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Chapter 841 - Chapter 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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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1화

그곳은 주변에 휘장이 없어 시야가 트여 있었고, 나중에 의념으로 대랑을 거둬들이기에도 편했다. 백진아는 그쪽으로 걸어가 의자에 앉은 뒤, 다시 공간 안으로 들어가 기다렸다.정오가 가까워질 무렵이 되어서야 연천능이 대랑을 데리고 돌아왔다.대랑은 백진아의 냄새를 맡자마자 흥분해 전각 안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연천능은 손에 쇠사슬을 쥐고 있었지만, 일부러 막지 않고 대랑이 마음껏 냄새를 따라가도록 내버려두었다.끝내 그 멍청한 대랑은 백진아가 앉아 있던 의자 옆에서 멈춰 섰다.“아우… 낑낑…”억울해하는 모습이 꼭 주인에게 쫓겨 문밖에 남겨진 강아지 같았다.백진아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늑대 네 마리를 제대로 훈련하지 않은 게 뒤늦게 후회됐다. 야성은 다 잃어버린 것도 모자라, 이렇게까지 둔해질 줄이야.연천능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 쇠사슬을 움켜쥔 손에는 힘이 들어가 마디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그는 긴장한 기색으로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폈지만, 결국 보이는 것은 텅 빈 허공뿐이었다.“진아야…”닿을 수 없는 누군가를 부르는 듯한 목소리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이 배어 있었다.백진아는 그가 이름을 부를 때마다, 가슴이 시리며 아려왔다.연천능은 의자에 앉아 보이지 않는 그녀 쪽을 바라보며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진아… 미안하다… 나를 용서해 줄 수 있겠느냐?”“왜 그렇게 어리석었느냐… 그날 산속에는 궁수들이 매복해 있었다. 내가 너와 싸운 건 그들의 조준을 흐트러뜨리고, 네가 빠져나갈 시간을 벌어주려던 것이었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그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그날의 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그녀가 화살을 맞고, 스스로 배를 갈라 아이를 꺼낸 뒤, 깊은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던 장면은 아직도 그의 가슴을 찢어놓았다.연천능은 눈을 질끈 감고 비통함을 억누르며 다시 말을 이었다.“네가 연경곤과 함께 나를 정벌하러 왔다는 걸 알았을 때, 내가 얼마나 아팠는지 아느냐? 나는 그를 질투했다. 미칠 듯이 질투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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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2화

한 줄기 바람이 불어오자, 전각 안의 휘장들이 일제히 흩날렸다.겹겹이 겹쳐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누군가 휘장을 가르며 걸어오는 것처럼 보였다.그 순간 연천능이 크게 동요했다. 그는 손에 쥐고 있던 대랑의 쇠사슬까지 내던지고 두 걸음 달려 나가, 두 팔을 벌려 허공을 끌어안았다.하지만 그의 품에 안긴 것은 바람에 흔들리는 휘장뿐이었다.그는 그 휘장을 꽉 움켜쥔 채, 붉게 충혈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깊은 고통과 집착이 어린 눈빛이었다.“진아야… 진아야… 네가 온 것이냐? 그렇지? 그래… 넌 죽지 않았어. 넌 절대 죽을 리 없어!”“너에게 물건을 저장하는 신비한 물건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분명 그 안에 숨어 있는 거지? 화가 풀리면…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올 거지?”넋이 나간 듯한 그의 눈가에, 이내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그는 다시 고개를 떨구며 쓸쓸하게 중얼거렸다.“그래… 너는 말했었지. 영원히… 다시는 나를 보지 않겠다고. 넌 고집이 센 사람이니… 설령 여기 와 있어도 분명 나오지 않을 것이다. 