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961 - Chapitre 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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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1화

연천능은 마음이 아팠지만 결국 마음을 다잡은 듯 침착하게 말했다.“그래. 우리 딸인 이상 평온한 삶을 살기는 어려울 것이야. 차라리 어릴 때부터 몸을 지킬 능력을 배우는 편이 낫겠지.”두 사람은 다시 식사를 이어 갔다.서로 반찬을 집어 주며 식사하는 모습은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부부와 다를 바 없었다.식사가 끝난 뒤에는 소화를 돕는 차를 마셨다.연천능이 백진아의 손을 붙잡았다.“짐과 함께 낮잠을 자자꾸나.”백진아의 입가가 씰룩거렸다.“제가 옆에 있는데 정말 잠이 올 것 같습니까?”“그럼!”연천능은 마치 명을 내리듯 엄숙하게 말했다.백진아는 말문이 막혔다.‘...내가 너무 많은 생각을 한 건가?’그녀는 침상에 올라가 벽 쪽으로 몸을 굴린 뒤 눈을 감고 자는 척했다.연천능도 장화를 벗고 겉옷을 벗은 후 침상에 누웠다.그리고 데굴 굴러 그녀에게 다가오더니, 커다란 팔로 그녀를 감싸 안아 품으로 끌어당긴 뒤 그대로 눈을 감고 잠들어 버렸다.백진아의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손바닥 아래로 단단한 그의 가슴 근육이 느껴졌다.보아는 자고 있고, 두 사람의 오해도 모두 풀렸고, 하늘도 돕고 땅도 돕는 상황인데... 뭔가 다른 일이 일어나야 하는 것 아닌가?하지만 기다려도, 또 기다려도, 연천능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설마 내가 먼저 다가가길 바라는 건가?’그녀는 손끝으로 그의 가슴을 살짝 긁었다.연천능은 입꼬리를 올리며 눈을 떴고,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물었다.“왜 그러는 것이냐? 잠이 오지 않는 것이냐?”“이불이 없으니, 춥네요.”백진아는 아무렇지 않은 척 그의 귓가에 따뜻한 숨결을 흘리며 은근한 신호를 보냈다.원래라면 그가 먼저 안아 준다거나, 같이 있으면 춥지 않다는 말을 해야 하는데...이 정도면 충분히 알아들을 만한 신호였다.그런데 연천능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이불을 끌어와 덮어 주었다.그냥... 이불만... 덮어 주었다.백진아는 멍해졌다.‘이건 좀 심하잖아...’그녀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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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2화

백진아는 씻고 단정히 단장한 뒤 옷을 갈아입었다.보아도 씻기고 새 옷으로 갈아입힌 후, 두 사람은 공간을 나와 외전으로 향했다.소자묵은 거지 차림이 아니라 옅은 흰색의 넓은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다.어느덧 열세 살에 가까워진 그는 훤칠한 미소년으로 성장해 있었다.정교한 이목구비에 곧게 뻗은 허리와 등, 바르고 맑은 눈빛까지 갖춘 범상치 않은 소년이었다.소자묵은 백진아를 보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누이, 정말 살아 계셨군요!”그는 옅게 미소 지었지만, 오랜만의 재회 때문인지 약간 어색한 기색도 있었다.“앉아서 이야기하거라.”백진아가 웃으며 말했다.“그때 남장까지 하고 얼굴도 새까맣게 칠했는데... 거기에 주근깨까지 그렸지. 어찌 나인 것을 알아본 것이냐?”“얼굴 자체가 바뀐 건 아니잖아요. 그저 까맣게 칠했을 뿐이니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소자묵의 시선이 보아에게 향했다.“이 아이가 누이의 딸입니까?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네요. 누이를 꼭 빼닮았어요.”백진아는 보아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웃었다.“그래, 어려서부터 보아라고 불렀어. 본명은 백리민민이고, 자람 공주라는 봉호를 받았지.”보아는 해맑게 웃으며 탁자로 달려가, 가장 좋아하는 녹두 과자 하나를 집어 소자묵의 손에 쥐여 주었다.“먹어!”그러고는 커다란 눈에 기대를 가득 담고 그를 바라보았다.소자묵이 웃었다.“고맙구나!”그는 한입 베어 물고 감탄했다.“맛있습니다!”보아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작은 손뼉을 치고 뛰어갔다.두 명의 측근 궁녀가 황급히 뒤를 따라갔다.백진아는 과일 접시를 소자묵 앞으로 밀어 주며 말했다.“고맙구나. 나를 알아봐 주고, 또 경유에게 편지도 보내 줘서. 그때는 기억을 잃은 상태였고, 얼마 전에야 기억이 돌아왔어.”“누이의 표정을 보고 짐작했습니다. 누이를 찾지 못해서 백 공자에게 도움을 청했고, 적염을 보내 사람을 찾게 했죠.”소자묵은 은으로 만든 꼬챙이로 과일을 찍어 먹으며 말했다.백진아는 죽엽차 한 잔을 따라 주고 물었다.“내가 떠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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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3화

