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921 - Chapitre 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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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1화

그런데 그 순간, 마귀 수정화의 입이 갑자기 활짝 벌어지더니 거대한 잠자리를 단숨에 삼켜 버리고 말았다.마귀 수정화 아래에는 이미 수많은 무족 사람의 시체가 널려 있었다. 거대 맹호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온몸 곳곳에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여전히 사나운 눈빛으로 남은 무족 사람들을 노려보았다.분명 저 거대 맹호는 마귀 수정화의 수호자였다.오약설은 사람들을 모두 자신이 숨은 거대한 바위 뒤로 불러들여 대책을 상의했다.그 모습을 보던 백진아의 입가에 짓궂은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는 망원경으로 마귀 수정화를 정확히 겨눈 뒤, 의념으로 뿌리째 공간 안으로 옮겨 버렸다.“으르렁!”거대 맹호는 갑자기 마귀 수정화가 사라진 걸 발견하자 순간 멍해졌다.그러고는 당황한 채 수정화가 있던 자리를 맴돌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지키던 보물이 이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걸 믿을 수 없는 듯했다.연천능 역시 그 광경을 보았다. 그는 웃음 섞인 목소리로 백진아 귓가에 속삭였다.“정말 못됐구나!”백진아는 그를 흘겨봤다.“벗이 걱정되나 봅니다.”연천능의 몸이 순간 미세하게 굳었다. 눈동자에는 놀란 기색이 스쳤지만, 곧 기쁨 어린 웃음으로 바뀌었다.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말했다.“질투하는 것이냐? 응?”백진아는 팔꿈치로 그를 밀어냈고, 퉁명스럽게 답했다.“꿈 깨세요! 당신이 진작 저 여인을 죽였으면 오늘 같은 일도 없었습니다!”연천능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는 다시 그녀 귓가에 바짝 다가와 낮게 속삭였다.“나는 너만 노린다.”“저리 비키세요. 변태!”백진아는 얼굴이 확 붉어졌고, 황급히 그를 피해 다른 자리로 옮겨가 관찰을 계속했다.‘마귀 수정화가 사라졌으니, 오약설도 이제 물러나겠지?’게다가 거대 맹호만 아니면 저들은 이미 부상자와 반쯤 폐인뿐이라 상대하기 훨씬 쉬웠다.그런데 오약설은 다친 부하를 치료해 준 뒤 무언가를 먹였다. 그러자 사람들은 금세 기운을 되찾아 멀쩡해졌다.오약설은 사람들의 위치를 다시 배치하고는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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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2화

오약설의 몸이 휘청거리며, 깜짝 놀란 듯 눈이 순식간에 크게 떠졌다.“마귀 수정화는!”오약설은 환각을 본 줄 알았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세게 비비고 다시 마귀 수정화가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그곳에는 마치 허상처럼 수정화의 윤곽이 한순간 번쩍이는 듯하더니, 곧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차가운 바람 한 줄기가 낙엽 몇 장을 휘감아 지나갔다.오약설은 새까만 손톱이 달린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미친 듯 절규했다.“아! 안 돼! 안 돼!”사람은 희망이 아예 없으면 차라리 담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던 희망이 눈앞에서 갑자기 사라져 버리면, 그 절망감은 정말 피를 토할 정도였다.오약설의 절규에 다른 사람들도 마귀화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들의 얼굴도 하나같이 창백해졌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부족민이 희생됐던가. 겨우 마귀 수정화를 손에 넣으려던 순간, 모든 게 허사가 되어 버린 것이다.채운이 급히 달려와 오약설을 부축했다.“성녀님, 우선 이곳을 벗어나야 합니다!”하지만 오약설은 미친 듯 소리쳤다.“분명 저 짐승이 마귀화를 먹어 버린 거야! 배를 갈라라!”백진아는 희망이 무너져 광기에 빠진 오약설을 보며 묘한 복수의 쾌감을 느꼈다.