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Chapter 71 - Chapter 80

100 Chapters

제71화

손 마마는 북쪽 구석에 있는 작은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저 다락은 창고로 쓰고 있습니다. 안에는 마마께서 원하시는 약초가 들어있습니다.”백진아는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고, 문을 밀고 들어갔다. 그 안에는 방 가득 약초가 쌓여 있었고, 약을 담는 도구들도 이전에 쓰던 것과 똑같았다.분명 같은 곳에서 구입한 것이었다.손 마마가 말했다.“마마, 혹시 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제가 바로 준비하겠습니다.”“지금은 필요 없으니, 가서 일이나 보게.”백진아는 말하고 나서 약방으로 돌아가, 서랍에서 약초를 하나씩 꺼냈다.손 마마는 계속 보지도 않고 바로 돌아섰다. 잠시 후, 그녀는 연천능의 침소에서 백진아가 사용한 침구를 가져왔다.백진아는 창문을 통해 그것을 보고 콧방귀를 뀌며 중얼거렸다.’이상한 버릇이네!’그녀는 못내 언짢았다. 누구든 이렇게 무시당하면 기분이 안 좋은 법이다.백진아는 공간에 들어가 은침 세트와 필수 약품들을 교환했다. 이전에 쓰던 간이 약상자가 불타버려, 도구도 다 망가졌다.공간에서 나온 백진아는 화장함을 하나 더 찾아 쓰기로 했다.그때, 무진이 도자기 병을 들고 서둘러 서쪽 별채로 들어왔다.백진아가 바쁘게 움직이자, 그는 문을 두드렸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무진이 손에 든 병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유여매의 피냐?”그 웃음은 맑고 밝았지만, 무진은 그녀에게서 이상하게 비웃음을 느꼈다. 그는 표정을 굳히며 담담하게 대답했다.“예.”백진아는 몰래 눈을 흘겼다. 굳은 표정을 보니, 하인도 주인을 닮아간다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턱으로 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두거라.”무진은 다가와, 병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갔다. 백진아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무진은 걸음걸이가 조금 절룩거렸다. 무진은 연천능의 곁을 지키는 병사라, 상처가 많을 것이다. 게다가 오늘은 날이 흐렸으니, 옛 상처가 재발했을 것이다.잠시 후, 고지행이 새로운 약상자를 들고 신나게 들어왔다.“약상자 준비됐습니다.”간이 약상자는 불타버렸으나,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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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고지행이 일어서서 물었다.“약을 만들지 않고, 어디를 가는 것입니까?”“처방을 연구하는 법도 배웠으니, 홀로 연구하거라.”백진아는 말을 마치고, 고개도 돌리지 않고 밖으로 향했다. 하지만 몇 걸음 가지 않아, 약상자를 든 손이 가벼워졌고, 누군가 약상자를 받아서 들었다.백진아는 고개를 돌려, 고지행의 짓궂은 미소를 보았다.그녀는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어찌 따라온 것이냐?”고지행이 아부하는 듯 웃으며 말했다.“스승님을 위해 약상자를 들고, 시중을 들려고 왔습니다!”백진아는 훤칠한 그의 키를 보고,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이렇게 덩치가 큰 시종이 어디 있느냐?”몰래 배우려는 거겠지.현대인인 백진아는 의술을 숨기는 편은 아니었다. 다만, 청초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 편치 않다는 것뿐이었다.다행히 청초의 상처는 꽤 회복이 잘 되어, 수액도 중단했고, 남은 약만으로도 문제없었다.고지행이 원하면 따라가게 두면 되는 법.옥난각을 지나며, 백진아는 잿더미가 된 본청을 보며 눈빛이 어두워졌다.고지행이 탄식했다.“이렇게 깨끗이 탔다니... 독한 여인의 마음이란…”백진아는 눈빛을 반짝였다.“옥취를 만나러 옥으로 데려다줄 수 있느냐?”고지행이 짓궂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웃었다.“왜요? 