백진아는 이어서 임강성 주변 지역의 상황도 자세히 물었고, 대략적인 정세를 파악하게 되었다.그 후에는 소자묵이 개방의 발전 방향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백진아가 개방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홍칠공과 황용의 이야기 정도뿐이었다.그래서 현대식 조직 운영과 팀 관리 개념을 접목해 몇 가지 의견과 조언을 해 주었다.두 사람은 거의 한 시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러다 연천능이 무진을 보내 백진아를 청했다.대전으로 와서 사람을 살려 달라는 청이었다.이에 소자묵은 자리에서 일어나 작별을 고했다.그는 이곳 개방 사람과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을 남긴 뒤 궁을 나섰다.사람을 구하는 일은 촌각을 다투는 법이었다.백진아는 약상자를 들고 무진을 따라 건곤전으로 향했다.백진아가 대전에 들어서자마자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사람들은 그녀의 뛰어난 미모에 감탄했고,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한눈에 공주의 친모라는 사실을 알아챘다.백진아는 대전 안을 둘러보았다.몇 사람이 무릎을 꿇고 있었고, 누군가는 분노에 차 있었으며, 누군가는 슬픔에 잠겨 있었다.한쪽에는 널빤지 하나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흰 천으로 덮인 사람이 누워 있었다.이미 죽은 사람인 듯했다.연천능은 용포를 입은 채 높은 황좌에 앉아 있었다.위엄과 패기가 넘쳤고, 풍채는 천하를 압도했다.동해 진주로 만든 관의 구슬 장식이 그의 준수한 용안을 반쯤 가리고 있어, 더욱 고귀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백진아는 매일 연천능이 용포를 입은 모습을 보아 왔지만, 그가 대전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중생을 굽어보는 듯한 기세.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압도적인 위압감.그리고 얼굴을 가리는 관의 구슬 장식.그 모든 것이 그를 그녀가 닿을 수 없을 만큼 먼 존재처럼 느껴지게 했다.백진아는 눈을 내리깔고 공손히 예를 올렸다.“폐하를 뵙...”“됐다. 예는 면하라!”연천능은 곧바로 말을 끊으며 그녀가 무릎을 꿇기 전에 제지했다.이상하게도 그는 백진아가 절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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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4화

젊은 관리는 한밤중에 용변이 마려워 잠에서 깼다. 그러다 다시 초야를 치르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지, 부인의 몸 위로 몸을 기울여 입을 맞추고 애정을 표현했다.그런데 부인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그제야 이상함을 느낀 그는 부인의 몸이 차갑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황급히 촛불을 켜 확인해 보니, 부인의 얼굴은 청흑색으로 변해 있었고 이미 숨진 지 한참 지난 상태였다!검시관이 말했다.“망자는 맹독에 중독되었습니다. 그런 독이라면 중독 직후 바로 증상이 나타나야 합니다. 그런데 잠들 때까지는 멀쩡했고, 그사이에 음식이나 물을 섭취한 적도 없습니다. 대체 어떻게 중독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젊은 관리는 거의 울상이 되어 말했다.“소인이라고 어찌 알겠습니까? 어쨌든 이 일은 소인과 무관합니다!”백진아가 말했다.“진실을 밝히려면 결국 시신의 말을 들어야 하네. 먼저 외부 상태부터 살펴보겠네.”연천능은 태감에게 명해 흰 비단 천을 가져오게 했다.그들은 시신 주위에 가리개를 둘러 비교적 폐쇄된 공간을 마련했다.백진아는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한 뒤 망자의 옷을 풀고 세밀하게 검사하기 시작했다.그녀의 그림자가 흰 비단 위에 비쳤다.관원들은 그 아름다운 실루엣을 바라보며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미래의 황후가 될 사람이 태연하게 시신을 검시하고 있다니?무섭지도 않은 걸까? 불길하다고 여기지도 않는 걸까?백진아는 돋보기를 꺼내 전신을 꼼꼼히 살핀 뒤 결론을 내렸다.“피부 표면은 물론 머리카락 속까지 확인했지만 상처나 바늘 자국은 없습니다.”이어 눈, 귀, 입, 코를 검사한 후 말했다.“안면의 구멍에서도 중독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백진아는 계속 검사를 진행하다가 문득 동작을 멈췄다.그리고 약상자에서 핀셋과 솜을 꺼내 어떤 액체를 채취한 뒤 공간으로 보내 분석했다.그 후 망자의 복부를 눌러 확인하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인을 찾았습니다.”원고와 피고 격인 양측 사람이 동시에 긴장하며 물었다.“무슨 이유입니까?”백진아는 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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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5화

