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Kapitel 331 – Kapitel 340

420 Kapitel

제331화

“부방도가 도난당한 일로 왕야께서 서남으로 가 다시 진을 짜신 것 아니었습니까?”어젯밤, 그가 돌아온 첫날 밤에 이미 그렇게 말해주었다.“그래. 부방도가 사라졌기 때문이었지. 경성에서 며칠간 계엄을 한 것도 그 도둑을 막기 위해서였다. 본왕은 이틀 만에 서남에 도착했다.”“범인은 잡으셨습니까?”“잡기는 잡았다. 허나 진짜로 배치도를 훔친 자는 아니었다.”“무슨 말씀이십니까?”신수빈은 놀란 기색을 지으며 물었다. 설마, 이도현이 이미 조사해낸 것인가?“본왕이 성을 떠난 지 사흘째 되던 날, 정양왕의 며느리이자 태원 서 씨 가문의 딸인 서 씨가 어머니 병을 핑계로 성을 나가려고 했다. 태후가 이를 허락하자, 성문을 나설 때 수비가 서남 부방도를 찾아냈다.”그러자 신수빈은 크게 놀란 척했다.“정말 그런 일이 있었단 말입니까!”“서 씨의 모친이 병들었다는 것은 거짓이었다. 헌데 부방도를 훔쳤다는 것 역시 거짓이다. 누군가 일부러 그녀를 성 밖으로 유인해 죄를 뒤집어씌운 것이다.”신수빈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역시 이도현이라는 사람은 만만치 않았다.“왕야께서는 어찌하여 서 씨가 범인이 아니라고 단정하신 겁니까?”패배하더라도 어디서 졌는지는 알고 싶었다.“진짜 도둑은 이미 잡았다. 서 씨와는 아무 관련이 없어.”신수빈은 여러 가능성을 떠올렸었다. 자신이 어딘가에서 흔적을 남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이런 전개는 예상하지 못했다.“언제 잡으셨습니까?”“서남에서.”그녀는 속으로 아쉬움을 삼켰다.이번 기회에 장 가의 한 팔을 잘라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정양왕 세자빈은 억울한 누명을 쓴 셈이군요. 왕야께서 경성으로 돌아오셨으니 정양왕가를 잘 달래주셔야겠습니다.”이도현은 그 말에 입꼬리를 비틀어 냉소했다.“이번 일은 장 가의 소행이 아니지만 다른 일들에 대해서는 장 가는 억울하지 않다.”신수빈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느낌에 그를 올려다보았다.무슨 뜻인가?“또 무슨 일이 있습니까?”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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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지난 며칠 동안?신수빈은 문득 떠올렸다. 그 때쯤이면 자신과 이도현이 틀어져 있던 시기였다.그는 자주 최 가의 연회에 드나들었고 경성에는 최명주가 섭정왕부에 들어올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았다.그러나 그녀는 곧 그 생각을 밀어냈다. 대신 다른 지점에 시선을 두고 자연스레 그가 그 방향으로 생각하게끔 이끌었다.“장 가라니, 그럴 리가요… 장 가는 개국 공신이고 집안에서는 태후까지 나왔습니다. 부귀영화가 끝이 없을 텐데 하천 은자 삼십만 냥이 그들 눈에 들 리 있겠습니까? 제 셋째 오라버니께서도 백성의 고단함을 알고 제방을 쌓는 일에 온 힘을 다하셨습니다. 심지어 폐하와 태후께서는 장 가의 혈맥이지요. 천하에 변고가 생기면 태후께서 좌시하시겠습니까?”말을 마친 신수빈은 조심스레 그의 눈을 올려다보았다. 지금 이 남자의 속내를 읽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의 눈은 원래도 깊고 어두웠기에 등불 아래 흔들리는 그림자 속에서는 더욱 속을 알 수 없었다.한참 뒤에야 그가 낮게 말했다.“그래. 장 가는 돈이 부족할 집안이 아니다.”그가 생각에 잠긴 듯하자 신수빈은 더 말을 잇지 않았다.적어도 이도현이 장 가를 감싸려 하지는 않는다는 것, 그것만은 분명히 읽어냈다.그는 조정 한가운데 서 있는 사람이었으니 그녀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 터.그가 싫어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한 번 몰아붙이기만 해도 장 가는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 서 씨는 풀어주셨습니까?”“아니.”