내가 잠들 때까지… 내가 취할 때까지… 그때야 몰래 나타나겠지? 쇄운진의 그날 밤처럼… 내가 취한 척하면… 네가 나타날 것이다…”마치 스스로를 설득하기라도 한 듯,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럼, 이만 침소에 들겠다. 잠들면… 네가 돌아올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내 꿈에라도 나타나겠지.”그의 표정에는 집착에 가까운 광기가 어려 있었다. 연천능은 가슴을 움켜쥔 채 비틀거리며 침상으로 걸어가더니, 쇠 화살을 집어 들어 품에 꼭 끌어안았다.창백한 얼굴로 온몸을 떨다가 그는 침상 위에 웅크려 누워, 고통스럽게 신음했다.“진아야…”그의 행동에 백진아는 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멍해졌다.이제야 이 남자가 능란이 말했던, 그녀와 얽힌 두 남자 중 하나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를 임신하게 만들고, 결국 화살에 맞게 만든 그 남자…비록 기억은 없었지만, 백진아는 도저히 평정심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화가 났다.정말로 화가 났다.호랑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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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3화

뢰일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이대로는 곤란합니다. 폐하의 성격이 점점 더 괴상해지고 있어요. 오늘은 심지어 늑대까지 끌고 조회에 나가셨으니, 대신들의 눈빛이 어땠는지 아십니까…”무진은 난처한 얼굴로 답했다.“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걸세. 우리는 그저 폐하를 잘 지키기만 하면 되네.”“상 차려라!”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무진은 뢰일을 한 번 노려본 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궁녀들과 환관들에게 손짓했다.곧 환관들이 줄지어 들어와 겹겹이 드리워진 휘장을 걷어 올리며 길을 만들었다.백진아는 속으로 기뻐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들어오면 기척과 발소리가 뒤섞여 혼란스러워지니, 지금이야말로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그녀의 공간에는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허공에서는 이동할 수 없고, 반드시 외부의 물체에 붙어야만 위치를 옮길 수 있다는 점이었다.궁녀들이 쟁반을 들고 줄지어 들어와, 고개를 숙인 채 온갖 진수성찬을 백진아 앞의 탁자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때가 왔다고 판단한 백진아는 의념을 움직여 순간적으로 공간 밖으로 튀어나갔다. 그리고 한 궁녀가 들고 있던 쟁반을 붙잡자마자, 곧바로 다시 공간 안으로 들어갔다.모든 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졌다.무공이 없는 궁녀와 환관들은 눈앞에 흰 그림자가 스쳐 지나간 듯한 느낌만 받았을 뿐이었다. 게다가 모두 고개를 푹 숙인 채 움직이고 있어, 이상을 눈치채는 사람은 없었다.상이 모두 차려지자, 앞장선 궁녀가 침상을 향해 조심스럽게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폐하, 점심상이 준비되었습니다.”“물러나라.”연천능이 침상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예!”궁녀들은 일제히 예를 올리고 물러났다.뒤에서 휘장을 걷고 있던 환관들이 다시 휘장을 내려놓으며, 질서 있게 몸을 숙이고 퇴장했다.백진아가 뒤를 돌아보니, 휘장이 한 겹씩 내려오며 살짝 흔들렸고, 연천능의 모습도 점점 흐릿해졌다.그때 옆방에서 어린아이의 말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바마마… 밥…”백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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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4화