오 대인과 오 부인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고, 이내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눈빛을 주고받았다.백진아는 말을 이었다.“그리고 망자의 뱃속에는 3개월 된 태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태아 역시 중독되어 이미 목숨을 잃었습니다.”“정2품의 오 대인께서 어찌 적녀를 저 같은 정5품 관리에게 시집보내려 하셨는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원래 그런 이유였군요! 하하하... 흑...”주 대인은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허탈하게 웃었고, 웃음소리는 곧 울음으로 변했다.그때 공간에서 진행하던 DNA 대조 결과도 나왔다.백진아가 말했다.“아이의 친부는 망자와 마지막으로 잠자리를 가진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주 대인이 아닙니다.”“아이고, 이 무슨 죄란 말인가! 이 무슨 죄란 말인가!”오 대인은 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통곡했다.오 부인도 그대로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입술이 떨렸지만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연천능이 차갑게 물었다.“누군지 알고 있는 모양이군.”오 대인은 감히 숨기지 못했다.그는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 머리를 조아렸다.“예... 제 서자입니다! 그 패륜아 같은 놈입니다! 소인의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오 부인은 울부짖었다.“아이고! 이복남매가 그런 관계를...”그녀는 울면서 오 대인의 가슴을 마구 두드렸다.“당신이 그렇게 첩을 많이 들였으니 이런 일이 생긴 거예요! 그놈은 나를 정실이라고 미워했고, 결국 내 딸에게까지 수작을 부린 거예요!”오 대인 역시 부끄럽고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모두 내 잘못이오. 자식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어...”오히려 주 대인이 차분하게 말했다.“그녀는 끝까지 저를 가까이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심지어 모욕적인 말까지 했지요. 아마도... 그자를 마음에 품었나 봅니다.”“자식이 커 버리면 부모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법...”오 대인은 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고, 늙은 몸은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백진아는 무거운 마음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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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6화

연천능은 황급히 자신의 반쯤 완성된 작품을 밀어 넘어뜨렸다.“아이고, 아버지 것도 무너졌네!”그런데 예상과 달리 보아는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오히려 입을 크게 벌리고 세게 울음을 터뜨렸다.백진아는 얼른 보아를 안아 들고 눈물을 닦아 주었다.“왜 그러는 것이냐? 무너져도 괜찮다. 다시 만들면 되잖아?”“싫어! 싫어! 으앙! 와!”보아는 작은 몸을 비틀며 눈물을 줄줄 흘렸다.연천능도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 주며 말했다.“왜 그러느냐? 말해 보아라.”하지만 보아는 아직 너무 어려 자신의 감정을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그저 계속 울기만 했다.백진아는 모래시계를 확인하더니 말했다.“잘 시간 됐네요. 졸려서 그런가 봅니다.”그녀는 보아의 등을 토닥이며 달랬다.“우리 보아, 자야지. 잘 시간이야.”“와앙...”하지만 보아의 기분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연천능은 눈썹을 찌푸리며 낮게 말했다.“울지 말거라! 네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말해 보아라!”아버지가 화를 내자 무척 무서웠던 보아는 즉시 울음을 멈췄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민 채 눈물이 가득 고인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울고 싶지만 감히 울지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백진아는 연천능을 흘겨보며 보아의 등을 다독였다.“울지 말거라. 졸린 것이냐? 우유 타 줄까? 이제 자자, 응?”보아는 입을 삐죽 내밀고 눈을 한 번 깜빡였다.그러자 눈물방울 두 줄기가 다시 주르륵 흘러내렸다.아이는 여전히 기분이 좋아지지 않은 듯했다.연천능은 목소리를 한층 부드럽게 하여 물었다.“아버지에게 말해 보아라.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이냐?”보아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한참 생각하더니 말했다.“말타기!”“목마 타고 싶은 것이냐?”백진아는 보아가 작은 목마를 가장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목마는 금화전에 있어. 이 늦은 밤에...”그러다 그녀의 시선이 연천능에게 닿았고, 눈이 반짝 빛났다.연천능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고 경계하며 물었다.“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백진아는 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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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7화