그 대답은 신수빈의 예상 밖이었다.“무관하다 하셨는데 어찌 아직 놓지 않으신 겁니까?”“서 씨는 누명을 쓴 셈이지만 그 누명을 씌운 자의 목적은 둘 중 하나다. 서 가의 정적이거나, 장 가의 정적이거나, 혹은 양쪽 모두와 맞서는 자겠지. 누구든 상관없다. 그 의도는 본왕의 생각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그저 이 일을 빌려 본왕이 쓸 수 있게 되었을 뿐이지.”신수빈은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도현은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가볍게 주무르며 입가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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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이도현은 품에 안긴 여인의 요염한 표정을 바라보며 그녀가 분명 오래된 일들에 대해 들은 바가 있음을 눈치챘다. 그래서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다정하게 말했다.“괜한 생각은 하지 말거라.”신수빈이 붉은 입술을 살짝 내밀며 조용히 답하자 이도현은 난처한 듯 웃음을 흘렸다.“본왕의 모친은 원래 집안을 따라 친척을 찾아가던 고아였다. 그러다 겨우 여덟 살이 되던 해, 관문을 넘던 길에 도적을 만나 화를 입었지. 다행이도 그때 장 가에서 모친을 거두어 길러 주셨다. 열다섯이 되던 해, 모친은 아직 관산왕이던 부황을 따랐으니 장 가는 모친에게 있어 생명의 은인이자 양육의 은인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본왕은 장 가의 자손을 건드리고 싶지 않다. 이번 일로 경고하여 정신을 차리게 하고 더 이상 사족들과 얽히지 않고 조정과 사직에 충성을 다한다면, 본왕은 모친의 유언에 따라 그 자손들이 부귀를 누리도록 둘 생각이다. 헌데 요즘 그들의 손이 지나치게 길어졌더군. 강회 일에도 장 가가 연루되어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이번에는 최 가 남매가 대신 죄를 뒤집어썼으니 증거 없이 장가를 단죄할 수는 없다. 만약 이쯤에서 손을 거둔다면 모친의 체면을 보아 잠시 용서하겠다. 허나 그렇지 않다면…”신수빈은 이런 사연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도현은 관산왕의 막내아들이고, 그 이후로는 공주도 황자도 더는 태어나지 않았다. 그만큼 그는 모친의 엄청난 총애를 받았다는 뜻이었다.바로 그 여 귀비의 인연 때문에 이도현과 장월이 어린 시절부터 가까웠던 것이다.신수빈은 속으로 차게 웃었다.그럴듯한 말들이지만 결국은 첫사랑과도 같은 그녀의 친정에 마지막 자비를 베풀겠다는 뜻이 아닌가?이도현의 눈빛에서 서늘한 기운이 서서히 사라졌다. 그녀를 내려다보는 음성은 한층 부드러웠다.“남의 일이니 너는 깊이 생각하지 말거라.”신수빈은 그의 가슴에 기대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미 그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은 사라진 뒤였다. 한동안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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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훗날 자신과 함께 천하를 누비며 싸울 때에도 이 갑옷이 그를 무적의 길로 이끌어주기를 바랐었다.이 갑옷은 그의 모친이 부왕을 위해 손수 지은 것이었다. 깃 안쪽에는 모친의 이름이 수놓아져 있었고 그 아래에는 모친이 부황을 위해 구해온 평안부가 달려 있었다.모친의 이름은 민여린. 입궁한 지 이듬해 용자를 잉태해 후궁의 총애를 한몸에 받았다. 그 당시 장 가에서도 딸을 얻었으니, 딸에 대한 기대와 바람을 담아 그 아이에게 장월이라는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이제 그는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찾았다. 하늘에 계신 부황과 모친이 이 사실을 안다면 분명 기뻐해줄 것이다.이도현은 잠시 눈을 붙였다. 