월국의 경비는 매우 삼엄했고, 특히 곳곳에 깔린 진법은 백진아를 골치 아프게 했다.두 환관의 뒤를 따라 한참을 걷고 또 걸었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다시 어선방 앞이었다.백진아는 어이없다는 듯 이마를 짚고는 공간으로 들어가 네 마리 늑대를 일렬로 세웠다. 그리고 하나씩 머리를 콕콕 찌르며 꾸짖었다.“너희들, 아주 제대로 사고 쳤지? 늑대라면 교활하고 사나운 맛이 있어야지, 이건 뭐 하나도 없잖아. 응?”대랑도 잘못한 걸 아는지 고개를 푹 떨군 채 얌전히 서 있었다. 완전히 개 같은 모습이었다.결국 백진아는 물고기와 벌을 제외한 모든 동물을 약산으로 몰아넣었다. 조금이라도 야성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게다가 방목하면 고기도 더 맛있어지지 않는가?다만 막상 숲속 깊이 들어간 동물을 다시 잡아 오려니 문제가 생겼다. 정신력이 부족해서, 공간 밖에서처럼 직접 눈에 보이는 대상만 붙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정신력을 더 키워야겠다고 느낀 그녀는 영수 비술을 펼쳤다. 하지만 마음이 묘하게 불안정해, 도저히 집중해서 수련할 수 없었다.백진아는 일단 전체 내용을 훑어보며 익숙해지기로 했다.그런데 읽다 보니 어느새 완전히 몰입해 버렸고, 정신을 차렸을 때 공간 밖은 이미 밤이 되어 있었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탁한 기운을 내뱉었다. 몸과 마음이 한층 맑아진 느낌이었다.백진아는 순찰 중인 금위군을 발견하자, 다시 공간 밖으로 나와 그들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연천능은 근면한 황제였다. 날이 밝기도 전에 조회에 나갔다가, 파한 뒤에는 침소로 돌아와 아침 식사를 했다.그는 휘장이 나부끼는 침전 한가운데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전각 안을 천천히 훑어보았다.마침내 그의 시선이 침상 아래, 대랑을 묶어두었던 쇠고리에 멈췄다.한참 동안 그는 그곳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그때 전각 밖에서 무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폐하, 고 공자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연천능은 잠시 굳어 있던 눈동자를 느리게 움직이며 말했다.“들라 하라.”고지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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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5화

그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가슴이 너무 아파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였다.그 고통이, 그녀가 자신의 등을 향해 비수를 꽂았던 후유증일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고지행의 눈가도 붉어졌다.“하지만 알고 있느냐? 그녀가 너를 살리려고 연경곤과 머리 싸움을 벌이고, 회춘당 비밀방에서 너를 치료해 준 걸. 진아는 혼자 와룡산에 올라 목숨을 걸고 구전환혼초를 구해왔다! 그게 아니었다면, 네가 어찌 그녀를 해칠 기회가 있었겠느냐! 내가 물속에서 그녀를 건져 올렸을 때… 어떤 모습이었는지 아느냐? 스무 개가 넘는 화살이 몸을 관통하고 있었다. 피는 이미 다 흘러버렸고, 심장도 멎어 있었어…”“아!”연천능은 목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토해냈다. 하만터면 비틀거리다 쓰러질 뻔해서 옆의 휘장을 움켜쥐었는데, ‘찍’ 하는 소리와 함께 휘장이 찢겨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그러자 고지행이 한 걸음 다가섰다.“내가 직접 그 화살을 하나하나 뽑아내고, 찢어진 진아의 몸을 꿰맸다… 그녀의 몸이 얼마나 처참했는지, 네가 알기나 하느냐?”“그만… 그만… 아!”연천능은 결국 선홍빛 피를 토해냈다. 피는 하얀 휘장 위로 떨어져, 붉은 매화 꽃잎처럼 흩어졌다.그는 중심을 잡지 못해 다시 휘장을 잡아당겼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몸을 웅크린 채 가슴을 움켜쥔 그는 또 한 번 피를 토했다.고지행은 백진아가 겪었을 고통을 떠올리며, 당장이라도 연천능을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그는 주먹을 꽉 쥐고 붉어진 눈으로 휘장을 움켜쥔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알고 있느냐? 귀원주가 아니었으면, 그녀 몸속에 천잠고가 없었다면… 지금쯤 그녀 무덤 위의 풀은 이미 허리까지 자랐을 것이다! 지난 1년 넘게 그녀가 어떻게 지냈는지 아느냐? 시체처럼 누워 있었어. 숨도, 소리도 없이… 얼마 전에서야 겨우 깨어났지. 다행히도 기억을 잃었어. 모든 걸 잊어버렸지. 우리는… 그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지행의 머릿속에 신의곡에서 함께했던 시간이 스쳐 지나갔다. 손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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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6화

