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Chapter 61 - Chapter 70

100 Chapters

제61화

능왕부로 돌아오자, 연천능은 마차에 오르지 않고 직접 말을 타고 앞서 걸어갔다.상처가 터질 수도 있다는 것을 걱정하지도 않으니... 백진아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상처가 터지면 다시 꿰매면 그만, 그녀가 아픈 것도 아니었다.백진아는 여유롭게 연천능을 흉내 내며, 마차 안에 기대어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다.한참 봤지만,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었다. 한자가 어렵고 난해한 데다, 불편하게 세로로 쓰여 있었고, 문장 부호도 없어 너무 힘들었다!의서를 제외하고, 그녀는 머리를 쓰는 글은 절대 읽고 싶어 하지 않았다.능왕부에 도착하자, 백진아는 마차 가림막을 걷었다. 연천능은 이미 말에서 내려, 긴 다리를 뻗으며 문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백진아가 급히 소리쳤다.“잠깐만요!”연천능은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약간 짜증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말 한마디 하기도 귀찮다는 듯, 눈빛으로 무슨 일인지, 빨리 말하라고 물었다.백진아는 눈을 굴리다, 애처로운 듯 말했다.“약을 짓는 일은 머리도, 체력도 많이 쓰는 일입니다. 매일 맛있는 것도 먹고, 잘 챙겨 먹어야 합니다!”그녀는 맑고 검은 포도 같은 큰 눈으로 귀엽게 그를 바라보며, 상처 입은 작은 사슴처럼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까지 안쓰럽게 귀여움으로 어필했는데, 그래도 식사를 잘 챙겨주지 않을까?과거 백진아는 이 방법으로 학교를 휩쓸고 다니며, 남자를 꾀는 것에 백전백승이었다.이런 백진아를 바라보며, 연천능의 마음 한구석에서 이상한 느낌이 샘솟았고, 순간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불편한 마음에, 코웃음을 치고 소매를 털며 자리를 떠났다.‘뭐야? 내 어필이 통하지 않는다고? 고인물한테는 통하지 않나?’백진아는 연천능이 중2병이라 정신에 이상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유여매처럼 눈물이나 흘리며 애처로운 척하는 타입을 좋아한다는 것이다.머리가 이상하다는 말을 생각을 하는 순간 왕야는 갑작스럽게 재채기를 했다.무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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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무진의 눈이 갑자기 커졌다.왕야는 이전에 왕비를 보기만 해도 짜증을 내곤 했는데, 이제는 왕비의 식사까지 신경 쓰고 있다!여인이 남자에게 몸을 빼앗기면 그 남자에게 마음도 빼앗긴다는 말을 들은 적 있었는데, 사내도 똑같나 보다. 마차 안에서 왕비에게 당한 후, 바로 왕비를 걱정하는 왕야의 모습이라니...“어마마마의 약을 제대로 만들지 않을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연천능은 무진의 눈빛이 수상쩍게 번뜩이는 것을 보고 약간 화가 났다.무진은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하하, 이해했습니다! 모두 이해했습니다!”연천능이 날카롭게 쏘아보자, 무진은 재빨리 뛰쳐나가 집사를 찾아 일을 맡겼다.그래서 저녁은 부엌의 총괄 부인이 직접 가져왔다.백진아는 한 상 가득한 정성스러운 요리를 보고, 살짝 기쁜 듯 말했다.“말은 통하네. 안 그랬으면… 흠!”송이버섯 국, 야채와 계란 새우볶음, 소고기볶음, 두부 요리까지...현대에서 흔한 요리일지 모르지만, 아직 초봄인 이곳에서는 야채가 아주 귀했다.농사용 소는 법으로 보호되었고, 경성은 바다에서 멀어 소고기와 새우는 아주 귀한 재료였다.백진아가 이곳에서 먹은 식사 중 최고로 호화로운 한 끼였다. 그녀는 바로 모조리 먹어 치웠다.하녀가 들어와 정리할 때, 얼굴에는 경멸과 불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연천능이 직접 정성껏 식사를 준비하라고 명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녀는 그저 거칠게 그릇을 치우고 나갔다.