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모여 있는 많은 사람들을 바라보자 곧이어 자신이 쓰러지기 전 일어났던 일들이 떠올랐다. 그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손발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아무리 애를 써보아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입을 열어 말을 하려 했지만 입술만 조금 떨릴 뿐 마치 경련이라도 일으킨 듯 삐뚤어질 뿐이었다. 침이 입가를 타고 흘러내렸지만 말 한마디 나오지 않았다.그는 마비되어 버린 것이다!그 생각이 머릿속을 파고드는 순간, 윤서원은 공포에 가득 찬 눈을 크게 부릅뜨며 당황한 눈빛으로 주변에 도움을 구했다. 바로 그때, 침상 앞에 서 있는 신수빈의 깊고 고요한 눈동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호수처럼 차분하고 심연처럼 검게 가라앉은 그 눈빛은 살을 에는 한기처럼 그를 꿰뚫었다. 움직일 수 없는 몸임에도 윤서원은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그것은 증오로 가득 찬 눈이었다. 조금의 생기나 온기조차도 없고 오직 진하게 응고된 살의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마치 수천 수만의 원귀가 도사리며 지금 당장이라도 자신을 물어뜯고 뜯어 삼킬 것만 같았다.“서방님, 깨어나셨군요. 드디어 깨어나셨어요.”그녀 눈 속의 증오는 아직 가라앉지 않았으나 입가에 번진 미소는 누구보다 다정하고 극진했다. 윤서원의 등골은 싸늘하게 굳어버렸다.이때, 의원이 그의 공포로 일그러진 표정과 떨리는 사지, 삐뚤어진 입과 치켜뜬 눈을 살펴보고는 긴 한숨을 내쉬며 신수빈에게 말했다.“마님, 윤 세자를 구해냈습니다만 시간을 너무 지체한 탓에 이미 중풍에 걸렸습니다. 아마 앞으로 평생 침상에 누워 지내야 할 것입니다. 말을 하거나 손을 움직이기는 힘들어 보입니다.”“아… 이게…”신수빈은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며 깊은 슬픔에 잠긴 듯했다.‘아, 이게 얼마나 통쾌한 소식인지!’“마님, 너무 상심 마십시오. 게다가 마님께서는 이제 몸에 새 생명을 품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러니 더더욱 몸을 아끼셔야지요.”신수빈은 손수건을 내리고 눈물 한 방울 없는 눈으로 윤서원을 바라보았다. 오히려 웃음을 꾹 참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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