무족의 호위들도 만만한 실력은 아니었기에, 거대 맹호는 결국 빠르게 죽임을 당했다.오약설은 앞으로 달려가 날카로운 손톱으로 맹호의 배를 갈라 버렸다. 그러나 안에는 마귀 수정화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아! 아!”오약설은 완전히 미쳐 버렸다. 그녀는 두 손의 손톱을 번갈아 휘두르며 맹호의 뱃속을 마구 헤집었다.피와 살점, 반쯤 소화된 먹이와 배설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얼굴과 몸에 그것들을 뒤집어쓴 그녀는 마치 거대 괴물을 잡아먹는 귀신 같았다.“성녀, 호랑이 뱃속에서 똥이라도 찾는 것이냐?”그때, 싸늘하고 비웃는 듯한 백진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오약설이 홱 돌아보았다. 기괴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빠르게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맨 앞의 남녀가 모자를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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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3화

오약설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다시 암기를 여러 개 던지고는, 잉어처럼 몸을 튕기며 일어났다.그와 동시에 백진아는 암기를 공간 안으로 거두어들이고, 연검으로 그녀를 찔렀다.그 순간 백경유도 뒤쫓아와 장검을 찔러 넣었다.‘푹!’연검과 장검이 동시에 오약설의 심장을 꿰뚫었다.두 사람은 동시에 몸을 떨었다. 마침내 어머니의 원수를 갚은 것이다!그런데 갑자기 오약설의 눈빛에 결연한 독기가 스쳤다.‘펑!’그녀의 몸이 그대로 폭발해 버렸다!“아!”백진아는 재빨리 몸을 돌려 백경유를 감싸 안았다.찰나의 순간, 그녀는 공간으로 몸을 숨길 수도 있었지만, 백경유를 버리고 혼자 도망칠 수는 없었다.이 정도 폭발 위력이라면 살아남더라도 중상을 입을 게 분명했다.그런데 뜻밖에도 단단하고 커다란 품이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는 것이 느껴졌다.연천능이었다!목숨이 오가는 순간에 그는 몸으로 그녀를 지켜 준 것이다!세 사람은 동시에 힘을 빌려 경공으로 앞으로 몸을 날리며 폭발의 충격을 흘려냈고, 그대로 땅바닥에 나뒹굴었다.백진아의 머리가 바위에 세게 부딪히며 ‘쿵’ 하는 소리가 났다. 눈앞에 별이 번쩍이고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시야가 까매지더니 그녀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누이!”백경유는 백진아의 몸 아래에서 기어 나와 그녀의 인중을 눌렀다.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백진아는 서서히 정신을 차렸고, 창백하고 초조한 얼굴의 백경유가 보였다.그녀가 눈을 뜨자, 백경유의 눈이 환하게 빛났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였다.“누이, 깨어났습니까? 어디 불편한 데 있어요?”백진아는 머리가 너무 아파 괴롭게 미간을 찌푸렸다.“난 괜찮다. 너는? 다치지 않았느냐?”백경유는 아직도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괜찮습니다!”그때, 무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마마! 큰일 난 건 폐하입니다! 빨리 와서 폐하를 살려 주세요!”백진아는 고개를 돌렸고, 그제야 연천능이 자신의 곁에 누워 있는 게 보였다. 입가에는 검은 피가 묻어 있었다.그녀는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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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4화