동이 틀 무렵, 밖에서 수행원이 문을 두드리며 알렸다.그는 침상에 잠시 더 누워 있었다. 이렇게 추운 날, 따뜻하고 부드러운 여인을 품에 안고 있는데 누가 쉽사리 일어나고 싶겠는가?바로 그때, 청하가 문을 밀고 들어와서, 어젯밤 씻어 말려둔 겉옷을 들고 와 조심스레 내려놓았다.신수빈도 잠에서 깨어 몸을 일으키려 하자 이도현이 그녀의 어깨를 눌렀다.“어젯밤 잠을 설쳤으니 조금 더 자거라.”신수빈은 고개를 저었다.“저는 낮에도 쉴 수 있어요.”그녀는 일어나 이도현이 입을 옷을 가져와 정성껏 갈아입혔다. 그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작은 여인을 보며 이도현의 마음은 부드럽게 풀어졌다.그는 어려서부터 모친 곁에서 자랐다. 비록 곁에 다른 비빈들도 있긴 하지만, 모친이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 더는 총애하지 않고 오로지 한 사람만을 지킨 것이었다.그는 부모의 다정함 속에서 자랐다. 그리고 그런 삶을 자신도 바라왔다.이도현은 허리를 굽혀 그녀의 입술에 입맞추려 했다.곁에 청하가 있는 것이 떠오른 신수빈은 눈을 흘기며 그를 타박했다.그 모습에 이도현은 웃음을 터뜨렸다.손은 어느새 그녀의 허리로 내려가 노골적으로 장난을 걸었다. 그러자 신수빈이 그의 손을 떼어내며 노한 척을 하며 말했다.“왕야께서 더 장난을 치신다면 저도 어떻게 나올지 몰라요!”“향낭과 허리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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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그 자수를 한참이나 바라보던 신수빈은 내심 웃음이 새어 나왔다. 방금 전까지 얼굴에 남아 있던 부드러움이 웃음과 함께 서서히 식어갔다.그녀는 순간 어젯밤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남의 일이니 괜한 생각은 하지 말거라.”그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았지만 이제는 한낱 농담처럼 느껴졌다.신수빈은 손을 거두었다. 더는 갑옷을 보지 않았다.그녀는 침상으로 돌아와 몇 번이나 뒤척이다가 청하를 불렀다.“마님, 일어나시겠습니까?”“그 갑옷을 치우거라. 은보에게 맡겨 보관하게 하고 사람을 시켜 그분께 돌려보내거라.”청하는 목소리가 묘하게 달라진 것을 느꼈으나 왕야께서 급히 필요하신가 보다 생각하며 아무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후, 은보가 갑옷을 거두어갔다.*한편 궁 안에서는 태후가 밤새 한숨도 이루지 못한 채 있었다.황 상궁이 돌아와 섭정왕이 신수빈의 처소에 있었다고 보고한 뒤로 도무지 눈을 붙일 수 없었던 것이다.신수빈은 이미 회임한지 팔 개월이 되었다. 그 큰 배를 한 여인을 밤새 곁에 두고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선황이 자신을 총애하던 때에도, 회임 중일 때는 낮에 잠시 들러 안부를 묻는 정도였지 밤을 보내는 일은 없었다.그런데 이도현은 필사적으로 회임한 여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이게 정말로 그 여인을 마음 깊은 곳에 두었다는 뜻이 아니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주서화가 남긴 그 편지는 말이 모호했다.신수빈은 죽었다가 되살아난 사람이라 했고 하늘을 거스르려 한다 했으며 노리는 것은 자신이라 했다.죽은 자가 되살아났다니 애초에 믿기 어려운 말이었다.언제 죽었다는 말인가? 그리고 어찌 부활할 수 있단 말인가?게다가 자신을 노린다니, 태후로서는 도무지 뜻을 짐작할 수 없었다.다만 마지막 문장. 신수빈의 뱃속 아이가 이도현의 아이라고 적혀있던 그 한 줄이 마음에 걸렸다.처음 아이의 달수를 따져보았을 때 이도현이 경성에 있던 시기와 맞지 않았었다.그의 아이라면 십일월 중순에는 태어나야 하지만, 신수빈의 말에 의하면 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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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배를 곯고 약속한 품삯도 받지 못한다면 누가 성실히 일을 하겠는가?