백진아는 하녀의 태도 따위 신경 쓰지 않고, 문을 잠근 뒤 공간에 들어가 약밭을 정리하며 소화를 도왔다.그리고 남은 금화를 사용해 50여 상자가 되는 가려움을 없앨 연고를 구입했다. 내일 재료가 모두 오면 병에 옮겨 담을 예정이었다.하지만 내일 청초에게 줄 약을 살 금화가 모자라, 빨리 자라는 판람근을 심어 한 시간마다 수확하고, 계속해서 약초를 심고 수확하며 금화를 벌었다.그 후 약초를 약으로 만들어 시스템에 팔아, 다시 금화를 벌었다.백진아는 허리가 아프고 등이 뻐근해지고서야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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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정말 질문이 많구나!”백진아는 고지행이 너무 수다스럽다고 생각했고, 그를 무시하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약초를 침실 맞은편 방으로 옮기자, 그녀는 의자에 앉아 지켜보았다.고지행은 다른 의자에 앉아 백진아와 마주 보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왕비가 원하는 건 다 준비됐습니다. 어서 연고를 만드십시오.”백진아는 물을 따라 한 모금 천천히 마시며 말했다.“신경 쓸 것 없다. 약초만 내려놓고, 돌아가거라.”고지행의 얼굴이 굳어졌다.“그게 무슨 뜻입니까? 제가 비법을 훔칠까 봐 걱정하시는 것입니까?”백진아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고지행은 할 말을 잃었다.’이런 막말을 하다니? 완곡하게 말할 수도 있잖아? 사랑스러운 구석이 없어. 이러니 능왕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지.’하지만 얼굴에는 장난기 어린 웃음을 띠며 말했다.“제가 조수 일을 맡아, 도와드려도 되겠습니까?”백진아는 고지행이 꿍꿍이가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조수가 된다는 것도, 그녀의 의술을 훔치려는 속셈이었다.백진아는 잔을 내려놓고, 득의양양하게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좋아. 나를 스승으로 모시면, 조수로 임명하마.”예전부터 스승이 부모님과도 같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녀를 스승으로 모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지행이 그녀를 ‘어머니’로 인정해 줄까?그녀는 이런 큰아들을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공간의 비밀이 신경 쓰였다.이 약초들은 모두 공간 안으로 넣어야 했다!세련된 분위기에 귀티가 흐르는 고지행은, 분명 귀한 집안 출신일 것이다. 그가 어린 여인의 제자가 되는 걸 허락할 리가 없었다.하지만 고지행이 백진아를 바라보며 눈을 반짝였다.“약속하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고지행은 털썩 무릎을 꿇고 백진아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스승님, 제자가 삼배 올립니다!”“푸!”백진아는 차를 한 모금 뿜어냈다.고지행은 급히 소매로 얼굴을 가렸지만, 오늘 입은 옷이 소매가 좁아, 결국 얼굴에 물이 튀었다. 그는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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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백진아는 기침을 두 번 하고, 스승다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내 제자가 되었으니, 충성도 한번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고지행은 눈망울을 굴리더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스승님 안심하세요. 스승으로 모시는 선물은 반드시 올리겠습니다.”백진아가 차갑게 웃었다.“내 몸이 무슨 상황인지는 너도 알고 있지? 예전에 내가 죽어가는 것을 못 본 척 한 건 용서하마. 지금도 스승을 죽도록 내버려둘 셈이냐?”고지행은 예쁜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가운 눈빛을 내뿜었다. 