직접 복수하고 싶은 것입니까?”백진아는 곰곰이 생각하며 말했다.“아니, 어찌 나를 죽이려 했는지 이유를 물어보려는 것이다.”고지행의 웃음이 조금 사그라들었다.“그럼, 옥취가 사랑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는 것입니까?”백진아는 멍청이를 보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옥취는 그저 하녀다. 나와 유여매가 죽는다 해도, 옥취가 능왕을 차지할 수 있겠느냐? 능왕이 그렇게 여인을 가리지 않더냐?”고지행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요.”“그럼 됐네!”백진아는 걸음을 내디디며 화씨의 집으로 향했다. 고지행이 따라왔으니, 백진아는 청초를 만나지 않고 바로 성이를 진료했다.성이는 백진아를 보고 기뻐하며 말했다.“마마, 마마, 제 발가락이 움직입니다!”“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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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저와 능왕의 관계라...”고지행은 눈동자를 굴리며 잠시 생각하다가, 장난스럽게 웃었다.“물론 아주 친밀한 관계지요.”백진아는 눈을 흘기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눈을 깜빡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친밀한… 관계라? 오… 알겠다. 애틋한 벗이구나!”백진아는 고지행에게 물은 것을 후회했다.‘진지한 답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 일찌감치 알았어야 했는데.’“애틋한 벗이라니요? 그게 무슨 뜻입니까?”고지행은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백진아의 표정을 보고 좋은 의미는 아니란 걸 눈치챘다. 백진아는 설명해 주지 않고, 앞서서 걸었다.고지행은 뭔가 이해한 듯, 빠르게 그녀를 따라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저는 사내입니다!”백진아는 발걸음을 멈추고, 의심 어린 시선으로 그를 위아래로 살펴보았다.이 녀석의 겉모습은 그럴듯했다. 건방지면서도 자유분방함이 묻어나고, 세련된 분위기도 섞여 있었다. 비록 화려하게 입었지만, 전혀 여성스럽거나 촌스럽지 않았다.하지만 백진아는 끝까지 약 올리겠다는 마음으로, 못 믿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삐죽 내밀고 계속 걸었다.고지행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그 눈빛, 무슨 뜻입니까? 예?”백진아가 담담히 대꾸했다.“네 마음대로 생각하거라.”“똑바로 답하세요!”“못해!”“아니…”두 사람은 이렇게 말싸움하며 옥 입구까지 갔다. 하지만 문 앞을 지키는 시위가 그들을 막았다.“전하의 옥패나 명 없이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시위는 무표정하게 말했다.백진아는 고지행을 흘겨보며 말했다.“잘난척하더니,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지행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는 백진아의 화를 돋우는 능력이, 그녀의 의술만큼 뛰어나다고 느꼈다.“들어가게 하거라.”차가운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연천능은 검고 화려한 비단옷을 입었고, 옷에는 수 놓인 금색 구름이 반짝였다.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압도적 기세와 당당함이 느껴졌다.고지행은 문을 막는 경비를 발로 차며 외쳤다.“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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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연천능의 눈동자에 혐오의 기색이 스쳤고, 옆으로 살짝 비켰다. 옥취는 앞으로 넘어지며, 모습을 드러낸 백진아의 수 놓인 신 옆에 넘어졌다.“아가씨!”치마 끝을 따라 시선을 올린 옥취는, 상대가 백진아임을 보고 안색이 순간 창백해졌다. 그리고 눈빛 속 희망마저 사라졌다.