도망칠 자는 도망치고 분노한 자는 소란을 일으킬 것이다. 그때가 되도, 그저 신도연이 어떻게 수습할지 두고 보면 된다.다시 장정을 잡아다 둑을 쌓게 하면 지방 관원들은 기회를 틈타 재물을 긁어모을 것이다. 사람 수에 따라 세금을 매겨 집에 장정이 있는 집은 공사에 나가지 않는 대신 인두세를 내게 한다. 그렇게 되면 백성들의 부담은 더욱 무거워진다.제방을 쌓고 둑을 보수하는 일은 나라에도, 백성에게도 이로운 일이다. 그러나 백성들이 어찌 그 먼 앞날을 헤아리겠는가?그들의 눈에는 새로 부임한 하도총독이 그저 백성을 짜내는 탐관오리로 보일 뿐이었다.시간이 흐르고 민심이 들끓으면 누가 그를 지켜줄 수 있겠는가?신 가는 멀쩡한 장사를 두고 굳이 관가의 탁류에 발을 들였다. 수많은 왕조가 바뀌어도 대사족들이 굳건히 서 있던 이유는 그들의 세력이 지방 구석구석에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현령과 군수 가운데 사족의 문생이 아닌 자가 대체 어디 있겠는가?그들의 이익을 건드렸으니 신 가가 무사할 리는 없었다.장 가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냉정히 지켜보면 누군가가 대신 신 가를 무너뜨려 줄 것이다.태후는 그 상소를 화로에 던져 넣었다. 불길이 종이를 삼키는 것을 바라보며 주서화의 편지 내용을 떠올렸다.이제 주서화는 죽었다. 무슨 수수께끼가 있었든 영영 풀 수 없게 되었다.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신수빈, 그 여인에게는 엄청난 문제가 있었다.이도현이 노골적으로 그녀를 지키고 있으니 정면으로 맞설 수는 없다. 지금 자신과 어린 황자는 그의 숨결에 의지해 살아가는 처지니 신수빈을 상대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만약 주서화의 말대로 그 여인이 자신을 노린다면,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 채 수세에 몰리는 셈이 되지 않겠는가?“사람을 부르거라.”“태후 마마.”황 상궁이 곁에 서 있었다.“그 진 씨에게 전갈을 넣어라. 이도현이 행궁에 있을 때 늘 몸에 지니던 향낭이 있다. 십중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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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신병호는 왕부로 오기 전부터 마음이 몹시 불안했다.그는 그저 장사꾼에 불과했다. 신 가의 어르신조차 이 섭정왕과 만나면 삼배구고두하며 그 발치에 엎드리는데 하물며 그는 어떡하냐는 말인가. 비록 딸 덕에 후작의 작위를 받았다 하나 그의 마음은 여전히 허전했다. 무엇보다 딸과 섭정왕의 관계는 드러낼 수 없는 사이였다.이런 몸으로 왕부에 초청장을 들고 찾아왔으니 혹여나 하인들에게 조롱받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다.경성에 올라온 이후 그는 이미 수차례 비웃음을 겪은 터였다. 그러나 뜻밖에도 왕부의 하인들은 지극히 공손했다. 그를 상객처럼 모실 뿐만 아니라 그가 상상도 하지 못한 대접을 해줬다.관사가 극진히 배웅하며 문밖까지 나서주자 신병호는 여전히 꿈을 꾸는 듯 어안이 벙벙했다.편문 쪽에서 마차에 오르려 할 때였다. 한 어린 시녀가 다가와 그를 불러 세우더니, 손에 쥔 신표를 내밀었다.그것을 보는 순간, 신병호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놀란 눈으로 소녀를 바라보았다.“그 아이는 어디 있느냐?”시녀는 조용히 예를 올렸다.“마님께서 왕부 뒷문에서 후작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신병호은 급히 마차를 돌려 왕부 후문으로 향했다. 후문에는 늙은 수위 하나가 지키고 있었는데 밖에서 ‘총애받는 첩’이라 떠도는 진하빈이 출입할 때면 약간의 사례만으로도 눈을 감아주곤 했다.진하빈은 얇은 비단으로 얼굴을 가린 채 후문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마차가 가까워지자 신병호가 내려섰다. 그녀의 여린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복잡한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진하빈이 앞으로 나와 단정히 예를 올렸다.