하지만 여전히 입가에는 웃음을 띠고 있었다.“내버려둔 건 아니었습니다. 아니면 그 천년홍설련을 어찌 스승님의 약에 썼겠습니까?”백진아는 이를 갈았다.“하지만 나를 완치해 주지도 않지 않았느냐?”백진아는 지금 몸속에 얼마나 많은 독이 있는지, 고독이 있는 것도 말하지 않았다. 고지행이 어느 정도 진단해 낼 수 있는지 몰라서였다.그녀는 스마트 스캔 진단 시스템으로 확인할 수 있지 않은가? 고지행은 과연 얼마나 알아낼 수 있을까?백진아는 원주인의 기억을 되짚어봐도, 아프다는 기억을 떠올리진 못했다. 그럼, 두 마리의 고충이 서로 싸우며, 그녀의 몸을 해치지 않은 것이다. 증상이 없으면 고지행이 맥만 짚고는 진단하기 어렵다.고지행은 웃으며 말했다.“이번에는 반드시 나으실 겁니다. 약초는 스승님이 시킨 대로 준비했습니다.”백진아는 고지행을 말과 행동이 빈틈없고 교활한 여우 같다고 느꼈다.고지행은 애처로운 표정으로 말했다.“스승님, 제자를 이해해 주십시오. 저는 그저 의원입니다. 궁의 다툼에 끼고 싶지 않습니다. 천년홍설련으로 스승님의 독을 많이 없앤 것도, 의원의 선한 마음으로 한 일입니다.”백진아가 비웃었다.“의원이 가져야 할 덕은? 어디 버린 것이냐?”고지행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덕이라니요? 그게 무엇입니까?”백진아는 말문이 막혔다. 이 교활한 여우의 입에서 솔직한 말을 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백진아는 안방으로 들어가 붓을 들고 대충 약상자 설계도를 그렸다.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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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고지행은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연천능의 상처에 약을 바르고 있었다. 그는 봉합된 상처를 보고 혀를 차며 감탄했다.“백진아가 이런 실력이 있을 줄은 정말 예상 못 했구나. 살가죽을 옷처럼 꿰매다니.”연천능은 침상에 반쯤 기대어 있었고, 깊은 눈동자에서는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고지행은 그를 한 번 쳐다보고, 아무렇지 않은 듯 물었다.“백진아 몸속의 백일취, 네가 쓴 독이냐?”연천능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냉정하게 말했다.“백진아의 목숨을 얻고 싶다면, 수많은 방법을 쓸 수 있다. 그렇게 귀한 독을 낭비할 필요가 있겠냐?”찾기 힘든 독일수록 귀하다. 그래서 백일취는 비싸고 희귀한 독이었다.고지행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그럼, 유여매가 한 짓이겠구나.”연천능의 눈빛이 약간 흔들렸다.“내가 어찌 알겠느냐?”그는 고지행을 유심히 바라보며 덧붙였다.“왜 이 일에 신경을 쓰는 것이냐?”고지행이 히죽 웃었다.“백진아를 스승으로 모셨다.”“뭐?!”연천능은 일어나려 했지만, 상처가 땅겨서 다시 누웠다.“이렇게 장난치다니? 네 스승이 무섭지도 않으냐?”고지행은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지었다.“그저 호칭일 뿐이다. 의술을 위해서라면 가치 있는 일이지. 혜비와 유여매가 정말 중독된 건지, 무슨 독인지 궁금하지 않으냐?”연천능은 담담하게 말했다.“궁금하지 않다. 백진아가 치료만 하면 된다.”“그래.”고지행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약을 바른 뒤, 붕대 감는 일을 무진에게 넘기고, 연천능에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연천능은 잘 관리된 그의 손을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뜻이냐?”고지행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돈! 신의곡 창고가 능왕부 창고도 아니고! 그 약재들이 얼마나 비싼지 아느냐?”연천능은 눈을 흘기며 콧방귀를 뀌고, 베개 밑에서 옥패를 꺼내 그에게 던졌다.“직접 가서 가지거라.”고지행은 손을 들어 옥패를 받고는, 즐거운 표정으로 뛰어나갔다.무진이 말했다.