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시위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했다.춘진각은 신 씨가 머물고 있는 곳이었다. 진 아가씨가 먹을 것을 준비해 두었는데 왕야는 어찌하여 춘진각으로 간단 말인가?좌시위는 감히 더 묻지 못하고 그저 그를 따라갔다.춘진각 안.신수빈은 문을 닫았다. 그녀가 나간 동안 이미 윤수혁에게 일러 윤서령이 머물던 서쪽 익실로 가게 해두었다.이곳에서 서쪽 익실만큼 안전한 곳은 없었기에, 신수빈은 이미 윤서령이 돌아오지 못할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자신을 가까이에서 모시는 이들의 눈까지 속일 수는 없었기에 그녀는 돌아온 뒤 은보와 금자에게 자객을 숨긴 사실을 털어놓았다.그녀는 윤수혁의 신분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지금 그의 얼굴은 알 수 없는 무언가로 덮여있어 이전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기에 그저 호수 밑에서 자신을 구해준 은인이라고 설명해 주었다.금자와 은보, 두 사람은 본래 이도현의 측근이기에, 지금은 신수빈의 명을 따르고 있으나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녀가 말을 마치자, 두 사람 모두 크게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금자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그분이 마님의 은인이시라면 마님께서 그분을 구하시는 것도 당연하지요. 걱정 마십시오. 저희가 마님께 누를 끼치는 일은 반드시 없도록 하겠습니다.”은보 역시 알고 있었다. 마님이 이 사실을 자신들에게 털어놓은 것은, 하나는 자신들을 진정 그녀의 사람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훗날 왕야와 마님 사이에서 누구를 선택할지 보겠다는 뜻이라는 것을 말이다.“저도 같습니다. 반드시 마님을 위해 하겠습니다.”신수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의 오찬 일부를 서쪽 익실로 가져다주라 명했다.은보가 밖으로 나오려 할 때, 춘진각으로 들어오는 왕야를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곧 침착함을 되찾았지만 이도현은 은보가 서쪽 익실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는 살짝 미간을 좁혔다.“부인은?”“왕야, 마님께서는 막 식사를 마치셨고. 제게 윤 아가씨의 행장을 정리해 데려올 준비를 하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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