그 후, 눈빛이 살짝 흔들린 그녀는, 백진아에게 연달아 절을 하며 말했다.“왕비 마마, 부디 용서해 주세요. 저는 그저 왕야가 너무 좋아서, 그래서 어리석은 짓을...”“그만하거라!”백진아가 그녀의 울부짖음을 가로막았다.“정말 유여매처럼 역겹구나. 더 이상 새로운 수작은 없는 것이냐?”그녀는 고개를 돌려 연천능을 바라보며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전하, 설마 형벌을 쓰기 안타까우신 것입니까? 그때 저를 때리던 힘의 반만 썼어도, 옥취는 술술 불었을 것입니다.”연천능은 차가운 얼굴이었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냉랭하게 명령했다.“사람을 불러, 벌을 내리거라.”고지행이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있으니, 쉽게 죽게 두진 않을 것이다.”옥취는 공포에 질려 울부짖었다.“안 돼요! 전하, 제발 전하를 향한 제 사모의 정을 봐서라도, 살려주세요!”백진아는 비웃으며 팔짱을 끼고 구경했다.그녀의 웃음에 연천능은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화를 내며 외쳤다.“입을 막고, 형을 집행하거라!”한 시위가 앞으로 나와, 더럽혀진 천 조각을 그녀의 입에 쑤셔 넣고, 그녀를 나무 틀에 묶었다. 또 다른 시위가 반짝이는 두 개의 칼을 들고, 무표정하게 물었다.“전하, 어디서부터 시작할까요?”연천능은 차갑게 한 단어를 뱉었다.“얼굴!”여인이 가장 신경 쓰는 얼굴부터 없애면서 시작하려는 것이다.“읍…”옥취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절망과 공포 속에서 눈물을 흘렸다.시위가 칼로 그녀의 얼굴을 그으려 하자, 옥취는 필사적으로 눈을 깜빡이며 무언가를 내뱉겠다는 뜻을 전했다.시위가 입에 있는 천 조각을 빼자, 그녀가 울며 말했다.“말할게요, 다 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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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백진아는 급히 연란거로 달려가, 방 안에 자신을 가두었다.그녀는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옥취의 가슴에서 벌레가 탄환처럼 튀어나오는 끔찍한 장면이 머릿속에서 계속 반복 재생되었고, 그녀는 거의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그녀는 이곳으로 온 후, 늘 목숨을 부지하려 안간힘을 쓰며 살았다. 이렇게 간절히 현대 세계로 돌아가고 싶었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이 몸이 문제투성이인 것도 문제지만, 독과 고독까지 가득하다니, 정말 너무 무섭지 않은가?하지만, 돌아가는 길은 더 어려워 보였다. 적어도 고충과 독은 단서를 찾을 수 있었지만, 블랙홀과 시공간을 넘나드는 것은 그저 전설 같은 이야기가 아니던가?백진아는 무력함을 느꼈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 옥취의 몸에서도 고충이 튀어나온 것은 오히려 다행이었다. 이는 진실이 자신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의미했기 때문이다.적어도 고충이 자기 몸 안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었다.스스로를 위로한 뒤, 백진아는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그녀는 공간으로 들어가 약초를 수확하고, 심고, 일로 마음을 진정시켰다.약밭도 두 칸 확장하고, 성취감 덕분에 불안과 공포가 어느 정도 완화되었다.‘띵!’열심히 일한 보상으로 대형 선물 패키지가 튀어나왔다.백진아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역시 네가 최고구나!”일을 하면 보상을 받고, 때때로 작은 즐거움도 주다니, 참 좋다.선물 상자를 열자, 시스템은 최고급 수명 연장단 하나를 주었다. 생명이 위급할 때 사용하면, 7일간 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백진아는 지금 쓸 필요가 없어, 창고에 넣어 두었다. 목숨을 살리는 물건은 많을수록 좋은 법.그녀는 약방으로 가서 혜비와 유여매의 해독약을 만들었고, 기회만 되면 꺼내 쓰면 되었다. 