연천능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여기서 자마.”백진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왜요?”연천능은 그녀를 끌어안고 누우며 말했다.“이유는 없다. 그냥 여기서 자고 싶을 뿐이다.”백진아는 그가 조금 억지를 부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보아의 침상도 세 사람이 겨우 누울 정도는 되었기에 그냥 내버려 두었다.연천능은 보아를 안쪽으로 옮기고 부인을 품에 안고 자려 했다.그런데 보아는 아직 깊이 잠들지 않은 상태였다.눈을 뜨고 보니 부모가 붙어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꼼지락꼼지락 기어와 두 사람 사이로 파고들었다.보아는 작은 몸을 이리저리 비틀더니, 백진아의 품속에 쏙 들어가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연천능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그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긴 팔을 뻗어 백진아를 안았다.하지만 꼬마는 신기하게도 그것을 알아차렸다.눈도 뜨지 않은 채 작은 팔을 휘적이며 연천능의 팔을 밀어냈다.연천능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머니가 생기더니 아버지는 잊어버렸군. 앞으로는 혼자 재우거라!”백진아가 웃음을 터뜨렸다.“아직 한 살 반밖에 안 됐습니다. 아무리 빨라도 세 살은 되어야 혼자 자지 않겠습니까?”연천능은 불만스럽게 말했다.“너무 일을 방해하는군. 차라리 유모를 다시 들이는 게 어떤가?”백진아는 단호하게 반대했다.“안 돼요. 보아는 이미 젖도 뗐으니 유모가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딸과 제 사이에 다른 여인이 끼어드는 것도 싫고요.”연천능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원래 부잣집 아이들은 다 그렇게 자라는 것 아닌가?”백진아는 고집스럽게 말했다.“그래도 보아는 필요 없어요.”결국 연천능이 먼저 물러섰다.“좋다. 네 말대로 하지.”그는 몰래 손을 뻗어 백진아의 손을 잡았다.보아가 반응하지 않자, 이번에는 다리를 슬쩍 뻗어 그녀의 다리를 끌어당겼다.두 사람의 다리가 살며시 얽혔다.아이까지 옆에 있으니, 백진아는 별생각 없이 눈을 감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들었다.연천능은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모녀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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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8화

백진아는 번거롭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의식적인 분위기가 신선하게 느껴졌다.그래서 마지못해 협조해 보기로 했다.목욕실의 커다란 욕조에는 이미 향기로운 물이 준비되어 있었고, 수면 위에는 장미 꽃잎이 떠다니고 있었다.짙고 그윽한 향기가 공간 가득 퍼져 있었다.백진아는 원래 목욕할 때 남의 시중을 받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그녀는 속옷을 벗은 뒤 얼른 물속으로 몸을 담그고, 머리만 수면 위로 내놓았다.여섯 명의 궁녀가 욕조를 둘러싸고 있었다.누군가는 부드러운 수건으로 팔을 닦고, 누군가는 다리를 문지르고, 누군가는 등을 씻겨 주고, 또 다른 이는 머리를 감겨 주었다.목욕이 끝난 뒤에도 시중은 계속되었다.누군가는 머리카락의 물기를 짜내고, 누군가는 몸에 맺힌 물방울을 닦아 주고, 또 누군가는 향기로운 향지를 발라 주었다.이렇게 극진한 대접을 받아 보는 것도 꽤 괜찮은 기분이었다.백진아는 목욕이 끝나면 비단 이불로 몸을 감싼 뒤, 어디론가 들려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리고 그다음은... 하하하!그런데 궁녀들은 옷을 입혀 주기 시작했다.한 겹.또 한 겹.그리고 또 한 겹...무려 아홉 겹이나 입혔다.마지막으로 입혀진 겉옷을 보는 순간, 백진아는 눈을 크게 떴다.그것은 혼례복이었다!황후가 대혼 때 입는 붉은 예복이었다!혼례복은 말 그대로 화려함의 극치였다.최고급 붉은 비단 위에는 금실과 은실로 봉황이 모란꽃 사이를 나는 모습이 수놓아져 있었고, 곳곳에는 붉은 보석이 장식되어 있었다.깃에는 광택이 뛰어난 동해 진주까지 박혀 있었다.백진아가 아무리 둔하다고 해도, 이제는 눈치챌 수 있었다.그녀의 입가에 웃음이 저절로 번졌다.그는 제대로, 성대하게 그녀를 맞이하겠다고, 그녀를 진정한 부인으로 맞이하겠다고 말했었다.그리고 열흘만 기다리면 보아를 황실 족보에 올리는 길일이라 말했었다.사실 그가 말한 길일은 혼삿날이었다.그리고 앞으로 매일 태워 주겠다고도 했었고...백진아는 순간 기침을 했다.‘그건 좀 아니지. 자세가 너무 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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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9화