비록 연천능이 백진아에게 두 사람의 과거를 이야기해 준 적은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시선에서 들려준 이야기였다. 게다가 당시 백진아는 기억을 잃은 상태였기에, 진정으로 그 감정에 공감할 수가 없었다.하지만 이제 기억을 되찾고 나서야, 그녀는 그동안 자신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는지를 깨달았다.비록 연천능이 모든 오해를 해명해 주었지만, 다시 떠올려도 여전히 가슴이 찢어질 듯 괴로웠다.누가 옳고 누가 틀렸을까?백진아는 도무지 정리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었다.“아버지… 아버지…….”아마 부녀의 정이 이어져 있었던 탓일까? 보아가 불안한 듯 칭얼거리며 울기 시작했다.백진아의 마음이 순간 뭉클해졌다. 그녀는 연천능을 데리고 영수소축으로 돌아갔다.보아는 연천능을 보자마자 먼저 기뻐했지만, 그가 침상에 누운 채 자신을 보지도 않고 반응도 없자 금세 불안에 휩싸여 울음을 터뜨렸다.백진아는 급히 부드럽게 달랬다.“아버지는 잠들었어. 너무 피곤해서 그래. 조금 쉬게 해 주자, 응?”보아는 곧바로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콩알 같은 눈물이 속눈썹에 매달려 있었지만, 울음은 멈추었다.백진아는 손수건으로 아이의 작은 얼굴에 맺힌 눈물을 닦아 주고는, 보아를 연천능의 곁에 앉혔다.보아는 하얗고 말랑한 작은 손을 뻗어, 연천능의 흐트러진 귀밑 흰 머리카락을 조심조심 정리해 주며 말했다.“아버지, 피곤… 코 자.”그 말랑말랑한 아기 목소리와 눈 속 가득 담긴 애틋한 그리움, 그리고 얼굴에 가득한 걱정.백진아는 이유도 모른 채 마음 한구석이 시큰해지더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그녀는 보아의 작은 몸을 꼭 끌어안고 아이 대신 연천능의 흰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며,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보아는 예민하게도 백진아의 감정을 느꼈다. 고개를 돌려 어머니를 올려다본 순간, 그녀가 눈물을 비처럼 흘리고 있는 걸 보고는 멍하니 굳어 버렸다.“어머니…….”검은 포도 같은 큰 눈에는 불안이 가득했다.백진아는 체면도 잊은 채 소매로 눈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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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5화

백진아는 급히 영천수를 가져와 보아와 자신의 얼굴을 씻었다.그리고 한참동안 보아를 달래 주었다.“보아야, 아버지랑 둘이 잠깐만 같이 있어 줄래?”보아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보아와 연천능의 관계는 원래 말없이 함께 있는 방식이었다. 그가 곁에 있기만 해도 보아는 마음이 놓인 듯했다.백진아가 공간 밖으로 나오자, 백경유와 무진이 곧바로 다가왔다.무진이 초조하게 물었다.“마마, 폐하의 상태는 어떻습니까?”백경유도 물었다.“괜찮습니까?”예전에는 우희월과 백진아의 일 때문에, 그는 연천능에게 큰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연천능이 목숨까지 걸고 그들을 지켜 준 일을 겪고 나니, 그의 태도도 조금은 달라지기 시작했다.백진아가 말했다.“큰 문제는 없다. 독이 골수까지 퍼져서 회복하는 데 며칠은 걸릴 것이다. 우선 밖으로 나가자꾸나.”“예!”사람들은 방향을 확인한 뒤, 분지 위쪽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백진아는 일부러 올 때와 다른 길을 택했다. 목적은 약초였다. 그녀는 눈에 띄는 귀한 약재를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공간 안으로 수집했다.분지 정상에 도착해 안개의 범위를 벗어나자,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머리 보호구를 벗고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하지만 그들은 보지 못했다. 분지 반대편 커다란 바위 위에, 검은 비단뱀 가죽처럼 생긴 손 하나가 바위 속을 파고든 채 걸쳐 있다는 것을…곧이어 바위 뒤에서 사나운 눈빛이 드러났다.“연천능, 백진아… 두고 보자!”그 순간 백진아는 갑자기 뒤통자로 서늘한 바람이 스치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급히 뒤를 돌아봤지만, 보이는 건 해가 질 녘 어스름 속 분지 위로 자욱하게 깔린 짙은 안개뿐이었다.그녀는 곧바로 공간 시스템의 자동 스캔 기능을 작동시켰다. 적외선 탐지 속에서 사람 모습의 붉은 그림자가 번쩍 스쳐 지나가더니, 울퉁불퉁한 바위 숲 뒤로 사라졌다.백경유가 그녀를 보며 물었다.“누이, 왜 그래요?”백진아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저쪽에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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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6화