“전하, 고 공자가 전하의 돈을 탕진하는 것이 무섭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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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백진아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정말 혜비와 유여매를 아끼긴 하는 모양이다. 점심을 막 먹은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왔다니!그녀는 준비한 네 개의 연고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렸다.“자, 여기요!”연천능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이리 적은 것이냐?”백진아는 눈썹을 올리며 말했다.“약을 만든 지 얼마 되지도 않았습니다. 네 개나 만든 것도 다행이지요. 아껴 쓰면 3~4일은 쓸 수 있습니다!”하지만 두 사람이 쓰면 고작 이틀뿐이었다.고지행은 참지 못하고 연고를 집어 들더니 뚜껑을 열고 손가락으로 덜었다. 그리고 향을 맡더니, 놀라서 물었다.“이게 무슨 약입니까? 한 번도 맡아본 적 없습니다.”‘당연히 모르지, 이건 서약이니까.’백진아는 손을 그의 어깨에 올리고, 신비로운 미소를 지었다.“제자야, 나를 잘 모시면, 기분 좋을 때 말해줄지도 몰라!”연천능은 눈빛이 차갑게 빛나더니, 그녀의 손에 시선을 고정했다.거슬린다!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백진아의 목깃을 잡아 옆으로 살짝 끌어내고, 두 사람 사이에 섰다. 그리고 고지행의 손에서 연고를 가져왔다.고지행이 손을 뻗어 빼앗으려 했지만, 연천능은 손쉽게 고지행의 손을 피했다.“아, 잠깐만요! 아직 확인도 못했습니다!”연천능은 연고를 무진에게 던지며 차갑게 말했다.“두 개는 혜비에게, 두 개는 여매에게!”‘여매같은 소리하네.’백진아는 못내 속으로 욕설을 내뱉고, 다시 약재에 라벨을 붙이기 시작했다.고지행은 무진이 떠나자, 못내 아쉬운 듯 백진아의 곁을 맴돌며 아부했다.“스승님, 연고의 주요 성분이 무엇입니까?”백진아는 담담히 말했다.“나중에 알려주마.”그녀는 이내 눈을 살짝 굴리더니, 히죽 웃었다.“혜비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가르쳐주마.”어차피 시늉만 내면 되는 일이고, 힘까지 써야 하니, 제자에게 맡기면 되는 법.고지행은 백진아가 웃는 모습이 수상하다고 느꼈지만, 처방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백진아는 혜비의 증상을 분석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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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무진은 잠시 멈칫했다.“금양 공주께서 오셨습니까?”그는 막 밖에서 돌아왔지만, 오는 길에 금양 공주를 본 적이 없었다.연천능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시키는 대로 하거라!”“예!”무진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왕야의 명령에 따랐다. 그는 옥난각에 도착해, 실험에 몰두하고 있는 고지행에게 말했다.“고 공자, 금양 공주가 오셨습니다!”“뭐?”고지행의 표정은 마치 귀신을 본 듯했다. 그는 재빨리 ‘쓱’ 소리와 함께 창문턱을 넘어 밖으로 나가더니, 나뭇가지와 지붕 위를 몇 번 뛰어넘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뭐지! 경공이 비범하기 그지없구나. 하지만 금양 공주… 이름만 들어도 도망치는 이유가 뭐지? 그렇게 무서운가?’백진아는 입술을 씰룩이며, 수군거리듯 무진에게 물어보려 했다. 하지만 돌아보니, 이미 무진의 그림자도 사라졌다.“참, 하나같이 다 미친 사람들이네!”백진아는 중얼거렸다.그녀는 가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약재도 낭비하지 않지!그녀는 다시 약재를 공간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어차피 약재가 충분하니, 조금 옮겨도 눈에 띄지 않았다. 힘을 쓰는 일이라, 한밤중까지 바쁘게 움직인 백진아는 완전히 지쳐 침상에 눕자마자 잠들었다.그러나 한밤중, 진한 연기가 코를 찔러 깨어나고 말았다. 눈을 뜨니, 방은 거대한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새빨간 불꽃이 창문과 문을 덮치고 있었다. 