“아버님께 문안드립니다. 지난해 작별인사를 한 뒤로 오늘까지, 늘 아버님을 그리워해왔습니다. 몸은 편안하신지요?”이곳에서 딸을 보게 될 줄 몰랐던 신병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왕부 후문은 아직 열려 있었고 안쪽에서 수위가 슬쩍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그는 재빨리 다가가 딸을 부축해 일으켰다.“어찌 여기 있느냐? 그 어미를 따라 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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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신병호는 깊이 미간을 찌푸렸다.두 딸이 모두 섭정왕의 손아귀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 목이 꽉 막힌 듯 답답했다.진하빈은 그런 그를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애절한 간청이 담겨 있었다.“아버님께서 이제 후작의 작위를 지니셨으니 왕야 앞에서 딸을 위해 한두 마디만 말씀해 주실 수 없으신지요? 비록 첩이라도 좋습니다. 그래야 딸도 신분이 생겨 어머니처럼 세간의 손가락질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신병호는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 미안함이 가득 담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빈아, 너는 모른다… 섭정왕께서는… 그분은 본디 뜻이 굳으신 분이다. 아비가 어찌 그 마음을 움직이겠느냐?”진하빈의 마음속에서 차가운 웃음이 흘렀다. 그가 망설이는 이유를 모를 리 없었다.그가 아끼는 것은 정실부인에게서 난 자식들, 특히 신수빈이었고, 그가 나서지 않는 이유는 결국 신수빈 때문이었다.“그렇다면 아버님을 더 곤란하게 하지는 않겠습니다.”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딸은 이 깊은 저택 안에 있어 밖의 사정은 알지 못합니다. 다만 어머니께서 장안에 오신 뒤에는 옛정을 생각하시어 생활을 돌봐주셨으면 합니다. 그것 하나만이 딸의 소망입니다.”신병호는 그녀를 부축해 일으켰다. 무언가 말하고 싶었으나 어디서부터 꺼내야 할지 몰랐다.진하빈은 눈물을 닦고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딸과 어머니는 아버님의 어려움을 압니다. 큰 부인께서는 어머니를 받아들이지 않으셨고 조부께서도 집안의 평온을 위해 저를 인정하지 않으셨습니다. 이 모든 것을 아버님 탓으로 돌리지는 않겠습니다. 그저 제 딸이 잘못 태어났을 뿐이지요. 다음 생에는 꼭 큰 부인의 태에서 태어나 부녀의 정을 다해보겠습니다.”그녀는 깊이 예를 올렸다.“왕부에 오래 나와 있을 수 없으니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신병호는 그녀가 후문 안으로 사라질 때까지 멍하니 서 있었다.가슴이 허전하게 꺼졌다.그때… 그때 조금만 달랐더라면.한숨이 절로 나왔다.그는 한참 동안 왕부 후문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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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서 씨의 사건이 있음에도, 황성시는 순순히 사람을 내보내주지 않았다. 이로 인해 장 가 사람들 또한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장 가가 사병을 기른 일은 애초에 빛 아래 드러날 수 없는 일이었다. 병사를 먹이고 입히려면 결국 은전과 곡식이 든다. 그러니 캐기 시작하면 걸려 나올 일도 적지 않았다.아들과 며느리가 황성시에 붙잡힌 채라니. 혹시라도 아들의 입에서 무슨 말이 새어나와 실타래처럼 엮이게 된다면, 그 화가 장 가까지 번질 수도 있었다.정양왕은 이를 악물고 스스로 한 팔을 잘라내듯 결단을 내렸다.모든 책임을 서 가에 돌리고 어떻게든 아들만은 구해내야만 했다.서 씨는 장 가의 며느리이기도 했지만 태원 서 가의 딸이기도 했다.