광명전을 나서자, 백진아는 대전 입구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는 것을 느꼈다.아마도 황후의 의장대일 것이라고 짐작했다.그때, 태감의 높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황후마마, 가마에 오르시옵소서!”백진아는 궁녀의 부축을 받으며 넓고 호화로운 혼례 가마에 올랐다.태감이 다시 크게 외쳤다.“가마를 들어라!”순간, 흥겨운 음악이 울려 퍼졌다.노랫소리가 구성지게 울리고, 징과 북이 흥겹게 울려 퍼졌다.가마가 살짝 흔들리더니 안정적으로 떠올랐다.붉은빛으로 물든 행렬은 장엄하게 황궁을 나와 대로로 향했다.백진아는 넓은 가마 안에 앉아 있었다.밖에서는 인파가 들끓고 있었다.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축하의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머리 위의 붉은 덮개가 흔들흔들 움직이며 시야를 가렸고, 모든 것이 꿈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혼례 가마는 천천히 수도를 한 바퀴 돈 뒤, 다시 황궁 안으로 들어갔다.그리고 한참 더 이동한 끝에 마침내 멈춰 섰다.가마가 조심스럽게 땅에 내려졌다.곧 태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가마 가림막을 걷어라!”말이 끝나자 가림막이 열렸다.빛이 안으로 스며드는 동시에 익숙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한 손이 가마 안으로 들어왔다.그리고 그녀의 손을 단단히 잡았다.“진아야...”연천능의 깊고 낮으며 매력적인 목소리였다.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그 안에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백진아는 그의 손에 이끌려 가마에서 내렸다.순간, 흥겨운 음악이 더 크게 울려 퍼졌다.하늘에서는 꽃잎 비가 쏟아져 내렸고, 짙은 꽃향기가 사방에 퍼졌다.뢰일은 암위를 이끌고 대전 지붕 위에서 꽃잎을 뿌리고 있었다.모두 기쁜 표정이었지만, 꽃을 뿌리는 우락부락한 사내들의 모습은 조금 어울리지 않았다.연천능의 차갑고 준수한 얼굴도 오늘만큼은 한결 부드러워 보였다.그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까지 떠올라 있었고, 기분이 좋은 것이 그대로 드러났다.그는 금관을 쓰고, 용이 하늘로 솟구치는 무늬가 수놓인 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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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0화

연경곤은 자기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듯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그리고 대량 선황의 성지를 꺼내 들었다.“우리는 선황께서 직접 정해 주신 혼약이 있다! 정식으로 약혼한 사이고, 나의 황후가 되어야 할 사람이다!”백진아는 차갑고 담담하게 말했다.“이곳은 월국입니다. 대량 선황의 성지는 이곳에서 아무 효력도 없습니다!”연천능도 냉소를 머금고 말했다.“선황의 강산을 빼앗고 그 자손들까지 죽여 놓고서, 이제 와 선황의 성지를 들먹일 낯이 있다니요?”그때 뒤쪽에서 위엄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런 자와 말다툼할 필요 없습니다. 먼저 예를 마치세요. 좋은 시간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백진아의 눈가가 붉어졌다.그녀는 가슴이 뭉클해지며 눈빛이 밝아졌고,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상석에 한 사람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백근당이었다.그는 여전히 예전의 풍채를 풍기고 있었다.그 옆에는 백경유가 서 있었다.한 손은 검 자루를 누른 채, 언제든 손을 쓸 준비를 하고 있었다.백근당의 곁에는 우원새가 앉아 있었다.금관과 용포를 갖춰 입은 그는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백진아와 눈이 마주치자 눈웃음을 지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반대편에는 신의곡 곡주가 앉아 있었다.그리고 그 옆에는 고지행이 서 있었다.고지행의 눈가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그는 붉은 혼례복을 입고 연천능과 나란히 선 백진아를 바라보았다.입가에는 늘 그렇듯 능청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눈빛은 공허했고 정신은 다른 곳에 가 있는 듯했다.마치 사랑하는 여인이 시집을 가지만 신랑은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 같았다.백진아는 눈물을 머금은 채 웃었다.정말 다행이었다.가족들의 축복을 받는 혼례야말로 진정으로 완벽한 혼례였다.백근당의 눈에도 눈물이 맺혀 있었다.그는 딸을 바라보며 안도와 자부심이 담긴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집례 태감을 향해 엄하게 말했다.“계속하라. 길시를 놓쳐서는 안 된다.”태감은 긴장한 얼굴로 목청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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