분명 밖에서 불이 난 모양이었다.누군가 그녀를 죽이려고 불을 지른 것이다!‘누구지?’지금 그녀는 혜비와 유여매를 위해 약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혜비와 유여매가 그녀를 죽이려 한 것은 아닐 것이다.그 외에 누가 그녀를 죽이려고 한단 말인가?백진아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약재들이 떠올랐다! 그녀는 신도 신지 않고 약재가 있는 방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약재가 놓인 방은 불길은 비교적 약해, 약재는 거의 온전했다.백진아는 서둘러 약재를 구하고, 공간으로 옮기기 시작했다.불길은 점점 거세졌고, 백진아는 피부가 화끈거렸다.밖에서 놀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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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백진아!”또 한 번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는 초조하고, 분노에 차 있었다.백진아는 연천능의 목소리인 것을 알아차렸다.생각해 보니 당연한 일이었다. 만약 자신이 죽는다면, 혜비와 유여매의 독을 없앨 사람이 없으니, 어찌 자신을 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불은 침실에서 시작되었고, 그곳이 가장 세게 타오르고 있었다. 백진아는 이미 들보가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백진아는 착한 소녀였기에, 연천능이 자신을 구하다가 불길 속에서 목숨을 잃는 것을 그냥 지켜볼 수 없었다.그래서 큰 소리로 외쳤다.“살려주세요! 여기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 뜨거운 열기가 밀려왔고, 불에 타는 듯한 사람 하나가 뛰어들었다. 연천능은 머리에 두른 솜옷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 백진아가 큰 약상자를 안고 침착하게 있는 모습을 보았다.이름 모를 분노가 그의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그는 백진아를 한 손으로 끌어올리며 외쳤다.“멍청하구나!”때가 언제인데, 아직도 이런 것들이나 챙기고 있다니?그가 힘껏 끌어당기자, 상자는 땅에 떨어졌고, 영지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백진아는 마음이 아파 비명을 질렀다.“영지! 내 영지! 너무 많은데!”하지만 이미 그녀는 연천능에게 팔을 잡혀, 불타는 창문을 지나 밖으로 뛰쳐나가고 있었다. 순간, 창문 위 기왓장 한 장이 떨어져, 마침 백진아의 머리에 부딪혔다.“대박...”백진아는 애처롭게 이 두 글자만 남기고, 눈앞이 아찔해지며 의식을 잃었다. 연천능의 속도가 너무 빨랐고, 기왓장도 너무 단단했다.백진아는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바닥에 흩어진 영지들이 떠올랐다. 모두 목숨을 구할 약재였다. 모두 돈이었다!“영지! 내 영지!”백진아는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작은 심장을 부여잡았다.마음이 너무 아팠다!고지행은 혀를 차며, 답답한 표정으로 말했다.“스승님, 정신 차리십시오. 몇 포기 영지 때문에 목숨까지 내놓을 겁니까?”백진아는 눈을 부릅떴다.“누가 목숨을 내놓았다는 말이냐?”연천능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그녀는 공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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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결국 연천능은 패배를 인정하고, 씩씩거리며 냉랭한 얼굴로 돌아서 나가버렸다.백진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냉소를 지었다.“아이고, 저게 무슨 태도냐? 아니, 내 머리 꼴을 보거라.”그녀는 머리에 감긴 천을 가리키며 말했다.“다 저 사람 때문이다! 그리고 한 상자 가득한 영지까지 다 잃었다고!”고지행은 이마를 짚으며 깔깔 웃었다.“스승님, 아직도 영지 생각입니까? 괜찮습니다. 내일 그 약재들, 다시 사드리겠습니다!”