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연천능이 백진아에게 두 사람의 과거를 이야기해 준 적은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시선에서 들려준 이야기였다. 게다가 당시 백진아는 기억을 잃은 상태였기에, 진정으로 그 감정에 공감할 수가 없었다.하지만 이제 기억을 되찾고 나서야, 그녀는 그동안 자신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는지를 깨달았다.비록 연천능이 모든 오해를 해명해 주었지만, 다시 떠올려도 여전히 가슴이 찢어질 듯 괴로웠다.누가 옳고 누가 틀렸을까?백진아는 도무지 정리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었다.“아버지… 아버지…….”아마 부녀의 정이 이어져 있었던 탓일까? 보아가 불안한 듯 칭얼거리며 울기 시작했다.백진아의 마음이 순간 뭉클해졌다. 그녀는 연천능을 데리고 영수소축으로 돌아갔다.보아는 연천능을 보자마자 먼저 기뻐했지만, 그가 침상에 누운 채 자신을 보지도 않고 반응도 없자 금세 불안에 휩싸여 울음을 터뜨렸다.백진아는 급히 부드럽게 달랬다.“아버지는 잠들었어. 너무 피곤해서 그래. 조금 쉬게 해 주자, 응?”보아는 곧바로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콩알 같은 눈물이 속눈썹에 매달려 있었지만, 울음은 멈추었다.백진아는 손수건으로 아이의 작은 얼굴에 맺힌 눈물을 닦아 주고는, 보아를 연천능의 곁에 앉혔다.보아는 하얗고 말랑한 작은 손을 뻗어, 연천능의 흐트러진 귀밑 흰 머리카락을 조심조심 정리해 주며 말했다.“아버지, 피곤… 코 자.”그 말랑말랑한 아기 목소리와 눈 속 가득 담긴 애틋한 그리움, 그리고 얼굴에 가득한 걱정.백진아는 이유도 모른 채 마음 한구석이 시큰해지더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그녀는 보아의 작은 몸을 꼭 끌어안고 아이 대신 연천능의 흰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며,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보아는 예민하게도 백진아의 감정을 느꼈다. 고개를 돌려 어머니를 올려다본 순간, 그녀가 눈물을 비처럼 흘리고 있는 걸 보고는 멍하니 굳어 버렸다.“어머니…….”검은 포도 같은 큰 눈에는 불안이 가득했다.백진아는 체면도 잊은 채 소매로 눈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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