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능보다 세 살 연상이라니, 연상을 만나면 좋다는 현대의 말도 있지 않은가?백진아는 문득 현대의 말이 떠올랐다.고지행도 연천능과 함께 자라온 사이는 아니었고, 연천능 역시 말수가 많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의 과거를 많이 알지는 못했다.그래도 고지행의 말 속에는 은근히 백진아를 위로하는 뜻이 담겨 있었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둘 사이에 꼭 사사로운 정이 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솔직히 말해, 능왕부에서 화리 당해 쫓겨난 일을 겪고 나니, 백진아의 마음은 충격에 제법 단단해져 있었기에, 이번에도 생각보다 그렇게 괴롭지는 않았다.지금 그녀가 바라는 건 단 하나였다. 백우씨가 이번 고비를 무사히 넘기게 돕고, 환자를 치료하며 의술을 펼치고, 평온한 삶을 사는 것이다.오후가 되자, 그녀는 일찍 백부로 돌아갔다. 아버지를 맞이할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백부는 곳곳이 경사 분위기로 들떠 있었고, 평소보다 훨씬 생기가 돌고 있었다.첩들은 아침부터 거울 앞에 앉아 단장하며, 남 주인의 귀환을 들뜬 마음으로 기다렸다. 점심을 먹은 뒤, 정실과 첩실, 자식들까지 모두 오동원에 모여, 궁에서 전해질 소식을 기다렸다.백우씨도 오늘은 정성껏 꾸몄기에, 뛰어난 미모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반면 진의댁은 아픈 기색이 역력했고, 두꺼운 분칠로도 창백한 안색을 가릴 수 없었다.아마 진정회가 기생집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모양인지, 백우씨와 백진아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의심과 원망이 섞여 있었다.하얗고 윤기 도는 피부, 붉은 입술과 고운 치아, 그림 속 동자 같은 건강한 백경유의 모습에 그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넷째의 얼굴에 살이 붙었네요. 안색도 이리 좋은 걸 보니… 병이 나았나 봅니다.”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백경유에게 쏠렸다. 백경유의 맑고 반짝이는 눈빛과 씩씩한 모습을 보자, 표정들이 제각각 달라졌다. 특히 아들이 있는 첩실들은 못내 다른 생각도 품게 되었다.과거 백경유의 병세는 언제 숨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심각했기에,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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