들은 모두 공손히 한목소리로 대답했다.백근당은 자애로운 눈길로 백경유를 바라보며 말했다.“몸도 막 나았으니, 서두를 것 없다. 이미 문무를 겸비한 스승을 한 분 모셔 두었다. 선제 15년 무과 장원 출신이시다.”백우씨가 이미 편지로 백경유의 몸이 나은 일을 백근당에게 알린 것이 분명했다.백경유는 기뻐하며 말했다.“감사합니다, 아버지!”서자들은 모두 바깥 학당에서 공부하지만, 백경유는 따로 스승을 모실 수 있었다. 그것도 무과 장원 출신이니, 적자와 서자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몇몇 첩실의 안색이 좋지 않았고, 인내심이 부족한 조 씨는 심지어 노골적으로 불만스러운 기색까지 드러냈다.백근당은 다시 백진아를 향해 다정하게 말했다.“진아야, 어찌 아비와 이리도 서먹하게 구는 것이냐?”원래의 백진아였다면 백근당을 보자마자 달려들어, 그의 팔을 붙잡고 애교를 부렸을 것이다. 그리고 응석도 부리며 하소연까지 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백진아’가 백근당을 처음 보는 자리였기에, 그녀는 원주인처럼 다정하게 굴 수가 없었다.그래서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화리하고 돌아와서… 아버지 체면을 구긴 것 같아서요.”백근당은 자애롭게 그녀를 힐끗 보며 말했다.“아비 앞에서 무슨 체면이냐? 네가 어릴 적부터 망신산 게 한두 번이더냐? 화리가 뭐 무서운 것이라고? 겁낼 것 없다. 아비가 다시 좋은 혼처를 찾아 주마. 휘하 장수들 가운데 좋은 청년이 수두룩하니, 마음껏 골라봐. 모두 아비 밑에서 일하는 자들이니, 누가 너를 서럽게 하거든, 아비가 절대 가만두지 않으마!”백진아는 화리했으니, 황실이나 귀족 가문에 다시 시집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의 휘하에서 사위를 고르는 일쯤은 문제도 아니었다.그 말을 듣고 백진아는 마음이 시큰해진 듯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백근당은 진심으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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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화

첩실들과 시녀들의 눈은 마치 뿌리가 내린 것처럼 그의 얼굴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았고, 첩실들은 하나같이 아련한 눈빛으로 연신 추파를 보냈다.하지만 백근당은 가벼운 눈빛과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백우씨 곁에 앉아, 줄곧 그녀의 식사를 챙겼고, 다른 첩실에게 머무는 시선은 2초도 채 되지 않았다.식사가 끝난 뒤, 백근당은 이미 글을 배우기 시작한 아들들을 서재로 불러서 학문과 무예를 시험했다.아이들을 돌려보내고 나서야, 백근당은 서재에서 나왔는데, 아이들의 생모들이 문밖에 모여있었고, 겉으로는 그들을 데리러 온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상은 백근당 앞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려기 위함이었다.진의댁도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연신 기침했다. 그녀는 식은땀을 흘리며, 얼굴도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백근당이 나오자,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더니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힘없는 모습으로 그를 불렀다.“부군…”백근당은 그녀를 부축해주면서, 열이 있는 것을 느끼고는 급히 말했다.“열이 나는구나. 어서 의원을 부르거라.”조 씨가 다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백근당 곁에 바짝 붙어 호감을 사려 했다.“언니, 제가 부축할게요.”임 씨가 나직이 말했다.“언니, 어서 돌아가 약을 드십시오. 병을 장군께 옮기면, 어찌 장군께서 조정에 나가 정사를 보시겠습니까?”다른 첩실들도 잇달아 맞장구쳤고, 덕분에 진의댁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녀는 아픈 것과 백비아의 일을 빌미로, 백근당의 연민을 얻어, 오늘 밤 자신의 처소에 머물게 하려 했다. 하지만 여우 같은 다른 첩실의 말 때문에, 차마 그에게 데려다 달라고 말하기 어려워졌다.백근당도 진의댁의 병이 가볍지 않다고 여겨 급히 의원을 불렀고, 직접 그녀를 희춘원까지 데려다주었다. 진의댁이 온갖 수를 써 보았지만, 그를 붙잡지는 못했다.돌아온 첫날 밤에는 정실의 침소에서 자는 것이 예법이었다.하지만 백우씨의 방에 불이 이미 꺼져 있는 것을 보자, 그의 눈빛이 가라앉으며 분노가 스쳤다. 이때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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