그 여자아이는 이목구비가 무척 정교했고, 백진아와 많이 닮아 있었다. 특히 검은 포도처럼 또렷한 눈동자가 정말 그녀와 똑같았다.고지행의 가슴속에 묘한 감정이 밀려왔다. 그는 어렵게 침을 삼키며 말했다.“이, 이 아이… 진아의 아이냐?”연천능은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차갑던 눈빛에 잠시 부드러움이 스치더니, 그는 다가가 아이를 안아 들었다.“보아야, 배고프냐?”고지행도 다가가 아이의 볼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려 했지만, 보아는 경계하듯 몸을 피하며 그를 노려보았다.“나빠!”그러고는 하얀 손으로 연천능 입가의 피를 만졌다.“아파?”보아는 작은 입술을 오므려, 조심스럽게 상처에 바람을 불어주었다.그러면서 못마땅한 듯 고지행을 흘겨보았다. 아까 그가 연천능을 때리는 걸 보고, 적으로 여기는 듯했다.하지만 그 흘겨보는 모습마저 생동감 넘치고 사랑스러웠고, 꼭 백진아가 눈을 흘길 때와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지행은 씁쓸하게 웃으며 미간을 찌푸렸다.“그럼 이제 한 살 반쯤 됐겠지?”키는 제법 컸지만, 아직 걷지도 못하고 말도 또렷하지 않았다.연천능은 그 말뜻을 알아들었다.“그런 상황에서 조산으로 태어난 아이라, 몸이 너무 약하다. 게다가 고독에 중독되어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고지행의 눈빛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아이를 어떻게 지킨 것이냐? 이렇게 어린아이한테 손을 댄 놈이 누구냐? 어떤 개자식이야?”그는 백진아의 아이가 다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연천능의 눈빛도 순간 얼음처럼 차가워졌고, 살기가 번뜩였다. 하지만 그는 아이의 작은 손에 입을 맞추며 부드럽게 말했다.“무족 사람들이었다. 내가 성녀 오약설을 가두었다고 의심해서… 보아를 노렸다.”고지행의 표정도 냉혹하게 굳었다.“그럼 그 천박한 요물, 오약설은 지금 어디 있지?”백진아가 절벽에서 떨어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성녀전이 완전히 파괴되고 성녀의 작위도 폐지되었다는 소문은 들었다. 하지만 아무도 오약설의 행방은 알지 못했다.“보여주지.”연천능은 멀리서 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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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7화

그녀는 목줄에 묶인 개처럼 여전히 연천능에게 다가가려고 발버둥쳤다.“사제… 나를 풀어줘… 내가 잘못했어. 전부 너를 위해서였어! 내가 한 모든 건… 널 너무 사랑해서였다고!”고지행은 그 목소리를 듣고 비웃음을 터뜨렸다.“누군가 했더니, 존귀하고 성결하신 성녀 전하셨군.”오약설은 깜짝 놀라 그제야 뒤에 있던 고지행을 발견했다. 그녀는 급히 고개를 숙이고, 엉킨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며 몹시 난처해했다.연천능은 차갑게 말했다.“진아가 돌아올 때까지 이 여자는 살려둘 것이다. 진아가 백 부인의 원수를 직접 갚게 할 생각이다. 네가 손을 써도 상관없다. 죽이지만 않으면 돼.”고지행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떨렸다.“내가 손을 쓰라니? 죽이지만 않으면 된다니? 더럽지도 않으냐?”연천능의 표정은 지나치게 진지했다. 농담이 아니라는 뜻이었다.그는 쓸데없는 말에 어울릴 기분이 아니라는 듯, 고지행을 차갑게 한 번 힐끗 보았다.오약설의 눈빛이 순식간에 험악해졌다.“연천능, 이 은혜도 모르는 녀석! 내가 아니었으면 네가 이렇게 빨리 월국에서 자리 잡을 수 있었을 것 같아? 내가 아니었으면 네가 황위를 지킬 수 있었겠어? 은혜를 원수로 갚는 비열한 놈! 사문에서 네가 한 짓을 알게 되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연천능은 냉소했다.“대단히 무고한 척하지 마라. 네가 나를 이용하지 않았느냐? 