백진아는 눈을 깜빡이며 억울한 미소를 지었다.“그래! 약재가 없으면 혜비와 유여매의 약도 못 지어주잖냐?”’좋아! 또 약재가 많이 생기겠네! 아, 공간 창고가 곧 부족해지겠어!’’업그레이드해야 해, 빨리 업그레이드해서 창고 면적도 넓혀야지.’백진아의 물욕 가득한 모습에, 고지행은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쉬세요. 전 가보겠습니다!”쉬라니? 백진아는 그제야 방 안을 살펴보았다.이 침실은 일반 침실보다 훨씬 컸다. 가구는 모두 금사단목으로 되어 있고, 창문 장막과 가림막은 먹색이었다. 골동 선반 위의 장식도 크고 웅장하며, 벽에는 귀한 검 한 자루가 걸려 있었다.간결하지만 단순하지 않고, 과하지 않은 화려함을 풍기고 있었다.이곳은 고지행의 침실 아니던가?방 안 조명은 촛불이 아니라, 구석 선반 위에 놓인 달걀만 한 야명주 두 개였다.“사치스럽구나!”백진아는 야명주를 공간으로 넣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지금 물건이 사라지면, 그녀가 바로 용의자가 되지 않겠는가?대체 누가 불로 그녀를 죽이려 한 걸까?백진아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너무 피곤해서, 몽롱해진 채로 잠들고 말았다.일어나 바깥을 보니, 아마도 저녁 무렵이었다.연천능이 들어와, 백진아가 깨어 있는 것을 보고 무표정하게 말했다.“깨어났다면, 약을 만들 거라.”백진아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고, 자신을 구해준 고마움마저 다 사라졌다. 몸에 상처가 있는데, 눈뜨자마자 약을 지으라니?그녀의 의술이 필요하지 않았다면, 아마 그저 불속에서 타죽도록 보고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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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백진아는 이불을 힘껏 걷어 올리고 침상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씩씩거리며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마마의 피도 다 타버렸으니, 다시 혜비한테 두 그릇 가져와야 합니다. 물론, 유여매의 피도 좋습니다!”연천능은 몸을 돌려 문을 나가며 명했다.“아가씨에게 가서 두 그릇의 피를 가져오거라!”하녀가 답했다.“알겠습니다!”그리고 연천능은 다시 명령했다.“침상 위 모든 것들을 바꾸거라!”그녀를 더럽다고 생각한 걸까?백진아는 분노로 치를 떨었고, 두 손을 허리에 올리고 이를 갈았다.한 명의 다소 풍채 있는 중년 여종이 들어왔다. 그녀는 백진아의 화난 모습을 보자, 웃으며 말했다.“왕비 마마, 용서하십시오. 왕야끼서는 깔끔한 것을 좋아하셔서, 자신의 물건을 다른 사람이 만지는 것을 싫어하십니다. 말하자면, 왕야 침상에서 주무신 분은, 마마가 처음입니다.”‘결벽증인가?’백진아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못된 습관도 많네.’중년 여종은 눈을 깜빡이며 웃었다.“마마, 우선 서쪽 별채에 가시죠. 왕야께서 이미 정리하도록 명하셨습니다. 마마는 이 연란거에 처음 들어오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니 정실에서 지내는 건 시간문제입니다.”백진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참 수다스러운 하인이었다. 하지만 통통하고, 상냥해 보여서인지, 그래도 싫지 않았다.그녀는 비단옷을 입었고, 몸에 걸친 장신구도 꽤 값어치가 있어 보였다. 한눈에 신분이 높은 하인임을 알 수 있었다.백진아는 원주인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 여종은 이 연란거의 집사인 손 마마로, 연천능이 가장 믿는 하인 중 하나였다.원주인은 연천능을 찾으러 연란거에 자주 왔었지만, 한 번도 들어온 적이 없었고, 손 마마 때문에 아주 힘들었었다.손 마마는 웃는 얼굴 속에 날카로운 마음을 숨기고 있는 사람이었다. 겉으로 원주인에게 불경하게 굴지 않았지만, 늘 이런저런 말로 원주인을 문밖으로 밀어냈다. 그와 동시에 원주인의 불같은 성격을 건드리지 않았기에, 눈에 나지도 않았다.즉, 눈치가 있는 사람이다.손 마마는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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