장 가는 서남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었으나 서 가는 서남 변방에 벼슬한 문생과 옛 인연이 적지 않았다.그리하여 장안에는 삽시간에 소문이 퍼졌다. 서 가가 이심전심으로 나라의 기밀을 빼돌렸고 서 씨가 붙잡히면서 오히려 장 가까지 휘말렸다는 이야기였다.신수빈은 그 소문을 듣고 가볍게 웃었다.이것이 장 가 쪽에서 흘러나왔든, 이도현 쪽에서 흘러나왔든, 결국 두 쪽 모두 장 가를 떼어내려는 의도였다.장 가는 스스로를 깨끗이 하려 하고 이도현은 장 가를 대신해 그 끈을 끊어주려 했다. 그저 결이 다를 뿐. 결과는 묘하게도 그녀의 계획과 비슷해져 있었다.그렇다면 불씨 하나쯤 더 얹어도 나쁠 것은 없을 터.그녀는 이미 준비해둔 물건을 ‘우연히’ 서 가의 눈에 띄게 할 생각이었다.“청하, 큰 오라버니께 전하거라. 때가 되었다고.”“예.”그날 밤, 태원 서 가의 장안 저택에 도둑이 들었다.그러나 그 ‘도둑’은 솜씨가 서툴러 순방영에게 현장에서 붙잡혔다.훔친 물건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금괴 한 상자 밑바닥에 찍힌 글자가 드러났다. 그것은 서남 남조국의 관인이었다.이 순간에 도둑 따위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금괴 상자는 즉시 상부로 올려졌는데, 수많은 이들이 그 광경을 목격했기에, 소식은 순식간에 경성 전역으로 퍼졌다.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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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화등이 막 켜질 무렵이었다. 찬 기운이 골목을 타고 내려앉은 저녁이라, 거리는 한산했다. 생계를 위해 남은 몇몇 장사치들만이 아직 자리를 지키며 힘 빠진 목소리로 물건을 팔고 있었다.이도현이 말을 몰고 지나가다가, 길가에 옷이 얇은 사내 하나가 몸을 웅크린 채 마지막 남은 짐승 가죽 두 장을 팔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옆에서는 땔나무를 쌓아둔 이가 한숨을 쉬며 그와 말을 섞고 있었다.“내일은 귀인 거리 쪽으로 가서 팔아볼까 하네. 그러다 운 좋게 큰손 하나를 만나게 되면 집사람 머리에 비단 꽃 하나를 꽂아줄 돈이 생기지 않겠는가?”“에이, 그냥 여기서 파시게. 그 귀인들은 부족한 게 없네. 손만 뻗으면 비단이요 모피요 다 들어오는데, 자네 가죽을 보겠는가?”“허… 그건 그렇군.”“내 땔나무도 오늘은 다 못 팔 것 같네. 우리 애가 사탕 사오기를 기다릴 텐데.”두 사람은 그렇게 겨울을 건너는 이야기만을 주고받고 있었다.이도현은 말고삐를 당겨 세우고는 뒤에 따르던 장풍을 힐끗 보았다.장풍은 곧 뜻을 알아채고 말에서 내려 은전을 꺼냈다. 가죽과 땔나무를 전부 사들이고 그 대가로 넉넉한 은괴를 건넸다.두 사내는 손바닥 위에 얹힌 은괴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말 위에 앉은 사내를 올려다보았다. 어둠 속 등불 아래, 그는 마치 신상처럼 서 있었다.이내 두 사람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연신 귀인이라 불렀다.그 모습을 보며 이도현의 머릿속에 문득 신수빈이 마차 안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눈물기 어린 미소로 권세 없는 이들은 개미와 같다며 권력의 그림자 아래서 겨우겨우 숨을 이어간다고 말했다.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고 단단했으나 어딘가 온기가 묻어 있었다.“어서 집으로 돌아가거라. 부인과 아이를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고.”천 번 만 번 고개를 숙이는 두 사람을 뒤로하고 그는 말을 몰았다. 원래는 곧장 왕부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한동안 발길을 하지 못했던 곳이기도 하니까.그러나 방금 만난 두 사내의 모습이 마음을 건드렸다. 어쩐지 오늘은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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