그리고 자료실에서 고술에 관한 책을 한 권 가져와, 영천수에 몸을 담그며 책을 읽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백진아는 깜짝 놀라, 곧바로 영천수에서 일어났다. 공간 안에는 그녀 혼자였고, 옷도 창고 겸 침실에 벗어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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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그녀는 마음을 가다듬고, 가볍게 기침 몇 번을 한 뒤, 도도하게 말했다.“왜요?”연천능은 바로 돌아서 가려 했지만, 그녀의 말을 듣고 다시 돌아서며, 차가운 눈을 살짝 가늘게 떴다.“조건이 뭐지?”백진아는 눈을 굴리더니 답했다.“저는 전하처럼 똑똑한 사람이 좋습니다. 제 조건은, 전하가 구하려는 사람을 구하고, 화리하는 것입니다.”“화리?”연천능의 싸늘하고 고요하던 눈동자에 심사하는 듯한 눈빛이 번뜩였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너는 백진아가 아니구나.”백진아는 갖은 계략을 써서 그와 혼인했고, 매일 그에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가 어찌 자발적으로 화리를 요구할 수 있겠는가?백진아가 아니거나, 수작을 써서 그를 밀어내는 척, 유인하려는 것이다.백진아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목을 곧게 세우고 비꼬듯 말했다.“왜요? 화리를 원하면 백진아가 아닙니까? 진심을 쥐여주고도 무시당해야 백진아입니까? 저도 사람이고, 저도 슬퍼할 줄 압니다. 서로 만나는 것도 고역이라면, 그저 끝내는 것이 나은 법!”연천능의 눈빛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스쳤고, 이내 냉정하게 말했다.“좋다!”백진아의 눈에 기쁨이 번졌다. 이렇게 행복이 갑작스럽게 찾아올 줄은 몰랐다.연천능은 계속해서 말했다.“단, 어마마마와 유여매의 병부터 치료해야 한다.”백진아는 단번에 답했다.“좋습니다! 약속 안 지키는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합니다!”해독약은 이미 다 만들어 두었고, 돌아오자마자 바로 포장해서 떠나면 된다.연천능은 그녀의 눈빛 속에서 기쁨을 보았다. 그는 왜인지 마음속이 답답했고, 솜뭉치로 막힌 듯했다.그는 이 느낌이, 너무 싫었다!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차가워졌다.“어서 가지 않고?”백진아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였다. 그녀는 눈썹을 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잠깐 나가 주십시오. 지금 벌거벗었거든요. 제가 옷을 입는 모습을 보시렵니까?”“부끄러운 줄도 모르고!”연천능은 콧방귀를 뀌고, 소매를 휘날리며 나갔다.“나쁜 남자!”백진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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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백진아는 원주인의 기억을 열심히 더듬으며 대책을 생각했다. 순간, 그녀는 눈을 살짝 반짝이며 탁한 숨을 내뱉고, 마치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군대 의원한테 배웠습니다.”역시, 연천능은 곧바로 물었다.“누구? 이름이 뭐지?”이 표정을 보니, 오늘 그녀가 속 시원히 답하지 않으면 절대 놔주지 않을 듯했다.백진아는 연천능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진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포로였던 사람이고, 이름은 조단입니다. 나이는 예순이고, 월국의 군대 의원이었습니다.”그녀는 말을 이어가며, 슬프게 고개를 숙였다.“그분에게 의술을 배웠고, 의서도 한 권 받았죠. 안타깝게도 전쟁 중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그 의서를 자주 뒤적이며 홀로 의술을 조금 배운 정도입니다.”고대에는 포로를 특별히 대우하는 일은 없었다. 전쟁이 일어나면, 포로는 강제로 전쟁터에 보내져, 인간 방패 역할을 하곤 했었다.원주인의 기억 속에 실제로 조단이라는 사람이 있었고, 심지어 그와 함께 부상자를 돌보며, 외상 처치 같은 기본적인 의술을 배운 적이 있었다. 