너와 연경곤, 그리고 월국 전 태자 사이의 더러운 일을… 내가 모를 것 같았느냐?”그는 혐오스럽다는 듯 그녀를 한 번 내려다보고는 그대로 돌아섰다.오약설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그의 등을 향해 소리쳤다.“연천능! 넌 천벌을 받을 것이야! 그년은 이미 물고기 밥이 됐어! 너는 영원히 사랑하는 사람을 얻지 못하고, 비참하게 죽게 될 거야!”고지행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는 손가락을 튕겨 작은 알약 하나를 오약설의 입안으로 날려 넣었다.“콜록, 콜록…”오약설은 황급히 뱉어내려 했지만, 약은 입에 들어가자마자 녹아버렸다.그러나 그녀는 두려워하기는커녕 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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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8화

백진아는 황궁에서 무려 이틀이나 헤맨 끝에야, 음식물 찌꺼기를 실은 당나귀 수레를 타고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드디어… 안전하게 나왔다!’정말이지 쉽지 않았다.그녀는 나오자마자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곧장 서북쪽 람성 방향으로 향했다.연천능이 사람을 풀어 추적할 것에 대비해 예전처럼 남장은 하지 않은 대신 피부를 어둡게 칠하고, 산골 처녀처럼 보이게 변장했다.가는 길에는 새와 짐승, 곤충을 조금씩 공간에 들여 약산에 풀어놓았다. 그렇게 약산의 생태계도 점점 그럴듯해져 갔다.며칠 뒤, 그녀는 카르스트 지형의 산림에 도착했다.기암괴석과 높낮이 다른 봉우리, 용식 지형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었지만, 지표가 험하고 토양도 척박해 식생은 풍부하지 않았다. 약재 종류도 많지 않아, 백진아는 오래 머물 생각 없이 발걸음을 재촉했다.그때 멀지 않은 바위틈 사이로, 검은 덩어리 같은 것이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보니, 사람 같았다.의사로서의 본능이 먼저 움직였다. 백진아가 급히 다가가 보니, 거친 천 옷을 입은 젊은 남자였다.재빨리 상태를 살핀 결과, 외상도 골절도 없었다. 다만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였다.쓰러진 이유는 단순했다.굶어서였다.누렇게 뜬 얼굴과 마른 몸, 여기저기 기운 옷을 보니 가난한 사람임이 분명했다.백진아는 서둘러 영천수가 담긴 물주머니를 꺼내 옥봉 꿀을 섞었다. 남자의 목을 받쳐 올리고 보원단을 한 알 먹인 뒤, 꿀물을 천천히 흘려 넣었다.창백하고 갈라진 입술이 달콤한 꿀물을 맛보자마자 정신없이 움직였다.잠시 후, 남자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는 또렷한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아가씨께서, 저를 구해주신 겁니까?”백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좀 괜찮아요?”남자는 생김새만 보면 나쁘지 않았지만, 지나치게 마른 데다 피부가 누렇게 떠 있었다. 가난한 차림까지 더해져 외모가 전혀 빛나 보이지 않았다.그는 몸을 일으키며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백진아는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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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9화

그 남자는 다소 겁먹은 듯한 기색이었다. “은인님, 저는 은인님을 따라가는 게 아닙니다. 저도 이 길로 가고 있었습니다.”백진아는 믿지 않는 눈으로 물었다.“어디로 가시는데요?”남자는 서북쪽을 가리켰다.“마귀 늪으로 갑니다.”백진아의 눈이 가늘어졌다.“마귀 늪은 들어가면 죽는 곳이라던데, 어찌 그곳을 가려는 겁니까?”마귀 늪을 지나면 람성에 닿는다. 설마 이 사람도 그곳으로 가는 걸까?남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어머니가 병이 드셨습니다. 약으로 혈 두꺼비가 필요한데… 마귀 늪에서만 자란다고 해서요.”백진아가 다시 물었다.“무슨 병입니까?”“숨이 차고 피를 토하시며, 일을 못 하십니다. 조금만 걸어도 쓰러지세요.”백진아는 속으로 짐작했다. 심부전이라면 확실히 두꺼비를 약재로 쓰는 경우가 있었다.‘혈 두꺼비’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 없지만, 아마 후대에는 멸종된 생물일 것이다.