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본왕은 먼저 나가겠다. 이따가 다시 오마.”신수빈은 그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문 앞까지 배웅해 주자 이도현은 그녀의 옷차림을 한 번 훑어보고 못마땅하다는 듯 말했다.“앞으로 밤에 본왕이 없을 때는 이렇게 얇게 입지 말거라!”신수빈은 얼른 그를 내쫓고 싶었기에 대충 대답해 주었다. 그러자 이도현은 만족한 듯 방을 나서며 문을 꼭 닫아주었다.그 시각, 뜰에 있던 금군들은 막 서쪽 익실과 하인의 뒤채를 수색하고 있었다. 그러다 주전의 문을 오래 두드려도 아무런 기척이 없자 누군가 이도현에게 고했다.“왕야, 평양후 세자께서 문을 열지 않사옵니다.”이도현의 눈빛은 평소와 다름없이 차가웠으며 삶과 만물에 무심한 냉혹함으로 가득했다.“문을 부수거라.”금군이 문을 걷어차는 순간, 밖에 있던 병사들은 일제히 안으로 들이닥쳤다.안쪽에서는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렸고 이내 욕설이 이어졌다.“대담하구나! 나가거라, 어서!”이윽고 대장으로 보이는 이가 벌게진 얼굴로 뛰쳐나와 이도현에게 보고했다.“왕야, 안에는… 안에는…”이도현이 눈썹을 살짝 찌푸리자 대장은 그 기세에 눌려 급히 말을 덧붙였다.“평양후 세자와 서화 군주께서 동침 중이셨사옵니다.”이도현의 눈빛에는 차가운 조롱이 스쳤다. 그는 여전히 담담하게 말했다.“폐하를 시해한 흉수가 더 중요한 것이냐, 아니면 윤서원의 찰나의 즐거움이 더 중요한 것이냐? 당장 수색을 시작하거라. 어느 모퉁이도 놓쳐서는 안 된다.”명령을 받은 대장은 더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주서화를 건드렸다가 태후의 노여움을 살까 겁먹었던 것이다. 그는 다시 사람들을 이끌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침상 위의 두 사람은 아직도 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윤서원은 기절한 듯 아무런 미동 없이 침상 위에 똑바로 누워 있었고, 주서화는 그의 위에 걸터앉은 채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해하고 있었다.모든 이들의 얼굴이 붉어졌다. 비록 입 밖으로는 말하지 않았지만 이미 마음속으로는 이 황실의 귀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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