하지만 조단이 의서를 남기지는 않았다.월국의 의원은 주술도 배웠기에, 주술을 쓰는 의원이었다. 게다가 의술도 특이하고 기괴했다. 백진아의 의술도 특별하니, 핑곗거리로 조단을 내세우기에 적합했다.연천능은 반신반의하며 계속 물으려는 했다.하지만 백진아가 서둘러 말을 보탰다.“저는 군영과 변방, 그리고 경성을 오가며 지냈습니다. 그 의서도 어디 두었는지 잊어버려서, 찾을 수 없습니다.”말을 마치고, 그녀는 맑은 눈빛으로 당당하게 연천능의 시선을 마주했다.모든 걸 죽은 사람 탓으로 돌리면 증거가 없으니, 연천능이 믿지 않더라도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연천능은 아무 말 없이 눈을 내리깔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차가운 눈빛이 그녀를 꿰뚫어 볼 듯했다…의심의 눈빛은 상당히 위협적이었지만, 백진아는 사람의 몸을 해부하고 배를 갈라도 손을 떨지 않을 정도로 정신력이 강했다.그녀는 당당하게 연천능을 보았고, 전혀 겁먹은 기색이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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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이 녀석, 진짜 잘생겼네!’많은 스타를 봐온 현대인인 그녀조차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그의 오목조목한 이목구비는 마치 신이 정교하게 조각해 낸 듯했다. 날카로운 눈, 높은 코, 얇은 입술, 어느 하나 완벽하지 않은 게 없었다.백진아는 세상에 이렇게 차가운 남자가 존재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심지어 조용히 눈을 감고 있을 뿐인데, 사람을 멀리하게 하는 차가움이 뿜어져 나와, 감히 다가가기조차 힘들었다.그의 이런 냉정한 성격, 정말 황제에게 총애 받으며 자란 걸까?연천능은 혜비와 유여매에게도 이렇게 냉정했는데, 황제에게는 어떨까?누군가 그의 따뜻한 면을 본 적 있을까? 누가 그의 진심 어린 웃음을 본 적 있을까?유여매는 봤을까?그럴 리가.이렇게 냉정하고 무정한 남자가, 과연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갑자기, 백진아는 스스로를 비웃었다.‘뭐 이런 걸 신경 써? 어차피 곧 나랑 화리할 사람인데.’그렇게 생각하며, 백진아는 시선을 돌리고, 마차에 몸을 기댔다. 연천능이 한밤중에 자신을 데리고 사람을 구하러 가는 걸 보니, 뭔가 음모가 있는 것 같았다.그때, 연천능이 천천히 눈을 뜨고 백진아를 한 번 쳐다보았다. 차가운 시선을 힐긋 내뿜었을 뿐, 다시 눈을 감았다.백진아는 그가 잠들지 않았음을 알아채고, 기회를 틈타 물었다.“옥취 몸 안의 벌레는 대체 뭡니까? 옥취의 신분은 무엇입니까?”연천능이 못 들은 척하자, 백진아는 그가 답하지 않을 줄 알았다.하지만 뜻밖에도, 연천능은 담담히 말했다.“그건 충심고다. 이 고충을 복용한 사람은 배신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 그의 생사도 고충을 조종하는 자의 손에 달려 있다. 만약 배신할 마음을 품으면, 고충이 심장을 뚫고 나오지.”백진아는 다시 그 끔찍한 장면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다.아마도, 충심고가 이렇게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주는 이유는 위협 효과를 위해서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심장을 조용히 파괴할 수도 있다.연천능은 이어서 말했다.“충심고는 월국 무족이 부하를 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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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백진아는 사나운 모습을 보였고, 완전히 연천능이 허튼짓하려 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연천능의 눈가에 순간 혐오가 스쳤다.“단지 너를 깨우고 싶었을 뿐이다.”백진아는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도착했나요?”“그래.”연천능은 차갑게 두 글자를 던지듯 말하고, 먼저 마차에서 뛰어내렸다.