백진아는 영천수와 과일을 공간 밖으로 내보낸 뒤, 연천능과 보아를 보러 갔다.연천능의 상태는 훨씬 좋아져 얼굴에 혈색도 돌아와 있어, 곧 깨어날 것 같았다.그녀는 먼저 보아를 위해 이유식을 만들어 배불리 먹인 뒤, 닭을 잡고 생선을 손질하며 반죽을 해 만두를 빚기 시작했다. 밖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다.보아는 혼자 영수소축 안을 기어 다니며 놀다가, 백진아가 아무렇게나 두었던 영수 비술을 발견했다.아이는 책을 거꾸로 든 채였지만, 아주 흥미진진하게 책장을 넘기며 보고 있었다.삽화들이 꽤 재미있어 보였던 모양이었다. 보아는 책을 들고 연천능 곁으로 기어가 그의 손에 책을 쥐여 주고는, 작은 손으로 그의 얼굴을 툭툭 두드렸다.“아버지! 봐! 아버지! 봐…….”연천능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감긴 눈꺼풀 아래의 눈동자가 계속 움직였고, 손도 무의식중에 주먹을 쥐며 영수 비술을 움켜잡았다.그와 동시에 만두를 삶고 있던 백진아는 시스템 알림을 들었다. 연천능이 곧 깨어나 공간에서 자동으로 배척된다는 내용이었다.백진아는 그가 진흙탕에 떨어질까 봐, 의념으로 그를 공간 밖으로 옮겨 무진 앞에 내려놓았다.만두는 냄비에 들어가 있었다. 공간의 시간 흐름이 빠르기에, 만두가 퍼질까 봐 걱정된 그녀는 공간 밖으로 나가지 않고 계속 만두를 삶았다.백경유와 무진은 갑자기 나타난 연천능을 보고, 그가 깨어나려 한다는 걸 느끼고 서둘러 다가갔다.곧이어 연천능의 긴 속눈썹이 가볍게 떨리더니, 천천히 눈이 떠졌다.무진이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폐하, 몸은 어떠십니까?”연천능은 미간을 찌푸린 채 정신을 잃기 전의 일을 떠올렸고, 갑자기 표정이 변했다.“진아는?”백경유가 답했다.“누이는 공간에서 밥을 하고 있습니다. 계속 공간 안에서 치료받고 있었는데, 깨어나니까 밖으로 보내진 것 같습니다.”그의 시선이 연천능 손에 들린 책으로 향했고, 이내 눈빛이 반짝였다.“이건? 누이의 공간에서 나온 책입니까?”그는 책을 가져와 표지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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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7화

그렇게 말하며 백진아는 뚝배기에서 국물을 반 그릇 떠서 그에게 건넸다.연천능의 눈빛에 은은한 다정함이 스쳤고, 그는 국물을 받아 들었다.그런데 갑자기 보아가 그의 팔을 꼭 붙잡으며 말했다.“먹어!”“너도 마시고 싶구나?”연천능은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술 떠 조심스럽게 불어 식힌 뒤 보아에게 먹여 주었다.백진아도 보아를 위해 반 그릇을 떠 주며 말했다.“자, 아버지께서 몸이 안 좋으니, 어머니가 먹여 주마.”보아는 얌전히 백진아를 바라보며 입을 벌리고 기다렸다.백진아는 아이에게 국물을 한 숟갈 먹인 뒤 작은 볼에 입을 맞췄다.보아는 기분 좋게 눈을 반달처럼 휘더니, 이번엔 얼굴을 연천능 쪽으로 들이밀며 입술을 꼭 다물고 뽀뽀를 요구했다. 지금 그녀의 모습은 그 무엇보다 사랑스러워 보였다. 연천능의 얼음장 같은 얼굴도 어느새 부드럽게 풀어졌다. 그는 고개를 숙여 보아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고, 보아는 만족한 얼굴로 다시 백진아가 떠먹여 주는 국물을 받아먹었다.백진아의 마음은 한없이 부드러워졌다. 행복이라는 것이 가슴속을 가득 채워 넘치는 기분이었다.화목한 세 식구의 모습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레 전해졌다.특히 무진과 뢰일, 풍일처럼 오랫동안 연천능 곁을 지켜 온 사람들은 안도와 감격이 섞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런 모습의 주인이야말로 사람 냄새가 났고, 진짜 살아 있는 사람 같았다.그들의 주인은 이제야 다시 살아난 것이다!백경유도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면 이것이 누이와 보아에게 가장 좋은 결말일지도 몰랐다.모두 배불리 먹고 마신 뒤, 백진아는 소화를 돕는 꿀차를 내왔다. 공간 약밭에서 재배한 것이었고, 꿀은 옥봉의 벌꿀이었다.옥봉 벌꿀은 해독 효능이 있어, 사람들이 무심코 들이마신 안개의 독을 제거해 줄 수 있었다.백경유는 아직 어린 편이라, 새콤달콤한 음료를 무척 좋아했다. 그는 연달아 두 잔이나 마시고는 감탄했다.“정말 맛있네요!”백진아는 웃으며 말했다.“나중에 좀 챙겨 주마. 사람을 시켜 달여 마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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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8화