남자는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아가씨도 마귀 늪으로 가시는 겁니까? 그곳은 여자 혼자 갈 곳이 아닙니다. 약초를 캐러 가시는 거라면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대신 가져다드리겠습니다.”백진아는 고개를 저었다.“전 마귀 늪이 아니라, 산 너머 친척 집에 가는 길입니다.”람성도 산 너머에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남자가 말했다.“그럼 잠깐은 같은 길이니, 같이 가시지요. 산길은 위험합니다.”백진아는 그를 한 번 훑어보았다. 키는 크고 허리는 곧게 펴져 있었으며, 남루한 차림과 달리 어딘가 기세가 느껴졌다.남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럽게 말했다.“저… 군대에 있었어서, 무술도 조금 할 줄 압니다. 위험하면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그제야 조금 이해가 갔다.백진아는 험한 산길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한동안 같은 길을 가야 했기에,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같이 가죠.”남자의 얼굴이 밝아졌다.“은혜를 갚을 기회가 생겨서 기쁩니다.”“물 한 모금, 다과 몇 개 준 게 뭐 대단한 은혜라고요.”백진아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길을 걸었다.남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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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0화

육리는 밝게 뛰어가는 백진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눈가를 살짝 붉힌 채 애틋하고도 다정하게 웃었다.그렇게 한참 뒤에야 길게 숨을 내쉬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잠깐만요! 기다려요!”그런데 그때, 백진아가 일부러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나 같은 요괴한테 잡아먹히는 건 무섭지 않습니까?”그러고는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세우고 이를 드러낸 채 육리에게 덤벼들었다.“아!”육리는 놀라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감싸 쥐고 쭈그려 앉았다.장난이 성공하자, 백진아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맑은 웃음소리가 산속에 울려 퍼졌다.“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그 웃음소리를 들은 듯, 구조 요청은 더 다급해졌다.백진아는 그쪽을 바라보며 웃음을 거두었다.“됐어요, 장난은 여기까지. 사람부터 살리지요.”그녀는 몸을 돌려 빠르게 달려갔다.육리는 머리를 감쌌던 손을 내리며 천천히 일어났다. 조금 전의 겁먹은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는 그저 피식 웃고는 그녀를 따라갔다.곧 두 사람은 움푹 파인 커다란 구덩이 앞에 도착했다. 아래를 내려다본 백진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구덩이는 거대한 깔때기를 뒤집어 놓은 듯한 모양이었고, 맨 아래에는 산골 주민처럼 보이는 노인이 앉아 있었다.노인은 사람을 보자마자 희망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살려주세요! 사냥하러 왔다가 그만 떨어졌습니다!”육리도 아래를 들여다보며 말했다.“천장이 무너진 용암동굴 같네요. 그래서 이런 구덩이가 생긴 겁니다.”백진아는 주변을 둘러보았다.“덩굴을 찾아서 줄로 꼬아 내려보내야겠어요. 끌어올리면 되니까요.”못 찾으면 공간에서 꺼내면 그만이었다.그때 육리가 말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저한테 줄이 있어요.”백진아가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래요?”육리는 등에 멘 낡은 보따리를 풀었다.“마귀 늪까지 가는데, 어찌 준비를 안 했겠습니까.”보따리 안에는 정말 밧줄 두 묶음과 낫, 칼, 갈고리, 부싯돌, 횃불, 갈아입을 옷, 반쯤 새것 같은 짚신까지 들어 있었다.백진아는 웃으며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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