백진아가 약상자를 들고 따라 내리자, 무진이 알아서 그녀의 손에서 약상자를 받아주었다.이런 모습에 그녀는 무진에 대한 인상이 한층 좋아졌다.자리를 잡고 주위를 살펴보니, 그들은 울창한 숲속에 있었고, 눈앞에는 외롭게 놓인 작은 집 하나가 있었다. 어둠 속 찬 바람이 불어와, 더욱 신비롭고 으스스해 보였다.밤바람이 잎 없는 나무 사이로 불어오며 ‘우우’하는 기괴한 소리를 냈고, 돌과 잡초가 어둠 속에서 그림자처럼 뒤엉켜 있어, 마치 귀신같았다.백진아는 눈앞의 작은 집이 공포 영화 속 귀신의 집처럼 보여, 순간 도망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연천능 역시 이상함을 느끼고, 백진아의 손목을 붙잡으며 차갑게 말했다.“마차로 돌아가라!”그러나, 이미 늦었다.어디선가 수십 명의 검은 옷과 복면을 쓴 자들이 나타나, 그들을 포위했다. 다들 무공이 엄청나게 뛰어나 보였다. 오감이 매우 예민한 백진아도, 이 사람들의 종적을 알아채지 못했다.그들은 말없이, 위압적인 기세로 병기를 휘두르며 연천능을 향해 달려들었다!백진아는 겁에 질려 몸을 돌려 달아나려 했지만, 연천능이 그녀를 붙잡아 큰 나무 앞에 세우고, 그녀 앞을 가로막았다.그때, 한쪽 숲에서 또 열 명 남짓한 검은 옷과 복면의 자들이 튀어나와, 자객들과 싸웠다.백진아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연천능이 무진만 데리고 온 줄 알았다.그녀는 연천능의 등을 보며, 마음속으로 따뜻함을 느꼈다. 연천능은 그녀를 보호하고 있는 걸까?조금 감동적이기도 했다.아마도 그가 너무 잘생겨서, 그의 성격이 얼마나 괴팍한지 잊게 되는 것 같았다. 역시 잘생긴 건 장점이 있었다.연천능은 정예 시위 약 스무 명을 데리고 왔다. 자객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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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무진은 당황했다.그들의 병기가 독이 묻어 있다니? 왜 그는 몰랐을까?하지만 백진아의 말에 자객은 상처가 날까 봐 두려워했다. 그 한순간의 주저가 그들의 우위를 깎아 먹었다.곧 시위가 주도권을 쥐었고, 상대는 잇따라 쓰러졌다. 승세가 기울어졌다.“그만!”갑자기 작은 안뜰 쪽 문안에서 날카로운 외침이 울렸다. 안뜰 문이 열리자 한 자객이 여자를 끌고 나왔다.“그만, 안 그러면 이 여자를 죽이겠다!”여자? 백진아는 곧장 숨겨둔 첩이 있다는 장면을 상상했다.연천능이 손을 들자, 시위들은 공격을 멈추고 모두 그의 앞에 서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그는 냉정하게 말했다.“그녀를 놓아주거라. 그럼, 목숨을 살려주겠다.”백진아가 연천능의 뒤에서 얼굴을 내밀어 보니,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할머니였다.할머니는 놀란 듯 ‘어버버’ 소리를 냈다. 벙어린 듯한 할머니는 두 손이 모두 잘려져 있었다.백진아는 입막음이라는 말이 떠올랐다.이 노파는 분명 대단한 사실을 알고 있고, 그래서 말 못 하게 손도 잘리고 글도 못 쓰게 되었을 것이다.상대는 연천능의 위협을 두려워하지 않고 냉정히 말했다.“우리가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백진아를 남기고, 다들 물러가거라. 그렇지 않으면 이 노파를 죽이겠다!”백진아는 움찔했다. 그녀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 노파가 중요한 존재라는 건 분명하다. 연천능은 어떻게 선택할까?연천능은 차갑게 말했다.“백진아는 나의 왕비다. 왕비를 내놓으란 것이냐?”자객은 비웃으며 말했다.“왕비는 의술을 알고 있지. 그래서 이 노파를 치료하려고 데리고 온 것 아니냐? 난 왕비에게 관심 없다. 백진아를 남기거라. 노파가 말할 수 있게 치료하면, 바로 돌려보내마!”백진아는 연천능의 곧게 선 등 뒤를 보며, 예전에 납치되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래도 그녀는 능왕비가 아니던가? 체면 때문에라도 쉽게 그녀를 내어주지 않을 것이다.백진아는 못내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연천능 뒤에서 머리를 내밀며 당당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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