연천능은 몸에 많은 상처가 있었지만, 끝까지 공간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고 밖에서 백진아와 함께했다.그리고 사람들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그는 점점 거칠게 굴기 시작했다. 일부러 이동 속도를 늦추고, 조금이라도 틈이 나면 은근슬쩍 애정 표현을 받아낼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백진아는 화를 내려다가도 그가 너무 자연스럽고 태연하게 행동하는 데다, 겉으로는 또 지나치게 점잖은 척하고 있어서 괜히 성질도 내지 못했다.그들이 마귀 늪지 가장자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이틀 뒤 밤이었다.백진아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드디어 나왔네!”보름은 아니었지만, 하늘의 달은 둥글고 밝았다. 안개도 사라져, 공기는 무척 맑고 상쾌했다.연천능은 답답한 방호복과 고무신, 장갑을 벗고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그러자 몸에서 은은한 땀 냄새가 풍겨 나왔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저쪽 숲으로 가자. 먼저 씻고 오겠다.”백진아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우선 다른 사람들부터 공간 밖으로 꺼내는 게 낫겠습니다. 너무 오래 기절해 있는 것도 안 되니.”하지만 연천능은 분명 내키지 않는 눈치였다. 그는 그녀의 손을 붙잡고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영원히 살 수 있으면 좋겠구나. 우리 둘만, 이렇게 함께 살아가고 싶구나.”백진아의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졌다. 그의 운명은 애초에 평범하고 단순한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마귀 늪을 벗어나 황궁으로 돌아가면 다시 수많은 음모와 권력 다툼을 마주해야 한다.그녀는 하늘의 달을 멍하니 바라보며 잠시 막막함에 잠겼다.연천능은 그녀가 이미 기억을 되찾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행동도 지나치게 나가지 못한 채, 조심스럽게 그녀의 허리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말했다.“우리 세 식구만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네가 나와 보아 곁에만 있어 준다면… 나는 불바다에 빠져도 좋고, 모든 것을 잃어도 다 상관없다.”백진아는 그를 꼭 끌어안고 “좋아”라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막상 입을 열자, 무표정한 얼굴로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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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9화

백진아는 그에게 너무 세게 안긴 탓에 조금 아픈 듯 몸을 비틀며 말했다.“뼈가 부러질 것 같습니다.”그러자 그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무서워서 그래. 이게 꿈일까 봐. 예전처럼… 분명 널 품에 안고 있는데도, 눈 깜빡하면 네가 사라질까 봐. 그래서 난 잠드는 것조차 두려웠다.”백진아의 마음이 가볍게 떨렸다. 문득 한 가지 일이 떠오른 그녀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은 황제입니다. 하지만 난… 아마 다시는 아이를 가질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사실 그녀에겐 공간이 있었고, 이번 마귀 늪지 여행에서 천 년이 넘은 귀한 약초도 많이 얻었다. 몸을 잘 조리하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정 안 되면 시험관 시술이라는 방법도 있었다.하지만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리 그에게 알려 두어야 했다.연천능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입술을 맞댄 채 조용히 말했다.“고지행에게 이미 들었다. 하지만 난 상관없어. 우리에겐 이미 보아가 있으니, 그걸로 충분해. 게다가 월국은 남녀 모두 황위를 이을 수 있다. 역사상 여제도 여러 명 있었고.”백진아는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이렇게 지내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연천능은 탐욕스럽게 그녀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았다.“웃는 모습이 정말 예쁘구나. 차라리 네가 영원히 기억을 되찾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가 기억을 되찾고 나서도… 과연 나를 향해 이렇게 웃어 줄지 자신이 없구나.”백진아는 그저 서쪽으로 기울어 가는 달을 착잡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한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연천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아니, 그래도 빨리 기억을 되찾는 게 좋겠어. 그래야 네가 온전해질 테니까. 때리든, 죽이든, 화가 풀릴 때까지 뭐든 하마. 그러니… 나를 떠나지 말거라.”그러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래도 지금의 네가 좋아. 그냥… 이대로였으면 좋겠어.”백진아는 웃음이 터질 뻔해 입술을 꾹 다물었다.“내 기억이 돌아오든 말든, 내 원칙은 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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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0화

백진아가 고지행에게 품은 감정은 매우 복잡하긴 했지만, 그 안에 부정적인 감정은 단 하나도 없었다.기억을 잃기 전이든 후든, 고지행이 보여 준 다정함과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은 헌신은 모두 진심이었다.만약 능란이 나타나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그녀는 이미 그와 혼인해 신의곡에서 신선 부부처럼 살아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지행은 늘 그렇듯 건들건들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 복숭아꽃 같은 눈동자만은 한순간도 백진아를 떠나지 않았다.백진아는 이유 없이 마음이 불편해졌다. 미안함도 있었고, 괴로움도 있었고, 감사함도 있었다. 그 외에도 우정과 사제의 정, 가족 같은 정…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여 있었다.고지행은 얼마나 총명하고 예민한 사람인가?백진아의 눈빛 속에서 복잡하게 흔들리는 감정을 읽어낸 순간,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고, 눈가도 서서히 붉어졌다. 그는 입술을 세게 다문 채 그저 그녀만 바라보았다.그녀의 눈은 더 이상 어린아이처럼 맑고 순수하지 않았다. 그녀는 기억을 되찾았다. 그리고 그는… 이제 그녀를 완전히 잃게 되었다.백진아 역시 복잡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연천능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그는 보아를 백진아 품에 안겨 주며 부드럽게 말했다.“어머니한테 가거라.”“어머니! 과일!”보아는 백진아의 목을 끌어안고 하얀 손으로 붉은 앵두를 집어 그녀 입가에 내밀었다. 말랑한 아기 목소리가 백진아의 정신을 겨우 현실로 끌어왔다.백진아는 굳은 얼굴로 억지웃음을 지으며 과일을 받아먹고, 보아의 작은 볼에 입을 맞췄다. 눈빛은 다시 부드러워졌다.고지행의 눈에 절망과 허무가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는 곧 능청스럽고 삐딱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이렇게 푸짐한 음식 냄새를 풍기니, 결국 나까지 끌려왔잖아요.”그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고, 눈동자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백진아는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프고 또 어쩔 줄 몰랐다. 그녀는 서둘러 말했다.“어서 오세요.”“좋지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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